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2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25화
225화
“왜 거기에 있었던 거지?”
“균열 브레이크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어떻게 이곳에 균열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 노배 레스의 봉인 때문에 아무도 느낄 수 없었는데?”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뭐? 지금 장난해?!”
엘리자베스의 언성이 높아지자 신지후가 끼어들었다.
“자자~ 너무 흥분하지 마. 말했다시피 이 친구는 노배 레스의 중요한 계획을 붕괴한 주인공이야. 노배 레스와는 관련이 없다고.”
“연막일 수도 있지.”
“그러기에는 너무 중요한 사건이었어. 우리의 동료이기도 하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마.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비밀은 있으니까.”
그 말에 엘리자베스는 입술을 꾹 다물고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속을 삭였다.
“이해하게. 노배 레스가 영국에까지 손을 뻗힌다고 하니 저 친구가 눈이 돌아갔어.”
“이해합니다.”
수만 명이 죽거나 다치는 균열 브레이크다. 여왕인 엘리자베스가 분노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거다.
하지만 송진우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 있다. 자신은 미래 예지로 봤다지만 이들은 어떻게 알고 이곳에 온 걸까?
자신이 본 예지에서는 분명 균열 브레이크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들이 있었으니 이곳에 오지 않았어도 그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후로도 몇 마디 주고받았지만 별 소득이 없자 엘리자베스는 열 받아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러자 방에는 송진우와 신지후, 둘만 남았다.
“저 성깔 어디 가지 않네.”
신지후가 씩씩거리며 나가는 엘리자베스를 귀엽다는 듯이 보자 송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궁금한 거 물어봐도 됩니까?”
“응? 그래, 말만 해.”
신지후의 허락이 떨어지자 송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엑스칼리버가 정말 미씩 등급입니까?”
미씩 등급은 번역하면 신화 등급이라는 뜻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이 있었다. 알려진 것과는 달리 레전드 등급이 끝이 아니라 신화 등급이라는 것이 있다고.
그리고 가장 강력한 아이템으로 꼽히는 엑스칼리버라면 분명 신화 등급일 것이라고.
하지만 레전드 아이템 보기도 하늘에 별 따기인데 일반 사람이 신화 등급을 봤을 리가 없다. 그래서 인터넷 괴담 정도로 전해지는 말이다.
하지만 신지후는 너무도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 그거. 맞아. 엑스칼리버는 신화 등급이야.”
“저, 정말 신화 등급이 있는 겁니까?”
“물론이지. 몇 개 봤고 나도 하나 가지고 있는걸?”
역시 대영웅이라고 불리는 남자다웠다. 헛소문이라고만 생각했던 신화 등급을 몇 개나 봤고 심지어 소유하고 있다니.
“또 궁금한 거 없어? 특별 정보지만 특급 게스트니 다 알려주지.”
그의 말에 송진우는 아까부터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영국 여왕을 꼬신 겁니까?”
“푸!”
송진우의 기습적인 말에 신지후는 마시던 차를 뱉고 한참이나 캑캑거렸다.
하지만 송진우의 눈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저도 당신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듣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바람둥이라죠?”
세상에서 가장 돈 많고 잘생기고 능력까지 출중했다. 한수정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으니 인기가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에게는 항상 염문이 끊이지 않았다.
잘나가는 모델에 배우나 가수는 물론이고 외국인까지.
하지만 영국 여왕까지 건드릴 것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이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보통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송진우의 말에 신지후는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 하…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만 알아두게.”
“바람둥이에게도 사정이 있습니까?”
“바람둥이니까 더더욱 사정이 많지.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순정파야.”
“정말 믿을 수 없는 말이군요.”
신지후는 머쓱한 표정을 짓더니 다시 헛기침을 몇 번 한 후에 진지한 어투로 물었다.
“그래, 사신 군.”
송진우의 이름을 모르는 신지후가 이상한 호칭으로 불렀다.
“네.”
“살인마로는 안 보여 다행이네. 사실 지크에게서 자네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걱정을 했거든.”
“저도 사정이 있다고 해두죠.”
송진우는 두루뭉술하게 넘겼지만 신지후는 정확히 파악했다.
“흠. 보아하니 디멘션 특성과 관련된 일이겠군. 뭐, 좋아. 그렇다면 나도 비밀을 말해줄 수 있지.”
“비밀이요?”
“그래, 비밀. 비밀이라고 해봤자 알 만한 사람은 대충 알지만…….”
그렇게 말한 신지후는 다시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런 능력을 발휘할 정도라면 3차 승급을 이뤘겠지?”
아직 3차 승급 전이지만 그러면 자신의 능력을 더 드러내는 셈이라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보통 사람들은 700을 넘기면 레벨 업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 이미 3차 승급 엠블럼을 얻었으니.”
승급을 하는 이유는 업그레이드된 직업과 3차 승급 엠블럼 등을 얻기 위함이다.
더 레벨업을 해봤자 레벨당 포인트 5밖에는 얻지 못해 경험치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게 디멘션 월드를 하는 사람들의 상식이다.
하지만 신지후는 그 상식을 뛰어넘는 말을 했다.
“하지만 3차 승급이 끝이 아니라면?”
“네? 무슨 소리죠? 그럼 4차 승급이라도 있다는 말인가요?”
“엄밀히 따지면 4차 승급은 아니야. 하지만 그보다 훨씬 좋은 것이 있지.”
“……그게 뭐죠?”
“자격을 얻는 거지. 세상의 운명을 걸고 싸울 수 있는 자격.”
신지후의 마지막 말은 송진우의 심장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아르콘의 경우를 봤다시피 이 우주에는 신에 필적하는 존재가 있어. 우리가 그들처럼 되는 것이야.”
“신이요? 그럼…… 신성력을 얻는 건가요?”
신성력이라면 송진우도 가지고 있다. 공허 교단의 하급 신이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지후는 고개를 저었다.
“자격을 갖춘 거지 그렇게 구체적이지는 않아. 하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신성력과 비등하거나 그것을 뛰어넘는 힘을 가지게 되지. 완전히 다른 개념의 힘을 얻게 되는 거야.”
그 말에 눈만 끔뻑이던 송진우가 노려보듯이 신지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그 자격을 얻을 수 있죠?”
“의외로 간단해. 레벨 1,000을 달성하는 거지.”
“1,000이요?”
유명한 랭커인 블루 핸드조차 850레벨이었다.
그런데 1,000이라니…. 간신히 700을 넘은 송진우에게는 감도 잡히지 않는 레벨이다.
그런 송진우의 표정을 보고 신지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표정하지 마. 막막한 숫자지만 자네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는 루키라면 이룰 수 있을 거야.”
검은 사신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치는 송진우를 신지후는 단지 루키라고 표현했다.
그 말을 들은 송진우는 느끼는 바가 있었다.
“설마…… 레벨 1,000을 넘기신 겁니까?”
“어떨 거 같아?”
의뭉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지만 그가 정말 레벨 1,000을 이뤘다는 것이 느껴졌다.
“대단하시군요.”
“죽을 고비를 수백 번 넘으면 가능한 일이지.”
죽을 위기 수백 번이라는 말에 송진우가 놀라자 신지후가 한쪽 눈을 깜빡이며 으스대듯이 말했다.
“사정이 있어서 말이지.”
“만능이군요. 그 사정이라는 말.”
“그러네. 생각보다 편리하군. 앞으로도 종종 써먹어야겠어.”
그렇게 말을 한 신지후는 송진우의 등을 두들기며 소탈하게 웃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안색을 바꿔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노배 레스가 위험한 놈들인 것은 알고 있지?”
“그렇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사신 군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놈들일 거야. 감춰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서로 힘을 합쳐야 그들을 몰아낼 수 있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신지후가 노배 레스를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이미 한차례 승리했던 적을 말이다.
“그렇게 그들이 강력합니까?”
“지금까지 알려진 그들의 능력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네. 그러니 우리도 힘을 합쳐야 해.”
이렇게 강력한 영웅들이 있는데도 예지에서는 노배 레스가 결국 세상을 점령했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지만 그들의 힘이 상상 이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내 개인 번호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전화하게.”
지크의 번호가 있지만 신지후의 번호를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그가 지원한다면 최소한 자금으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 후에도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송진우는 성에서 나왔다. 물론 나갈 때 홍차를 챙기는 것을 잊지 않았다.
송진우가 떠나자 신지후는 지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지금 방금 사신 군이 떠났어.”
-어떻습니까? 그 역시 귀환자입니까?
“아니야. 귀환자는 아닌 거 같아. 분명 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거겠지. 내가 왔던 미래에서는 검은 사신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니까.”
-변수군요.
“그래. 큰 변수지. 다행히 노배 레스에 대해 경각심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 그렇다면 큰 도움이 되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그와 긴밀하게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계속 수고해줘.”
삑!
신지후는 머리를 의자 뒤로 젖히고 한참 동안 생각하다가 다시 힘차게 일어섰다.
아직 엘리자베스와의 볼일이 남았다.
“바쁜 애인을 두면 피곤하다니까.”
신지후의 하루일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에트나 산》
송진우가 간 곳은 중앙 대륙에 있는 거대한 산맥이었다.
에트나 산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그르렁거리는 활화산이다. 화산이 본격적으로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유황 가스가 고래 분수처럼 터지고 있고 용암도 이곳저곳에서 흐르고 있다.
이곳은 중앙 대륙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던전이다. 최소 레벨이 1000이고, 나오는 모든 몬스터는 엘리트 등급 이상이다.
네크로폴리스 근처에 있는 베헤모스 사냥터보다도 난이도가 높다.
이런 위험한 곳에 송진우가 온 건 예전 크로노스가 보여준 미션을 완료하기 위함이다.
원래는 3차 승급이 끝나서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송진우의 성장력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고, 그레이프의 존재 덕분에 벌써 이곳에 온 것이다.
물론 지금의 송진우는 물론이고 랭커가 온다고 해도 이곳에서 혼자 행동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준비한 것이 있다. 그건 장비가 아니라 칭호였다.
▲올림포스의 영웅
(랭크 S)
▷능력 :
올림포스의 신전 하나를 선택해 해당 신의 권능을 얻을 수 있다.(권능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하루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받은 권능 : 아르테미스
마수들에게 2배 데미지를 준다.
달이 뜨면 모든 스탯이 100% 증가한다.
이건 예전 헤라클레스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얻었던 칭호다. 그것을 달과 수렵의 신인 아르테미스의 능력을 얻는 데 사용했다.
이 칭호는 기껏 얻어놓고 운명찬탈자 칭호 때문에 사용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이것에 ‘폭발하는 광기’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폭발하는 광기 사용.”
칭호나 엠블럼을 영원히 없애고 하루 동안 3배 증가된 효과를 받는 특수 능력이다.
이곳은 마수밖에 안 나오는 곳이니 공격력이 6배 증가한 것과 다르지 않다.
“아닌가? 300%니까 3배인가? 헷갈리네.”
능력이 적용된 것을 확인한 송진우는 앞으로 나섰다.
펑!!! 펑!!!
끓어오르는 용암이 분수처럼 튀어 오르는 곳이다. 몬스터만 강한 것이 아니라 필드 자체가 함정 같았다.
대부분의 필드 던전에는 사냥을 하는 플레이어들이 눈에 띄지만 이곳은 헌터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강력한 헌터들도 감히 이곳에서 사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역시 미친 듯한 난이도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라돈 스폰
(엘리트)
(LV 1,050)
약 10m 정도로 보이는 뱀 같은 몸과 드래곤을 연상케 하는 머리와 팔다리가 달려 있는 마수가 나왔다.
송진우는 그 모습을 보며, 새로 만든 낫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