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3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31화
231화
송진우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판타지 세계관에서 드래곤은 반신으로 여겨진다. 마계와 신계의 다툼에서 지상계를 지키는 수호자이기도 했다.
지상계로 내려와 질서를 어지럽히는 강력한 마족과 신족을 죽이거나 내쫓는 절대 강자.
“저희가 알아본 바로는 그 드래곤은 지금 휴면기에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부리는 수하들은 여전히 그를 위해 재물을 축적하고 있죠.”
드래곤이 휴면기라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드래곤이 네크로폴리스와 근접한 곳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좋지 않은 징조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역시 지저 세계의 일에서 손을 떼고 다시는 이곳에 얼씬도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저 세계는 중앙 대륙 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곳.
‘그렇다면 선택지는 하나지.’
빠르게 머리를 굴린 송진우는 더욱 강한 말투로 버밀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일을 서둘러야 합니다. 드래곤이 휴면기인 지금이 적기입니다.”
“……설마 드래곤과 맞서 싸울 생각입니까?”
“그렇습니다. 싸워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입니다. 우리의 무기 같은 것으로는 생채기도 낼 수 없습니다!”
“그래도 싸워야 합니다. 설사 끝내 드래곤에게 짓밟히더라도 싸워야 합니다. 아니면 아이들은 영원히 노예로 살아가야 할 겁니다.”
드래곤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시 침울해진 수인들이 아이들이 거론되자 움찔했다.
“절 믿어주십시오. 방법은 제가 반드시 찾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싸워야 할 때입니다.”
송진우의 말에 버밀이 감격했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버밀, 드래곤이 개입했다는 말을 듣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은인이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버밀은 손도끼를 부실 듯이 강하게 쥐었다.
“이 육신이 남아 있는 한 저희는 싸울 수 있습니다. 그게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드레이크건 드래곤이건 더는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이제야 수인들은 전사의 모습을 되찾았다. 이들이라면 송진우도 안심하고 등을 맡길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신다니 다행입니다.”
그렇게 말하면 송진우는 포식이를 시켜 준비했던 물품들을 뱉었다.
우수수.
순식간에 액체가 담긴 병 같은 것이 바닥에 수북하게 쌓였다.
“이, 이게 뭡니까?”
“이건 여러분들의 기력의 회복할 포션입니다. 완전하게 만들 수는 없겠지만 리자드맨들을 상대할 정도는 될 겁니다.”
이 싸움이 길어지면 좋지 않을 거라 판단했기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왔다.
“오늘 도시를 되찾을 겁니다. 여러분들은 제가 드레이크를 죽일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시면 됩니다.”
“드레이크를?”
직접 싸워봤기에 드래곤의 가호를 받은 드레이크의 무서움을 잘 안다. 하지만 방금 본 송진우의 실력도 그 못지않게 대단했다.
“……하긴 드래곤과도 맞서 싸우겠다는 분이니 드레이크는 이길 자신이 있는 거겠죠. 알겠습니다. 이 버밀과 쥬번지의 전사들은 목숨이 다하는 일이 있더라도 다른 자들을 묶어두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렇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정문에서 저들이 밖으로 나오게 도발해 주세요.”
기껏 도시를 되찾아도 수인들이 다 죽으면 곤란하다. 그들의 기력을 채운 것은 정면에서 싸우는 게 아닌 유인하기 위함이다.
마을 버프를 받은 경비병을 일일이 물리치다가는 드레이크에게 가기도 전에 지쳐 쓰러질 것이다.
“알겠습니다. 절대 짐이 되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저들이 이 광산에서 일어난 변고를 눈치채기 전에 일을 시작하기 위함이다.
먼저 버밀과 수인 전사들이 무서운 기세로 쥬번지 도시에 들이닥쳤다.
“뭐, 뭐야!”
그들은 리자드맨은 물론이고 그들과 결탁하여 마을을 좀먹고 있던 이들까지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모두 죽여!!”
수인들의 공격에는 자비가 없었다. 그간 당했던 수모를 돌려주려는 듯이 항복하려는 상대까지 절대 용서하지 않았다.
“조, 족장!”
“아직도 내가 네 족장이냐?”
푹!
“아악!”
이들의 입장에서는 적인 리자드맨보다 배신한 이들이 더 미웠다.
“내가 바로 버밀이다!!”
으르렁!!
호랑이 수인인 버밀이 소리치자 수인들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아직 수인들은 야생의 습성이 남아 강자의 울부짖음에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뒤늦게 리자드맨 경비병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이 털 달린 야만인들이!”
송진우가 준 약을 먹었다고는 하지만 아직 수인들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완전무장하고 마을 버프까지 받은 리자드맨과 정면으로 싸우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버밀은 노련하게 싸우는 척을 하며 뒤로 점점 물러섰다.
“잡아라! 도망가게 두지 마!”
눈이 뒤집힌 리자드맨들은 그들을 쫓았다.
* * *
한편 송진우는 안개의 화신 효과를 활용해 도시 안 깊숙한 곳에 침투해 있었다.
수인들의 도시라 그런지 족장이 사는 곳은 성이 아니라 절벽 안의 동굴을 개조해 만든 곳이었다.
‘그럼 더 쉽지.’
수인들이 쳐들어와 상당수의 경비병이 나갔지만, 아직 남아 있는 자들이 있었다.
송진우는 그림자 속에 숨어서 경계를 도는 적들을 하나씩 차례로 쓰러뜨렸다.
퍽!
거대 낫이 암살에 좋은 무기는 아니다. 은밀히 이동하기에는 너무 거추장스럽고 공격 모션도 너무 컸다.
그래도 급소를 노리는 정확한 공격으로 소리도 없이 쓰러지게 만들었다.
‘목격자가 없으면 암살이지.’
당연히 피가 사방으로 튀고 시체 처리도 문제였지만 송진우는 단순한 방법으로 처리했다.
“먹어.”
아구!
포식이를 이용해 그냥 먹어버렸다. 그 어떤 암살자보다 완벽하게 시체를 숨긴 꼴이었다.
시체를 없애고 기력도 채우니 일거양득. 심지어 사방에 튀긴 피도 남김없이 빨아먹었다.
“이럴 거면 암살자를 선택할 걸 그랬나?”
일이 잘 풀리자 헛소리까지 할 여유가 있었다. 낫과 암살은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경비병들은 드레이크와의 전투 소리가 커지면 달려올 자들이다. 그러니 귀찮더라도 꼼꼼하게 처리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가니 거대한 문이 달린 족장실이 보였다.
“여기군.”
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자들을 단숨에 제거한 뒤에 잠시 물러서서 무언가를 꺼냈다.
▲드레이크 킬러
(소모품)
▷능력 :
5분 동안 드레이크에게 데미지 +135%
이것 역시 같은 연금술사에게 산 것이다. 소모품 주제에 2백만 원이 넘지만 사용해보니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소모품도 많이 가지고 다녀야겠네.’
포식이라는 훌륭한 인벤토리가 있는데 활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적절하게 아이템만 사용해도 지금보다 훨씬 쉽게 퀘스트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낫에 독 포션을 모두 묻힌 후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거대한 드레이크가 바닥에서 자는 것이 보였다.
◆드라칸
(보스)
(LV 1,050)
[크르르릉!]코 고는 소리 때문에 동굴이 울릴 지경이다. 밖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드레이크는 그러거나 말거나 숙면 중이었다.
역시 드래곤 아종 중에 가장 본능에 충실한 드레이크다웠다. 모습만 봐도 드래곤과 비슷했다.
송진우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드레이크에게 다가갔다. 그렇게 드레이크의 머리를 노리고 낫을 휘두르려는 때였다.
“웃기는 놈이군.”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빠르게 뭔가가 날아왔다
퍽!!!
“큭!!”
급히 낫을 휘둘러 그것을 쳐냈지만 강력한 힘 때문에 옆으로 밀려났다.
‘기척도 없었는데?’
놀랍게도 방 안에는 드레이크 말고도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 그는 드레이크나 수인이 아닌 사람이었다.
◆스토이
(보스)
(LV 1,150)
‘보스가 둘?! 이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드레이크만 잡으면 될 줄 알았더니 보스가 하나 더 있었다. 심지어는 드레이크보다 더 강한 적이다.
[크르릉!]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고 있던 드레이크도 일어나서 송진우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제는 레벨 1,000이 넘는 보스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도망이지만 그러면 이 작전은 완전히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나중에 다시 이 도시를 공격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할 수 없지. 분신 소환.”
송진우는 둘을 동시에 상대하기 위해 분신을 소환했다.
스스스스
둘로 나눠진 송진우를 보고 남자가 놀라는 사이 송진우가 말했다.
“드레이크를 맡아. 내가 이놈을 상대하지.”
본체가 분신보다 능력이 조금 더 높다. 그러니 송진우 본인이 레벨이 더 높은 자를 상대할 생각이었다.
쾅!! 쾅!!
[크르릉!]저쪽은 벌써 시작이었다. 말도 나눌 필요도 없다는 듯이 다짜고짜 전투를 시작했다.
하지만 스토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덤비지 않고 송진우를 유심히 살폈다.
“넌 뭐지? 수인은 아닌 거 같은데?”
“그러는 넌 뭐냐? 왜 드레이크를 돕는 거지?”
송진우의 말에 남자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내가 저 짐승을 돕는다고? 그게 아니라 저놈이 날 돕는 거지.”
어쩐지 힘은 강하지만 지능이 높은 드레이크치고 일을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이 남자가 뒤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자도 드래곤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다.
‘드래곤 본인인가? 아냐, 그러기에는 느껴지는 기세가 너무 약해.’
처음에는 인간의 형태로 변신한 드래곤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드래곤 아종은 더더욱 아니었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드래고니안도 리자드맨과 비슷한 모습이지 않은가.
그럼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
“설마 용아병인가?”
용아병은 다른 말로 스파토이. 드래곤의 이빨로 만드는 강력한 전사다.
드래곤의 뼈 중에서 가장 마력이 높은 이빨로 만들어서 일단 만들어지면 영웅급의 능력을 지닌다고 알려져 있다.
만드는 마법사에 따라서 그 능력도 천차만별로 달라지는데 당연히 드래곤 본인이 만든 용아병이 가장 강력하다.
“흠. 눈썰미가 대단하군.”
남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는 지니고 있는 창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송진우 쪽으로 창두를 돌렸다.
“궁금한 게 많지만 어차피 상관없겠지. 라우둠 님의 계획을 망치는 자는 그냥 두지 않겠다.”
‘라우둠?’
처음 듣는 이름에 눈썹을 찡그렸지만 스토이는 송진우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단숨에 다가와 창으로 찔렀다.
쾅!!!
낫을 휘둘러 막았는데 담긴 힘이 생각 이상이었다.
스토이도 그런 송진우를 보며 놀랍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냥 쥐새끼인 줄 알았는데 생각 이상이구나. 게다가 내 창과 부딪치고도 무기가 무사한 것 보니 이름 있는 무구겠지?”
용아병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무장을 갖추고 있다.
즉, 스토이가 가진 무기는 드래곤 본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리다.
하지만 송진우의 거대 낫은 티폰의 뼈로 만들어진 것. 설사 드래곤 본인이 온다고 해도 쉽게 부러트릴 수 없을 것이다.
‘무기를 바꾸지 않았으면 낭패를 봤겠네.’
예전 것이었다면 엑스칼리버와 부딪쳤을 때처럼 부러졌을 수도 있다. 그만큼 스토이의 공격은 매서웠다.
하지만 무기가 부러질 걱정이 없자 송진우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자만이 심하구나.”
송진우는 구극혈마보를 사용해서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마치 다 이긴 것처럼 굴던 스토이도 황급히 창을 들어 올렸다.
“흡!”
쾅!!!
이번에는 스토이가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역시 레벨은 스토이가 높지만 힘과 공격력만큼은 송진우가 한 수 위였다.
자신이 밀렸다는 것을 깨달은 스토이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이 자식이!”
“그래, 그 표정이지.”
특정한 이벤트로 잡은 적을 제외하면 스토이는 이제까지 싸운 적 중에서 가장 강한 적이다.
3차 승급 전이었다면 1,000레벨이 넘는 보스와 감히 무기를 견줄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진우는 모든 버프를 사용하고 구극혈공까지 극성으로 끌어올린 후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