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4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44화
244화
중앙 대륙 포탈이 있는 관문소에 간 송진우는 입구부터 곤욕을 치러야 했다.
“포식귀다!”
누군가가 소리치자 관문소에서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예전에도 스톰 브레이커로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무려 용병왕을 이긴 초특급 랭커다. 랭킹 100위 안에 드는 최상급 랭커는 국가에서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최상위 헌터들의 결투를 생생히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중앙 대륙에서 활동하는 헌터치고 그 동영상을 안 본 사람이 없었다.
그 때문에 관리소 안의 헌터들은 동경을 넘어 경외심을 갖고 송진우를 바라봤다.
“대단한 사람이잖아? 듣기로는 화경의 고수라던데.”
“화경이 뭐냐? 현경을 넘었대. 그리고 레벨도 900이 넘었고.”
“뒤에 여자들 봐. 미모가 장난 아니다. 역시 능력이 있으니까 미인들이 줄줄이 따르는구나.”
현재 송진우는 아이리스와 레이를 대동하고 있었다.
그들이 각인된 NPC일 줄은 생각 못 했기에 슈퍼 모델과 같이 온 것으로 착각했다.
[저도 밖으로 나올까요?]‘아니야. 됐어.’
주인을 더 돋보이게 만들고 싶은 그레이프의 의견은 단칼에 거절당했다.
관문소를 지키는 직원들도 귀빈 모시듯이 송진우를 대했다. 최대한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네, 포식귀 님. 그냥 들어가셔도 됩니다.”
송진우는 중앙 대륙에 들어가고 나서야 겨우 몸의 긴장을 풀 수 있었다.
“휴! 이 짓도 못 해 먹겠네.”
동영상이 풀리고 벌써 며칠째 동물원의 원숭이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중 몇몇은 수줍은 표정으로 사인까지 부탁했었다.
얼굴이 후끈거리는 며칠이었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영상이 퍼지면서 네크로폴리스에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영지 수입이 계속 최고점을 갱신했다.
“이래서 유명해지라는 거구나.”
사람들이 몰린 덕에 푸른 번개 엘프 마을도 활성화가 되었다.
호기심에 한번 구경 왔던 사람들이 잘 정비된 사냥터에 만족하고 또 이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덕분에 자금줄에 숨통이 트였다. 항상 적자였던 장부가 간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 * *
그리고 다시 며칠 후. 송진우는 한수정과 함께 정부에서 주관하는 파티에 참여하게 되었다.
각 헌터 길드의 장들이 모여 화합을 이루자는 취지의 파티였다.
물론 이제는 처음의 의도는 사라지고, 서로 간의 힘과 부를 과시하는 자리로 변질됐다.
의도가 어찌 되었든, 이 파티는 정상을 달리는 길드의 대표들이 모였다.
그중에는 기업가도 있고 거대 문파의 수장도 있으며 유명한 랭커와 정치인, 연예인도 있엇다.
이곳에서 많은 동맹과 협잡도 일어나니 한수정도 빠질 수 없는 자리였다. 그런 곳에 동행인으로 송진우를 택한 것이다.
우아한 드레스를 입은 한수정과 간만에 정장을 차려입은 송진우가 파티장에 나타나자, 검은 양복의 사내가 막아섰다.
파티를 주관하는 정부 요원이었다.
그는 인사도 없이 대뜸 손을 내밀며 말했다.
“초대장을 보여주십시오.”
“여기 있습니다.”
“한수정…… 대표님. 확인되었습니다. 동행은 누구시죠?”
그 말에 송진우가 대신 대답했다.
“포식귀다.”
컨셉을 잡고 일부러 오만하게 말했다.
여기서는 그 어떤 명함도 대수롭지 않지만 문지기는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
“……용병왕을 쓰러트린 포식귀 맞습니까?”
“그래.”
그러자 뜻밖에 남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저도 당신의 팬입니다.”
강한 힘을 추구하는 사람은 아름다운 여성보다 랭커들을 더 동경한다.
남자가 이런 반응까지 보일 줄 몰랐던 송진우는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갔다.
“인기 좋으시네요, 포식귀 님. 후훗!”
“수정 씨까지 놀리지 마세요.”
이미 파티장은 사람이 가득했다.
친목을 다지려는 사람들이 웃고 떠들기는 했지만, 일반적인 파티장에 비하면 조용한 편이었다.
한수정과 송진우가 파티장에 들어서니 둘의 정체를 알고자 하는 자들의 눈빛이 느껴졌다.
그중에 한수정을 아는 사람은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한수정 이사님.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정 대표님. 오랜만에 뵙네요.”
한수정 역시 평소에 인맥 관리를 착실히 했는지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대부분은 기업가들이었고 순수 헌터들과는 잘 알지 못했다.
한수정과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송진우를 궁금해 했다.
“저, 그런데 이분은 누구시죠?”
한수정과 같이 올 정도라면 엄청 유명한 자거나 아니면 미래를 약속한 사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 이분은 포식귀 님입니다. 제 길드를 도와주고 있는 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포식귀입니다.”
“아! 이분이 그분이군요.”
송진우를 데려온 이유가 바로 이런 반응을 기대해서다.
염강진을 이긴 강자가 길드에 소속해 있다는 것을 과시함으로써 길드의 건재함을 알리려 했다.
작전은 성공이었다.
포식귀가 한수정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엘리샤 길드의 주가가 급상승했다.
그중 한 젊은 남성이 한수정에게 다가가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쏠렸다.
“안녕하십니까?”
잘생긴 남자였는데 한수정은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한수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죄송한데, 누구시죠?”
“아, 죄송합니다. 제 소개를 안 했군요. 저는 데이 브레이커 길드의 길드장이자 세황그룹을 이끄는 신지후라고 합니다.”
남자의 정체를 안 한수정은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젊은 남자가 세계 최고의 기업인 세황그룹을 이끌고 있는 남자다.
더군다나 그는 세계를 구한 영웅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러니 그가 움직이자 많은 사람이 주목한 것이다.
신지후는 그런 그녀에게 찡끗 윙크하며 말했다.
“실은 여기 이 친구와 친분이 있어서요.”
신지후가 송진우를 가리키며 말하자 한수정은 또 한번 놀랐다.
“진, 아니 포식귀 님과요?”
“네, 전에 일이 있어서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떨떠름한 표정의 송진우에게 말했다.
“오랜만이네. 홍차는 잘 먹고 있어?”
“……어떻게 절 알아본 겁니까?”
지금 송진우는 검은 사신이 아닌 포식귀로 왔다. 얼굴도 영국에 있을 때와 전혀 다른데 신지후가 단번에 알아본 것이다.
검은 사신과 포식귀가 동일인이라는 걸 들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송진우에게는 엄청난 일인데 신지후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나도 여기 와서 알았어. 난 단순히 외모만이 아니라 안에 내재한 기질 같은 것으로 사람을 구분하거든. 오로라 같은 것이 보인다고나 할까? 너무 그런 표정하지 마. 비밀로 남겨둘 테니까.”
여전히 능글거리는 신지후를 보며 송진우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인기가 좋던데? 나도 그 영상 봤는데 영화 보는 줄 알았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신지후라면 자신보다 훨씬 수월하게 염강진을 쓰러트릴 수 있었을 거다.
그래서 놀리는 거라 생각했는데 신지후는 의외로 진지하게 말했다.
“농담이 아니야. 전에 봤을 때보다 많이 강해졌던데? 염강진은 나도 잘 알지. 초월자에 거의 근접했다고 평가되던 자야. 그런 초강자를 자네가 벌써 이길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그때 주신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그때 말했던 것처럼 자네 같은 루키가 빠르게 크는 건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
염강진을 쓰러트려도 여전히 루키 취급을 하는 신지후다.
그는 다시 장난스럽게 윙크하고 한수정에게 뭔가를 건넸다.
“이건 제 명함입니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해주세요. 저는 선약이 있어서 이만.”
신지후는 할 말만 하고 사라졌고, 한수정은 명함을 들고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이 거의 두 배는 커진 상태로 송진우에게 물었다.
“시, 신지후 대표와 아는 사이에요?”
“전에 잠시 이야기를 한 것이 전부입니다. 안다고 하기에도 민망합니다.”
한수정은 이 파티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인맥을 쌓으려 했지만, 신지후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다.
말투는 경박스러워 보였지만 지금 한영 그룹을 이끄는 자신의 아버지보다 훨씬 거물이다. 영향력을 따져도 이 나라의 대통령과 비슷할 정도.
그런 사람과 잠시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명함까지 받았다는 것은 의미가 컸다.
이미 신지후가 한수정에게 반갑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많은 사람이 봤다. 그건 송진우를 이곳에 데려온 것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그 증거로 이후에는 엉덩이가 무거운 거물들이 먼저 한수정에게 다가와 대화를 청했다.
신지후가 먼저 다가올 정도라면 뭔가가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다.
그러다가 만나기 싫은 사람도 만났다.
“오랜만이네.”
“오랜만이네요, 둘째 오라버니.”
화려한 복장의 여성을 옆에 끼고 나타난 사람은 한영그룹의 두 번째 후계자, 한윤성이었다.
천성이 게을러서 첫째와 셋째에게 자주 비교 당하던 자다.
그런 그가 구월문과 손잡고 가장 먼저 판을 크게 벌일 것으로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왜 그렇게 인상을 써? 오랜만에 만났는데 안 반가워?”
“반갑죠. 너무 반가워서 깨물어주고 싶네요.”
“하핫! 우리 막내 여동생, 유머도 많이 늘었네. 예전에는 찬바람만 쌩쌩 불더니.”
“오라버니라고 있는 사람들 덕분이죠.”
셋째가 가장 최악이지만 둘째도 어려서부터 자신을 많이 괴롭혔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냥 장난으로 툭툭 건드렸는데 그게 더 열 받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었다.
“좋은 동맹을 얻으셨다고 들었어요. 축하드려요.”
“아, 그거? 누구 덕분에 유리한 조건으로 동맹을 얻었지. 병력은 충분히 대줄 테니 도시 하나만 돌려달라고 사정을 하더군.”
역시 예상대로 구월문은 뺏겼던 천인 도시를 노리고 있었다.
도시에서 얻는 수익을 떠나서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함이다.
“아참!”
한윤성은 깜빡 잊었다는 듯이 손뼉을 치더니 옆에 서 있던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 정신 좀 봐. 잊고 있었네. 여기 이 아름다운 여성분이 이번에 구월문의 후계자로 떠오른 구염화라는 분이야.”
그 말에 한수정과 송진우는 동시에 고개를 돌려 여성을 쳐다봤다.
모델 애인을 데려온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녀가 바로 구염화였다.
소개받은 구염화는 요염한 몸짓으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엘리샤 길드 여러분. 저는 부족한 몸이지만 구월문의 대표로 온 구염화라고 해요.”
그녀가 구염화라는 것을 알자 그녀의 존재감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송진우가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그녀가 상당한 고수라는 뜻이다.
‘구의겸의 아래가 아니군.’
구염화가 구의겸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지만, 성별 때문에 후계자에서 밀려났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마주해보니 소문 이상이었다. 기세만으로는 구의겸은 물론이고 염강진보다 강한 듯했다.
상대의 역량을 파악한 건 비단 송진우만이 아니었다. 구염화도 송진우의 기세를 느끼고 있었다.
“그쪽이 포식귀 님이죠? 오라버니에게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드렸다는 말은 들었어요.”
“미안하게 되었군.”
“미안하다니요. 그 덕분에 제가 좋은 기회를 얻었는데요.”
그럼 말을 하며 미소 지었는데 향수 냄새와 함께 염기가 확 풍기는 것이 느껴졌다.
흡사 매혹 마법과 같은 마력이다.
더 놀라운 건, 다른 특별한 수단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송진우야 이런 거에 굴복할 리가 없지만 옆에 있던 한윤성은 벌써 해롱해롱 거렸다. 이미 눈에서는 하트가 뿅뿅 발사되고 있었다.
‘단단히 빠졌군.’
그러니까 이런 자리에도 데려온 거겠지.
이 자리는 한수정이 몇 주일 전부터 준비했을 정도로 중요한 파티다.
한 명밖에 데려올 수 없는 동행인을 외부인으로 정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행위였다.
구염화가 미인계를 써서 한윤성을 구워삶은 것 아닐까?
남은 후계자 후보 중에서 가장 만만한 사람이 바로 둘째, 한윤성이었으니까.
송진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여기에 온 이유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