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46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46화
246화
이미 결혼까지 한 두 NPC가 있다는 건 절대 알리지 않는 게 좋겠다.
동생에게 미움 받는 건 죽기보다 싫으니.
식구는 늘었지만 집이 워낙 넓고 화장실도 방마다 하나씩 있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
오히려 밥 먹을 때 떠들썩해서 좋았다.
송하나 복귀 파티를 겸해서 성대하게 저녁 식사를 열었다. 소고기와 생선회가 가득한 식단이었다.
다들 맛있게 먹으며(심지어 레이까지) 담소를 나누다가 노혜미가 송하나에게 물었다.
“이제 뭐 할 거야?”
“며칠간 휴가를 얻었어요. 그때까지는 푹 쉬려고요. 저녁에는 같이 사냥해요.”
“그럴까? 요즘 네 오빠는 매일 바쁘다고 얼굴 보기 힘드니까, 우리 둘이 다니자.”
“그래요?”
송하나가 아쉽다는 눈을 하니 송진우가 손을 저으며 급히 말했다.
“아냐. 지금은 괜찮으니까 오늘 저녁은 함께 다니자.”
“정말?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그런 거 아니라니까. 지금은 많이 한가해졌어.”
송진우의 말에 송하나는 빙그레 웃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건강한 모습으로 동생을 다시 봐서 좋지만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사실 한수정이 습격당하고 나서 송진우도 덜컥 겁이 났다. 자신의 집도 언제 습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물론 아직 사람들은 포식귀의 진정한 정체를 알지 못했다.
집도 마법진으로 보호하고 있고, 그레이프의 기능으로 추적하지 못하게 막아놨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송하나가 돌아왔으니 반가움보다 걱정이 더 클 수밖에.
가만히 있어도 불운한 운명에 휩싸이는 아이니, 염강진 같은 자가 또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었다.
‘뭔가 더 조치를 취해야겠어.’
그렇게 맛있게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이오시프가 갑자기 소리쳤다.
“어? 대박! 난리 났네요?”
이오시프가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호들갑을 떠니 모리유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넌 왜 밥 먹다가 난리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인도에 대형사고가 터졌어요.”
“뭐? 뭔 일이 생겼는데?”
“제가 말하는 것보다 TV를 켜 봐요. 아마 특별 뉴스가 나올 테니까요.”
“뭐?”
이오시프가 야단법석을 떠니 송진우도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TV를 켰다. 그런데 정말 이오시프 말처럼 대형 사고가 터졌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무다시 왕은 물론이고 그의 부인들까지 모두 살해당한 것으로 보이며…….]“쿠데타?”
놀랍게도 인도에서 반역이 일어난 것이다.
불길한 느낌이 든 송진우가 자세히 뉴스를 보니 역시나 반역을 일으킨 자의 이름이 낯익었다.
“악바르…….”
바벨탑에 주민들을 억지로 끌고 가서 건설 작업을 시켰던 자다.
‘너무 안일했나?’
쿠르누기아로 가는 포탈을 폐쇄하고 바벨탑의 열쇠를 얻어서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끝이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악바르가 반란을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무래도 바벨탑을 완공하고 무언가를 얻어 왕실을 공격할 힘을 얻은 듯했다.
그동안 큰 문제가 연달아 터져서 바빌로니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그사이에 이런 사고가 터진 것이다.
송진우에게는 뉴스를 보는 것보다 더 빠른 검색 수단이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거지? 인도가 작은 나라도 아니잖아.’
[분석한 정보에 따르면, 이누나키 장비를 가진 수천의 병력이 한꺼번에 왕궁을 점령했다고 합니다.]‘그게 가능한가? 수천 명이 각인한 아이템을 착용하려면 국가 예산 단위가 필요할 텐데?’
[바벨탑 완공 보상으로 엄청난 각인 포인트를 얻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보다는 다른 이벤트일 확률이 높습니다.]‘그렇겠지. 하여간 바벨탑이 완공되었다는 소리군.’
송진우가 소유한 열쇠는 바벨탑 가장 꼭대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니 바벨탑이 완공되기 전까지는 사용할 수도 없었다.
바벨탑이 완공되면 여유롭게 열쇠를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사태가 너무 급작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인도에서 큰 문제가 일어났다고 해도 송진우가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악바르의 잔혹한 심성을 생각하면 인도 국민들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원래 있던 왕도 개판이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바벨탑 건설에 자국의 국민들을 희생시켰지.
하지만 인도 정세가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을 오랜만에 발동한 미래 예지가 알려줬다.
지이잉!
시간이 멈추고 미래에 일어날 사건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그대로 놔둔다면 인도인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다.
송진우는 급히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
“미안, 오늘은 같이 못 할 것 같다.”
“오빠, 갑자기 어디가?”
“급한 일이 생겼어. 며칠은 바쁠 거 같아.”
* * *
송진우는 급히 중앙 대륙으로 이동했다.
생각 같아서는 오랜만에 보는 동생과 같이 있고 싶었지만, 사태가 심각했다.
빠르게 중앙 대륙으로 넘어간 송진우는 네크로폴리스 성으로 들어갔다.
악바르의 동생이자 왕녀인 바니슈를 만나기 위함이다.
“바니슈 님, 드릴 말이 있습니다.”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바니슈는 초점이 없는 눈동자로 송진우를 맞이했다.
“오랜만입니다, 송진우 님.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송진우는 지금 벌어지는 일을 바니슈에게 모두 전했다.
말을 들은 그녀는 충격을 받은 듯이 눈썹을 바르르 떨다가 크게 한숨 쉬며 말했다.
“오라버니가 야심이 많은 것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잔혹한 일이라며 다른 이들이 거절한 바벨탑 건설에 자원했고요.”
왕위 후계자 후보에서는 밑바닥이었지만, 왕실 후계자라는 이유로 부유하게 살 수 있었던 악바르다.
그런 그가 바벨탑 건설에 자원한 것은 공적을 쌓아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바벨탑에서 얻은 보상이 생각보다 훨씬 뛰어나자 욕심이 생긴 듯했다.
그래서 원래는 모두 왕실에 귀속되었어야 할 보상을 빼돌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반역까지 저지른 것이다.
“왕실의 중요한 행사에 맞춰서 급습한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왕족의 씨가 말랐습니다.”
아무리 악바르가 많은 힘을 얻었다고 해도 국가와 싸울 수는 없다.
하지만 신분제가 중요한 인도에서 남은 왕족이 하나밖에 없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악바르는 그동안 왕족들이 쥐고 꽉 잡고 있던 부와 권력을 선심 쓰듯이 신하들에게 나눠주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악바르를 반대하던 사람들도 슬그머니 그의 뒤에 섰다.
물론 여전히 악바르의 반역을 비난하며 옛 국왕에 충성하는 이도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인도에서 가장 뛰어난 장군도 포함되어 있었다.
랭킹 29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려둔 ‘사나운 코끼리’ 브라하드가 바로 그다.
용병왕 염강진이 42위라는 것을 생각할 때 브리하드의 강함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악바르 역시 브리하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불안정한 왕권으로는 그를 제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외부 세력을 끌어들였다. 그게 바로 노배 레스다.
결국 브리하드 장군은 암살당하고 노배 레스와 인도는 끈끈한 동맹이 된다. 그게 예지에서 보여준 그림이다.
‘막아야 해.’
하지만 브리하드 암살이 일어나는 시간은 내일이다. 당장 비행기를 타고 가면 겨우 시간을 맞출 수 있겠지만 인도의 모든 공항은 이미 막혔다.
그래서 바니슈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온 것이다.
“다시 인도에…… 가달라고요?”
“네, 지금은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중앙 대륙에 있는 포탈을 사용하면 현실에서 사용했던 포탈로 가게 된다. 그러니 바니슈가 포탈을 타면 자신이 들어왔던 인도로 가게 될 것이다.
그때 그레이프가 바니슈의 그림자에 동화하여 같이 인도로 간 후에 순간 이동 포탈을 열 계획이다.
플레이어가 아닌 펫으로 취급되는 그레이프라서 가능한 계획이다.
계획을 들은 바니슈는 망설이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그레이프가 포탈을 연 후에 바니슈 님은 바로 다시 중앙 대륙으로 돌아오시면 됩니다. 그럼 아무 위험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예행연습 같은 것을 할 여유도 없었다. 인도는 넓은 나라니 지금 바로 움직여야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바니슈는 바로 네크로폴리스에 있는 포탈을 타고 나갔다.
그런데 잠시 후 돌아온 것은 그레이프뿐이었다.
“왕녀님은?”
[바니슈 님은 그곳에 남겠다고 하셨습니다.]“뭐? 그게 무슨 소리야?”
[바니슈 님은 자신이 남아서 악바르를 설득하겠다고 하시며 병사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습니다.]“……이런.”
인도가 혼란하게 되었는데 자신만 편하게 지낼 수 없다는 바니슈의 선택이었다.
송진우는 그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브리하드 장군 문제를 해결하자. 포탈은 준비된 거지?”
[그렇습니다. 새 분신을 만들어 도시 밖으로 이동하게 했습니다. 지금쯤이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을 겁니다.]“좋아. 그럼 들어가자.”
그레이프는 바로 순간 이동 포탈을 만들었고 송진우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위잉
* * *
포탈을 나오니 확실히 공기마저 달랐다. 온도와 습도가 달랐고 공기에서 인도 요리 특유의 향도 맡아졌다.
“방향을 안내해.”
[알겠습니다.]지금 송진우가 있는 지역은 인도의 수도인 뉴델리이고, 브리하드 장군이 있는 곳은 콜카타라는 인도의 동쪽 끝에 있는 도시다.
약 1300km의 거리.
“일단 가자.”
다다다다!!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송진우가 부리나케 달려갔다.
* * *
한편, 콜카타에서 국경을 책임지는 변경백, 브리하드 장군은 들려오는 소문에 분개하고 있었다.
그는 ‘사나운 코끼리’라는 별호처럼 2m가 넘는 거구에 굵은 콧수염이 인상적인 남자다.
“악바르! 이 미련한 놈! 야심이 많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까지 벌이다니!”
수도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변경백이라는 지위는 웬만한 왕족 이상의 권력과 명예를 가진다.
실제로 인도에서 가장 강한 랭커이기도 한 브리하드는 국왕도 예의를 갖추는 강자였다.
“장군님, 어떻게 할까요?”
그의 부하들은 하루가 멀다고 전투가 벌어지는 국경에서 단련된 일당백의 전사들이다.
브리하드가 직접 이끄는 이 병력은 인도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군이다.
그들이 이번 쿠데타에 참여하게 되면 모든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노련한 브리하드는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우선 살아 있는 왕족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남은 왕족이 한 명도 없다면 전투에서 이겨도 악바르가 왕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해도 왕족이 한 명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면 왕위는 그에게 갈 것이다.
만약 다른 왕족이 없는 상태에서 악바르를 죽인다면 오히려 브리하드가 반란의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다.
명예를 중히 여기는 브리하드에게 그건 죽는 것보다 더 싫은 일이다.
“살아남은 왕족이 얼마나 되느냐?”
“행사에 참석했던 왕족은 모두 죽었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있는 왕족이 네 명 있습니다. 둘은 여행 중이고 다른 둘은 유학 중입니다.”
“그들을 안전하게 확보해야 해. 허튼짓하지 말고 안전한 곳에 숨어 있으라 일러라.”
“넷! 지금 연락하고 있습니다.”
그때 밖에서 그의 부하 중 한 명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장군님! 니슈카르 왕자님이 찾아와 몸을 의탁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니슈카르 왕자는 여행 중이던 왕족 중 한 명이었다.
“오! 어서 들어오시라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