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5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50화
250화
송진우는 중앙 대륙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네크로폴리스에서 바빌로니아까지 다시 횡단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송진우 혼자만이 아니었다.
요즘 거의 붙어 다니는 레이와 데이브레이커 길드원과 동행했다.
길드장인 신지후 대신 데이브레이커 길드를 이끄는 사내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은발에 매력적인 하얀 피부를 지닌 부길마, 지크였다.
“드디어 산맥을 빠져나왔군요, 검은, 아니 포식귀 님.”
신지후에게 노배 레스를 저지하기 위해 병력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자 흔쾌히 허락했다.
다만 한 가지 조건이 붙었는데, 그게 바로 지크에게도 송진우의 정체를 알리는 것이었다.
어차피 신지후에게 들켰으니 별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응했는데 대답이 압권이었다.
[그럴 줄 알고 미리 이야기해 놨지.]알고 보니 둘은 비밀이 없는 사이였다.
‘그럴 거면 묻지나 말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이만한 지원을 공짜로 받는 입장이니 말을 아꼈다.
데이브레이커 병력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다.
부길마인 지크는 전투력만 따지면 신지후보다 훨씬 뛰어난 강력한 마법 전사다.
따라온 병력도 천여 명이나 되었는데 느껴지는 기세가 대단했다.
‘과연 데이브레이커 길드.’
소문으로만 들었던 세계 최강 길드답다.
엘리샤 길드는 현재 정신없이 바쁘고 공허 교단 병력은 아직 너무 약해서 부득이하게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바빌로니아는 저쪽에 보입니다. 지금쯤 전투 중일 테니 서두르는 것이 좋겠네요.”
이번 작전은 현실과 중앙 대륙에서 동시에 일을 진행하는 양동 작전이었다.
현실에서 브리하드의 병력이 시선을 뺏고 중앙 대륙으로 통하는 포탈을 점령한다.
그사이에 송진우와 데이브레이커 병력이 바빌로니아를 치는 계획이었다.
“분명 아누나키 무장의 비밀은 이 바빌로니아에 있을 겁니다. 적들이 전투에 시선을 뺐긴 사이에 이곳을 점령하면 적들은 분명 힘을 잃을 겁니다.”
송진우의 말에 지크는 벌써 보이기 시작한 바벨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한 규모군요. 공사에 5년이나 걸린 이유는 이제야 알겠네요.”
공사가 전부가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메’라는 특수 포인트까지 얻어야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쳤으니 보상도 컸다.
가까이에 가자, 역시 거대한 규모의 성벽이 보였다.
현실에서의 전투를 위해 플레이어들은 모두 빠져나갔지만 NPC 병력도 아직 엄청나게 많았다.
무식하게 돌파하려 하면 제아무리 데이브레이커 길드의 정예라고 할지라도 큰 피해를 볼 것이다.
그때 송진우가 손에 낀 반지에 대고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준비 되었어. 그쪽은 어때?”
그러자 놀랍게도 반지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쪽도 모든 준비를 마쳤어요. 명령만 내리셔요.]그건 송진우의 두 번째 부인(?)인 에레슈키갈의 목소리였다.
그녀가 헤어질 때 특별한 반지를 줬는데 그것으로 에레슈키갈과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었다.
▲이터니티
(유니크)
▷능력 :
올 스탯 +100
반지를 낀 둘이 10m 안에 같이 있으면 모든 스탯 +50%
사랑의 메신저
조건만 맞으면 엄청난 장비가 된다. 일단 지금은 언제, 어디서나 연락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럼 시작해.”
말끝에 이상한 기호가 섞인 느낌이다. 하루에 최소 두세 번은 통화하지 않으면 삐지기도 한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예상했던 반응이 나타났다.
“괴물! 괴물이 나타났다!”
“바벨탑에서 괴물이 튀어나온다!”
에레슈키갈이 지배하는 쿠르누기아에서 사는 몬스터들이 닫힌 포탈을 뚫고 바빌로니아의 중심에서 나타난 것이다.
가끔 이벤트로 나타나는 몬스터 웨이브도 성벽 밖에서 일어난다.
아무 전조도 없이 몬스터들이 난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무우우우우우!!
바빌로니아의 전사들은 강하고 수도 많았으나 근접전에 취약한 사수들이 중심이다.
그런 그들 앞에 강력한 마수들이 뚝 떨어졌으니 고전을 면치 못할 수밖에 없었다.
바벨탑에서는 점점 더 많은 몬스터들이 나왔고, 결국 바빌로니아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지금입니다!”
성벽을 지키던 병사들도 안에 나타난 몬스터를 처리하기 위해 투입되자 송진우 일행이 능숙하게 성벽을 넘기 시작했다.
일단 사이킥 파워로 하늘을 나는 송진우가 성벽에 점령한 후 다른 사람이 무사히 오를 수 있게 망을 봤다.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모든 병력이 성벽을 올랐다.
여기서 일행이 다시 둘로 나누어졌다.
지크와 데이브레이커 길드는 영주실로 돌진해 중추석을 점령하고, 송진우는 바벨탑을 점령하기로 했다.
“무운을 빕니다, 포식귀 님.”
“지크 님도요.”
양동 작전에 다시 양동 작전이다.
송진우는 레이, 그레이프와 함께 바벨탑으로 갔다. 그런데 탑 앞에서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여봉!”
에레슈키갈이 마중 나와 있었다.
“몬스터들은 어쩌고 여기 있어?”
오랜만에 만났으면서 핀잔부터 준 것에 기분이 조금 상한 모양이다. 입술을 삐죽 내밀고 말했다.
“어차피 걔들은 내가 통제하는 게 아니네요. 그냥 길만 열어줘서 날뛰는 거지.”
“그래? 알았어. 그럼 지금은 시간 없으니 같이 이동하자.”
“네!”
어찌되었건 함께 있으니 좋은가 보다. 언제 삐졌냐는 듯이 웃으면서 탑을 올랐다.
그러다가 여전히 무표정으로 송진우 옆에 있는 레이를 보며 물었다.
“이 로봇은 뭐예요? 구형 같은데.”
역시 기계에 능한 아누나키답게 레이가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한눈에 파악했다.
레이는 열심히 달리면서도 뾰쪽하게 소리쳤다.
“구형이 아닙니다. 저는 마더가 창조한 최신형 모델입니다.”
“그래 봤자 지구의 기술이지.”
에레슈키갈이 유독 레이에게 쌀쌀맞게 반응하는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질투심 많은 그녀는 아무리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송진우 옆에 여자가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그 덕분에 그레이프만 신났다.
[크크크! 역시 주모님이 안목이 있으시네.]그레이프가 웃는 소리는 처음 듣는 것 같았다.
그레이프의 인공지능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지만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침입자다! 막아라!”
층층마다 탑을 지키는 병력이 있었다. 강한 적은 아니었지만 지형지물을 활용해 총을 난사했기에 상대하기 까다롭긴 했다.
다행히 일행 모두 적보다 훨씬 강해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서둘러!”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지금 같은 비상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일행은 열심히 계단을 올라야 했다.
원시적이지만 각력을 생각하면 나는 것보다 더 빨리 오를 수 있다.
현실로 따지면 30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 높이지만 일행은 순식간에 최고층까지 돌파했다.
바벨탑의 옥상은 상상한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창처럼 뾰쪽한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이 서 있었고, 그곳에서 신비한 푸른빛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기둥 사이에는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의자가 있었는데 그곳에는 뜻밖의 인물이 앉아 있었다.
“악바르?”
황금색 왕관에 황금색 갑옷, 붉게 타오르는 듯한 대검을 무릎에 올려 둔 그는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악바르는 전쟁이 한창인 현실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물론 위험한 전쟁터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곳으로 피신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장소가 너무 이상했다.
왕궁도 아닌 바벨탑 꼭대기에 올라올 이유가 뭘까?
송진우가 영문도 모른 채 눈만 끔뻑거리고 있는데 에레슈키갈이 놀랍다는 듯이 탄성을 질렀다.
“육체 치환 장치?”
그녀가 뭔가를 아는 듯하자 송진우가 물었다.
“이게 뭔지 알고 있어?”
“저희가 원래 살던 행성이 수명을 다하고 파괴된 것은 알고 있죠?”
“그래. 니바루라고 불리는 행성이라고 들었어.”
“우리 행성은 곧 파괴될 위기였어요. 그래서 그곳을 벗어날 방법을 생각해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행성 간 이동 장치였어요.”
“그럼 이게 그 행성 이동 어쩌고 하는 장치야?”
“네, 틀림없어요. 우주선으로는 수용할 인원에 한계가 있었죠. 그래서 분자 단위로 분해한 몸을 이동하는 방식을 연구했어요.”
“분자 단위로 몸을 쪼개서 이동한다고? 그게 가능한 방법이냐?”
“결과적으로는 실패했죠. 기계 장치는 성공했지만 사람의 몸은 다시 붙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한 것이 우리 몸과 비슷한 형태의 생명체에 정신만 이동하는 거였어요.”
“비슷한 형태의 생명이 인간이고?”
“그래서 우리가 인간을 창조한 거죠.”
이게 메소포타마아 신화, 정확히는 아누나키 버젼에서 아누나키가 인간을 만든 충격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두 가지 큰 문제가 있어 결국 이 방법은 폐지되었어요.”
“그 문제가 뭔데?”
“하나는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지 않으면 성공률이 10%도 안 된다는 거죠. 실패하면 당연히 둘 다 죽었죠.”
“만약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하면?”
“그러면 두 몸이 완벽하게 결합했지만 의식도 두 개가 공존하게 되죠. 게다가 필요한 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일 년에 많아 봤자 한두 명밖에는 사용하지 못해요. 그래서 아직 대부분은 냉동보관 되어 목성 주위를 떠돌고 있고 저 같은 몇 명만 우주선을 타고 이곳에 왔죠.”
“그럼 두 번째 단점은?”
“행성 간 이동이니 엄청나게 큰 안테나가 필요했어요.”
“얼마나 큰 안테나인데?”
“그러니까…….”
잠시 생각하던 에레슈키갈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적어도 이 탑 정도는 커야 해요.”
그녀의 말을 들은 송진우는 비로소 이 바벨탑의 용도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이 탑이 거대한 안테나라는 거네.”
행성 간 이동을 위한 안테나다. 자연스럽게 아누나키 병력들이 어떻게 갑자기 나타났는지도 알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과 오천 명이었던 것이 현재 세 배까지 늘어난 것도 이 탑을 계속 운영한 결과일 거다.
그 말은 다시 말하면 만 오천여 명에 성공 확률이 10%라는 것을 생각하면 약 15만 명이 희생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쳤군.”
자기 백성들을 무슨 강화 재료쯤으로 생각하는 놈이다. 이런 놈이 왕이 되면 나라가 어떻게 굴러갈지 눈에 보듯이 뻔하다.
“바니슈에게는 살려 놓는다고는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지.”
살려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전쟁에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수는 없다.
일단 두들겨 패서 끌고 갈 생각이었다.
그때 죽은 듯이 앉아 있던 악바르가 눈을 떴다.
번쩍!
그런데 눈을 뜬 악바르는 저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하고 있었다.
전에도 왕족 특유의 고고하고 오만한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와는 범접할 수도 없는 오로라가 느껴졌다.
마치 정말 천상에서 내려온 신의 사자를 영접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눈동자 색도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더러운 잡종이 내 잠을 깨우는군.”
말투도 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완전히 다른 사람을 보는 느낌이다.
그런데 갑자기 에레슈키갈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서, 설마. 길가메시?”
“응? 무슨 소리야?”
“악바르, 저자가 아누나키와 결합했습니다. 길가메시는 냉동수면에 들어간 자 중에 가장 강력해요.”
현실에 나타난 병력처럼 악바르가 아누나키와 결합하여 힘과 장비를 얻은 것이다.
다른 이들처럼 10% 확률에 기댄 것이 아니다. 그는 이제까지 모은 모든 에너지를 활용하여 안전하게 결합했다.
이곳의 언어로 하면 플레이어와 NPC가 결합한 셈이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악바르, 아니 길가메시의 능력창을 확인한 송진우의 눈이 커졌다.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