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5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59화
259화
공수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조금 전까지 수세에 몰리고 있는 것은 공허 교단이었지만 지금은 역으로 아마테라스 교가 의심받고 있었다.
흐름이 변하자 아까 그 노인이 침을 튀겨가며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놈! 어찌 너희가 한 짓을 우리에게 넘기려 한단 말인가? 이 사특한 놈들! 하늘이 두렵지도 않단 말이냐?!”
그 헛소리는 송진우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개소리! 아까 너희가 한 일을 잊었냐? 너희는 말도 안 되는 물약 병을 가지고 우리를 모함했잖아.”
“너희 같은 사교가 이 도시에 와서 할 일이 그런 것밖에 또 있느냐! 감히 아마테라스 님을 모시는 우리를 의심하는 거냐?”
“우리라도 다를 것 같으냐? 우리는…….”
실컷 비난하려던 송진우는 잠시 멈칫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공허 교에서 믿는 신은 나였지.’
아무리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고 해도 노인처럼 ‘나를 믿는 공허 교단을 감히 의심하느냐?!’라고 말하진 못했다.
“큼! 큼! 어쨌든! 우리도 이 전염병과는 아무 상관없다!”
두 진영 간에 골이 깊어져서 당장 전투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다.
초강자인 송진우가 있어 전투가 일어나면 이길 자신은 있다.
하지만 아직 공허 교단은 이곳에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한 상태다.
반면 이 도시에는 아마테라스 교단에 뼛속까지 신앙심이 깊은 신도들이 즐비하다.
이런 상황에서 분쟁이 생기면 교단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
이런 때에 다시 아이리스가 나섰다.
“제가 이 죽간을 처음에 발견하고도 밝히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아마테라스 교의 문양이 너무 적나라하게 찍혀 있다는 것이 수상했죠. 지금 신녀님께서 들고 온 약병을 보고는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리스는 주변을 쭉 둘러보고는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누군가가 두 교단 사이를 이간질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우리 두 교단이 싸워서 공멸하기를 바라는 제삼 세력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 말에 다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네. 꼭 두 세력 중의 하나가 했다고 의심할 필요는 없잖아.”
“질병을 일부러 퍼트리는 자라면 두 세력을 음해하는 일을 꾸며도 이상하지 않지.”
다시 여론은 바꿔서 두 교단을 옹호하고 있었다.
주민들 입장에서도 전통적으로 이 도시를 수호하던 아마테라스 교와 최근 열심히 구호활동을 하는 공허 교단을 도시에서 내쳐서 좋을 건 없기 때문이다.
사태가 돌아가는 방향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신녀는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사실 오늘 이곳에서 눈엣가시 같던 공허 교단을 완전히 쫓아낼 생각이었는데 일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이대로 밀어붙이다가는 오히려 역공도 맞을 수 있는 상황.
‘어쩔 수 없지.’
이번이 때가 아님을 직시한 유키노 신녀는 한발 물러서기로 했다.
“아직 저희는 공허 교단에 대한 의심을 모두 거두지는 않았지만 제삼자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겠지요.”
유키노 신녀는 여전히 선천적인 오라를 뿜으며 온화하게 웃는, 그래서 더 재수 없는 아이리스를 힐끗 보고.
“오늘은 물러나겠습니다.”
짧은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시, 신녀님!”
우르르 물러서는 신녀와 무사들을 보고 당황하던 노인은 다시 볼을 부르르 떨며 송진우와 아이리스에게 경고했다.
“이 후안무치한 놈들! 나중에 두고 보자!”
아마테라스 신도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남은 주민들은 아이리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성녀님. 저희가 괜한 의심을 했습니다.”
“아닙니다. 충분히 의심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리스가 온화한 미소로 자신들의 잘못도 감싸주자 사람들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연신 절을 하다가 돌아갔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에야 공허 교 사람들만 남을 수 있었다.
“휴~ 정신없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이나 힘 빠지는 시간이었다.
때마침 아이리스가 적절히 대처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정말 모든 죄를 뒤집어쓸 뻔했다.
“수고했어, 아이리스.”
“아닙니다, 구원자님. 이런 일이 있는지 미처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송진우는 요 며칠간 정신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이곳 시노비 도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받지 못했다.
애초에 교단의 일은 아이리스에게 위임했으니 아이리스는 책임이 없었다.
다만 완전히 끝난 줄 알았던 전염병이 새로운 형태의 문제로 다가왔으니 해결해야 했다.
“전염병은 저들이 꾸민 짓이겠지?”
송진우는 아마테라스 신전이 있는 곳을 보며 말했다.
아까는 제삼 세력이 있다고 둘러댔지만 정황상 명확하다.
전염병이 채 돌기도 전에 치료법을 찾았으며 그것을 빌미로 많은 돈을 요구했다.
하지만 공허 교단이 나서 전염병을 무료로 치료하자, 수입이 끊겼고 그 화풀이를 위해 온 것이다.
“그때 죽은 우리 사제들이 몇 명이라고?”
“모두 스무 명의 자매들이 공허로 돌아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구했지만 애꿎은 사제들이 희생되어야 했다.
질병을 파악하기 위해 누구보다 더 질병과 가까이 있었던 이들이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거다.
플레이어가 근처에 있었다면 반드시 살렸겠지만 그동안 큰 사건이 연속으로 터졌을 시기라서 그럴 수 없었다.
비록 각인도 안 된 NPC에 불과하지만 이 세계의 본질을 생각하면 진짜 생명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냥 포기하지는 않겠지?”
“그렇습니다. 저들은 계속 우리를 쫓아낼 궁리만 하고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빌미를 내세워 쫓아내려 할 겁니다.”
그나마 다신교를 인정하는 일본 신앙이라서 이 정도다.
판타지 대륙의 유일신 교단은 다른 교를 믿는다고 하면 심한 경우 화형에 처한다.
그러니 공허 교단의 선교 활동은 배타성이 적은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선교 활동을 했는데도 이 모양이다.
“그러면 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선수 쳐야겠네. 전염병에 관한 비밀을 낱낱이 까발려 주지.”
다른 종교를 밀어내면서 이뤄지는 공격적인 선교 활동은 원치 않았는데 이런 경우라면 어쩔 수 없다.
“저 죽간을 강 상류에서 발견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구원자님.”
“그러면 거기서부터 조사하면 될까?”
“이미 그곳은 저희가 샅샅이 수색했습니다. 그래도 구원자님이라면 다른 흔적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알겠어. 그럼 디멘션 월드에 접속한 시간에는 이 사건에 집중하자.”
원래 무림 대륙에 집중하려 했지만 혈교의 등장으로 여러 방면으로 애로사항이 많아졌다.
송진우 입장에서는 무당이 더 힘을 내서 혈교를 완전히 뿌리 뽑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이 끝날 때쯤 그쪽도 끝나면 좋겠지만…….’
아무리 무당이라지만 혈교는 무림 전체가 달라붙었어도 명맥이 끊이지 않는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다.
그렇게 쉽게 사건이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았다.
“일단 이곳에 집중하자.”
잘하면 오히려 아마테라스 교단을 이 도시에서 쫓아낼 좋은 기회다. 그렇게 되면 이 넓은 도시를 공허 교단이 독점할 수 있을 거다.
“확실한 물증만 찾으면 가능하겠지. 부디 남아 있어야 할 텐데.”
골똘히 생각하던 송진우는 그레이프에게 물었다.
“물속이라도 증거를 찾을 수 있어?”
[냄새로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발자국 같은 흔적으로도 증거를 모을 수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가능성은 희박합니다.]레이한테 물어봐도 역시 같은 의견이었다.
막부 지역은 전자 장비가 없는 지역이라 두 기계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니 CCTV를 검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 지금으로서는 이게 유일한 단서네.”
송진우는 저주가 담긴 죽간을 보며 말했다.
“저주를 해석하면 이게 어떤 경로로 그곳에 묻혔는지도 알 수 있겠지.”
* * *
그 후로 며칠이 더 지났다.
송진우는 디멘션 월드에 접속하면 시노비 마을로 와서 사건을 조사하고 혹시 모를 아마테라스 교의 공격에 대비했다.
저주의 흔적을 쫓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조금 알아보니 이 죽간에 있는 저주만으로는 그만한 전염병을 만들어낼 수 없었다.
저주와 독이 복합적으로 반응해야 일어날 수 있었다.
“설마 그건가?”
저번에 신녀가 흔들었던 약병이 생각났다.
거기 담겼던 보라색 약은 그냥 이쪽을 모함하기 위한 것인 줄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거짓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진짜 제삼 세력이 있는 건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았다.
일단 이 전염병이 자연 발생한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렇다면 어쨌든 이 저주를 따라가면 뭔가가 나올 것이다.
그러다 유명한 주술사를 수소문해 찾아가 물어보니 뜻밖의 말을 했다.
“재앙신이군.”
“재앙신이요?”
“본래 토지신이었던 영험한 생물이 사람에 의해 해를 입으면 재앙신으로 돌변하지. 죽었더라도 끔찍한 저주가 나와 사람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하는 거야.”
주술사의 말에 송진우는 헷갈리기 시작했다.
‘난데없이 토지신이라니, 정말 아마테라스 교와는 관계가 없는 건가?’
하지만 주술사의 말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건 조금 달라. 토지신의 힘에 특이한 신력이 섞여 있군.”
“신력이요?”
“그래 끔찍할 정도로 강한 힘이야. 이 정도 크기의 힘이면 사람들이 수없이 죽었겠는데?”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치료하던 사제들은 피해를 입었지만 일반 주민에서는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럼 누군가가 이 힘을 조절한 거야. 이 정도 섬세하게 신력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엄청난 힘을 가진 음양사나 신녀밖에는 없지.”
“그렇군요.”
주술사의 말을 들어보니 다시 혐의는 아마테라스 교단 쪽으로 기울었다.
다른 교단이 이 일에 끼어들었을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희박해 보였다.
이제는 재앙신이 된 토지신을 찾아야 할 차례 다행히 주술사가 길을 알려줬다.
“서쪽 숲에서 재앙신이 날뛴다는 소문이 있었지. 아마 그것이 아닌가 싶네.”
며칠간의 수색이 처음으로 진전을 보인 순간이다.
송진우는 더는 미루지 않고 바로 가기로 했다.
* * *
《이쿠시마 숲》
주술사가 알려준 숲은 시노비 도시에서 서쪽으로 한참을 가야 도착하는 큰 숲이었다.
막부 지역의 숲에는 보통 일본 설화에서 나오는 영물이나 요괴가 나온다.
이 이쿠시마 숲은 요괴보다는 주로 영물이 몬스터로 나오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서 다른 사냥터보다는 밝은 분위기로 몬스터도 귀엽게 생긴 편이다.
“그래야 하는데…… 무슨 일이지?”
도착한 이쿠시마 숲은 인터넷에 있는 정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울창했던 초목이 시들어서 만지기만 하면 부서질 것처럼 보였고, 영물이었을 몬스터는 눈에서 광기가 흐르는 요물이 되었다.
“분명 그 재앙신과 관계가 있을 거야.”
토지신이 재앙신이 되면서 그것의 영역도 이렇게 바뀐 것이다.
그 영향으로 본래 300대의 사냥터가 500레벨까지 치솟았다.
물론 그건 송진우 일행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리 꺼져!”
송진우가 휘두른 낫에 다가오던 요물들이 한꺼번에 베여 바닥에 굴렀다.
아이리스와 그레이프, 레이도 뒤에서 보조하자 요물들은 채 다가오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여기까지는 쉽네.”
이미 1,000레벨이 넘는 보스 몬스터도 혼자 잡는 송진우다.
이 정도 난이도면 재앙신이 나타난다고 해도 큰일은 아닐 것이다.
오염의 중심을 찾아 들어가자 아니나 다를까, 흉측한 몰골의 재앙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타타리가미
(보스)
(LV 600)
그건 거대한 멧돼지였다.
누구한테 당했는지 배가 쩍 갈라져 있었는데 거기서 빠져나온 내장이 살아 있는 뱀처럼 멧돼지의 주변을 돌고 있었다.
꿈에 나올까 무서운 몰골이지만 여기에는 저 정도 비주얼에 겁먹는 이는 없었다.
“빨리 끝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