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80화
280화
송진우 정도면 별 피해가 없겠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백소정의 몸으로는 버틸 수 없었다.
우지직!
역시나 백소정의 팔다리에 피가 뿜어져 나왔다. 강렬한 요압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붕괴한 것이다.
이미 백소정의 육신은 한계에 달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태풍과 같은 요기에 휩쓸려 날아갔을 것이다.
끔찍한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백소정은 신음 한번 지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피부가 걸레처럼 찢어지고 뼈가 하얗게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백소정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모습에 송진우는 공격을 포기하고 대신 그녀 앞에 뛰어들었다. 날뛰는 요기를 대신 막기 위함이다.
송진우는 안으로는 끓어 넘치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겉으로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요기와 맞서 싸웠다.
그러면서도 백소정까지 보호하고 있으니 진짜 죽을 노릇이었다.
어쨌든 백소정은 도움을 받아 허선의 근처까지 올 수 있었다.
“상공, 제가 왔습니다.”
이제 백소정도 힘이 다했는지 무릎 꿇고 앉아 머리를 바닥에 대며 말했다.
그녀의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방어막을 통해 느껴지는 기운이 조금이 잦아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꺼져가던 허선의 안광이 다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소정…….]스스스스!
미라 같은 허선의 사체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는 듯이 살이 붙기 시작했다.
결국 완벽하게 복원된 허선은 극히 평범한 남성의 모습이었다. 그는 소정에게 다가가 그녀를 껴안았다.
[소정, 이제야 당신을 찾았소. 부디 나를 용서하시오.]“상공.”
아내를 구하기 위해 요괴까지 되었지만 그조차도 이루지 못한 남자, 허선.
그의 바람은 생의 끝자락에 와서야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벌써 얼마 남지 않았다.
붕괴하는 허선도, 큰 상처를 입은 백소정도, 더는 삶을 이어 나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송진우도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다.
“미안합니다. 이게 제 최선이었습니다.”
송진우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포식이의 능력을 생각하면 설사 레벨 1,000이 넘는 초월적 존재가 온다고 해도 이보다 더 잘해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여전히 자책했다.
‘신성력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하지만 그건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걱정이 되었다.
《운명찬탈자의 힘이 발동됩니다.》
오랜만에 작동하는 칭호의 효과다.
주어진 운명을 역전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힘.
이것이라면 퀘스트의 선택지에 없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쩌어억!
포식이가 입을 크게 벌렸다.
먹기만 하는 포식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평소와는 반대로 공허 에너지를 허선과 백소정에게 전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화아아!!
공허의 에너지가 촉매작용을 한 것인지 스러져 가던 둘의 몸에서 갑자기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력한 에너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화등선? 요선이 되는 건가?”
마침내 만나게 된 둘은 속세에 대한 모든 미련을 내려놨다.
무욕의 경지에 이른 둘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신선이 될 자격을 얻었다.
물론 공허의 힘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둘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쏟아지더니 점점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등선의 시작이다.
[상공.] [소정.]둘은 등선하는 순간에도 서로를 꼭 껴안고 있었다. 얼굴에는 고통의 흔적은 보이지 않고 오직 편안한 미소만이 가득했다.
“비로소 해피엔딩인가?”
송진우의 얼굴에도 어느새 기분 좋은 미소가 자리 잡았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화등선하였으니 더 이상의 이별이나 고통은 없을 것이다.
정해진 퀘스트가 아니니 보상도 정해지지 않았다.
원래 둘이 죽으면서 떨어트려야 할 아이템이 나오지 않았으니 기분은 좋아도 송진우가 얻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기우였다.
신선이 돼서 육신을 벗어 던질 때, 이제까지 쌓아놨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그중에는 평생을 수행하며 얻었던 내공이나 도력도 있었다.
그것을 포식이가 흡수했다.
쫘아아악!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포식이는 둘이 남긴 기운을 남김없이 빨아들였다.
《보너스 스탯 1,000을 얻었습니다.》
《디멘션 특성을 얻었습니다.》
▲백소정의 영안
▷모든 환상을 꿰뚫어 본다.
▲허선의 사랑
▷아군의 생명력을 10% 상승시킨다.
뜻밖의 디멘션 특성을 두 개나 획득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허공에서 붉은색과 푸른색의 기운이 뭉치더니 이내 태극 형상 보석이 되었다.
▲ 사랑꾼 (귀걸이)
(에픽)
▷능력 :
체력 +200
매력 +500
생명력 +15%
마법 저항 +55
모든 회복률 +100%
매력 스탯의 5%만큼 올 스탯 증가
자신에 대한 호감도가 애정인 캐릭터 하나당 올 스탯 +10%
“엄청 좋네.”
무려 에픽 등급이니 따질 필요도 없어 바로 장착했다.
그리고 나서야 주변을 둘러보니 아직 레이가 정신을 못 차리고 비틀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 괜찮아?”
송진우가 걱정스럽게 물어봤지만, 고장 난 듯이 삐걱거리면서 제대로 대답하지도 못했다.
그레이프가 그림자에서 나와서 살펴보다니 혀를 차며 말했다.
[잠시 회로가 과열되었습니다. 재부팅 중이니 곧 정신을 차릴 겁니다.]“재부팅이라고? 그럼 전체 시스템을 껐다가 다시 켜는 건가?”
[컴퓨터와는 조금 다릅니다. 일부 회로만 차단한 후에 에러를 수정하는 작업입니다.]“어쨌든 괜찮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일단 제가 접속해서 움직이는 것만은 이상 없게 하겠습니다.”
그레이프가 검은 촉수를 레이에게 뻗으니 문제없이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표정은 멍한 모습 그대로였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네.]백사족의 종족을 계속 이어 나가는 방법은 이미 알아냈었지만, 생각했던 대로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허선의 정수를 얻어 완벽한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 백사족과 동맹까지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뜻밖의 인물들을 만났다.
“드래고니안?”
앞서 백사족 마을에 왔었던 드래고니안 3명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육체를 끌고 나와 송진우 앞에 섰다.
“역시. 우리 말고 다른 이가 있었군.”
송진우는 그레이프에게 손짓을 해서 뒤로 물리고는 홀로 앞으로 나섰다.
3명 모두 강력한 기운을 뿜고 있었는데 특히 가운데에 선 드래고니안은 지금의 송진우도 쉽게 생각할 상대가 아니었다.
‘스토이의 아래가 아니군.’
송진우의 행동을 보고 그쪽에서도 대표로 한 명만 나왔다. 일단 대화로 풀자는 의도가 다분한 행동이었다.
“나는 라우둠 님을 모시는 드래고니안의 전사, 쟈류자라고 하오. 강한 전사여. 그대는 누구인가?”
전사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목소리다.
보통 저런 자가 적이라면 골치 아파진다.
“나는 포식귀다.”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쟈류자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진우가 그를 인정하는 만큼 그도 송진우를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대도 백사족 여왕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알고 있소.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니 협력하는 것이 어떻겠소?”
“뭐?”
송진우가 이 고생을 하는 이유도 그들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에 있다.
그런데 뜬금없이 협력이라니?
송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웃기는군.”
“뭐?”
“난 그 라우둠이라는 드래곤이 뭔 짓을 하려는지 다 알고 있다.”
미쳐버린 드래곤, 라우둠.
그것의 목적은 다른 종족을 노예로 만들고 그 힘을 바탕으로 세계를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다.
송진우가 적의를 드러내자 뒤에 있던 드래고니안도 합세하려 했는데 뜻밖에도 쟈류자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러고는 차분한 어투로 말했다.
“그런가? 당신은 라우둠 님을 이미 알고 있었군.”
“아는 것만이 아니지. 전에 리자드맨들이 수인 마을을 참혹하게 유린하는 것도 봤거든.”
“수인 마을? 혹시 쥬번지 마을을 말하는 건가?”
“잘 알고 있군.”
“그렇군. 안 그래도 스토이가 패퇴했다는 말을 듣고 의아했었지. 그의 강력함은 드래고니안들 사이에서도 유명했으니. 그대만 한 전사라면 능히 가능한 일이었겠지.”
송진우는 낫을 들고 주변을 둘러봤다. 예전에는 스토이에게도 고전했었지만, 더 강해진 지금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이 강력한 3명의 드래고니안과 싸워도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분신까지 사용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공격하려는데 쟈류자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나와 겨룹시다.”
“뭐?”
삼 대 일로 싸우려고 마음먹었는데 그가 먼저 일대일을 제안한 것이다.
“날 이기면 좋은 정보를 주겠소.”
“정보라고? 무슨 정보.”
“라우둠 님에 대한 중요한 정보요. 그대는 아직 라우둠 님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없는 것 같으니.”
송진우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제안이다.
정보가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대일로 이기고 다시 이 대 일로 싸우는 게 처음부터 전부와 싸우는 것보다 훨씬 나을 테니.
“좋다.”
송진우가 낫을 쥐니 쟈류자도 거대한 전투 양날 도끼를 들고 앞으로 나섰다.
약속했던 대로 다른 드래고니안들은 앞으로 나서지 않았다.
“셋이 같이 덤벼도 괜찮은데?”
“괜찮소. 그대의 힘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도 있으니.”
“파악?”
도대체 뭔 꿍꿍이인지 모르겠다.
일단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생각에서 대결을 수락했지만, 뭔가 말려드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럼 시작하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둘이 움직였다.
쾅!!!
구경하던 드래고니안들도 뒤로 주춤 물러설 정도의 충돌이었다.
덩치는 쟈류자가 송진우보다 두 배 이상 컸는데도 힘은 비슷했다.
그리고 기술과 속도는 송진우가 훨씬 뛰어났다.
‘전에 만났던 탈툴라 정도인가?’
종합적인 평가는 300~400대의 랭커와 비슷하다.
탈툴라보다는 조금 더 강하고 스토이보다는 조금 약한 정도.
꽤 강하지만 지금의 송진우를 상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미다.
‘숨겨둔 뭔가가 있겠지.’
송진우는 방심하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였다.
자류자의 도끼술은 범상치 않았다.
무거운 도끼와 강인한 힘을 사용해서 상대를 압박하고 끝내 무너지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만약 둘의 힘 차이가 조금만 더 났다면 송진우도 꽤 고전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술과 속도에서 송진우가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보니 승부가 점점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쟈류자에게 스토이처럼 숨겨둔 한 수가 있다면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
그런데 갑자기 쟈류자가 뒤로 훌쩍 뛰면서 말했다.
“내가 졌소. 그대가 나보다 더 강한 전사임을 인정하겠소.”
“뭐?”
이제 겨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려고 하는데 쟈루자가 너무 싱겁게 패배를 인정했다.
송진우가 인상을 팍 쓰고 있으니 쟈류자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은 아직 라우둠 님에 대해 잘 모르고 있소.”
“당연히 모르지. 그래도 그들이 쥬번지 마을에 했던 끔찍한 짓은 잘 알고 있어.”
“물론 그건 사실이오. 부인하지 않겠소. 하지만 당신이 모르는 것은 현재 라우둠 님의 상태요.”
“상태? 지금 휴면기에 들어섰다는 것은 들었다.”
“물론 그렇소.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다른 거요.”
그리고 쟈류자는 송진우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라우둠 님의 정신은 무너졌소. 정확히는 두 가지 인성으로 갈라졌지. 하나는 이 세계를 멸망하고자 하는 의지로, 다른 하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자아요. 우리가 모시는 라우둠 님은 후자 쪽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