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82화
282화
이례적인 일이었다.
본래 회장이라도 해도 후계자 다툼에는 끼어들지 않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외부 사정으로 인하여 경쟁이 자꾸 뒤로 미뤄지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회장님께서 아예 경쟁자를 정해 주셨습니다. 우리는 일단 둘째하고만 싸우면 됩니다.”
후계자 경쟁이 토너먼트 형식이 된 것이다.
첫째와 셋째가 겨루고 둘째와 한수정이 겨루게 되었다.
“이건 우리에게 대단히 유리한 조건입니다. 문제는 둘째도 그렇게 생각할 거라는 점이죠.”
한수정의 세력으로는 첫째와 셋째와 싸우기는 무리다.
그나마 둘째와는 비슷한데 구월문의 합세로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구월문을 생각해봐도 둘째가 가장 만만하긴 하다.
둘째도 다른 이들이 아닌 한수정과 먼저 싸우게 된 것을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만 할 일은 아닙니다. 만약 먼저 전쟁에서 승리하면 다른 쪽에 견제할 수도 있습니다.”
그 말에 송진우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그럼 먼저 승리한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전쟁을 너무 길게 끌지 말라는 회장님의 뜻이겠죠.”
그렇다고 무턱대고 싸움을 걸면 손해만 볼 거다. 세력이 가장 약한 엘리샤 길드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니 저쪽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끝내는 것이 베스트다.
김홍택 실장의 브리핑은 계속 이어졌다.
“둘째, 한윤성은 본래 세력 기반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였지만 구월문의 합류로 달라졌죠.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가 열세에 놓인 것이 사실이죠.”
그 말에 마왕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래도 가장 만만한 상대이기도 하지. 저번에 봤던 그 얼간이가 상대라면 세력이 아무리 커도 해볼 만할 거야.”
아무리 길드원들이 뛰어나도 리더가 바보면 조직이 어떻게 망가질 수 있는지 마왕은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구월문의 그 여자야. 한윤성을 선택한 이유가 치맛자락에 넣고 휘두르기 위한 일이라는 건 그 바보 말고는 다 알고 있겠지.”
송진우가 없는 사이에 다른 인원들도 한윤성과 구염화를 만나봤었다.
한윤성은 생각보다 멍청했고, 구염화는 생각보다 더 뛰어났다.
한진영이 답답하다는 듯이 기지개를 쭉 켜며 말했다.
“결국 우리도 동맹을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잖아. 지금 이 시국에 믿을 만한 동맹이 있을까?”
한진영의 말에 이루라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다가 잘못하면 트로이의 목마를 스스로 불러오는 꼴이 될 거야.”
결국 회의의 결론은 저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믿을 수 없고 NPC 도시와 동맹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는 소리다.
한 가지 위안이라면 인피니티 길드는 셋째의 병력으로 확정되어 용병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둘째의 병력은 양은 많지만, 송진우와 마왕 정도로 절대 강자는 없다. 그 이점을 잘 살리면 의외로 할 만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회의의 마무리는 역시 한수정으로 끝났다.
“이제 총력전입니다. 디멘션 월드, 중앙 대륙, 현실 모두에서 언제 어떻게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주세요.”
* * *
회의를 끝내고 포탈 관문소에서 나와 집으로 향할 때였다.
아이리스는 중앙 대륙에서 포교 활동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곁에 레아만 있는 상태다.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가려는 순간 그레이프가 말을 걸었다.
[우리를 감시하는 눈을 포착했습니다.]“몇 명이지?”
[20m 거리에 7명, 100m 거리에 셋, 500m 이상 거리에도 5명이 있습니다. 차를 타고 움직이는 자들만 50명이 넘습니다.]“많이도 왔군.”
누군가가 자신을 감시한다는 말에도 송진우는 태연했다. 이런 일은 이제 일상이었다.
포식귀는 최상위 랭커지만 누구도 그의 진실한 모습을 알지 못했다.
그 때문에 기자, 팬, 스토커 등이 거의 매일 송진우의 정체나 주거지를 알아내려 별의별 짓을 다 했다.
가장 흔한 방법이 포탈 관문소에서 미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대기하는 자들은 그런 단순한 자가 아니었다.
[통신을 분석한 결과 저들은 한윤성 길드와 구월문의 병사입니다.]“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군.”
저쪽 진영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송진우다. 저들이 이렇게 나설 것이란 건 예상한 바였다.
사는 집이나 가족 등을 알아내면 암습이나 포섭이 가능하고 최소한 약점을 잡을 수도 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송진우는 잠시 고민한 후에 대답했다.
“처음은 경고 정도로 하지. 어차피 저들을 모두 죽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니.”
[그럼 주인님을 나약하다고 우습게볼 수 있습니다.]“저들의 평가에 연연할 정도로 약하지 않아. 더 이상은.”
송진우의 능력이라면 저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저들은 고작 정찰대일 뿐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자도 없으니 죽인다고 해서 전황이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 잔인하다는 평판만 늘어날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들의 위치를 미니맵으로 띄워 보여드리겠습니다.]“알겠어. 레이, 30분만 돌아보다 집으로 와.”
“알겠습니다.”
송진우는 운전대를 레이에게 맡기고 시속 80km로 달리는 차에서 밖으로 나왔다.
감시하는 이들이 눈에 불을 밝히고 보고 있었으나, 아무도 송진우가 빠져나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여기는 거미. 포식귀가 북동쪽으로 움직인다.] [곧 다리를 건너니 빠짐없이 확인해라.]송진우를 감시하는 자들은 이런 일을 한두 번 하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신속하고도 빈틈없이 일을 처리했다.
미니맵을 통해 이들을 둘러보던 송진우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엄청 꼼꼼하군.’
감시망을 3단계로 나눠서 마치 촘촘한 그물망처럼 상대가 시야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레이프의 도움이 없었다면 절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개개인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감시에 특화한 최첨단 기계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이들은 그레이프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이 사용하는 전파는 모두 그레이프가 빠짐없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다리 밑을 지나간다. 다들 눈 크게 뜨고 지켜보도록.]저들은 송진우의 모든 행동을 감시한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들의 통화 내용은 하나도 빠짐없이 송진우의 귀에 전달되었다.
‘일단 가까운 곳부터.’
섬멸이 목적이거나 힘의 차이가 크지 않았더라면 멀리서 대기하던 자부터 공격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송진우는 그런 전략조차 필요하지 않았다.
사이킥 파워와 구극혈마보를 활용하면 아무에게 들키지 않고도 빠르게 이 도시를 활보할 수 있었다.
적들은 송진우가 바로 뒤를 점유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절정의 고수가 있었어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한 놈씩.’
낫이나 혈마장을 사용할 필요도 없이 그냥 손날로 적의 뒤통수를 쳐서 쓰러트렸다.
퍽!
차량과 건물 사이를 순식간에 뛰어다니니 미니맵에 표시된 적들의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었다.
저들이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반 이상의 숫자가 쓰러진 뒤였다.
[도베르만! 응답하라! 왜 갑자기 통신이 꺼진 거지? 거미! 살모사! 이런 젠장!] [아군이 공격당했다. 목표를 확인하라!] [차에서는…… 으악! 탕! 탕!] [늑대 팀! 응답하라! 늑대!]팀을 총지휘하는 자는 작전 지역에서 무려 5km 떨어진 이동하는 차에 있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무인으로 응급상황에서도 결정이 빨랐다.
“이번 작전은 실패다. 모두 후퇴한다. 반복하겠다. 모두 작전은 실패했다.”
공격만큼이나 후퇴에도 능숙한 자들이다.
미리 퇴로까지 확보해 놓았고, 이런 일이 있을 때를 대비해 시뮬레이션도 완벽했다. 가지고 있는 중장비를 생각해도 순식간에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달랐다.
지정된 위치까지 후퇴했지만 연락하기로 한 대원들에게서 전혀 소식이 없었다.
불길한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다.
“설마? 아니야. 아무리 포식귀라도 이렇게 빠른 시기에는…….”
그때였다. 수십 억을 들여 만든 강화 차의 지붕이 장난감처럼 찢어졌다.
콰지직!
잘려 나간 지붕 위로 섬뜩할 정도의 새빨간 해골 가면을 쓴 자가 나타났다.
“……포식귀.”
분명 독 안에 든 쥐라고 여겼던 타깃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수없이 많은 작전을 펼쳤지만, 단언컨대 총지휘관인 자신의 앞까지 타깃이 온 것은 처음이다.
“제길!”
남자는 급히 품속에서 권총을 찾다가 곧 소용없는 일인 걸 알고 포기했다.
100위 안의 랭커는 각인된 권총으로도 어찌 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남자는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할 줄은 상상도 못 했군. 아니, 강한 것만이 아니야. 어떻게 우릴 찾았지?”
“사방에서 더러운 냄새가 진동했거든.”
“……우리 대원들을 모두 죽인 건가?”
“아니. 모두 살아 있어. 꼬리를 자른다고 도마뱀 머리가 죽지 않잖아.”
“친절하군.”
“하지만 이번만이다.”
송진우는 그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린 후에 달리는 차에서 던져 버렸다.
쾅!!!
날아간 남자의 몸은 콘크리트 바닥을 튕긴 후에 데굴데굴 굴러 건물 벽에 처박혔다.
“커억!”
일반인이었다면 몸이 걸레가 되었겠지만 그 역시 강력한 헌터다, 고작 팔 한쪽만 골절되는 것으로 그쳤다.
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다시 송진우가 그의 목을 잡고 들어 올렸다.
“컥!”
“너희 같은 놈들이 내 잠을 깨우는 것을 원치 않아. 그러니 그 불여시에게 말을 전해라. 한 번만 더 너희 같은 날파리를 보내면 그랜드 하얏트 호텔로 내가 찾아갈 거라고.”
송진우의 말에 남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은 현재 구월문의 병력이 한국에 들어와 체류하는 곳이다.
현실에서 전투가 일어날 때 지원하기 위함이다. 당연히 극비로 들어와야 했다. 그 때문에 일부러 비행기도 안 타고 배로 들어왔다.
그런 최고급 정보를 포식귀가 알고 있는 것이다.
남자가 머리를 굴리기 전에 송진우의 팔이 휘둘러졌다.
콰직!!!
낫이 아닌 손날로 내리쳤는데 남자의 팔이 날아갔다.
“크악!!”
졸지에 한쪽 팔을 잃은 남자는 피가 솟구치는 어깨를 잡고,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 그의 목에 어느새 꺼내진 거대 낫이 드리워졌다.
꿀꺽!
남자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천둥처럼 크게 들렸다.
송진우가 손가락만 까닥하고 움직여도 그의 목은 꼬치가 될 것이다.
“네 말대로 내가 친절하고 자상해서 너희를 살려둔다고 착각하지 마. 이제까지 내 낫에 목이 날아간 놈은 열 트럭이 넘으니까.”
남자는 송진우의 눈에 넘실거리는 살기를 감지하고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이제 꺼져.”
송진우의 말에 남자는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뒤로 도망쳤다. 자신들이 머무는 곳이 들킨 이상 포식귀의 거주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그레이프가 입을 열었다.
[차라리 선제공격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말했지만 저들은 죽여도 전황에 아무 영향이 없어. 그리고 여론도 중요해. 현실에서 치르는 전투는 최후의 수단이야.”
현실에서 전면전이 일어나면 양측에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 뻔했다. 그러면 어느 쪽이 승리해도 다음이 없을 것이다.
“일단 확실히 경고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않겠지. 그래도 대비는 해야겠어.”
집을 전자 기기와 마법진으로 무장하고 은폐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가장 걱정스러운 것이 동생인 송하나다. 그녀는 심지어 헌터도 아니었다.
“하나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지?”
“하나가 우리 길드에 소속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겠지?”
[그런 정보는 인터넷을 다 뒤져도 나타나지 않습니다.]“좋아. 하나에게 해가 가는 일이 절대 없도록 정보를 관리해줘.”
[알겠습니다.]* * *
요즘 송하나는 중학교 친구 두 명과 함께 디멘션 월드를 플레이했다.
모두 여자들이고 헌터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기에 레벨과 보상을 집착하기보다는 재미있고, 신비한 이벤트를 보며 노는 걸 목표로 했다.
오늘도 동방 대륙에 있는 고급 객잔에서 맛있는 것을 먹고 소화할 겸 도시 주변을 돌아다녔다.
이 근처에 나오는 몬스터는 다람쥐 요괴와 토끼 요괴다. 레벨도 낮고 선제공격도 하지 않으니 산책 코스로는 안성맞춤이다.
“이번 콘서트는 어땠어? 거기 레드 울프 멤버들도 나왔다며? 혹시 봤어?”
“응. 인사는 했어.”
“진짜? 실물은 어때? 잘생겼어?”
“응. 연예인이니까 당연히 잘생겼지. 근데 TV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말랐어. 다리가 나보다 더 얇은 거 같던데?”
“진짜? 하긴. 화면에서도 말랐는데 실물은 오죽할까?”
“혹시 남자 연예인 중에서 작업 거는 사람은 없어?”
“아하하.”
송하나가 어색하게 웃자 친구 둘은 호들갑 떨며 말했다.
“어머! 진짜 있나 보네?!”
“누구? 유명한 사람들이야?”
“유명한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고.”
“헐! 몇 명이나 있다는 거야?”
여고생답게 수다는 끊이지 않았다.
친구들이 집요하게 물어봤기 때문에 송하나도 만났던 남자 연예인들을 상세하게 묘사해야 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남자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는 도인들이나 입는 도복을 입고 있는 남자였는데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