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83화
283화
그는 숲길을 산책하는 세 명을 보고는 황급히 다가와 이상한 이야기를 했다.
“너희 어느 나라 사람이야?”
“네? 그게 갑자기 무슨…….”
“빨리 말해! 너희 어느 나라 사람이야?”
“하, 한국 사람이에요.”
“그게 정말이냐? 거짓말하는 거 아니고?”
“진짜예요. 얘 몰라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송하나. 요즘 제일 유명한데?”
남자는 송하나의 얼굴을 유심히 보다가 급하게 뭔가를 꺼내서 그녀에게 건넸다.
“이걸 받아.”
송하나는 얼떨결에 그가 주는 물건을 받았다. 그건 작고 예쁘게 생긴 방울이었다.
▲천부령
(???)
아무 설명도 없는 특이한 아이템이었다.
송하나는 이제까지 이런 물건을 본 적이 없었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송하나에게 남자가 급히 말했다.
“명심해! 그 물건을 절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넘기면 안 된다. 그러니…….”
말을 하던 남자는 뭔가를 느꼈는지 먼 거리를 보더니 이를 악물었다.
“제길! 벌써 여기까지!”
저 멀리서 기분 나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송하나와 친구들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그보다 더 심각하게 반응했다.
“천부령을 부탁하마.”
그렇게 말한 남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다른 곳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자 바람도 달라진 것이 느껴졌다.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송하나와 친구들은 멍하니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가장 먼저 정신 차린 친구가 송하나에게 물었다.
“그게 뭐야?”
“천부령이라는 아이템인데, 설명은 아무것도 없어.”
송하나가 방울을 넘겨주자 친구들은 그것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말했다.
“이 방울. 소리가 안 나는데?”
“어? 그러네.”
모습은 영락없는 방울이었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소리는 나지 않았다.
“장비 템도 아니고 소모템도 아닌데. 그럼 퀘스트 템인가?”
“그런가? 그러면 아까 그 사람은 플레이어가 아니라 NPC였나 보다.”
“그러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최하급 난이도 던전에서 저런 상처를 입을 리 없잖아?”
“정말 돌발 퀘스트였나?”
송하나는 다시 방울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이걸 어쩌지?”
“너한테 준 거니까 일단 가지고 다녀. 걸어 다니다 보면 무슨 퀘스트가 일어날지도 모르잖아.”
“그러게. 쉬운 퀘스트면 우리가 해결해도 재미있겠다. 나는 이제까지 돌발 퀘스트라는 것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나도! 나도!”
이것이 말로만 듣던 돌발 퀘스트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자, 소녀들은 활짝 웃으며 기대감에 부풀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하나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방울에서 느꼈다.
방울을 흔들 때마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어쩐지 심장이 세차게 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기분 탓이겠지.’
송하나는 가볍게 생각하고 그것을 품에 넣었다. 혹시 아까 그 사람이 돌아오면 돌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끝내 오지 않았고, 가슴 뛰는 퀘스트도 일어나지 않았다.
결국 방울은 송하나가 계속 가지고 있는 것으로 결정됐다.
* * *
현재 공허 교단의 병력은 엘리샤 길드의 주요 도시로 돌린 상태다.
다행히 송진우가 점유한 도시 근처에는 플레이어가 차지한 도시가 없어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치안의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일반 이벤트나 NPC가 말썽을 부린다면 쉽게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벌어지는 수작은 그보다 훨씬 은밀하고 조직적이었다.
[며칠 새, 주민들의 만족도가 비정상적으로 떨어졌습니다. 플레이어가 끼어든 것으로 여겨집니다.]“가지가지 하는군. 이 역시 한윤성 쪽의 짓이겠지?”
[속단할 수는 없습니다. 원래도 이 도시를 노리는 자들은 많았습니다. 치안의 공백이 생겼으니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던 이들이 행동으로 옮긴 것일 수도 있습니다.]“하긴, 그것도 그렇군. 수작질이 일어나는 곳이 어느 도시까지지?”
[네크로폴리스와 푸른 번개 도시입니다.]쥬번지는 지저 세계에 있고, 바빌론은 분지 지역에 고립되어 있다. 그러니 현재 드러난 도시는 이 두 곳밖에 없었다.
“내가 주인인 것을 알고도 이런 치졸한 짓을 벌였단 말이지. 현재 가용 가능한 병력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싸우면 이길 정도는 되지만, 지금은 그보다 적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럴 인원이 없습니다.]“결국 내가 직접 움직여야겠네. 저들이 노리는 것은?”
[민심을 낮춰 반란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우리가 이제까지 유지한 민심이 높습니다. 그보다는 일시에 밀어붙여 중추석을 차지할 계획이 우려됩니다.]“경비병을 매수한다는 건가?”
[그것도 한 방법입니다. 실제로 도시에 거주하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15% 이상 늘었습니다. 분명 비정상적인 일입니다.]“그럼 쥬번지에서 병사를 좀 끌어오면 안 될까?”
[이미 그러고 있는 중입니다. 바빌론도 마찬가지입니다.]“하아~ 그렇다고 했지. 그럼 내가 뭘 해야 하지?”
[도시 찬탈 퀘스트를 발동하기 위해서는 도시 내에서 세력을 키우고 특정한 퀘스트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것을 찾아내 없앤다면 지금의 경비병으로도 쉽게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그레이프가 말한 대로 도시 찬탈 퀘스트가 일어나게 된다면 도시 경비병에게 주어지는 막대한 버프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도시는 풍전등화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 전에 막아내야 한다.
“알겠어. 수상한 놈들을 잡아내면 된다는 거지?”
[쉽게 말하면 그렇습니다.]“지금부터 비상 체제 발동하고 24시간 순찰을 돌리도록 해. 놈들은 내가 직접 잡아내겠다.”
[알겠습니다.]송진우 혼자라면 후계자간에 전면전이 일어난다고 해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수사는 검은 사신 활동으로 익숙해졌다.
“이런 건 내 전문이지. 레이, 너는 일단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어. 혹시 수상한 움직임이 발견되면 바로 연락하고.”
“알겠습니다.”
송진우는 즉시 도시를 순찰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거대성이 된 네크로폴리스라서 둘러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도시에 생성된 뒷골목부터 수사하기로 했다.
깨끗한 도시를 만들려 노력했음에도 이 정도로 큰 도시에 빈민 지역과 뒷골목이 생기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뒷골목 지역에 들어가니 반쯤 벌거벗은 여성들과 홍등가가 먼저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경비병들도 보이지 않았다.
송진우는 평소대로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장하고 돌아다녔다.
“내 도시에서 잠입 수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네.”
의외로 뒷골목에 플레이어도 많이 보였다.
처음에는 의심하는 눈초리로 봤지만, 그들의 눈에는 저질스런 탐욕만이 가득했다.
“홍등가 손님들이네.”
플레이어 중에는 홍등가 투어를 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놈들도 있다.
도시별로 분위기와 아가씨도 달라 그 후기로 방송까지 하는 놈들도 있다고 하는데… 송진우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이었다.
도시에서 빈민촌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 않다.
사실은 도시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그러니 형성된 뒷골목도 생각보다 훨씬 넓다.
말만 빈민촌이지 이곳에도 시장은 잘 형성되어 있었고, 아이들이 뛰놀 정도로 치안도 나쁘지 않았다.
집과 건물들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걸 제외하면 다른 곳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안에 깊숙이 들어가니 분위기가 전혀 달라졌다.
술집이나 아가씨들이 일하는 가게는 보이지 않고, 대신 험상궂은 얼굴의 남자들이 길거리에 심상치 않게 보였다.
그들은 무심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송진우를 경계하며 관찰하는 것이 느껴졌다.
간섭하고 있지는 않아도 어떤 이들이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었다.
딱히 위험한 정도는 아니라서 처리하지 않은 것뿐이다.
‘이들은 원래 있었던 놈들이지.’
[그렇습니다. 뒷골목이 형성되고 초창기부터 자리를 잡았던 이들입니다.]‘이런 놈들이 얼마나 있지?’
[이탈리아인들이 만든 것까지 총 세 조직으로 나눠서 있습니다.]‘이들은 서로 싸우지 않아? 영역 다툼 같은 거 말이야.’
[처음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구역을 정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있습니다.]‘어쨌든 이들이라면 이 뒷골목 사정이 빠삭하겠네. 예상했던 대로 문제가 생긴 것 같고.’
송진우를 보는 저들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도 섞여 있었다. 세 조직 간의 균형이 잘 유지되고 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저들의 대장을 만나야겠어.’
[어느 조직을 방문할까요?]‘추천하는 곳이 있어?’
[스페츠나츠는 러시아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범죄 조직입니다. 브라질 조직은 거대 길드의 산하 조직입니다. 그들은 추천하지 않습니다.]‘나머지 하나는? 그들은 헌터가 아니라는 소리야?’
[헌터지만 일반적인 자들과는 다릅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생활한다고? 그러니까 현실로 나가지 않고, 이곳에서만 산다는 의미야?’
[그렇습니다.]아무리 도시 안이지만 중앙 대륙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다.
송진우도 잠은 집에서 자는데 하물며 치안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뒷골목에서 생활하는 자들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도망자들인가?’
이곳 뒷골목 삼 분의 일을 점령했을 정도면 돈이 없을 리가 없다.
그런 자들이 현실에 나가지 않는 건 누군가를 피해 숨은 경우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하여간 잘됐네. 그러면 더 절실하겠지.’
다른 이들에게는 이곳이 돈줄이지만 그들에게는 삶의 터전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도시에 변고가 일어나는 것을 극히 경계할 터.
‘그들이 누구라고?’
[데드 아이즈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조직입니다.]‘본거지는?’
[거기까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그럼 그들의 활동지를 알려줘.’
[미니맵으로 띄우겠습니다.]미니맵에 나타난 그들의 활동반경은 뒷골목의 반 정도였다. 이들이 가장 세력이 크다는 뜻이다.
‘국제적인 범죄 조직과 거대 헌터 길드보다 많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네. 실력은 나쁘지 않다는 뜻이겠지?’
[그렇습니다. 실제로 초반에 일어난 지역 분쟁에서 가장 뛰어난 전투를 보여 줬습니다.]그레이프가 알려준 곳으로 가니 역시나 눈에 띄는 자들이 보였다.
‘오크?’
데드 아이즈라는 조직원들은 모두 오크 종족이었다.
오크족은 종족 특성이 나쁘지는 않지만, 외모가 녹색 돼지처럼 변해서 플레이어들에게 인기가 없는 종족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이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눈으로 봐서는 쉽게 알아볼 수 없는 종족을 선택했네. 정말 도망자들일 수 있겠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소란을 피우기는 싫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겠지.’
송진우는 성큼성큼 걸어가 역시 경계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그들 앞에 섰다.
“넌 뭐야? 여긴 데드 아이즈의 것이다. 당장 꺼지지 않으면 목을 잘라 버릴 거다.”
이들이 내뿜는 살기는 거짓이 아니었다.
하긴, 이 정도 규모를 차지한 조직이 사람 한 명 죽이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래도 이번에는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퍽!!
송진우는 대화보다 우선 주먹부터 뻗었다.
주먹에 맞은 자가 우당탕탕 쓰러지자 설마 하고 지켜보던 이들이 크게 놀라며 무기를 쥐고 나섰다.
하지만 송진우는 여전히 태연한 기색으로 말했다.
“너희 대장을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