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84화
284화
이곳은 중앙 대륙이니 죽일 생각은 없다. 그래도 정보를 얻기 위해서 초주검으로 만들 생각이었으나…….
‘이자들, 생각보다 강하네.’
물론 뒷골목 건달들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들도 어찌 되었든 강력한 헌터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 정도에서 한참 벗어났다.
‘깊이 있는 검술이군. 합격도 뛰어나고.’
무림인들의 합격진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수가 하나를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송진우의 실력을 몸으로 느끼고 있으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체계적인 검술 게다가 강인한 투지까지……. 뒷골목에 있을 만한 자들이 아니군.’
퍽! 퍽퍽!
“커억!”
평가와는 다르게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쪽은 역시 송진우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송진우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는 저들이 송진우를 둘러싸자 사용하지 않으려던 혈마장까지 사용해야 했다.
파지직!!
“끄어억!”
혈마장은 혈도를 파괴하는 마공이기에 단순히 정신력으로 버텨낼 수 있는 무공이 아니다. 뼈와 장기가 불에 타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할지언정 결코 등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보며 송진우는 목덜미를 긁적였다.
‘난감하네.’
원래 계획은 고통에 굴복한 이에게 정보를 얻어내거나 도망친 자를 쫓는 거였다.
하지만 아무도 도망치지 않았고, 누구도 쉽게 입을 열 것 같지 않았다.
그 증거로 송진우가 발로 밟아 팔을 부러뜨렸음에도…….
“끄으윽!”
이가 부서지도록 입을 세게 다물 뿐,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소리를 듣고 올 동료를 걱정하는 건가?”
송진우는 더 직접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혈마장을 사용해 벌겋게 달아오른 손을 리더로 보이는 자의 목에 대며 말했다.
“두목이 있는 곳이 어디지?”
3~4cm만 움직여도 목에 바람구멍이 생길 참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렸는데도 남자는 눈을 부릅뜰 뿐 두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죽여라.”
주변을 둘러봤는데 쓰러진 이들 모두 이자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을 깨달은 송진우는 놀라움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했다.
“설마 너희 광신도들이냐?”
검은 사신 활동을 하며 많은 조직을 상대했지만, 맹세코 이런 이들은 처음이었다.
평소 의리라는 단어를 숨 쉬듯이 말하는 조직 놈들도, 정작 위험이 닥치면 동료를 팔아먹을 생각부터 했다.
결국 그들이 말하는 의리는 높은 자리에 있는 놈들이 자신의 자리를 공교히 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끔찍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환장하겠군.”
힘으로는 이들을 굴복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다른 조직을 공격해도 됩니다.]‘아니. 나는 이놈들이 마음에 들었어.’
무슨 사정으로 중앙 대륙에서 생활하는지는 모르지만, 이토록 강직한 이들이라면 필시 나쁜 놈들이 아닐 것이다.
‘진짜 광신도만 아니면 말이지.’
송진우는 손을 거두고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손이 지나간 자리에는 매끈한 피부 대신 새빨간 해골 가면이 생겨났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남자가 눈썹을 꿈틀거리며 말했다.
“포… 식귀?”
“그래. 내가 바로 포식귀다.”
이 도시의 주인이자 최상위 랭커인 포식귀. 이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당해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여전히 굴복하지 않겠다는 눈빛이다.
“귀한 양반이 이 누추한 곳에는 어찌 오셨소?”
“내 영지에서 누군가가 장난치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말이지.”
그 말에 남자는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입술을 오므렸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알고 있군. 말해.”
“……우리는 아니오.”
“그래 그러니까 말하라는 거지. 아니면 이곳이 쑥대밭이 될 수도 있으니.”
이 도시에서 내전이라도 일어나면 뒷골목도 무사할 리 없다.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남자는 끝까지 주저했다.
그 의미를 깨달은 송진우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설마, 나도 감당할 수 없는 상대라는 건가? 난 포식귀다. 이 도시의 주인이기도 하고.”
“물론 그건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이번에 상대할 놈들은…… 당신도 상대할 수 없소.”
“뭐? 도대체 누가 개입한 거지?”
“그건…….”
이런 상황에서도 남자는 끝까지 주저했다. 눈앞의 사신보다 더 무서운 뭔가가 있다는 뜻이다.
사태가 보통 일이 아님을 직감한 송진우가 다그쳤다.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라. 지금이라도 병사를 불러서 너희 지역을 모조리 불태울 수 있어. 이야기는 다른 놈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거든.”
“그건…… 어려울 거요. 놈들의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은 우리뿐이거든.”
“뭐?”
그때였다.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와 말을 꺼냈다.
“그 말은 사실입니다.”
뒤를 돌아보니 오크들이 단체로 서 있었다.
송진우도 그들이 다가오는 기척을 알고 있었지만, 무슨 수작을 부릴지 보려고 일부러 내색하지는 않고 있었다.
“네가 이들의 두목인가?”
“네, 그렇습니다.”
오크족이지만 덩치는 작았다.
‘아직 어린가 보군.’
오크의 형상이라 처음에 못 알아봤지만, 지금 보니 아직 소년이다.
그런 그가 일행의 대표라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파를 살폈지만 특별히 강한 자가 아니다. 오히려 그를 호위하는 다른 자들에게서 무시무시한 기색이 느껴졌다.
‘다섯이 절정, 둘이 초절정이군.’
초절정의 고수는 강자가 즐비하다는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이가 이 작은 무리에 둘이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정체가 뭐지?”
이런 무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중앙 대륙에서 도피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쉽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역시 그는 호락호락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 텐데요.”
“……그렇군. 지금은 더 중요한 것이 있었지.”
송진우의 말에 남자는 절도 있는 태로도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런 곳에서 할 이야기가 아닙니다. 허락하신다면 안으로 모시겠습니다.”
뒷골목 조직의 소굴로 들어가는 것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어떤 함정이나 독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허락했다.
“알겠다.”
“감사합니다.”
* * *
그렇게 들어간 곳은 협소하지만, 고풍스러운 인테리어가 된 방이었다.
그 소년은 송진우를 상석에 앉히고 자신은 작은 의자에 앉았다.
평소라면 초절정 고수들의 엄중한 호의를 받았지만, 지금은 널찍이 떨어진 상태다.
어차피 송진우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들과 인사말을 건넬 필요는 없었기에 바로 본론을 꺼냈다.
“설명하라.”
“알겠습니다, 포식귀 님. 일단 저는 메디치 가문의 이끄는 레오라고 합니다.”
“메디치 가문? 굉장한 명문가 아닌가?”
“예전에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보시다시피 이렇게 몰락한 상태입니다.”
“……설마 이 인원이 메디치 가문의 전부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메디치 가문이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은 놀라 까무러칠 일이다.
송진우가 최근 보았던 뉴스에서도 그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가문이었다.
뭔가 굉장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 지방을 호령하던 가문이 이렇게 초라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궁금증보다 먼저 해소할 게 있었다.
“좋아. 그럼 네 부하한테 들은 이야기는 뭐지?”
“어디까지 들으셨습니까?”
“내가 절대 승산이 없다는 말까지. 입이 무거운 자더군.”
“그렇군요.”
레오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도시는 특수 교단 도시죠?”
“응? 그래 맞아. 내가 히든 퀘스트로 얻어내서 일부러 그렇게 받아냈지.”
네크로폴리스는 히든 도시인 쿠트라호나에 가서 블루 핸즈가 포함한 100 대 1 경쟁을 뚫고 얻어낸 도시다.
이 도시의 특수 효과 때문에 신성력이 거의 1.5배 늘고, 포교 활동도 쉽게 되었다.
“즉, 이 도시는 종교 단체에게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물이라는 소리입니다. 전 대륙을 뒤져도 5개가 넘지 않는 희귀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이 뭔데?”
“룩스 교단에서 이 도시를 탐내고 있습니다.”
“……뭐?”
핵전쟁이 가져온 대재앙 이후, 기존의 종교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들이 말하는 신이 있었다면 그런 재앙은 없었을 거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인류와 종교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였을까? 문명이 재건됨에 따라 다시 종교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기 시작했다.
현재 대부분의 종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몇 개는 아직 남아 성세를 누리고 있는 것들도 있다.
룩스 교단도 그중 하나다.
“이탈리아에서 수백만의 교도가 있는 종교지? 디멘션 월드와 중앙 대륙에서도 세를 확장한다고 들었어.”
“그렇습니다. 룩스 교단은 종교 주제에 이곳에서의 확장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죠. 그런데 며칠 전에 이곳에서 룩스 교단의 추기경을 우연히 봤습니다.”
“추기경이라……. 우연히 들렀을 확률은 없나?”
“저는 그를 잘 알고 있습니다. 욕심이 많은 자나 이유 없이 움직일 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조금 움직인 결과 그들이 이 도시를 노린다는 정보를 알아냈습니다.”
“도시의 병력이 줄어든 틈을 노리는 건가?”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그들의 힘과 지금까지의 행적을 바탕으로 생각하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은 수십만이 넘는 병력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맞서 싸우기는 힘들 겁니다.”
“하지만 포탈을 타고 마을에 들어올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 있어. 아무리 신도나 병력이 많아도 마을에 들어올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야.”
마을에 머무는 플레이어의 수가 일정 이상이 되면 포탈이 닫히게 된다. 도시가 너무 많은 인원을 수용하지 않게 할 장치인 셈이다.
그러니 도시를 탐낸 자들 수천 명이 갑자기 포탈로 이동해 오는 일은 불가능하다.
“물론 그렇습니다. 마을에 머물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 있죠.”
“……그게 무슨 뜻이지?”
“포탈로 올 수 없으면 걸어서 오면 되지 않습니까?”
레오의 말에 송진우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설마, 다른 도시에서 이곳으로 병력을 진군한다는 말이야?”
“그렇습니다. 이미 계획은 그렇게 짜여 있습니다.”
“네가 보기에 우리 도시를 병력으로 밀어붙여서 차지하려면 얼마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성이 견고하니 정복 퀘스트가 발동해도 최소 2천. 아니면 최소 1만은 필요하겠죠.”
“이곳에서 포탈이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는 150km도 넘게 떨어져 있어. 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지형도 험하고 몬스터도 엄청나게 많지. 파티의 숫자가 많으면 몬스터가 더 쉽게 알아차리고 엄청나게 몰려들 거다.”
“물론입니다. 그 거리면 강행군으로 와도 최소 3일은 걸릴 겁니다. 중앙 대륙이니 휴식 시간에도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나타나겠죠. 그렇게 되면 아무리 운이 좋고 훈련이 잘된 병사라 할지라도 병력의 5% 정도는 죽을 겁니다.”
“……그런데도 적들이 그 먼 거리를 이동해 올 거라는 말이야?”
“‘신을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아깝지 않다.’ 이것이 열성 신자들의 생각이죠. 참고로 첩보에 따르면 이번 전쟁에 동원된 병사의 수는 3만이 넘는다고 합니다.”
3만이면 정복 퀘스트고 뭐고 그냥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다.
당연히 저들의 피해도 막심할 텐데 그 정도로 이 도시의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이래서 종교와는 얽히기 싫었는데.”
“동감입니다.”
송진우는 골치가 아픈 듯이 머리를 손으로 짚었다.
우려했던 구월문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답 없는 자들이다.
3만의 병력이라면 엘리샤 길드를 전부 동원해야 할 텐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송진우가 고심하고 있자 레오가 넌지시 말했다.
“제가 만약 포식귀 님이라면 협상을 통해 이 도시를 포기할 겁니다. 그들이 노리는 것이 이 도시의 버프니. 최소한 다른 도시는 뺏기지 말아야죠.”
그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만약 네크로폴리스를 뺏긴다면 바빌론은 몰라도 푸른 번개 도시나 쥬번지는 지키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도시 하나를 내주고 다른 것들을 지키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송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이 도시는 절대 내줄 수 없어.”
신이 된 송진우에게는 직접적인 버프를 주는 중요한 도시다.
이것을 빼앗긴다면 신성력이 30% 정도는 줄어들고, 병사들의 힘도 비슷하게 줄어들 것이다.
가뜩이나 힘든 전쟁을 앞둔 상황에서 이곳을 절대 내줄 수 없다.
송진우의 말에 레오는 냉정하게 말했다.
“용기와 만용은 구분해야 합니다. 아무리 포식귀 님이라고 해도 그 많은 인원과 정면 대결해서는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냉철한 판단이다. 설사 송진우가 레벨 1,000을 넘긴다고 해도 3만 명의 병력과 싸우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송진우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누가 정면 대결을 한다고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