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8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88화
288화
송진우의 제안에 입술을 고집스럽게 꾹 다문 레오가 다시 허리를 숙이고 큰 소리로 대답했다.
“이제부터 우리 메디치 가문은 당신의 검과 방패가 되겠습니다!!”
송진우는 그런 그를 물끄러미 봤다.
앞서 냉정하게 말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송진우는 레오와 그의 기사들이 마음에 들었다.
‘진짜 이야기책에서 나오는 기사 같네.’
이렇게 강직한 기사들이 복수라는 미명 아래 불나방이 되는 것을 지켜볼 수는 없었다.
물론 그들의 합류가 송진우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장 짐을 싸라. 너희가 거처할 곳을 정할 기회를 주겠다.”
이미 네크로폴리스는 룩스 교단의 시선을 끌었다. 재수 없으면 걸릴 수도 있으니 쥬번지나 바빌론으로 보낼 생각이다.
“알겠습니다! 당장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참, 그리고 너희는 스펙이 어떻게 되지?”
뛰어난 자들이니 능력도 낮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그 이상이었다.
“모두 700레벨을 넘겼습니다. 다만, 최근 오크족으로 환생해서 승급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 그래?”
그 말은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3차 승급자 31명이 생긴다는 뜻이다.
NPC 비중이 너무 높은 공허 교단에 플레이어만 늘어나도 이득이라 생각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다.
송진우는 저절로 광대뼈가 위로 올라갔지만 최대한 위엄 있는 자세를 유지하려 애썼다.
“큼! 알겠다. 일단 대기하도록.”
“네! 영주님!”
후일담으로 메디치 기사들은 아누나키 종족이 되어 돌아왔다.
아누나키의 병기와 아이템을 활용한 전투법이 잠재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빠르게 승급을 마친 그들은 공허 교단의 비행 부대를 책임지게 되었다.
* * *
한수정과 한윤성의 전쟁은 전면전이 아닌 국지전과 게릴라전으로 시작되었다.
자신의 성을 끼고 싸우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먼저 남의 영토에 쳐들어가는 무모한 짓은 서로 피했다.
그보다는 상대의 거점이나 자원에 피해를 주고 어떻게든 빈틈을 만들고 그 빈틈을 찌르려 노력했다.
한윤성 측의 장점은 자금과 물량이다.
현실, 디멘션 월드, 중앙 대륙 쪽을 거의 동시에 공격해서 인원이 부족한 한수정 쪽을 압박했다.
반면, 한수정 측의 장점은 송진우와 마왕이라는 절대 강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계자 경쟁이기 때문에 이 전쟁을 끝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각 진영의 후계자들을 사로잡거나 죽이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한수정 곁에는 마왕이 24시간 붙어 있었고, 한윤성 쪽에는 구월문의 최고 고수 100여 명이 빈틈없이 그를 보호했다.
송진우는 늘 그렇듯이 혼자, 아니면 레이와 둘이서만 다녔다.
그가 사용하는 것은 진짜 무식한 방법이었다. 중앙 대륙에서 홀로 날뛰며 상대 거점을 뺐거나 적을 포로로 잡는 것이다.
지금도 송진우는 한윤성의 특수 공작 부대를 습격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엘리샤 길드의 농장을 습격하는 중에 송진우를 만났다.
“포식귀다!!”
저들은 3차 승급자도 섞여 있는 실력 있는 헌터 집단이다.
숫자도 30명.
웬만한 중대형 퀘스트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전력이지만, 송진우를 보자마자 대응할 생각도 하지 않고 도망치는 데 급급했다.
처음에는 저들도 송진우가 쳐들어오면 용기 있게 덤볐다.
아무리 랭커라도 해도 고작 1명뿐인 상대에게 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용기가 아니라 만용으로 밝혀진 건 오래 지나지 않았다.
콰직!
“컥!”
송진우는 양 떼에 뛰어든 사자처럼 거침없이 전장을 누볐다.
거대한 낫으로 상대의 퇴로까지 차단하며 공격하자 헌터들이 갈대처럼 픽픽 쓰러졌다.
저들이 동료까지 버리고 메뚜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듯이 도망쳤어도 송진우의 구극혈마보를 떨칠 수 없었다.
송진우는 전장을 원형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적들을 다시 원 안으로 날려 보냈다.
30명이 넘은 인원을 도망치지 못하게 상대하면서도 신기하게도 사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제는 힘 조절도 이토록 능숙하게 할 수 있었다.
전투가 끝났을 때는 병사들이 한곳에 무덤처럼 포개져 있었다.
두려움을 넘어 황당하다는 표정을 한 그들에게, 송진우는 거대한 낫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말했다.
“경고는 처음뿐이다. 순순히 따라오지 않으면 죽이겠다.”
송진우의 살벌한 말에 그들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면서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였다.
그 어떤 구속 도구도 준비하지 않았지만, 저들은 감히 도망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송진우를 졸졸 따라왔다.
저번에 도망치려던 자가 단숨에 목이 날아갔다는 것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송진우는 도시까지 들어와 그들을 병사들에게 넘겼다.
이들은 포로 교환에 사용되거나 이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감옥에 갇혀야 할 것이다.
이렇게 잡힌 자들이 벌써 몇백이 훌쩍 넘었다.
전쟁의 규모가 워낙 크니 이 정도는 큰 비중이 아닐 수도 있지만, 다들 강력한 헌터라는 것을 생각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수고하셨습니다, 포식귀 님.”
송진우를 기다리던 길드원이 송진우를 맞이하며 말했다.
“별거 아니었어. 다른 소식은 없고?”
“아직은 들려오는 소식은 없습니다. 저들의 움직임도 잠잠합니다.”
“한윤성의 거처는 확인되었나?”
후계자 전쟁이 일어나고 나서는 한수정은 아예 거처를 중앙 대륙으로 옮겼다.
중앙 대륙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곳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현실보다 훨씬 안전할 수 있다.
최소한 용병왕이 쳐들어온 저번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한윤성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그는 중앙 대륙의 어느 도시에 숨어 있을 것이다.
“아직 입니다. 하지만 대신 구염화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포착되었습니다.”
“슬슬 움직일 거로 생각했지. 어디에서지?”
“지금은 중국인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움직이지만 점차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아무리 송진우라고 해도 중국인들의 차지한 곳에 쳐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다가 중국 무맹을 적으로 돌리기라도 하면 저들에게 구실을 만들어주는 꼴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또 안 들어갈 수도 없게 되었다.
“역시 한윤성은 그곳에 있겠군.”
중국인들은 배타적이어서 다른 국적의 인물을 자신들의 도시에는 잘 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윤성의 소재가 이토록 파악이 안 된다는 것은 그곳에 있다는 증거다.
구염화가 무슨 수작을 써서 그곳에 은신처를 마련한 것이 틀림없다.
잠입 수사에는 일가견이 있는 송진우지만 그 넓은 곳을 조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이곳 상황을 미루어 볼 때, 송진우가 조금만 자리를 비워도 힘의 균형이 크게 기울 수 있다.
“저희도 그곳에 첩자를 몇 번이나 보냈지만…… 모두 연락이 끊겼습니다.”
“그렇겠지. 그곳은 용담호굴이니.”
중국은 예전 한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해 기세가 살짝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국이다.
조직력과 단합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력하다.
송진우조차 저들의 소굴에 들어갔다 가는 살아나온다는 장담을 할 수 없다.
용병왕도 우습게 여기는 자들도 많이 있느니.
‘그걸 아니까 그곳에 숨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안 들어갈 수도 없고.’
소모전으로 끌고 가면 저쪽이 유리하다. 아무리 마왕과 송진우가 강력하다고는 하지만 고작 둘로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마왕은 한수정을 보호해야 하니 실질적으로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송진우 혼자다.
그러니 이기려면 결국 기발한 전략으로 대승을 이끌어 내거나 한윤성을 잡아야 한다.
‘저들도 그걸 모를 리 없겠지.’
병력이 앞서고 있으면서도 정면 대결을 피하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작은 변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속셈이었다.
송진우가 생각에 잠기자 그것을 불안하게 여긴 길드원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무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금 길드장님이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하니, 믿고 기다려 보죠.”
“알고 있어.”
불리하다고 조급하게 움직이면 저들이 원하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 다닐 가능성이 크다.
‘뭔가 변수가 있어야 해.’
뻔히 아는 작전은 들통 날 것이 뻔하다. 적들이 절대 상상도 하지 못할 기발한 뭔가가 필요하다.
당연히 그런 게 송진우 혼자 끙끙거리며 고민한다고 번쩍하고 생각날 리가 없다.
그럴 수 있는 아이디어라면 진즉에 누가 사용했을 것이다.
아무리 고심해도 별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오랜만에 왼쪽 눈이 불에 지진 듯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지잉!
오랜만에 시작한 완벽한 형태의 미래 예지다. 이건 송진우 본연의 힘만이 아니다. 분명 크로노스가 개입했다.
[대박이다!! 이런 곳에 전설이 묻혀 있다니!] [이제 우리는 떼 부자다!!]처음에는 아름다운 황금 물결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곧 비명으로 변했다.
[뭐, 뭐야! 이곳에 웬 몬스터가?] [도망쳐! 너무 강해!] [지원, 지원이 필요해!] [으악!]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영상에서는 엄청난 양의 재물과 그만큼 거대한 인간의 탐욕, 그리고 참혹한 최후가 보였다.
“뭐, 이런 게 보인 거지?”
영상에서 본 던전은 송진우도 어렸을 때 이야기책에서 봤던 유명한 곳이었다.
“분명 보상은 엄청나겠지만 지금 이런 게 필요하나?”
이 퀘스트로 얻을 수 있는 것은 힘이 아니라 재물이다. 물론 많은 군자금이 있으면 그 또한 힘이라 할 수 있겠지만, 송진우가 원하는 힘의 종류는 아니었다.
“그러면 혹시?”
어떤 생각이 번뜩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레이프! 중앙 대륙의 지도를 열어서 고운 황금 모래 언덕이라는 지형을 찾아줘.”
[알겠습니다.]그레이프가 그 장소를 찾는 것은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곳입니다.]그레이프가 알려준 지형은 놀랍게도 한윤성이 차지한 도시 근처에 있었다.
하지만 특수한 아이템이 필요하고 히든 이벤트를 거쳐야 등장하는 던전이라서 아무도 그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야 왜 크로노스가 이 영상을 보여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구나! 이걸 사용하면 정말 가능할지도 모르겠네.”
전쟁이라고 꼭 서로 싸우고 죽일 필요는 없다. 적의 시선을 돌리고 스스로 성에서 빠져나오게 하면 충분할 터.
“전쟁 중에 최고 지휘관이 숨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선택인지 똑똑히 알려주지.”
송진우는 그 즉시 한수정에게 전화했다.
* * *
며칠 후.
한윤성 길드가 점령한 ‘레드 문’ 도시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근처에 엄청난 보물이 숨겨진 장소가 있고 그것에 대한 지도를 누군가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중앙 대륙에는 별의별 이벤트가 숨겨져 있으니 이번에도 흔한 퀘스트의 일부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 소문은 돌고 돌아 점점 뚜렷한 실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아주 우연히 그 숨겨진 장소의 정확한 명칭도 밝혀졌다.
그곳의 이름은 엘도라도.
황금이 넘쳐난다는 전설의 이상향. 도시 전체가 금으로 도배되어 있다는 환상의 도시였다.
대항해시대에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도시의 행방을 알기 위해서 원주민들을 학살했으며, 이후에도 영국과 프랑스 탐험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나섰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하지만 결국 누구도 찾지 못한 전설이 되었고, 영화나 공상 소설에 나오는 단골 소재가 되었다.
그 도시로 통하는 길이 레드 문 도시 근처에서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비록 그곳에 있는 것이 현실의 금은 아니겠지만 지금 환율이라면 진짜 금광을 발견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던 사람들도 출처가 정확한 정보가 퍼지자 너도나도 이 행운을 붙잡기 위해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레드 문 도시는 지금 전쟁 중이기에 플레이어를 최소로 받으며 병사들의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몰려온 플레이어 때문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러다가 플레이어 사이에 엘리샤 길드원이 섞여 들어오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밀려오는 플레이어들을 막기 위해서 도시를 폐쇄해야 했다.
* * *
플레이어들은 엘도라도 퀘스트를 독점하기 위한 술수라며 비난했지만 닫힌 성문은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플레이어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을 사용해서 기어코 도시 내로 들어왔다.
도시의 병사들은 그런 자들을 발견하면 가차없이 처단했지만, 욕심에 눈이 먼 자들은 들어오려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런 시도가 계속되자 도시 안의 공기도 변했다.
처음에는 한윤성 길드의 길드원들은 전쟁 중에 자신을 귀찮게 하는 플레이어들을 막아내는 데 급급했지만, 여유가 생기니 다른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내가 보물을 독점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플레이어가 모두 사라진 지금은 경쟁자도 많지 않다.
게다가 지금은 길드의 주요 간부들은 모두 어딘가로 숨어든 상황.
자신들끼리만 모른 척 눈을 감는다면 별로 문제 될 일도 없었다.
그렇게 수색을 빙자한 퀘스트 탐색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며칠의 시간이 지났을 때 일이 일어났다.
“앗! 저 자식이 보물 지도를 찾아냈다!!”
누군가의 외침이 도시에 울려 퍼졌고, 동시에 길드 복장을 한 누군가가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