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96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96화
296화
귀혼수라는 송진우의 다리까지는 자르지 못했지만, 힘줄을 잘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만들었다.
이 정도의 상처면 절대 못 움직일 거라 생각했다.
게다가 자신은 제갈세가를 상대해야 했다. 송진우 따위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송진우가 자신의 감각을 속이고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의 고수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런데 아무리 감각을 키워 봐도 신녀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제갈세가의 절진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빠져나갈 구멍도 없거늘.
이렇게 되면 제갈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신녀를 찾아!!”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다급해진 마교의 무사들 앞을 제갈세가의 무인들이 끈질기게 붙잡았다.
* * *
한편, 송진우는 연오란을 업고 부리나케 달려가는 중이었다. 다리의 상처는 이미 씻은 듯이 사라진 상태였다.
트롤의 회복력이라면 설사 다리가 잘렸어도 회복이 가능했다.
하지만 방심한 틈을 노리기 위해서 일부러 치료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안개의 화신 특성으로 기척을 없앴고, 시공간도 넘나드는 능력으로 제갈세가의 절진도 무시했다.
“역시 이래서 뭐든지 배워놔야 한다니까.”
디멘션 특성이 많으니 빠져나가기 힘든 곳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능력 중에서 하나만 없었어도 그대로 붙들려 있었을 것이다.
“흑도 연합에, 마교에, 혈교까지…… 굵직한 사건에 다 연루되네.”
불과 며칠 만에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최악의 이벤트를 다 겪었다.
청성파와의 과거 악연을 생각하면 청성파 재건 이벤트도 송진우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운 스탯도 높은데 왜 이런 재수 없는 일만 일어나는지…… 크윽!!”
송진우는 말을 하다가 배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주화입마로 인한 기의 역류가 시작된 것이다.
“제길!”
의지로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그래도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호흡을 고를 정도는 되었다.
그때 갑자기 연오란이 손을 뻗어 등을 만졌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어.”
그러자 놀랍게도 등에서 청명한 기운이 쏟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무슨?! 억!”
산뜻한 기운은 곧 태풍이 되어 송진우의 몸을 휩쓸었다.
사납고 악의마저 느껴지는 혈마공조차 바짝 움츠릴 정도였다.
잠시 후, 신기할 정도로 통증이 없어졌다.
“……뭘 한 거야?”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 요상결이 발동하였습니다.》
《주화입마의 부작용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주화입마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뒤틀렸던 기혈이 어느 정도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신녀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능력만으로도 다른 이들이 욕심낼 만하다.
“마교의 신녀가 아니었나?”
심상 세계에 천마가 나오고 마교도들이 노린 것으로 봐서 마교의 신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느껴지는 기운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마공보다는 도가 쪽의 느낌이 강하다.
“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천운이군.”
연오란 때문에 주화입마의 부작용이 반으로 줄었다.
이러면 남은 퀘스트를 진행하기도 한결 수월할 것이다.
한결 기분이 편안해진 송진우와는 달리 연오란은 제갈세가를 불안한 눈빛으로 보았다.
“연 국주 걱정을 하는 거야?”
끄덕.
연오란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진우는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 연 국주의 실력이라면 분명 무사히 빠져나왔을 거야.”
마교가 노렸던 것은 대운표국 사람들이 아닌 연오란이다.
제갈세가까지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대원표국 사람들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제갈세가가 더 위협적이다.
제갈세가는 마교를 진법에 가두기 위해서 연오란과 표국 사람들을 제물로 바쳤다.
아무리 마교를 잡기 위함이라지만 명문 정파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표국 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다.
송진우는 이 가능성도 낮게 봤다.
표국 사람들은 아직 연오란의 힘을 모르기 때문에 그냥 재수 없이 마교인들에게 당했다고 생각할 뿐 제갈세가를 의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면 제갈세가 입장에서도 굳이 해칠 이유가 없다.
“지금은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일단 안전한 곳에 간 후에 이야기하자.”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쌓였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멀리 떨어지긴 했지만 레벨 2,000의 고수가 쫓기 시작하면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였다.
“일단 녹림으로 가야겠어.”
여기서 송진우가 믿을 수 있는 집단은 녹림밖에 없다. 저번에 봤던 토룡채라면 연오란이 숨기에는 최적일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려는데 누군가 빠르게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흠?! 벌써?”
아무리 귀혼수라가 엄청난 고수라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송진우도 그냥 뛰어온 것이 아니라 기척을 지우면서 왔기에 최소 몇 시간은 벌었다고 생각했다.
송진우는 불평할 시간도 없이 연오란을 업고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방에서 뛰어왔기 때문에 도망칠 곳도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송진우는 근처에 있는 거대한 바위를 등에 지고 차분히 대비했다.
예상한 대로 잠시 후.
붉은 잠행복을 입은 다섯 무인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들은 생각했던 마교 무인도 아니었으며 혈교와 관련된 자들도 아니었다.
‘플레이어?’
마치 NPC처럼 같은 복장을 해 통일감을 주고 있지만, 그들은 플레이어가 분명했다.
그런데 이 생각은 송진우만 한 게 아니었다.
“변수가 발생했다고 했더니 플레이어가 끼어들었군.”
“분명 무맹의 눈은 다른 쪽으로 돌렸을 텐데. 어디서 이런 놈이 나온 거지?”
“플레이어 때문에 무극천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등장했다. 이미 우리 통제를 벗어났군.”
“아직 늦지 않았어. 어쩌면 천녀를 마교에 넘기는 것보다 우리가 차지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지.”
그들은 알 수 없는 말을 주고받더니 이내 전투태세를 갖췄다.
“그럼 플레이어는 죽이고 무극천녀는 끌고 간다.”
그들은 송진우는 안중에 없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섯 명 모두 3차 승급자들이다.
고작 한 명과 싸워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들이 여유롭게 이야기하는 사이에 송진우도 그들을 살폈다.
‘이 무림을 뒤흔드는 흑막이 이들인가? 역시 중국인은 아닌 거 같네.’
마교를 도우려는 자들이다. 아무리 봐도 중국 무림맹에서 나온 자들은 아니다.
어쩌면 엘리샤 길드에 큰 도움을 준 자들이지만, 지금 송진우에게는 너무 위험한 적이다.
“둘? 아니면 셋.”
“빨리 끝낸다. 셋으로 하지.”
두 명은 연오란에게 다가갔고, 나머지 셋이 송진우에게 다가가 아무 망설임도 없이 송진우를 공격했다.
그런데 그들의 손에는 무기가 보이지 않았다.
‘수공?’
평범한 권각술이 아니다. 저들의 무공은 손가락을 쭉 펴서 사용하는 조공이다.
잠행복 위로 드러난 손은 마치 나뭇가지처럼 어두운색에 삐쩍 말라 있었고, 손톱도 칼처럼 길고 날카로웠다.
깡!!
송진우가 낫을 휘둘러 손을 쳐냈으나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나며 강한 반발력이 느껴졌다.
역시나 평범한 손이 아니다.
특수한 외공을 익혀 송진우의 낫을 버텨낼 정도로 강력했다.
비록 상황은 압도적으로 불리했지만 송진우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러자 저들의 전략도 눈에 들어왔다.
‘치명상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생채기를 내서 갉아먹으려 하고 있어.’
목이나 심장 같은 급소를 노리는 것이 아니라 잘 노출되는 팔이나 다리를 노렸다.
강력한 헌터치고는 치졸한 전략이다.
하지만 그건 단지 송진우를 가지고 놀기 위한 행동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손에 깃든 뭔가를 절대적으로 믿고 있는 거군.’
저 손에 담긴 힘이 지독한 독이나 저주라면 납득되는 전술이다. 그렇다면 굳이 급소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그럼 나도 방법이 있지.’
송진우는 들고 있는 낫의 형태를 사슬낫으로 변환시켰다.
사슬에 연결한 무거운 추를 빠르게 돌리면 공격을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놈이 무기를 스위칭했다!”
“나도 봤어. 사슬낫? 닌자였나?”
송진우는 좁은 거리에서 빠르게 돌아다니며 낫을 휘두르고 추를 던졌다.
퍽!!
현란한 수법으로 적들을 교란했지만, 수에서 말리니 결국 한계가 있었다.
열심히 방어해도 전부 막지 못하고 몇몇 공격에 당했다.
다행히 치명상은 아니었고 움직이는 데도 큰 지장은 없었다.
물론 일방적으로 당한 것도 아니었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으로 적에게 큰 데미지를 줬다.
“큭! 이 녀석 강하다. 만만히 봐서는 안 되겠어.”
“우리 공격에 당했으니 조금 있으면 움직이지 못할 거다.”
예상대로 당한 상처에서 강한 저주가 느껴졌지만, 언데드 종족 특성 덕분에 영향은 없었다.
‘아직 종족 특성은 남아 있어 다행이네.’
하지만 아직 뒤에는 두 명이 더 남았고 셋을 상대하는 것도 버겁다.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쩔 수 없지.’
송진우는 작정하고 구극혈공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구구구구!!!
구극혈공을 끝까지 끌어올리니 광폭한 마기가 사방으로 퍼졌다.
원래는 무공이 들통 날까 봐 사용하지 않았지만, 상대가 NPC가 아니니 상관없었다.
‘어차피 대원표국에 더 있을 수도 없으니.’
“엇! 이 자식 마기…….”
숨 막힐 정도의 마기에 저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송진우의 움직임은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빠르게 옆으로 돈 송진우의 손에는 어느새 거대한 낫이 들려 있었다.
퍽!
송진우의 낫이 정확히 한 명의 목을 벴다.
“컥!”
전이었다면 한 방에 끝낼 수도 있었겠지만, 약해진 지금은 뒤로 물러서게 하는 것으로 족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에 멈추지 않고 원심력을 이용해 돌고 돌아 베고 또 벴다.
적들은 폭풍처럼 몰아치는 송진우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야 했다.
아직 단전에 부담이 있지만 연오란의 치료 덕분인지 전보다는 훨씬 몸이 가벼웠다.
송진우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을 상대하는 습격자들이 가장 잘 알았다.
“큭! 이 자식은 무기가 몇 개야?!”
사슬낫도 완벽하게 사용했는데 거대한 낫도 마치 수족처럼 능숙하게 사용한다.
송진우 정도의 실력이라면 같은 스탯이라도 이처럼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셋이 싸워도 밀리는 것을 보자 남은 둘도 얼굴을 찡그리며 다가왔다.
“멍청이들!!”
다 붙잡은 연오란의 팔을 놓고 남은 자들도 합세했다. 그러자 다시 송진우의 손발도 어지러워졌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자신보다 스탯이 월등히 뛰어난 자를, 그것도 무려 5명이나 한꺼번에 상대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트롤의 힘을 받은 언데드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이 아니었다면 벌써 쓰러졌을 것이다.
게다가 겨우 진정시켰던 단전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연오란의 힘으로 완화했지만 완치한 것은 아니었다.
송진우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을 깨닫자 습격자들은 기세등등하여 날뛰기 시작했다.
“꽤 애먹이는군.”
“얌전히 목을 내놔라!”
이대로는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상처는 점점 늘어났고 회복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송진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녀석들! 누군지 알겠어.’
이 수법, 그리고 이 힘은 분명 전에 겪어본 적 있다. 많이 싸운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강렬한 기억이었다.
‘압호스 교단 놈들이군.’
크툴루 신화의 신을 섬기는 사이비 교단인 압호스 교단이다.
요즘 현실에서 잠잠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에서 일을 꾸미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놈들 무슨 꿍꿍이로 중국을 뒤흔들고 있는 거지?’
송진우 기준으로 노배 레스 다음으로 경계해야 할 곳이며, 어찌 보면 노배 레스보다 더 답 없는 단체다.
하지만 그때 또 다른 불청객이 찾아왔다.
“찾았다!”
그는 어느새 이곳까지 쫓아온 귀혼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