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9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298화
298화
“전설에 따르며 무극천녀는 무슨 소원이든 이룰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교인들이 예전부터 찾고 있었습니다. 바로 천마의 부활을 이루기 위해서.”
천마의 부활?
왠지 섬뜩한 말이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에 대한 것보다 무극천녀가 지닌 능력이 더 궁금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힘? 그럼 원하는 것은 뭐든지 이뤄주는 겁니까?”
“전설에 의하면 그렇습니다만…… 좀 더 구체적인 선택지가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흠. 흥미롭군요.”
선택지가 있는 보상이다.
마교와 무려 현경의 고수인 귀혼수라까지 연계된 퀘스트이니 보상은 특별할 것이다.
‘레전드 아이템은 확정이겠네.’
그러면 절대 놓칠 수 없다.
게다가 연오란이 마교로 넘어가면 그 무시무시한 천마가 등장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이곳 중원은 초토화가 될 거다.
지금이야 엘리샤 길드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결국 중국의 힘이 건재해야 노배 레스와 싸울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 것이 노배 레스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압호스 교단이 관련되어 있었다.
‘이젠 놓아달라고 해도 놓아줄 수도 없네.’
이 사태를 겪고도 아직 무표정하게 자신을 보는 연오란을 보며 한숨 쉬었다.
* * *
혈교의 총단은 이름 모를 산 깊숙이에 있었다. 진법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기에 직접 오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곳이다.
‘이러니 무당과 제갈세가도 못 찾았지.’
규모는 마교보다 작지만 수준은 절대 그 못지않다.
송진우는 이곳에 오자마자 자신을 샅샅이 훑는 눈빛을 느껴야 했다.
‘예상대로네.’
자신을 보는 자들의 눈에는 호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적의가 더 많았다.
잔월대마의 말에 따르면 지금 혈교는 일곱 개의 궁으로 나뉘어 각 궁주들이 전권을 잡고 있다고 한다.
그중 환생 혈마의 전설을 믿는 자는 겨우 둘.
나머지 다섯 중의 둘은 노골적으로 혈마를 부정하고 있고, 남은 세 명은 중립 노선이다.
이렇게 혈교는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끼이익!
정문이 열리고 그 안에 수많은 사람이 열을 맞춰 송진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잔월대마가 조용히 그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왼쪽에 보이는 자가 중립인 광혈쌍부와 무영추혼입니다.”
거구의 광혈쌍부와 날렵한 체구의 무영추혼이 보였다. 그들은 각각 육 궁주와 칠 궁주다.
다른 중립파인 오 궁주 독수귀랑은 뜻밖에도 여인이었다.
궁주 중에서는 가장 어린, 그래 봤자 40대라고 들었는데 겉모습은 20대 중반의 여인처럼 보였다.
환생 혈마를 지지하는 이 궁주, 고루마존은 긴 흰 수염을 지닌 도인처럼 보였다.
문제는 혈마를 부정하는 일 궁주와 그리고 사 궁주다.
“가장 앞에 선 자가 사 궁주인 무적일권입니다.”
무적일권이라 불린 자는 별호와는 달리 왜소한 체구였다.
하지만 팔이 비정상으로 길어 권각술에는 유리할 것으로 보였다.
“일 궁주는요?”
“성광혈풍, 그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평소에도 보기 힘든 자이지만 여기도 오지 않을 줄 몰랐습니다.”
잔월대마가 혈교의 주인인 혈마가 온다고 말했는데도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것은 환생 혈마의 존재를 완전히 부정한다는 소리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온 사 궁주와는 전혀 다른 자다.
‘역시 일 궁주가 가장 큰 걸림돌이겠네.’
일곱 명의 궁주가 혈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도 대부분은 일 궁주의 뜻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만큼 가장 강하고, 가장 큰 세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자신이 새로운 혈마가 되어 혈교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가요?”
송진우는 덤덤하게 말했지만 이건 엄청난 선포다.
교주도 아니고 혈마가 된다는 것은 자신이 혈교의 신이 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일 궁주는 단순히 감정적으로 선언만 한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이루기 위한 포석을 차곡차곡 쌓았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갔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치울 수 없는 걸림돌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예언이다.
아무리 강력한 힘이 있더라도 혈마라는 존재는 혈교의 근간과 같다.
혈교의 신도들은 혈마가 돌아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 송진우의 존재는 일 궁주에게는 큰 위기이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환생 혈마가 없다고 밝혀져야 비로소 혈교를 장악할 수 있을 테니.
“결국 혈마가 돼야겠네.”
혈마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만, 여기까지 왔으면 그만둘 수도 없다.
구극혈공서의 마지막 부분을 얻고 거지 같은 주화입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뭔가 배보다 배꼽이 큰 느낌이었지만, 지금 상황이 그렇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환생 혈마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습니까?”
“혈마 님만이 통과할 수 있는 시련이 있습니다. 총 일곱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만 통과한다면 모든 신도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또 시련이란다.
잔월대마는 누워서 떡 먹기라는 듯이 말하고 있지만, 절대 그럴 리 없다.
무려 환생 혈마가 되는 일이다.
잘하면 혈교의 전폭적인 지지도 얻을 수 있는 초대박 보상이 기다리고 있는 퀘스트.
그런 게 절대 쉬울 리 없다.
‘게다가 일 궁주가 순순히 보고만 있지는 않겠지.’
일곱 궁주가 있고 중립 세력까지 정확히 정해졌다는 것도 의미하는 것이 뻔했다.
최대한 중립인 자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서 내부 싸움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현재 가장 믿을 수 있는 패는 옆의 잔월대마다.
고루마존도 자신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그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어 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송진우는 부담스런 시선을 느끼며 당당하게 걸었다.
마침내 공터 중앙에 도착했을 때에 잔월대마가 큰 소리로 선포했다.
“마침내 예언의 날이 도래했다! 혈마 님께서 긴 침묵을 깨고 우리에게 돌아오셨다!”
엄숙한 잔월대마의 말에 장내에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 기다렸던 시간이다.
송진우를 부정한다는 무적일권도 지금만큼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정확히 칠 일 후에 혈천제를 열겠다! 그것을 통해 혈마 님의 재림을 만천하에 알릴 것이다!”
잔월대마의 말에 모든 인물이 동시에 엎드리며 외쳤다.
“혈마재림! 혈세천하!”
우렁찬 소리가 산골짜기를 끝도 없이 울렸다.
‘이제 시작이군.’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를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로 했다.
《LOG OUT》
* * *
송진우가 없는 사이에 후계자 전쟁은 점점 격렬해졌다.
포식귀가 없는 엘리샤 길드와 레드 문 도시를 뺏긴 한윤성 측의 싸움은 처음에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한쪽이 비장의 패를 꺼내면 다른 쪽도 숨겨놨던 힘을 사용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략이 난무했고, 역에 역을 치는 기발한 계략도 나왔다.
구월문이 본격적으로 합류하자 공허 교단이 이제까지 키웠던 병력도 전장에 참여했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균열은 갑작스러운 펙토리우스 도시의 참전에 의해 다시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펙토리우스는 마더 컴퓨터가 다스리는 기계 도시, 레이의 고향이기도 한 그곳이었다.
엄청난 물량의 전투 기계들이 쏟아지자 엘리샤 길드도 허겁지겁 움직여야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송진우는 급히 레이를 찾았지만, 이미 그녀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펙토리우스로 돌아간 모양입니다.]“그렇다면 한윤성 측에서 조건을 충족했다는 건가?”
인간의 영혼을 증명해 달라고 했던 마더 컴퓨터.
펙토리우스가 한윤성 측에 붙었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그 난제를 풀었다는 뜻이다.
“도대체 어떤 수를 쓴 거지?”
이제 와서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미 펙토리우스 도시는 한윤성 측에 가담했으니.
다만 나중에 레이와 적으로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이제 좀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게 되었네.”
[고작 구형 로봇입니다. 그런 것에 마음 쓸 필요도 없습니다, 주인님.]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레이프의 어조도 어쩐지 쓸쓸해 보였다.
“이제 진짜 카운트다운이네. 빨리 힘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되겠어.”
조금 돌았지만 방법은 알아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간뿐이다.
물론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 조금만 삐끗하기만 하면 이 저주스러운 주화입마를 평생 떨쳐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게는 안 되지.”
송진우는 밥도 먹지 않고 내기를 다루다가 다시 디멘션 월드에 접속했다.
《LOG IN》
* * *
환생 혈마를 증명하는 혈천제 전까지는 자유 시간이었다.
첫째 날 잔월대마의 추천을 받아 가장 먼저 들른 곳은 5층짜리 비고서였다.
이곳에는 혈교의 비급서 수천 권이 비치되어 있었다.
“엄청나게 많네.”
너무 많아서 책들을 일일이 볼 시간은 없다. 자잘한 것은 건너뛰고 5층으로 올라갔다.
다른 곳과 달리 5층은 관리하는 무인들이 따로 있었다. 이곳은 궁주급의 인사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송진우는 무사통과다.
“들어오십시오.”
정중한 안내를 받으며 송진우가 5층에 발을 디뎠다.
이곳에 있는 책들은 20여 권이 전부다.
양은 적지만 중원에 유출되면 큰 소동이 날 수 있는 신공절학밖에는 없다.
“어디 뭐가 있는지 봐볼까?”
하나씩 찬찬히 둘러봤는데 혈마장과 구극혈마보는 없었다. 대신 다른 장법과 신법이 있었다.
“마신환혼장? 뇌신보?”
이름은 그럴듯해서 조금 둘러봤는데 역시나 혈마의 독문무공인 혈마장과 구극혈마보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다.
새삼 자신이 익히는 무공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 알게 되는 순간이다.
“흠. 겸술은 없겠지?”
잔월대마에게도 넌지시 물어봤지만 낫을 다루는 무공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책들은 검이나 창을 다루는 것밖에는 없었다. 결국 5층에서도 건질 것은 없었다.
“시간 낭비했네.”
그렇게 그냥 밑으로 내려가려는데 ‘통안’으로 뭔가가 보였다.
“어? 이게 뭐지?”
그건 책이 아니었다. 전각 벽에 있는 작은 흠이었다.
지어진 지 오래된 전각이라 벽에 흠집이 있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 안에서 규칙을 찾을 수 있었다.
송진우는 그 흠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렀다.
“역시. 다르네.”
자연스럽게 생긴 흠이 아니다. 누군가 날카로운 무언가로 일부러 새긴 흔적이다.
송진우는 방안 곳곳에 숨겨진 흔적들을 찾기 시작했다.
천장에도 있었고, 바닥에도 있었으며, 심지어는 책장 밑에도 숨겨져 있었다.
패턴이 있었지만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직 알지 못했다.
그렇게 쭉 흔적을 찾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상하네. 분명 이곳에도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패턴대로라면 흔적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곳이 있었다.
이상한 마음에 그곳을 살살 문질러 봤더니…….
딸각!
버튼이 눌리는 소리와 함께 이변이 일어났다.
드르륵!
갑자기 한쪽 벽이 저절로 움직이더니 빈 공간이 나타난 것이다.
그 공간 안에는 고풍스러운 표지의 책이 놓여 있었다.
“이건 뭐야?”
▲혈천록
(서적)
“혈천록? 이게 뭔데?”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쳤는데 거기에는 무공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대기가 쓰여 있었다.
송진우는 곰곰이 책을 읽다가 곧 책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아냈다.
“혈마 이야기잖아?”
이건 혈마의 회고록이었다. 혈마가 무공을 익혔을 때부터 살아온 날의 기록들이다.
회고록이라고는 하지만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고, 주로 누구와 만나 어떻게 싸웠는지에 대해서 쓰여 있었다.
혈마의 글솜씨가 좋았는지 전투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 박진감을 느껴졌다. 거기에 끝에는 꼭 전투 후에 얻은 깨달음도 쓰여 있었다.
“과연. 창을 든 상대와 싸울 때는 그런 식의 움직임이 효율적이겠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혈마에게 빙의하여 전투 경험을 쌓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혈마의 깨달음을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를 때가 많았다.
그렇게 정신없이 읽으니 마지막 장을 넘기는 건 금방이었다.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무심히 넘길 수 있는 것도 천무지체를 가진 송진우에게는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런 간접 체험 외의 직접적인 이득도 있었다.
《히든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어?”
상태창을 본 송진우의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