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0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04화
304화
끼리릭!
관이 열리기 시작했고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퀘스트 목표 : 수라강시를 모두 쓰러트리시오.》
◆수라강시
(LV 1,000)
이번 시련은 수라강시와 싸우는 거다.
아마 벽력탄을 선택했다면 벽력탄 세례가, 잠력단을 선택했다면 잠력단을 복용한 무인들이 출몰했을 것이다.
수라강시는 일반 등급이지만 일반 유닛이 아닌 골렘 판정이기 때문에 방어력과 생명력이 훨씬 높았다.
그런 수라강시가 두 마리나 나타났으니 천하의 송진우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깡!!!
저들이 관에서 나오기 전에 선제공격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이전 관문에 등장했던 금강동인만큼이나 단단한 육체다.
“그렇다면!!”
송진우는 방금 배운 음양팔괘공을 사용해서 수라강시의 방어력을 낮추려 했다.
먼저 빙장을 알리고 화염장을 날리려 했는데…….
쎄에에엑!!
수라강시의 움직임이 빨라도 너무 빨랐다.
“이크!”
퍽!!!
간신히 고개를 뉘어 공격을 피했다. 조금만 늦게 피했어도 머리가 박살 났을 것이다.
수라강시는 강시임에도 어느 정도 지능이 있어서 협공과 절진을 이용할 수 있다.
두 명만 있어도 수라혈망진을 사용해서 적의 상처를 악화할 수 있다.
“아군이 되면 든든하긴 하겠네.”
위기일발의 순간이지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 강시가 이 정도로 강화하지 않았으면 다른 것을 포기할 이유가 없었으리라.
촤악!
수라강시의 손톱에 송진우의 어깨가 뜯겼다.
그나마 언데드인 송진우라 괜찮지 다른 종족이었다면 상처가 순식간에 부패했을 것이다.
‘여유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군.’
송진우는 구극혈공을 최대로 끌어올렸다.
쿠구구궁!!
역시 불완전한 단전이 찢어질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일궁주와 싸우기 전까지는 최대한 아껴두려 했건만 막강한 수라강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콰직!!
수라강시의 손이 혈천강막을 반쯤 뚫고 송진우의 코앞에서 멈춰 섰다.
무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리지 않았더라면 막지 못했을 듯했다.
이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수라강시가 협동 공격을 못 하게 만드는 것이다.
각각의 수라강시도 강하지만 둘이 제대로 연계하기 시작하면 최소 세 배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깡!!
공격에 성공해도 오히려 공격한 송진우의 손이 얼얼하다. 두꺼운 성벽을 두드리는 느낌이다.
엄청난 내구도를 지녔지만 특별한 약점도 없는 것이 수라강시의 가장 무서운 법이다.
송진우의 낫도 이것을 자를 수 없었다.
진짜 골렘과 싸우듯이 단계적으로 부숴서 기능을 멈추게 하는 것이 최선이다.
체력은 골렘보다 적지만 속도와 공격력은 비교할 정도가 아니었다.
쉭! 쉭!
날카로운 수라강시의 손톱이 앞뒤에서 송진우를 위협했다.
송진우는 발을 빠르게 움직여서 둘 사이에 둘러싸이지 않게 노력해야 했다.
송진우의 전략은 단순했다.
협공을 피하면서 한 놈만 팬다.
거대한 낫으로 한쪽 다리를 건 후에 힘껏 당겼다.
다른 몬스터였다면 다리 한쪽이 날아갔을 테지만 수라강시는 넘어지는 것에 그쳤다.
그것을 내버려 두고 다른 놈에게 다가가 빙장과 화염장을 날렸다.
쾅!! 쾅!!!
거의 동시에 맞았는데도 음양팔괘공의 효과가 발동해 방어력이 크게 저하되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송진우가 점프와 동시에 크게 한 바퀴 돌아서 낫을 휘둘렀다.
콰득!!
이번에는 손에 만족스러운 반응이 왔다. 열심히 두들기니 단단하던 그 수라강시도 조금씩 균열이 생기는 거다.
다시 크게 공격해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어느새 일어난 다른 개체가 등을 노리고 손톱을 내질렀다.
“칫!”
수라강시는 놀랍게도 수복 능력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으면 금방 재생해 결국 지금까지 공격한 것이 무용지물로 돌아간다.
혈마장을 사용해 한 놈을 지속해서 견제하고 낫으로는 반파된 놈을 공격했다.
콰직!!!
결국 한 놈의 몸통이 끊어져 두 동강났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수라강시는 기어서 송진우의 발목을 찌르려 했다.
“징그럽게!”
그것을 발로 차서 벽에 처박아버렸다.
다행히 벽에 박힌 채로 버둥거리긴 해도 빠져나오진 못했다.
이제 하나 남았다. 하지만 벌써 과열된 단전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이럴 때 쓸 게 있지.”
송진우는 마지막까지 아끼려던 음양환을 꺼냈다. 역시 히든 피스를 풀어 얻은 아이템이다.
음양환을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었다. 그러자 보너스 스탯 100을 얻고 요동치던 단전도 잠잠해졌다.
“다시 시작하자.”
아무리 수라강시라도 둘이서도 이기지 못한 송진우를 혼자서 이길 리가 없다.
송진우가 압도적으로 몰아붙이자 남은 수라강시도 완전히 파괴되었다.
아직도 벽에 박혀 버둥거리는 하나를 완벽하게 부순 후에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파괴신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티폰의 신체로 만든 낫, 파괴신과 여의주 등의 아이템이 없었으면 쉽지 않은 싸움일 것이다.
송진우는 내심 이렇게 힘든 퀘스트를 누구더러 깨라고 난이도가 이렇게 높은지 궁금했다.
“그건 너무 자화자찬인가?”
이제 남은 관문은 하나다.
충분히 휴식한 송진우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동했다.
* * *
《7관》
마지막 방은 가운데 제단만 홀로 서 있는 모습이었다.
그 제단 위에는 낡은 책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어디서 많이 본 것이었다.
“설마?”
반색한 송진우가 다가가니 정말로 그곳에는 구극혈공서의 마지막 권이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이것을 얻기 위해서 이제까지 무림에서 별짓을 다 했다. 그동안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는지 셀 수조차 없었다.
성큼성큼 다가간 송진우가 구극혈공서를 잡으니 다시 혈마의 전생으로 들어갔다.
혈교는 고금제일인이라고 불리는 혈마를 앞세워 무섭게 중원을 정복해 나갔다.
혈마를 막기 위해서 무림맹은 당대 최강자들을 끊임없이 보냈지만 모두 실패했다.
혈마의 손에는 자비가 없었다.
특히 모용혜의 죽음과 관련된 자들은 정도에 상관없이 모두 죽였다.
이 사태에 무림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반 이상이 죽었다.
결국 보다 못한 황실이 참여하고 자연으로 돌아갔던 은거기인과 마교까지 참여하면서 겨우 혈교를 막아낼 수 있었다.
수세에 몰린 혈교는 뿔뿔이 흩어져 숨었지만 혈마는 그러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숨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최후의 싸움에서 무림맹, 황실, 그리고 마교의 고수들이 총동원되어 혈마를 가까스로 쓰러트렸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살아남은 자가 반의반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몸에 수많은 무기가 꽂힌 혈마는 피를 토하며 광소했다.
“크하하핫! 난 성공했다.”
모든 일의 시작이자 가장 큰 원수였던 무림맹주, 구태경. 끝내 그를 끌어내 격살할 수 있었다.
이제 이 세상에 남은 그의 원수는 단 한 명도 없다.
“더러운 위선자들은 기억하라! 나는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거짓된 너희들의 가면을 부수고 모든 것을 불태우리라!!”
그것이 혈마의 마지막이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지금까지도 가장 끔찍한 사건으로 기억되는 혈겁을 만들고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혈마의 저주 섞인 유언은 아직도 회자되며 뒤에서 더러운 짓을 하는 위선자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 다시 태어났지.]정지 화면처럼 바뀐 상황에서 유유히 걸어와 송진우에게 말을 거는 존재가 있었다.
◆혈마
(유니크)
(LV 3,000)
“혈… 마?”
그는 회상에서 처참하게 죽은 혈마였다.
물론 무기를 몇 개나 몸에 꽂은 처참한 모습은 아니고 멀쩡한 상태의 혈마다.
[내 기억은 재미있었나? 내 후생이여.]전생 혈마는 송진우를 환생 혈마로 인정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을 꺼낼 건지 고민하고 있는데 뜻밖에 혈마가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미안, 미안. 그대는 지금 이 상황이 웃기겠지. 난데없이 자신의 전생이라 주장하는 놈이 나타나다니…….]그러면서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
“그럼 다르게 말해줄까? 이 퀘스트를 얻은 플레이어여.”
놀랍게도 전생 혈마는 송진우가 플레이어라는 것을 정확히 분별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2,500레벨이 넘었네.’
디멘션 월드 속 NPC가 자격을 얻는 조건 중 하나는 바로 2500레벨을 넘는 것이다.
그러면 세계의 진실을 알 자격을 얻고 신성력이나 그에 준하는 힘을 사용하며 현실에도 간섭할 수 있다.
‘지명도’에 따라 강약이 조정되는 디멘션 법칙에 의해 혈마는 3,000레벨이 되었고, 세계의 진정한 모습을 알 자격도 획득했다.
[신기하지. 나는 존재하지도 않는 자인데 이런 사념체로 남았다는 것이.]다른 NPC와는 달리 혈마는 이미 공식적으로 사망한 캐릭터다.
그래서 다른 존재와는 다르게 이런 사념체 형태로밖에 존재할 수 없었다.
[나는 그대가 이곳에 도달했을 때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었다. 즉, 나는 방금 태어난 신생아와 같지.]이제까지 혈마 퀘스트를 이 정도까지 진행한 플레이어가 없었기에 전생 혈마의 사념체는 방금 생성되었다.
극히 효율적인 디멘션 월드 시스템이다.
[나는 허상이다.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는 자다. 하지만…….]혈마는 멈춰 선 장면을 아련하게 바라보았다.
[지금 나의 기억과 감정은 가짜가 아니다.]혈마는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현오로 살아오면서 열심히 수련하고 우연히 구음진경을 얻어 기뻐한 기억.
모용혜를 우연히 만나고 가슴 뛰는 만남을 이어 나갔던 순수한 기억.
그리고 분노에 가득 차서 무림맹과 다른 이들을 학살하고 다녔던 기억까지…….
송진우에게는 단편적인 내용만 보였지만, 혈마는 모든 것이 이어진 온전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것 또한 방금 만들어진 기억이다.
실제로 송진우의 선택에 따라서 혈마의 독문무공이나 혈교의 비밀병기가 조정되지 않았는가?
[재미있지? 후생이 전생에 간섭할 수 있다니.]“그게 퀘스트의 방식이니까.”
송진우의 덤덤한 말투에 의외로 혈마는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렇지. 그대들에겐 익숙한 방식이겠지.]송진우에게는 단지 독특한 방법이지만 혈마에게는 인생이었다.
그러니 둘이 이 퀘스트에 대하는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부탁하겠다,]마치 현오 시절로 돌아온 것 같은 혈마는 부드러운 어조로 송진우에게 말했다.
[부디 내 후생이 되어 주게나.]이것이 사념체로만 태어난 혈마가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론 퀘스트로 시작되었지만 디멘션 법칙에 의해서 진짜 송진우의 전생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듣고 있던 송진우는 눈썹을 찡그렸다.
“내 대답이 의미가 있는 건가? 이미 시스템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어.”
여기까지 진행한 퀘스트니 송진우의 대답 여부와는 상관없이 송진우는 혈마의 후생이 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간에 상관없으리라 생각했지만 혈마의 생각은 달랐다.
[전생을 부정하고 인정하는 것은 천지 차이다. 그대는 아예 그조차 상관하지 않겠지만.]점집에서 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찝찝함 정도는 생길 것이다.
하지만 이게 단지 퀘스트라고 여기면 혈마와 이 이벤트도 곧 송진우의 기억에서 잊힐 것이다.
[하물며 그대는 이미 격을 얻었다. 그러니 의지에 따라서 나라는 존재도 바르게 정의되겠지.]비록 레벨 1,000을 넘지 않았지만 신성력을 얻은 송진우는 이미 인간과는 다른 존재다.
신과 인간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존재.
반신이라 정의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나를 인지하고 기억해다오. 그대가 나를 인정하면 나는 진정으로 그대의 전생이 될 수 있으니.]“그러면 인명 수십만을 학살한 살인귀가 내 전생이 되는데?”
그렇게 되면 현생에서 갚아야 할 업보가 얼마인지 셀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생의 빚을 갚아나갈 시간이 없다.
그래서 거부하려는데 혈마가 클클거리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