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0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07화
307화
무릎을 꿇은 건 반기를 들었던 궁주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더 크게 두려워했다.
하지만 오직 무적일권만은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을지언정 혈마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했다.
‘할 수 없군.’
최대한 온전한 병력을 보존하고 싶었지만 그를 살려두면 두고두고 후환이 생길 것이다.
콰득!!!
결국 송진우의 낫이 무적일권의 목을 잘랐다.
그의 목이 데굴데굴 굴러 흙먼지로 뒤덮였지만, 사궁의 무인들도 여전히 무릎을 꿇고 일어서지 않았다.
언제 내분을 일으켰냐는 듯이 무인들은 얌전히 앉아 송진우의 명만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 송진우는 결연하게 소리쳤다.
“오늘부로 더 이상 혈교는 없다.”
그 말에 송진우의 말이라면 섶을 지고 불구덩이라도 뛰어 들어갈 것 같던 혈교의 무인들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충격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들의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잠들어 있는 동안 혈교는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곳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점점 고립되고 외면받고 비하되고 끝내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이건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었다.”
현재 강호에서 혈교의 이미지는 최악이다. 오죽하면 강호공적 1위인 마교보다 더 싫어할까?
송진우는 이 인식부터 바꾸려 했다.
“내가 본래 그대들에게 약속했던 것은 지상에 세워진 극락이다. 괴로움 없는 영원한 행복이다. 하지만 그대들은 여전히 힘들고 괴로운 고행이 마치 목적인 것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잘못되었다.”
이미 혈교는 타락했다. 혈마가 그토록 싫어하던 위선자들이 판을 치며 힘이 정의가 돼버렸다.
본인들이 타락했다는 것도 알지 못할 정도로 타락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이는 절대 뿌리 뽑지 못할 관행이 산적했다.
“우리 교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날 것이다. 사상도, 교리도 그리고 목적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할 것이다!”
일단 혈교라는 이름부터 별로다. 아무리 생각해도 피에 굶주린 살인마 같은 이미지 같다.
딱 마침 좋은 이름이 있다.
“이제부터 우리 교는 공허교로 다시 태어난다.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음 후 허무의 세상도 모두 그대들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
송진우가 손짓하자 문이 열리고 수십 명의 무리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아이리스를 선두로 한 공허 교단의 성직자들이었다. 다른 대륙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각인까지 한 공허교 최고 등급의 사제들이다.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리스는 오자마자 대규모 신성 마법을 사용했다.
“미라큘러스 리와인드!!”
이건 넓은 범위의 시간을 되돌리는 마법으로 해당 시간 내에 다쳤던 상처를 치료하고 죽었던 사람까지 되살리는 새로 얻은 아이리스의 궁극기다.
마법이 끝나자 정말 기적처럼 죽었던 사람들이 부활했다.
“오오!! 이건 기적이다!!”
죽었던 사람들은 어리둥절하며 자신의 몸을 확인하고 있었고, 그 광경을 똑똑히 본 자들은 감격의 눈물까지 흘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무적일권은 살아나지 못했다.
‘역시 내가 먹은 자는 살아나지 않네.’
무려 1,850레벨 보스의 시체다. 그냥 두기 아까웠으니 남들 몰래 먹어 치웠다.
▲무적일권의 왼팔
(유니크)
▷능력 :
힘 +1,500
수공 공격력 +100%
자전강체술
100%에 가까운 완벽한 퀘스트 성공률, 그리고 사제들이 보여준 기적이 더해지자 혈교 무인들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수백 년간 지속하던 혈교를 다른 세력으로 바꿀 수 없다. 그것이 단지 명칭만 바꾸는 것일지라도.
이건 시스템적인 문제다.
그런 게 가능했으면 이미 무림의 구파일방이 사라지고 플레이어들이 만든 문파만 가득했을 것이다. 다른 대륙도 마찬가지고.
그때 송진우의 마지막 비장의 카드가 발동했다.
《운명찬탈자의 권능이 발동됩니다.》
운명찬탈자 권능이 발동되기가 무섭게 궁주들이 먼저 외쳤다.
“저희는 혈마 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그러자 다시 장내에 있는 수천 명이 한꺼번에 소리쳤다.
“뜻에 따르겠습니다!”
《혈교가 공허교로 변경되었습니다.》
투명 메시지 판이 송진우의 작전이 성공했음을 알려주었다.
이제 이곳은 더 이상 혈교가 아니다.
시스템이 공인한 공허교다.
혈교는 그냥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섬광혈풍과 잔월대마 등의 엄청난 고수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런 곳을 송두리째 공허교에 가입시키니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났다.
《신성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최하급신에서 하급신으로 등급이 조정되었습니다.》
송진우의 격도 높아져 드디어 하급 신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냥 명칭만 달라진 것이 아니라 주변에 충만한 신성력이 느껴졌다.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챈 아이리스가 다가와 축하했다.
“감축드리옵니다, 구원자님.”
“고마워. 아이리스가 때마침 활약한 덕분이야.”
“아닙니다. 모든 것은 구원자님의 뛰어난 재치 덕분입니다.”
이제 길고 길었던 퀘스트가 끝났고 엄청난 이득을 챙겼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갈 시간이다.
“아이리스, 여기를 부탁해. 일단 여기 사람들에게 교리를 알려주고 폐단을 없애줘. 다른 곳도 아니고 혈교였으니 비정상적인 악습도 많이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구원자님. 그럼…… 돌아가실 생각입니까?”
“그래야지. 너무 오래 비웠어.”
“상황이 많이 안 좋습니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걱정 마.”
힘이 강해졌지만 무적이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히려 항상 열등감이 가득했던 송진우였기에 이 정도 자신감이 생기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레이프. 상황은 어떻지?’
그동안은 괜히 신경이 분산될까 봐 일부러 전쟁의 근황을 묻지 않았다.
[중앙 대륙에서 레드 문 지역을 다시 빼앗겼고 디멘션 월드 쪽은 한 개 도시만 빼고 모두 뺏겼습니다.]상황이 생각보다도 좋지 않았다. 송진우에게 크게 의지했던 길드였기에 이 정도까지 몰린 것이다.
마왕이 활약하지 않았더라면 그나마도 버틸 수 없었을 거다.
‘내가 가장 필요한 곳부터 알려줘.’
[현재 엘리샤 길드가 크게 밀리는 이유는 무림맹의 절대 고수가 전쟁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그를 제거해야 흐름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그가 누구지?”
[그는 남궁운경. 랭크에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는 검성으로 추앙받는 자입니다.]간혹 랭커는 아니어도 그와 비슷한 혹은 그보다 더 강한 자들도 있다.
남궁운경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 검성으로 추앙받았지만 헌터 활동이 아닌 무의 극의를 얻기 위해 수련을 쌓았다.
어찌 보면 랭커보다 훨씬 까다로운 자다.
하지만 송진우는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에게 안내해.”
[알겠습니다.]송진우는 단숨에 포탈 관문소로 들어갔다. 그러자 줄을 기다리고 있던 헌터들이 단숨에 알아봤다.
“포식귀다!”
“포식귀가 살아 있었어.”
송진우의 실종은 이미 큰 이슈 거리였다. 인터넷 기사에도 난 사건인데, 포식귀가 사라진 엘리샤 길드가 후계자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도되었다.
포탈 관리인도 무서운 기세로 다가오는 송진우를 보고 얼어붙었다. 이쪽 포탈에서 송진우는 VVIP다.
“들어가겠다.”
“아…… 그…… 알겠습니다.”
아무리 송진우라고 해도 관문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하지만 송진우이 기도로 질식할 것 같고 사정도 대충 알고 있으니 관리인은 그냥 들여보내 주었다.
“대형 사건이다! 포식귀가 돌아왔어!”
“그동안 무슨 일을 한 거지?”
“너희들은 못 느꼈냐? 전보다 더 무서워졌어. 분명 대형 퀘스트를 클리어한 거겠지.”
눈치 빠른 일부는 벌써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었다. 송진우가 돌아왔다는 것만으로도 주식 시장이 요동칠 것이다.
위잉!
오랜만에 오는 중앙 대륙이다. 포탈을 통과하니 대기하던 길드원이 송진우를 보고 매우 놀랐다.
“포, 포식귀?! 정말 포식귀 님입니까?”
간혹 어디서 붉은 해골 가면을 주워서 포식귀 흉내를 내는 자들도 있었다.
“난 남궁운경을 쓰러트리러 가겠다. 길드장님에게 알려.”
“네, 넷?!”
“빨리. 시간이 급하다. 두 번 말할 시간 없어.”
“아, 알겠습니다.”
송진우의 말에 병사들이 부리나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 다시 바람이 바뀌었다.
“그럼 간다.”
부앙!!!
아누의 날개를 달고 순식간에 날았다. 새로운 힘을 얻어선지 전보다도 훨씬 빨랐다.
그 모습을 본 길드원의 눈에 희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패배밖에는 떠올릴 수 없었는데 말이다.
“이 싸움 이길 수 있겠어.”
길드원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 * *
한편 남궁운경은 구월문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이번에 그들이 노리는 것은 세컨드기어 도시.
이곳만 점령하면 엘리샤 길드는 자금줄이 꽉 막히고 이동 경로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구월문은 이 도시만 점령하면 사실상 전쟁이 끝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놈들이 온다!!”
농성전을 책임지는 사람은 이정후였다. 필사적으로 막으려 했지만 상대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저 멀리서 평온하게 앉은 남궁운경을 보자 길드원들의 사기가 뚝 떨어졌다.
“그 괴물 늙은이다!”
남궁운경이 참전한 이후로 누구도 그를 막지 못했다.
딱 한 번 마왕의 골렘에 고전하기는 했지만, 단순히 후퇴하는 것으로 쉽게 포위를 뚫을 수 있었다.
강하고도 노련해서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정확하게 판별했다. 몇 번이나 함정을 설치했지만 그는 유유히 뚫고 사라졌다.
“제길!”
같은 3차 승급자라도 수준의 차이는 뚜렷하다. 게다가 이곳은 중앙 대륙이라서 길드원들도 소극적으로 싸울 수밖에 없다.
그때 포탈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오빠.”
“너, 네가 여기 왜 와?”
그녀는 길드장인 한수정이다. 안전한 후방에서 대기해야 하는 그녀가 가장 위험한 이곳까지 온 것이다.
“여기가 마지막이에요. 여기까지 뚫리면 항복해야죠.”
후계자전도 좋지만 자신의 욕심 때문에 애꿎은 길드원들 목숨을 잃을 수는 없다.
이곳을 방어하지 못하면 깔끔하게 포기할 생각이다.
다행인 것은 마왕도 함께 왔다는 거다.
“나도 돕겠네.”
그나마 남궁운경의 발을 묶을 수 있는 사람이 마왕이다.
하지만 수적으로도 불리한 이 전투에서 골렘을 얼마나 그에게 투자할지도 문제다.
“온다!”
구월문과 한윤성 길드의 병력이 거의 총출동하였다. 저쪽도 이번에 끝을 볼 생각이다.
“막아!!”
성을 끼고 있지만 유리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병력의 수나 질도 저쪽이 한참 위다.
“빌어먹을 무림맹 녀석들!”
시작은 구월문의 참전부터였다. 후계자 중에서 가장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듣는 한윤성이 이토록 막강한 병력을 지내게 된 것이.
게다가 저런 절대 고수까지 데려올 거로는 상상도 못 했다.
“포식귀만 있었더라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길드가 어려울 때나 뭔가가 필요할 때, 귀신처럼 송진우가 활약하여 문제를 해결했었다.
그의 부재가 이처럼 크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저게 한수정이다! 그년만 잡으면 이 전쟁은 끝이야!”
“한수정을 잡으면 평생 놀고먹을 보상이 주어진다!”
한수정은 파워 아머 슈트를 입고 날아다니며 적의 어그로를 잘 끌었다.
보상에 눈이 먼 적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다가 자기들끼리 얽혀 쓰러지는 촌극도 벌어졌다.
전투가 지지부진해지자 드디어 그가 일어섰다.
“남궁운경이다!”
그는 허공답보를 사용하여 공중을 마음대로 이동하는 무인이다. 그 앞에서는 높고 두꺼운 성벽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인다고 해도 따로 뺄 병력도 없었다. 이미 모든 병력이 적과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재미없군.”
남궁운경은 허허롭게 이동하며 엘리샤 길드원들을 쓰러트렸다.
마치 허수아비나 짚단을 쓰러트리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분명 여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은데 누구도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르면 꼭 한 명이 쓰러졌다. 아니, 어떨 때는 두세 명이 한꺼번에 우수수 쓰러졌다.
“제기랄!”
보다 못한 이정후가 해머를 들고 달려 나갔다.
그는 비록 랭커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길드에서도 알아줄 정도로 강력한 전사다.
하지만 그 역시도 남궁운경 앞에서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낭창낭창한 검이 휘둘러지자 그의 온몸에서 피분수가 뿜어졌다.
“큭!!”
다행히 죽지는 않았지만 죽기 바로 직전까지 몰렸다. 그나마 기지를 발휘해 치명적인 곳은 피했기에 살아남았다.
“오빠!”
이정후의 위험을 본 한수정이 급히 이쪽으로 날아왔다.
“안 돼! 오지 마!”
남궁운경이 살짝 웃는 것을 본 이정후가 말렸지만 너무 늦었다.
팟팟팟!
남궁운경은 허공답보를 통해 단숨에 한수정이 있는 곳까지 올라섰다. 이제는 한수정보다 남궁운경이 더 높은 곳에 있었다.
“끝이다.”
남궁운경 든 검을 단숨에 내려치려 할 때…….
쇄에에엑!!
검은 유성이 그에게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