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1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10화
310화
《LOG IN》
저녁이 되고 송진우는 디멘션 월드에 접속했다.
《펙토리우스》
이번에 도착한 곳은 마더 컴퓨터가 다스리는 곳이자 레이의 고향이기도 한 도시.
엘리샤 길드를 궁지로 몬 원흉이지만 의외로 이곳은 평화로웠다.
NPC가 돌아다니고 플레이어들도 쇼핑을 즐기고 퀘스트를 찾아다녔다.
가끔 중무장한 전투 기계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제외하면 다른 마을과 별다른 바 없어 보였다.
송진우는 지금 사신의 가면을 사용하여 기계처럼 분장한 후다.
아무래도 그편이 도시를 돌아다니기 편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다니는 NPC 중에는 낯익은 자들이 보였다.
‘저건 레이?’
레이와 비슷한, 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안드로이드 로봇들이 본성 주변에 몰려 있었다.
[비슷한 외형이지만 다른 개체입니다. 같은 시리즈의 로봇으로 추측됩니다.]‘성능은 비슷하겠지?’
[레이는 우리와 함께 움직이면서 레벨을 올리고 전투 방식을 배웠습니다.]레이는 원래도 강했지만 송진우와 그레이프를 따라다니면서 더 강해졌다.
[하지만 적용하는 도시 버프를 생각하면 레이보다 더 강할 것으로 추측됩니다.]‘일반 경비병보다는 훨씬 강하겠지.’
뭉칠수록 강해지는 과학 대륙 유닛의 특성을 생각하면 그 이상일 것이다.
‘역시 플레이어가 쳐들어오기는 어렵나?’
방공 포대의 레벨이 1,000이 넘는데 그런 것이 100대가 넘는다.
마을 경비병은 다른 마을과 비슷한 레벨이지만 본성 안은 그것의 두세 배 정도다.
역시 단순히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특정한 퀘스트를 통해야 한다.
‘NPC 도시와 영원한 동맹은 있을 수 없지. 동맹을 맺었다면 그것을 깰 방법도 분명 존재할 거야.’
좀 더 둘러보니 한윤성 길드원들로 보이는 플레이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송진우 같이 동맹을 끊으러 오는 자들을 막기 위해 배치되었다.
혈마의 힘을 얻은 지금이라면 못 뚫을 것도 없어 보이지만, 그렇게 우격다짐으로 하다가는 오히려 일을 망칠 수도 있다.
‘뭔가 방법이 없나?’
정석대로라면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점 같은 곳에서 정보를 얻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도 아껴야 한다.
초직감을 통해 이벤트의 시작 부분이라도 찾으려는데, 그보다 그레이프가 먼저 이상한 점을 찾았다.
[도시의 몇몇 부분이 완벽하게 봉쇄되어 있습니다.]“봉쇄되어 있다고?”
그 말에 송진우가 도시를 둘러보니 정말로 한쪽 길이 철벽으로 완전히 막힌 것이 보였다.
“저긴 어디지?”
[빈민가로 통하는 길입니다.]마더 컴퓨터가 지배하는 이 도시에도 빈민가가 존재한다.
그곳은 인간들이 사는 곳. 이 도시는 다른 도시와는 반대로 도심지에는 기계가 있고 빈민가에는 인간이 산다.
애초에 빈민가가 있던 것도 마더 컴퓨터가 인간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이 도시의 인간은 마더 컴퓨터가 사육하는 실험용 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통로를 봉쇄하는 일은 없었다.
“뭔가 달라졌군.”
송진우는 이것이 엘리샤 길드와 관련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럼 차라리 쉽네. 그레이프. 안으로 침투할 루트를 계산해 줘.”
[알겠습니다. 시뮬레이션을 계산 중입니다.]몇 초도 지나지 않아, 그레이프는 침투 루트를 미니맵으로 보여 주었다.
[주인님의 능력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이동 루트입니다.]“고마워.”
송진우의 능력이라면 굳이 밤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으로 가 ‘안개의 화신’ 능력을 활성화한 후에 밖으로 나왔다.
[주인님의 능력이라면 CCTV는 무시해도 됩니다. 하지만 적외선 센서와 압력 센서는 조심해야 합니다.]그레이프는 다시 화면으로 적외선 센서와 압력 센서가 있는 위치를 보여주었다.
압력 센서는 사이킥 파워로 날아다니면 그만이다.
하지만 어지럽게 레이저 광선이 돌아다니는 적외선 센서는 주의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걸릴 위험이 있다.
‘방법이 있지. 시간 정지!’
하급 신이 되면서 시간 정지도 예전보다 훨씬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발동 비용이 큰 권능이지만 짧게 끊어 사용하면 부담이 없었다.
우웅!
권능이 발동하자 온 세상이 멈췄다.
멈춘 시간에서는 물질은 제약이 되지 않는다.
그것은 빛도 마찬가지다. 대놓고 지나가도 적외선 탐지기는 송진우를 탐지하지 못했다.
예전 용병왕과의 싸움에서 봤듯이 신급 권능을 지닌 자가 아니고서는 시간 정지를 인지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짧은 관문을 통과하자 인간들이 사는 빈민가가 나왔다.
다행히 이곳에는 감지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온 빈민가는 어느 지역과는 확실히 달랐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인간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대신 무장한 기계 로봇들만 보였다.
확실히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다.
‘특이점이 보여?’
[특이점이라고 하면 하나입니다. 이곳에 생명체 반응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그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곳에 살던 인간들을 다 쫓아낸 듯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던 그때, 멀리서 총소리가 들렸다.
두두두두!!
[서쪽에서 총소리가 났습니다.]“나도 들었어!”
뭔 사건이 발생했음을 직감한 송진우는 급히 그곳으로 이동했다.
[생명체 반응이 보입니다. 모두 8명……. 방금 둘이 쓰러졌습니다.]이동하는 와중에도 순식간에 둘이 줄었다. 급박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증거다.
‘누가 죽인 거지?’
[안드로이드 기계 로봇입니다. 숫자는 다섯입니다. 하지만 사방에서 다른 로봇들이 모여들고 있습니다.]‘몰이 사냥이군.’
늦으면 쫓기는 사람은 모두 죽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갑작스럽게 도시가 변한 이유를 물어볼 사람이 없어진다.
‘그럼 곤란하지.’
송진우는 속도를 올렸다.
파바박!
빠르게 이동하니 저 멀리서 쫓는 자들과 쫓기는 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쫓기는 자들은 먼지투성이가 된 사람들이었고, 쫓는 자들은 레이와 비슷한 휴먼 안드로이드 로봇이었다.
쫓기는 인간들은 필사적으로 총을 쏘았지만, 안드로이드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손에서 레이저를 발사했다.
삐융!
강력한 레이저에 맞은 자들은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며 쓰러졌다.
“커억!”
송진우가 보는 와중에도 둘이 더 쓰러졌다. 이제 남은 자들은 겨우 둘.
하지만 그들의 운명도 그리 평탄치는 않아 보였다.
어느새 앞을 막은 안드로이드 로봇이 레이저를 겨누고 있었다.
“빌어먹을!!”
사면초가의 상태가 된 둘은 끝까지 총을 쏘았지만, 단단한 안드로이드들의 외피를 뚫지 못했다.
저들이 단순한 전투 기계가 아닌 레이와 비슷한 기종이라면 당연한 결과다.
레이저가 발사되고 이제는 끝이라고 직감한 순간…….
쾅!!
갑자기 앞에 있던 안드로이드의 가슴에서 거대한 날이 튀어나왔다.
그건 송진우의 낫이었다.
콰직!
송진우가 안드로이드의 가슴에 박힌 낫을 비트니 단단한 로봇의 몸통이 완전히 박살 났다.
콰콰광!!!
박살 난 안드로이드는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지만, 송진우는 파리를 쫓듯이 손을 내저어서 가볍게 막았다.
“그레이프! 너는 저들을 지켜!”
[알겠습니다.]어느새 쫓기던 사람들 곁에는 신비로운 보라색의 거대한 늑대가 서 있었다.
깜짝 놀란 누군가가 급히 총구를 겨누었지만,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막았다.
“그만둬! 적이 아닌 것 같다!”
삐융!
송진우가 하나를 해치운 사이에 다른 셋이 레이저를 쐈지만, 그레이프가 보라색 막을 형성하여 그것을 완전히 막았다.
송진우가 파워 업하면서 펫인 그레이프도 자연스럽게 강해졌다.
[이 정도면 그 구식 로봇하고도 싸워 이길 수 있겠군.]이제는 없는 레이를 생각하며 킬킬거리는 그레이프다.
그러거나 말거나 송진우는 그들을 훌쩍 뛰어넘어서 낫을 휘둘렀다.
썩둑!!
총알도 박히지 않던 강력한 안드로이드였는데 송진우의 낫은 마치 두부를 자르듯이 가볍게 베고 지나갔다.
안드로이드의 가슴이 쩍 벌어졌는데도 아직 죽지 않고 공격을 계속했다.
근접전에서는 레이저가 아닌 손에 붙어 있는 칼날을 휘둘렀다.
그냥 날만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일 초에 몇 만 번씩 진동하는 초진동 칼날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왼팔을 휘둘러 그 공격을 막아냈다.
깡!!
새롭게 포식한 무적일권의 왼팔에는 자전강체술라는 패시브 옵션이 있다.
이것은 피부를 강화하는 외공으로 무적일수 수준의 고수라면 초진동 칼날도 가볍게 막을 수 있을 정도가 된다.
송진우 입장에서는 최강의 방패를 얻은 셈이다. 물론 그 손은 공격에도 탁월했다.
퍽!!
왼손을 활용한 혈마장에 맞으니 안드로이드의 머리가 박살 났다.
생명체가 아니라서 공허기가 기맥을 공격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물리력도 훌륭하다.
순식간에 강력한 안드로이드들이 고철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로 인해 쫓기던 사람들은 자신도 처지도 잊고 큰 소리를 냈다.
“마, 말도 안 돼! 디스토이어가 저렇게 쉽게…….”
일반 전투 기계도 아니고 저 안드로이드 로봇은 ‘디스토이어’라 명칭을 붙인 끔찍한 학살자들이다.
“저거 하나를 잡기 위해서 백 명이 넘는 인원이 희생되었는데…….”
넋이 나간 모양이었지만 송진우는 그들의 사정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사방에서 기계들이 시시각각으로 포위를 좁히고 있었다.
“기계들이 주변에 빼곡합니다. 혹시 도망칠 곳을 알고 있습니까?”
그 말에 아까 리더로 보였던 자가 정신 차리고 황급히 말했다.
“이, 이쪽으로 오십시오.”
그들이 가리킨 곳은 하수구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쩌면 당연한 곳일지도 모른다.
“조심하세요. 곳곳에 부비트랩이 가득합니다. 우리가 밟은 곳만 밟으세요.”
아래로 내려간 그들은 능숙했지만 이상한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앞의 남자가 밟은 곳만 따라서 밟는 모양이다.
그 이유는 그레이프가 알려주었다.
[사방에 플라즈마 지뢰가 가득합니다.]플라즈마 지뢰는 생명체에게도 강력하지만 기계류에 더 강력한 데미지를 준다.
게다가 하수에는 강력한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전파 방해 장치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곳에서는 통신이 안 됩니다.]‘로봇과 싸우기에는 최적의 곳이군. 지하 시설치고는 잘 만들어 놨네.’
이런 시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가 없다. 필시 이들은 이런 날을 대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지하 깊숙이 들어가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주변에 있던 조명이 한꺼번에 켜졌다.
철컹! 철컹!!
주변에 숨어 있던 자들이 한꺼번에 뛰쳐나와 총구를 송진우에게 들이댔고 그중에는 기관총은 물론이고 가우스 총도 있었다.
꼼짝없이 포위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의 매복을 미리 알고 있던 송진우는 경거망동하지 가만히 손만 들어 적의가 없음을 표시했다.
송진우를 인도했던 이들은 누군가와 이야기했는데 송진우의 정체에 대해서 대화하는 듯했다.
이내, 이들의 리더로 보이는 자가 앞에 나와 물었다.
“나는 해방단의 리더인 코너라고 한다. 당신은 누구지?”
“나는 포식귀. 이 도시의 마더 컴퓨터와 대립하는 자다.”
“마더 컴퓨터와? 정확히 말해 주겠나?”
“마더 컴퓨터가 우리의 적과 동맹을 맺고 우리 도시로 쳐들어오기 시작했어. 나는 그것을 막기 위해 이 도시에 잠입했다가 우연히 당신들을 만난 거지.”
그 말에 코너는 가만히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일리 있는 말이긴 하군. 하지만 이제까지 이곳에 파고들려 했던 로봇들도 모두 그만한 사정은 숙지하고 있었지.”
이제 보니 이들은 송진우가 사람으로 변신한 안드로이드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코너는 송진우의 활약상을 듣고 혀를 내둘러야 했다.
“디스토이어를 순식간에, 그것도 동시에 넷이나 처치했다고? 솔직히 믿기 어렵군.”
그 말에 송진우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별거 아냐. 뭐, 좀 더 솔직해지자면 당신들 정도 무장이면 몇 초 만에 부술 수도 있지.”
그 말에 코너는 잠시 움찔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군. 하지만 우리도 감춘 것이 더 있어.”
이들에게는 이곳이 최후의 저지선일 것이다.
이제까지 그 무시무시한 안드로이드와 대립해서 살아남았다면 그의 말도 허풍은 아닌 듯했다.
“뭐, 하여간. 말했다시피 그쪽과 싸울 생각은 없어. 오히려 서로 돕는 방향이었으면 좋겠어.”
“돕는다고? 우리랑 마더 컴퓨터를 부수기라도 할 생각인가?”
“아니. 솔직히 이 정도 전력이라면 그런 도움은 기대하기 힘들지. 그냥 단순히 정보라도 줬으면 좋겠는데?”
“……일단 기다려 보게.”
코너가 손짓하자 뒤에서 여성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잔뜩 긴장한 그녀는 처음 보는 기계를 송진우에게 천천히 가져다 댔다.
송진우는 뚱한 눈으로 코너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게 뭔데?”
“디스토이어를 판별하는 장치야. 다른 기계 장치가 있다면 잠시 벗어주게.”
송진우가 상관없다는 몸짓을 하니 여성이 기계로 송진우를 스캔했다.
삐빅!
결과가 나왔는지 여성은 뒤로 돌아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주변에 잔뜩 긴장한 사람들이 무기를 내려놨다.
“이제 된 건가?”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생명이 달린 문제이니 이해해줄 것이라 믿겠네.”
“이해하네.”
코너는 턱짓으로 사람들을 물리고 송진우를 살갑게 맞았다.
“이리 오게. 아무래도 우리는 할 말이 많을 것 같으니.”
송진우는 군말 없이 코너가 안내한 곳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