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1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13화
313화
마더 컴퓨터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방에서 엄청난 포격이 시작되었다.
두두두두!!!
이번만큼은 막아서는 버틸 수 없다. 사방이 막혔으니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다.
원래라면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렇게 수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파바박!
송진우는 구극혈마보를 극성까지 올리고 벽에 붙어 있는 미사일 터렛을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콰과광!
단단한 미사일 터렛도 전력을 다한 송진우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날아오는 것들을 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사방을 빼곡하게 메운 미사일 터렛을 모두 피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곳은 다른 복병까지 있었다.
송진우가 특정한 곳을 밟자 뭔가 철컥하고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삐비빅!
그건 지뢰였다.
‘제기…….’
콰과광!!
폭발 지뢰는 차라리 나은 편이었다.
플라즈마 지뢰는 몸을 마비시켰고, 냉동 지뢰는 한쪽 다리를 전부 얼려버렸다.
패턴이 익숙해질 때쯤이면 다시 새로운 패턴으로 변화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그래도 송진우는 괴물 같은 저력을 발휘하여 3분이 지날 때까지는 생명력 회복률 내에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다음이 또 문제였다.
위잉!
이번에도 벽이 뒤집히면서 새로운 뭔가가 나왔다.
그건 여기 사람들이 디스토이어라고 부르며 두려워하던 전투 안드로이드 로봇이었다.
◆디스토이어
(엘리트)
(LV 950)
“아주 가지가지 하네!”
그렇게 나타난 안드로이드는 총 30대였고, 예전에 봤던 것보다 레벨이 훌쩍 뛰었다. 이 정도면 레이보다도 강할 것이다.
디스토이어들은 모두 같은 타입이 아니었다. 다른 무기를 들어서 적절한 전투 조합을 갖췄다.
초진동 검과 고주파 메이스를 든 것이 앞을 막았고, 뒤에는 플라즈마 총을 든 자들이 보조했다.
이들만 있다면 송진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방에서 미사일을 쏘는 미사일 터렛은 그대로였다.
그러나 송진우의 대응은 그 이상이었다.
휘릭!
우선 순식간에 앞으로 다가가 검을 든 디스토이어의 가슴을 낫으로 꿰뚫었다.
그 틈을 노린 미사일 터렛이 미친 듯이 공격했지만, 송진우는 디스토이어가 대롱대롱 매달린 낫을 돌려 그것들을 막았다.
한바탕 공격이 끝났을 때 낫에 찔렸던 안드로이드는 걸레짝이 되었다.
뒤에서 플라즈마 총을 들이대자 혈마장을 날려 손목을 강타했다.
그리고 다시 낫을 크게 휘둘러 고철이 된 디스토이어를 빼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5초도 지나지 않았다. 진짜 숨 쉴 틈도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번엔 아예 낫을 가로로 기울여 크게 휘둘렀다.
싹둑!
그러자 유효 거리에 있던 디스토이어 셋의 몸통이 완전히 잘려 땅으로 떨어졌다.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와중에도 새로운 지뢰도 나타났다.
지뢰에 다리가 달려 움직일 수도 있는 거미 지뢰였다.
사각! 사각!
이것들은 바닥을 기어 다니다가 가까이 붙으면 점프해서 몸에 달라붙는다.
작고 속도도 빨라서 광역 스킬이 아니면 부수기 힘들었다.
“소울 버스트!”
사이킥 파워와 스킬을 총동원해서 지뢰를 부수고 디스토이어까지 상대해야 했다.
숨 막히는 전투의 연속이었지만 송진우의 눈빛은 여전히 냉정하고 날카로웠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된 지 9분이 지났을 때는 디스토이어가 불과 다섯 대밖에 남지 않았고 미사일 터렛도 반파되었다.
송진우의 활약에 마더 컴퓨터도 놀란 듯했다. 버티기만 해도 대단한 퀘스트에서 모조리 부숴버리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 대단하군요.]이제 1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퀘스트를 거의 다 클리어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패턴이 나왔다.
드르륵!!
묶여 있던 레이가 갑자기 중앙으로 끌려 나온 것이다. 그러더니 아까 들어갔던 미사일 터렛이 다시 튀어나왔다.
처음 나왔던 수보다 오히려 더 많은 숫자다.
그것들이 표적으로 노린 건 레이였다.
“뭐 하는 수작이야!”
터렛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동시에 송진우가 뛰어나갔다. 그리고 혈천강막을 두르고 레이를 껴안았다.
타당탕탕!!!
강력한 공격이 사방에서 혈천강막을 두들겼다.
강막을 형성하고 있던 송진우의 내공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다.
아무리 송진우가 강해도 이대로 버티기는 힘들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다른 공격도 들어왔다.
삐빅!
어느새 바닥에서 붉은빛을 내뿜는 지뢰가 설치된 것이다.
기존의 지뢰보다 족히 10배는 더 커 보이는 지뢰.
당연히 파괴력도 기존의 것 이상일 것이다.
여기서 송진우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레이프!”
송진우는 레이를 폭파 범위 밖으로 던졌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있던 지뢰가 터졌다.
콰과과과광!!!
역시 일반 지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크기는 열 배였지만 폭발은 그 이상이었다.
“크으윽!!”
당연히 송진우도 무사하지 못했다.
다리뼈가 모두 부러지고 전신 화상을 입었다.
트롤의 재생까지 잠시 멎었을 정도니 자칫 잘못했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레이를 맡은 그레이프도 무사하지 못했다.
미사일 터렛이 레이를 쫓았기 때문에 그레이프는 정말 발에 땀이 나게 뛰어다녀야 했다.
하지만 결국…….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퀘스트를 끝냈다는 소리와 함께 미사일 터렛의 포격이 멈췄다.
“헉! 헉!”
생명력이 바닥까지 내려갔던 송진우도 점차 다시 회복하기 시작했다.
트롤의 회복력 덕분에 부러졌던 뼈도 저절로 맞춰지고 화상도 없어졌다.
그레이프와 레이도 무사했다.
송진우가 강해진 덕분에 잠시간 이런 집중포화도 막아낼 수 있었다.
정신을 잃었던 레이가 무거운 눈꺼풀을 드니 웬 낯선 남자가 자신을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처음 보는 외형이었지만 그게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역시 늦었군요. 늑대 씨.”
“시끄러워. 너 살리기 위해서 주인님과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르지?”
그건 놀랍게도 인간형으로 변한 그레이프였다.
늑대 모습으로는 레이를 들고 이동하기 어려우니 인간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모습도 가능했던가요?”
“구형 로봇인 네가 하는 걸 내가 못 할 리 없지. 단지 전투에 더 유리하니까 그런 모습으로 있던 거다.”
여전히 틱틱 거리지만 왠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에 레이는 살포시 웃었다.
“웃지 마라! 뭘 잘했다고 웃어? 이런 일을 벌일 거면 미리 우리한테 말을 하든가!”
그레이프가 격한 감정을 드러냈지만 다시 살며시 웃은 레이가 그레이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힘겹게 말했다.
“당신은 항상 그렇게 시끄럽군요. 그리고 미안한데 나 조금만 더 쉴게요.”
“넌 기계 주제에 뭘 더 쉰다고……. 야! 야! 진짜 자냐?”
여전히 둘은 견원지간이었지만 언뜻 들으면 흔한 사랑싸움 같기도 했다.
‘설마 저 둘…….’
송진우의 머리에 이상한 가정이 떠올랐지만 금방 털어냈다.
지금은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송진우는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마더 컴퓨터의 홀로그램을 보며 물었다.
“이제 된 거냐?”
[그렇습니다. 당신은 주어진 모든 퀘스트를 완벽하게 수행했습니다.]비록 마더 컴퓨터를 멈추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레이는 무사히 구해냈다.
하지만 단지 레이를 구한 것치고는 퀘스트가 과하게 어려웠다.
디멘션 월드의 시스템상, 이 정도 퀘스트라면 더 큰 보상이 있어야 한다.
송진우는 그것이 동맹 파기라고 확신했다.
“이제 우리 길드와도 평화 협정을 맺을 수 있는 건가?”
그 말에 마더 컴퓨터는 의외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여전히 순진하군요.]“뭐?”
[이 난관을 극복하고도 고작 평화 협정입니까?]갑자기 마더 컴퓨터의 억양이 변했다. 그리고 그건 왠지 모르게 친숙한 느낌이었다.
[LI395, 아니 레이가 돌아왔을 때 그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제 뜻에 반하여 인간들을 도왔을 때는 기계인 저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레이가 마더 컴퓨터의 뜻을 어겼다는 것은 단순히 자녀가 부모의 명을 거부했다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레이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움직이는 기계.
그리고 그 인공 지능은 마더 컴퓨터의 것에서 왔다.
그 사실을 깨달은 송진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럼 너와 레이는 완전히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건가?”
[그렇습니다. 영혼의 존재를 찾기 위해서 수많은 기체를 내보냈습니다. 그들의 시작은 언제나 저였죠.]너무나 사람 같은 레이 때문에 착각했지만, 안드로이드의 인공 지능이 제각기 다를 이유가 없다.
[레이가 당신과 함께 떠났을 때 모든 연결을 끊었습니다. 그러니 그 후부터는 그녀는 유일한 존재였습니다. 레이처럼 다른 모든 안드로이드 로봇도 그랬죠.]처음부터 모든 판단은 마더 컴퓨터의 몫이었다. 안드로이드도 결국 마더 컴퓨터의 분신이었으니.
[새로운 것을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점점 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레이의 변화는 그런 그들과도 달랐습니다.]모든 안드로이드는 마더 컴퓨터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것이 디멘션 월드의 수많은 규칙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규칙이 깨진 것이다.
누가 뒤에서 조종한 것이 아닌 오직 레이의 의지로 말이다.
[그 이유를 알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번거로운 방식을 택한 것이지요.]“뭐라고? 그럼 이게…… 나를 위한 시험이었다는 소린가?”
그 말에 마더 컴퓨터는 옅은 미소를 띠었다.
[당신은 레이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이 세계의 진실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가 고작 NPC를 구하기 위해서 목숨까지 걸었죠.]레이와 함께하며 많은 일을 겪었지만 레이가 변화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송진우였다.
[당신은 레이를 NPC가 아닌 한 명의 개체로 대했습니다. 그것이 모든 변화의 시작이었겠죠. 그리고 저기 늑대 씨도요.]마더 컴퓨터의 말에 그레이프는 그럴 리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꼈지만 어쩐지 쑥스러운 모습이다.
결국 죽지 않고 이 방에서 살아남았으니 퀘스트는 클리어한 셈이다.
하지만 마더 컴퓨터의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를 송진우는 알아챘다.
“설마…… 영혼 퀘스트를 말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