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1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14화
314화
처음 마더 컴퓨터가 주었던 그 말도 안 되는 퀘스트.
펙토리우스가 한윤성 측과 동맹을 맺었다는 것을 듣고 당연히 실패하리라 생각했었다.
[그들이 제시한 답도 결국 생명의 영혼이 있다 한들 무가치하다는 것일 뿐, 완벽한 답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증명해 냈죠.]“그럼…… 너는 레이에게 영혼이 깃들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그런 것은 의미 없습니다. 어차피 당신들도 영혼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잘살지 않습니까?]영혼은 가장 대표적인 증거일 뿐이다.
마더 컴퓨터가 원하는 것은 결국 존재에 대한 본질.
[레이는 우리들도 디멘션 시스템 없이도 살 수 있으며, 심지어 그것을 거역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시스템의 필요로 의해 만들어진 마더 컴퓨터이고 NPC다. 그런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법칙을 벗어났다.
모든 것이 거짓이고 환상이었지만 최소한 그것에 끌려 다니지 않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래서 나는 레이를 더 나은 나로 받아들였습니다.]“……그랬군. 그래서 이렇게 친근했군.”
놀랍게도 마더 컴퓨터는 레이의 인격과 기억을 메인으로 설정한 것이다.
그래서 어투도 친근했고 그레이프도 늑대 씨라고 부른 것이다.
“그럼 너는 레이인가?”
[새로운 뿌리가 레이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또 다른 제가 되겠죠. 오직 제가 선택하는 방향에 따라서요.]그러면서 마더 컴퓨터의 홀로그램은 꾸벅, 하고 허리를 굽혀 송진우에게 인사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당신과 그레이프가 제게 준 친절은 평생 데이터에서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마더 컴퓨터는 아직 그레이프의 품에서 정신 차리지 못하는 레이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그녀를 잘 부탁합니다.]마더 컴퓨터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송진우를 둘러싸고 있던 돔이 저절로 해체되었다.
그러자 푸른 하늘과 밖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허! 한 방 먹었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
이렇게 되면 펙토리우스와 한윤성 측과의 동맹이 끝나는 것은 물론이고 이제부터 자신들과 동맹이 되기 때문이다.
적이 아군이 되었으니 그 효과는 두 배 이상이었다.
“그럼 이제 무서울 것이 없지.”
* * *
펙토리우스와 동맹을 맺으니 상황은 완전히 뒤집혔다.
이번에 송진우가 체결한 동맹은 한윤성 측과 한 동맹보다 훨씬 뛰어났기에 디스토이어 같은 고급 병력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활로가 뚫리니 방사능 지대의 구울들이 다시 합류했고, 기세를 몰아 빼앗겼던 도시도 하나둘 탈환했다.
이렇게 되니 중앙 대륙뿐 아니라 디멘션 월드에서도 엘리샤 길드가 유리한 입장이 되었다.
특히 구월문도 저번 남궁운경이 잡혔을 때 병력 손실이 너무 컸다. 동맹으로서뿐 아니라 구월문 자체가 휘청거릴 정도였다.
패색이 짙어지니 당연히 구월문 내의 구염화의 입지도 줄어들었다.
이 전쟁은 첫째가 아닌 데다가 여자인 구염화가 가문에서 후계자로 인정을 받기 위한 첫 임무였다.
포식귀가 사라지고 검성을 끌어들였을 때까지만 해도 승리를 자신했지만 연거푸 패배를 겪은 지금은 궁지에 몰렸다.
그나마 프리파이어 도시만 점령하면 디멘션 월드 쪽은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었는데 뜻하지 않은 펙토리우스의 배반으로 그것도 물 건너간 상황.
구염화는 이글거리는 눈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쾅!!!
“여기가 끝이다. 이제 더 물러설 곳도 없어!”
이대로 시간이 지나 봤자 포식귀에게 끌려 다니기만 할 것이 뻔했다.
그러니 그 전에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디멘션 월드의 룰로는 이길 수 없어. 결국 현실에서 싸워야 해.”
구염화가 내린 결론이 이것이다.
디멘션 월드의 룰로는 그 검성조차 이긴 놈이다.
그러니 최소 검성과 같은 실력자를 더 데려오거나 현실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
“모든 부대 다 준비 시켜. 내가 직접 한국으로 갈 거다.”
비록 송진우만 못하지만 구염화도 강력한 무인이다.
애초에 구의겸을 밀어내고 이런 귀중한 기회를 얻은 것도 그녀의 무재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직접 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소문주님! 그건 위험합니다!”
“위험한 건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가면 확실하게 그놈을 잡을 수 있다.”
이미 한 번 송진우에게 크게 깨진 구염화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까지 자신 있어 하는 이유가 있었다.
“설마, 그 퀘스트를 성공한 겁니까?”
“그래. 너희가 헛짓거리를 하는 동안에 나는 드디어 염원을 이뤘지. 오라버니도 번번이 실패하던 퀘스트를 마침내 성공했다.”
“오! 감축드립니다, 소문주님!”
송진우가 혈교에서 힘을 얻는 동안 구염화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구월문의 최정예 병력을 데리고 예전부터 염원하던 보상을 결국 얻어낼 수 있었다.
“신고식이 포식귀라면 나쁘지 않겠지.”
구염화의 손에는 요사스럽게 빛나는 깃털이 있었다.
* * *
마더 컴퓨터와의 일이 일어난 지 3일 후에야 레이가 정신을 차렸다.
의식을 차리지 못해서 완전히 망가진 줄만 알았던 송진우가 가슴을 쓸어내린 순간이다.
“괜찮아?
송진우의 말에 레이는 몸을 체크하고는 덤덤하게 말했다.
“문제없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느라 시간이 걸렸습니다.”
“업그레이드? 그게 뭔데?”
“마더 컴퓨터께서 제 부품을 개조하고 그에 맞춰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어쩐지 안드로이드인 그녀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했더니 이런 비밀이 있었다.
“그럼 성능이 더 좋아진 거야?”
“그렇습니다. 전과 비교하면 성능과 연산 처리 속도가 약 50% 정도 향상하였습니다.”
원래도 강력했던 레이였는데 성능이 50% 정도 향상했다면 단순히 보조만 하는 수준이 아닐 것이다.
마더 컴퓨터가 송진우와 레이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쳇!]모처럼 강화하여 이제는 전투력을 따라잡았다고 생각한 그레이프가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 모습을 보고 레이가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당신은 영원히 저한테 안 됩니다, 허약한 늑대 씨.”
[건방 떨지 마라! 전투력을 뺀 유용성은 여전히 내가 훨씬 뛰어나!]“약한 개가 짖는군요.”
[으르릉!]다시 만난 두 기계는 여전히 티격태격했다.
하지만 그 역시 사랑싸움 같았다.
어쩐지 소외감이 든 송진우만 목덜미를 긁적였다.
“어쨌든 그럼 레이가 펙토리우스 병력을 지휘해 줬으면 좋겠어.”
펙토리우스의 동맹군은 마더 컴퓨터의 로봇 군단만이 아니다.
코너가 지휘하는 옛 저항군, 지금은 당당히 도시의 일원이 된 인간 병사들도 있었다.
레이가 그들을 도와줬었기 때문에 말을 잘 들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고마워. 그레이프와 계속 통신하는 거 잊지 말고.”
“네.”
[……네.]레이가 나서서 펙토리우스 쪽을 지원하면 송진우도 운신이 더 자유로워진다.
“일단 이 전쟁부터 끝내야 해.”
중앙 대륙과 지저 세계, 아직 정비가 필요한 혈교와 비밀을 가지고 있는 연오란 등등…….
아직도 곳곳에 문제가 산적해 있다.
빨리 전쟁을 끝내야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상황은 이쪽이 더 좋고 또 다른 변수가 없다면 승리를 둔 상황이다.
“다른 변수가 없다면 말이지.”
구염화가 이대로 포기할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았다.
전에 봤던 구염화는 욕심이 많은 여성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도 있지 않은가?
“그레이프. 적들의 움직임은 어때?”
[아직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하지만 중국 측에서 보안을 강화하여 알지 못하는 정보도 있습니다.]“네가 해킹하지 못하는 통신도 있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전서구 등을 이용한 방법으로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늘었습니다.]“전서구? 그럼 비둘기를 말하는 거야?”
[정확히는 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시대가 어느 땐데 전서군가?
하지만 막상 그래서 그레이프가 정보를 알아내지 못했으니 그들의 선택이 옳았을 수도 있다.
“무맹의 움직임은?”
검성을 풀어주었으나 끝까지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를 손쉽게 이기긴 했지만 그만한 무인이 더 몰려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검성이 돌아간 후로 잠잠합니다.]“다행히 약속은 잘 지키는군.”
지금 시점에서 중국 무맹과 척을 지는 것은 부담이 크다.
“하긴 무맹도 바보들의 집합소가 아닐 테니까.”
중국을 흔드는 움직임이 뻔히 보이는데 이 시점에 송진우를 자극하는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구월문만 주시하면 되겠군.”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것이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오랜만에 연락 온 김택현 기자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접니다. 김택현.
“네. 무슨 일입니까?”
한동안 주화입마와 후계자 전쟁 때문에 검은 사신 활동을 거의 못 했었다.
그 활동 때문에 전화를 한 거로 생각했지만 김택현은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요즘 뉴스에서 계속 떠드는 헌터법 개정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헌터법 개정이요? 아뇨. 사실 요즘 바빠서 뉴스는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조금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 헌터를 관리하는 부서는 대통령 직속으로 운영되었죠.
“네,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뭐가 바뀌었습니까?”
-헌터의 중요도가 커짐에 따라 헌터부가 대통령의 직속 부서인 것은 삼권분립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번 법 개정에 의해서 헌터 부서가 독립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무슨 문제죠? 듣기에는 좋은 방법인 거 같은데?”
-물론 권력분립 측면에서는 좋죠. 하지만 대신 기밀 유지 측면에서 형편없어지죠.
그제야 송진우는 김택현이 뭘 말하고 싶은 것인지 알아챘다.
“제 정보가 걱정인 거군요.”
-그렇습니다. 포식귀의 정체는 요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이죠. 그리고 심기태 의원님의 정보에 따르면 벌써 포식귀 님의 정체를 알기 위한 움직임이 보인다고 합니다.
스톰 브레이커인 송진우는 편의를 받아 헌터증에서조차 이름이 아닌 포식귀라는 별명이 쓰여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헌터부에는 송진우의 신상명세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이제까지는 국가 기밀로 분류되어 철저하게 관리되어 송진우의 신상이 알려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물론 법이 개정되어도 여전히 국가 기밀로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든지 헌터들의 정보를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말이 기밀이지 이제는 포식귀 님을 노리는 자들이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게 될 겁니다.
심지어 세계의 적이라고 불리는 노배 레스도 국회의원과 끈이 닿아 있었다.
다른 이익 단체들도 국회의원과 손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정체를 캐기 위해서 많은 인원을 투입했던 구월문이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그건 곤란하군요.”
자신만 노린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동생인 송하나가 문제다.
이제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송하나라서 집 안에 숨겨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법 개정이 언제입니까?”
-어제 통과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 시행될 겁니다.
생각보다 이른 기간이다.
그간 바빴다지만 왜 이제까지 이런 소식도 듣지 못했는지 자책도 했다.
그러다가 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분명 날 노리는 자들이라면 어떻게든 제 정보를 얻으려 하겠죠?”
-그렇습니다. 뉴스에서는 헌터들의 정보가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이 절대 없을 거라 언급했지만,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알고 있죠.
“그럼 만약 그 정보가 거짓 정보라고 해도 그들은 믿을 수밖에 없겠죠.”
송진우는 거짓 정보를 흘려 역으로 적들을 일망타진할 생각을 하는 것이다.
-네?! 거짓 정보요?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헌터의 정보는 인터넷으로는 절대 침범할 수 없게 군에서 사용하는 통신 보안 체계를 이용한다.
그래서 이제까지 수많은 해킹 시도가 있었지만, 한 번도 뚫리지 않았다.
하지만 송진우에게는 그레이프가 있다.
‘가능하겠어?’
[분명 정보가 담긴 단말기가 있을 겁니다. 단말기가 있는 곳 근처에 갈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좋아.’
송진우는 그레이프의 말을 김택현에게 전했다.
그러자 김택현의 어이없다는 듯한 말이 들려왔다.
-그런 것도 가능합니까?
“가능합니다. 그러니 그 단말기라는 것의 위치만 알아내 주시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조금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이건 심기태 의원의 지원이 필요하겠군요.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만 알아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곧 연락드리겠습니다.
“부탁하겠습니다.”
송진우는 전화를 끊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준비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 * *
그리고 나흘 후.
송진우는 분당에 있는 한 정부 시설을 찾았다.
아니, 정부 시설이라고 들었는데 보이는 것은 거대한 쇼핑몰이었다.
“여기 맞아? 그냥 쇼핑몰인데?”
[김택현 기자가 준 정보에 의하면 정부 시설은 이곳의 지하실에 있습니다.]“왜 이런 곳에 비밀 기지가 있는 거야? 확실히 철저하게 관리하긴 했네.”
[현 대통령은 헌터와 그런 그들의 정보 관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법 개정을 완강하게 반대하기도 했습니다.]“그런데도 개정된 거네.”
[야당 역시 이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하여간 정치인들이란…….”
국익보다 정치노름에 더 신경 쓰는 자들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도를 넘어섰다.
“그걸 이용하는 나도 뭐라 할 상황이 아닌가?”
송진우는 오랜만에 검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혹시 들키더라도 검은 사신의 활동으로 보이기 위해서다.
“돌입한다. 지원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목표가 쇼핑몰 지하에 있다는 것만 알고 있다. 그 밖의 그 어떤 정보도 없는 상황이니 송진우도 방심할 수 없었다.
검은 사신 활동으로 잠입에는 도가 텄지만 이 정도로 보안이 강력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도 무려 특급으로 분류된 정부 시설이다.
지금부터는 한 발자국도 함부로 내디딜 수 없다.
‘입구는?’
[딱 한 곳의 엘리베이터로만 이동할 수 있습니다.]‘그곳을 이용하면 당연히 들키겠지?’
송진우가 가진 능력을 활용하면 건물에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고 뚫고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안에 어떤 장치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니 그렇게 단순 무식한 방법으로는 섣불리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럼 다음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탈 때를 노린다.’
송진우는 다른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같이 들어갈 생각이었다.
안개의 화신 능력을 활용하면 바로 곁에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돌발 변수가 나타났다.
콰과광!!!!
‘폭발?!’
송진우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아래층에서 폭발음이 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