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32화
32화
누군가가 한국을 공포에 몰아넣으려고 이런 일을 저질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렇게 하려면 균열을 통제라도 해야 한다. 이제까지 그런 능력자는 없었다.
‘과민한 생각이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악몽이다. 송진우는 그런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이 몸서리쳤다.
“어~ 어~ 엄마 난 괜찮아.”
친구들은 가족들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고 그들을 안심시켰다. 균열이 깨졌다는 말을 듣고 그들이 계속 마음을 졸이며 기다린 것이다.
송진우도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동생에게 온 부재중 통화 목록이 수십 개씩 있었다.
“이런.”
송진우도 서둘러 동생, 송하나에게 전화를 했다.
“어~ 그래. 괜찮아. 아무 일 없었어.”
수화기 너머로 동생의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해서 걸었는데 진짜 수신이 안 되니 심장이 덜컹하고 내려앉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송진우가 가기 싫다고 한 것을 자신이 밀어붙여서 간 동창회다.
혹시 송진우에게 무슨 불상사가 생겼더라면 평생 가슴에 한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 금방 들어갈게.”
송하나를 안심시키고 통화를 끊었다. 이제 정말 집에 돌아갈 시간이다.
먼저 양세중과 최기현을 보내고 노혜미와 걸었다. 노혜미가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노혜미가 넌지시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응? 뭐가?”
“네, 다리. 레드존에서 나왔는데도 멀쩡히 잘 걷고 있잖아.”
“응?”
송진우도 깜빡하고 있었다. 원래 현실에서는 아직 목발을 짚는 시늉을 하고 있었는데 급박한 상황 때문에 그냥 걸은 것이다.
송진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난감한 듯이 웃었다.
“아… 하하, 그게 말이지…….”
송진우가 머뭇거리자 노혜미도 눈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원래의 새침한 표정을 했다.
“됐어. 무슨 사정이 있겠지. 내가 그런 걸 물어볼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 미안해. 하지만 이 일은 비밀로 해줘.”
“……흠. 뭐 알겠어. 따로 말할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둘의 연관점이 되는 사람은 오늘 대부분 죽었다고 판단된다. 그것을 깨달은 송진우는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우울한 이야기를 하니 기분이 다시 나빠졌다. 결국 둘은 버스 정류장까지 말없이 왔다.
“나 저기 오는 버스 타면 돼.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워. 그리고 오늘 살려줘서 고마워.”
“운이 좋았지.”
“우리 연락이나 하면서 지내자. 핸드폰 번호 좀 알려줘.”
“아~ 그래. 핸드폰 줘봐. 적어줄게.”
그렇게 번호까지 교환한 후에 노혜미는 버스에 올라탔다.
“그럼 나중에 봐.”
“잘 가라.”
노혜미까지 가니 정말 혼자가 되었다. 오늘 얻은 소득을 생각하면 최고로 운 좋은 날이지만 동창들을 생각하면 웃을 수 없었다.
‘내가 그들을 살릴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장애인이라고 놀린 탓에 욱하고 나온 것 같았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만약 차분히 생각하면 더 좋은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나의 운명을 바꾸는 건 이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겠지?’
오늘 동창생을 구하지 못한 건 자신이 충분히 강하지 못해서다.
‘다시는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지 않을 거다. 두 번은 없어.’
그렇게 다짐하며 송진우는 가슴속의 불길을 키워나갔다.
《LOG IN》
게임에 접속한 송진우는 가장 먼저 직업소개소에 들렸다.
직업을 바꾸기 위해서인데 그림 리퍼를 잡고 얻은 ‘죽음의 무도’라는 엠블럼에 그림 리퍼로 전직할 수 있는 옵션이 붙어 있었다.
대충 살펴보니 독특한 암 속성 스킬을 사용하는 전사 직업이다.
탱킹보다는 회피와 공격에 특화되어 있었고, 원래 그림 리퍼가 낫을 사용하니 좋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었다.
이제 직업을 얻었으니 이것을 레벨 100까지 올려서 마스터하고 바로 1차 승급을 할 생각이다. 레벨은 이제 거의 400에 가까워졌으니 1차 승급 조건인 300은 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직업을 마스터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직업 경험치인 JP(Job point)는 레벨 경험치인 EXP와는 달리 높은 레벨의 적을 쓰러트린다고 더 많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낮은 레벨의 적을 쓰러트리면 훨씬 낮게 준다. 그러니 적당한 레벨의 적을 많이 쓰러트리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그렇다고 낮은 레벨의 몬스터를 잡을 생각은 없다. 새로 얻은 힘을 사용해서 계속 400 레벨대의 적을 잡을 생각이다
“일단 스킬 확인부터…….”
그림 리퍼를 잡고 얻은 스킬북이 있다. 그것을 통해 쉐도우 스텝이라는 스킬을 배우고 정확한 능력을 확인하고자 했다.
▲쉐도우 스탭
(액티브)
(LV 1)
▷능력 :
3초 동안 그림자로 변하여 주변 적들에게 암 속성 데미지를 입히며 그 도중, 공격 및 스킬 사용이 가능하다. (쿨 타임 50초)
“음, 이게 뭔 소리지?”
백 번 글을 보는 것보다 한 번 직접 사용하는 것이 더 빠르다.
송진우는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쉐도우 스텝!”
우웅~
스킬을 사용하자 몸이 흐릿해지면서 검은 아지랑이처럼 변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엄청난 변화였지만 본인이 느끼기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팔을 몇 번 흔들어봤는데 벌써 지속 시간이 끝났다.
“설마, 3초간 무적이라는 건가?”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예상이 맞는다면 3초간 적의 공격을 받지 않으면서 자신은 공격할 수 있는 스킬 같았다.
3초면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위험한 순간을 벗어나기에는 좋은 스킬이다. 게다가 레벨이 오르면 지속 시간도 증가할 것이다.
“좋네.”
보통 무적 스킬은 오직 방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이건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되는 스킬이다.
지속 시간은 짧아도 무적 스킬은 언제나 좋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팔았으면 인기 없는 언데드 스킬인 것을 고려해도 수십억은 받았을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면 손이 덜덜 떨렸지만 지금은 돈보다 힘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음에 확인할 건 포식으로 얻은 신체에 들어 있는 효과다.
바이콘의 다리에는 바람 장막, 트롤의 피부에는 세포 재생, 오우거의 오른쪽 팔에는 단단한 피부와 괴력, 그리고 마지막에 얻은 부정한 피에는 피의 채찍이 있었다.
바람 장막과 세포 재생은 이미 안다.
바람 장막은 빨리 달리면 바람 장막이 몸에 생성되어 원거리 투사체를 다 막아주고 세포 재생은 상처가 나면 빠른 속도로 회복한다.
“남은 건 단단한 피부와 괴력, 그리고 피의 채찍인데…….”
전에 얻은 두 개는 패시브 스킬에 가깝다. 그러니 나머지도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발동되는 형식일 것이다.
“흠~ 모르겠네.”
피부를 찌르고 힘을 주고 시동어를 소리쳐도 아무 반응이 없다.
“언젠간 알 수 있겠지.”
마을에서 볼일을 모두 해결한 후에 사냥터로 떠났다. 목표는 직업 레벨을 올리고 보스 몬스터를 잡아 포식하는 것이다.
마나도 있는 대로 모두 사용해서 액티브 스킬인, 데들리 스핀과 쉐도우 스탭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좋다.
액티브 스킬은 보유 수가 많으면 나쁘지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스킬 레벨이다.
그래서 잡다하게 사용하는 것보다 주요 스킬을 정해서 중점적으로 사용해 레벨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날, 사냥터를 열심히 돌아다녔지만 결국 소득은 없었다.
…….
《LOG OUT》
신의 아바타가 되어서 현실에서도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송진우는 여전히 짐꾼 생활을 계속했다.
부족한 생활이지만 익숙해져 있고 요즘은 송진우가 사냥하고 얻은 것들을 팔고 있어 전보다는 훨씬 살 만하다.
돈도 중요하지만 지금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해지는 것이다.
오늘도 중앙 대륙에 짐꾼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한수정이 지휘하는 일행에 합류하게 되었는데 듣기로는 한수정이 그간 바쁜 일이 있어 중앙 대륙에 신경 쓰지 못했다고 했다.
한수정은 또 돌아다니면서 다른 일원들에게 일일이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진우 씨.”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어…… 언데드로 환생하신 건가요?”
한수정은 피부색이 콘크리트 색이 된 송진우를 보면서 말했다.
모든 종족은 종족만의 특색을 지니고 있는데 엘프의 귀나 오크의 송곳니, 신족의 광륜 등이 대표적인 예다.
“네, 언데드가 생존이 좋잖아요.”
“하지만…… 힐을 못 받잖아요.”
회복 마법을 못 받는 것이 언데드의 최대 단점이자 약점이다. 그래서 다른 장점들이 뛰어나더라도 언데드를 기피하고 또 길드에서도 언데드 플레이어는 받지 않는다.
하지만 송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짐꾼에게 힐을 주는 파티는 없습니다. 그러니 상관없죠.”
힐은커녕 미끼로 쓰지 않으면 다행이다. 물론 한영 길드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는 들었지만, 그대로 짐꾼에게 힐을 써서 마나를 낭비하지 않는다.
살아남는 건 오직 짐꾼, 자신의 몫이다.
송진우의 말에 한수정은 조금 당황해하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냉혹한 이쪽 생활의 생리를 모르는 건 아니다.
그녀가 불편해하는 것 같으니 송진우는 말을 돌렸다.
“바이올린 정말 감사합니다. 동생이 너무 좋아해요. 덕분에 독주회도 잘 마쳤습니다.”
“아~ 독주회도 했나요? 바이올린은 미래의 대스타가 쓰기에도 괜찮았나요? 길을 들인다고 열심히는 했는데…… 말했다시피 저랑은 잘 안 맞아서 잘 모르겠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주 좋은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어찌나 좋아하던지 처음 며칠은 잘 때도 꼭 끌어안고 잤어요.”
“좋아하다니 다행이네요.”
다른 사람과는 그냥 의례적으로 짧게 인사를 끝냈지만, 송진우와는 사람들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이야기했다.
“2학년이 마무리 공연을 했다고요? 그것도 진선 예고에서요? 진짜 실력이 대단한가 보네요.”
“제 동생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최고입니다. 언제 한번 들려드리고 싶네요. 동생도 좋아할 겁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한수정의 오빠라는 사람이 생각났다.
“아~ 전에 한수정 씨의 오빠분이 오셨어요.”
“네? 제 오빠가요?”
오빠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한수정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전까지는 상냥하고 온화한 표정만 가득했던 얼굴이 갑자기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그것을 본 송진우는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건가라고 생각했다.
“설마 셋째…….”
“네, 맞습니다. 한……대운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근데…… 뭐가 잘못되었나요?”
“아니, 아니에요. 근데 그 인간이 와서 뭐라고 하던가요? 혹시 뭔가 이상한 짓이라도 한 건 아니죠?”
갑자기 말이 속사포처럼 빨라진 한수정이다. 본인은 그것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마에 주름이 생기면서 눈에도 힘이 엄청나게 들어갔다.
“아닙니다. 그냥 궁금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동생이 남자에게 호의를 베푼 것이 흔치 않다고 하면서요.”
“……그게 끝이에요?”
“네. 그리고 금방 갔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한 건 5분도 안 됩니다.”
송진우의 말에 한수정은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또 만난 적이 있나요?”
“아닙니다. 그다음에 본 적은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송진우의 말을 듣고 한수정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서 한동안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송진우는 그녀를 건들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 어색한 분위기를 깬 건 한수정을 늘 따라다니는 중년의 남자, 김 실장이었다. 참고로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모른다.
“아가씨! 준비가 다 됐습니다.”
“네?! 아…… 네. 알겠습니다.”
이제는 한수정이 일행을 지휘해야 한다. 자신의 자리로 가면서 한수정은 송진우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앞으로 그 인간을 보면 무조건 피하세요. 만약 무슨 이상한 말을 해도 그냥 무시하시고요.”
“네? 아…… 네, 알겠습니다.”
궁금한 건 아직 한가득 있지만 한수정의 기색을 살펴보니 한마디라도 더 꺼내면 칼부림이라도 날 분위기다.
말 못 할 가족사가 있는 것 같아서 더는 캐묻지 않았다.
처음 한대운을 만났을 때도 뭔가 이상한 기색을 느끼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한수정이 과민하게 반응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