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2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25화
325화
끊임없이 흐르던 강물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길이 생겼다.
그걸 보며 잭이 다시 호들갑을 떨며 쇼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오우! 동양의 모세!”
방울을 던진 쇼도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는지 잠시 멈칫했고, 송하나가 일행을 재촉했다.
“어서 가죠. 언제까지 저 상태를 유지할지 알지 못하잖아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다른 일행도 서둘러 강을 건넜다.
다행히 강물은 일행이 무사히 건넌 후에야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한번 포탈을 통과하니 새로운 곳이 나왔다.
그곳은 이전의 저승 옥졸보다 훨씬 더 포악하게 생긴 거구의 괴물이 득실거리는 곳이었다.
◆야차
(엘리트)
(LV 1,500)
“이건 좀 과한데?”
자신만만해하던 일행도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혹독한 난이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겁나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니다.
이번에도 침착한 쇼가 먼저 나섰다.
“아까처럼 하지.”
송진우가 송하나를 보호하고 나머지는 공격.
별 특별한 작전은 아니지만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행에게는 이보다 더 효율적인 전략은 없다.
“오우! 프린세스. 길을 알려 달라고.”
잭의 말에 송하나가 다시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
“좋아. 친구들! 빙빙 돌지 말고 간단하게 하자고.”
그 말은 피해 가지 말고 돌파하자는 뜻이다.
1,500레벨 몬스터를 앞에 두고 하는 미친 소리 같지만 다른 이들도 동의했다.
제이미는 한술 더 떠서 먼저 달려 나갔다.
“꺄하하하!”
미친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과격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경쟁심을 부추겼는지 다른 이들도 질세라 앞으로 달려 나갔다.
“환장하겠군.”
송진우는 전투의 불똥이 송하나에게 튀지 않게 조심하며 조금씩 앞으로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송하나가 넘어졌다.
“앗!”
갑작스러운 일에 송진우가 깜짝 놀라 물었다.
“괜찮으세요? 혹시 무슨 공격이라도 받으셨나요?”
“아, 아니에요. 그냥 발을 접질려서.”
송하나의 발목을 살펴보니 정말 퉁퉁 부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한숨을 쉰 송진우는 그녀를 향해 등을 보이면서 앉았다.
“업히세요.”
“네? 하, 하지만 힘드실 텐데…….”
“저는 끄떡없습니다. 지금은 공주님 안전이 우선이니 걱정하지 말고 업히세요.”
송진우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송하나도 조금 주저하다가 얌전히 송진우에게 다가갔다.
“그, 그럼. 깍!”
송하나가 소리 지르자 다른 일행은 놀라 이쪽을 쳐다보고는 별일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시 전투에 돌입했다.
물론 제이미의 끈적끈적한 코웃음이 거슬리긴 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귓불까지 빨개진 송하나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어느 작은 집.
주변에는 잘 정돈된 밭이 있어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주변에는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누군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덜컥!
낯선 기척에 일행이 본능적으로 전투 준비를 했는데 문을 열고 나온 것은 의외로 멀쑥하게 생긴 남자였다.
◆동수자
(유니크)
그는 다행히 몬스터가 아닌 NPC였다.
자신의 마당에 온 일행을 보고 잠시 놀란 모습이었지만 이내 침착하게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신데 이 험한 곳까지 온 거요?”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데다가 왠지 모르게 기품이 넘치는 남성이다.
보통 사람이 아님을 직감한 송하나는 그에게 다가가 꾸벅 인사했다.
“저는 지상에서 사는 바리데기라고 합니다.”
그녀는 오구대왕이 쓰러진 것부터 시작해서 자신이 생명수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상세하게 알렸다.
동수자는 그 모든 걸 세세하게 듣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명수는 내가 관리하고 있소. 원한다면 얼마든지 줄 수도 있지.”
그 말에 송하나의 안색이 밝아졌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소.”
“조건이요?”
생명수를 구하기 위한 조건이다. 당연히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조건은 모두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내 아내가 되어 아들 삼 형제만 낳아주시오.”
“네?”
순간 송진우는 울컥해서 뛰어나갈 뻔했다. 쇼가 재빨리 붙잡지 않았으면 분명 그랬을 것이다.
다행히 마음을 추슬렀지만 아직도 손이 벌벌 떨렸다.
‘저 자식이 하나에게 뭔 헛소리를…….’
물론 평생 동생을 끼고 살 생각은 아니었지만, 동생과 결혼할 상대는 최고의 신랑감이어야 한다.
어디서 뚝 떨어진지도 모르는 데다가 NPC에게 동생을 시집보낼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동수자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본래 천상인으로 옥황상제를 모시다 죄를 지어 이곳에서 생명수를 홀로 지키는 벌을 받고 있소. 그 죄를 갚을 방법은 지상에서 아내를 얻어 아들 삼 형제를 낳는 것이오. 허나 보다시피 이곳은 여인이 지나가지 않는 척박한 곳. 그러니 나는 죄를 갚을 길이 없었소.”
거기까지 말한 동수자는 그윽한 눈으로 송하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그런 와중에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난 거요. 이 어찌 인연이 아니겠소?”
“아 저, 저는…….”
송하나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자 옆에서 제이미가 나섰다.
“어머! 이거 자존심 상하네. 오늘 둘이나 나를 무시하는 남자를 만나다니. 이봐요. 나는 여자로도 보지 않는 건가요?”
그러면서 제이미가 갑자기 동수자를 매력적인 눈빛으로 유혹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제이미도 더 큰 보상을 얻기 위해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일 수 있다.
물론 어쩌면 잘생긴 동수자가 마음에 든 것일 수도 있고.
하지만 동수자는 딱 잘라 말했다.
“나는 옥황상제를 모시는 몸. 다른 남자들과 몸을 섞은 불결한 여성을 아내로 삼을 순 없소.”
여자라면 민망할 만도 한데 제이미는 한술 더 떴다.
“그러니까 미숙한 여자애들은 할 수 없는 여러 재미를 맛보게 할 수 있지. 어때 오빠. 뭐하면 미리 체험해 줄 수도 있는데?”
그러면서 민망한 손동작을 펼쳤다. 하지만 역시나 그것은 동수자의 노여움을 샀다.
“일없소!”
“쳇! 재미없게.”
그러면서 다시 동수자는 송하나에게 고개를 돌려서 말했다.
“어떻소? 내 청을 허락해 준다면 생명수는 일행들에게 드리겠소.”
그 말은 즉, 다른 사람에게 생명수를 줘 오구대왕을 살리고 송하나는 남아서 아이를 셋 낳아 달라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최소 3년은 송하나는 이곳에서 바리데기로 살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아이 셋은 덤이고.
실제 설화에서는 바리 공주는 그 청을 들어 아들 셋을 낳고 그를 남편으로 삼았다.
아버지에 대한 효성을 생각하면 송하나도 다른 선택을 하지 않을 게 분명한 일이다.
“아, 저…….”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송하나가 송진우 쪽을 흘깃 쳐다보며 머뭇거렸다.
그것을 깨달은 잭이 다시 송진우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핫핫! 브라더가 호감도를 높인 보람이 있군. 저것을 봐봐!”
“뭐?”
“뭐? 뭐가 뭐야?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하기도 아깝잖아. 어서 사내답게 사랑을 쟁취하라고,”
여전히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잭이지만 송진우도 가만히 보고 앉아 있을 생각은 없다.
주저하고 있는 송하나의 앞을 막고 동수자에게 당당히 말했다.
“헛소리 그만해라.”
그러자 동수자가 당황했다.
“응? 그대는 누군가?”
“우리 공주님은 고작 네 애를 낳아주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야.”
그 말에 동수자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고작이라니! 나는 옥황상제를 모시는 천상인이다. 나와 혼인하면 그녀도 인간을 넘어 고귀한 신분을 얻게 되는 것이다.”
“우리 공주님한테 그딴 고귀함 따위는 필요 없다! 이미 공주님은 최고로 고귀한 존재다. 그러니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
동생의 저주스러운 운명을 막기 위해 아수라장을 헤치고 이곳까지 왔다.
다른 운명과는 달리 죽음은 아니지만 이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절대 그렇게 두지 않겠다.”
송진우가 날을 세우자 동수자는 난감한 표정으로 보다가 송하나를 흘깃 봤다.
그랬더니 그녀가 상기된 표정으로 앞의 이 무뢰배를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잭의 말처럼 송진우가 송하나의 호감도를 일정 이상 쌓은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동수자도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여기서 그만두면 또 언제 다른 여인이 이 험한 곳까지 올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지. 우리 남자답게 붙어서 결정하자.”
“뭐?”
“우리 둘이 싸워 이기는 사람이 그녀를 갖는 것으로 하지 어떤가?”
“…….”
송하나가 트로피 취급되는 것이 더 열 받았지만 어찌 되었든 이 퀘스트는 끝내야 했다.
“……그럼 생명수는?”
“누가 이겨도 생명수는 그대들에게 주겠소. 단, 내가 이긴다면 그녀는 내 청대로 나와 혼인해 아이를 낳아야 하오.”
다시 심호흡한 송진우는 애써 들끓는 가슴을 추스르고 송하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송진우의 물음에 얼굴이 빨개진 송하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송하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지켜보던 잭이 휘파람을 불며 말했다.
“휘우~! 이거 가장 좋은 퀘스트를 가져가는 건가? 혹시 자신 없으면 말해. 내가 대신 해줄 테니.”
“필요 없다.”
송진우는 손짓해 송하나를 멀찌감치 물러서게 했다. 그러자 동수자의 표시도 변했다.
◆동수자
(보스)
(LV 1,200)
아까 나왔던 야차보다는 레벨이 낮지만 보스급에다가 혼자서만 상대해야했다.
게다가 네임드였고 느껴지는 기세를 보면 절대 만만히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실제 구경하는 랭커들은 벌써 송진우의 열세를 점쳤다.
“와우! 1,200레벨이야. 브라더!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어때?”
잭의 말에 제이미도 비관적으로 말했다.
“아무리 특수 이벤트도 좋지만 목숨이 먼저 아니겠어? 여기서 죽으면 살려줄 사람도 없어.”
쇼도 묵묵히 고개만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이미 준비를 모두 끝냈다.
‘낫을 최후까지 아낀다.’
혈마장으로만 동수자를 상대할 생각이다. 게다가 이왕이면 구극혈마보도 숨기는 게 나을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방법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시작하지.”
동수자가 검을 빼 들고 앞으로 나오자, 송진우가 겁 없이 달려들었다. 그 모습을 본 쇼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정면승부?”
놀랍게도 송진우가 1,200레벨 보스를 상대로 맞서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랭커 중에서도 그게 가능한 건 제이미 정도다.
낫과 보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송진우는 단순하게 움직였다.
쾅!!
왼손으로 적의 공격을 막고 오른손으로 공격한다.
말은 간단한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동수자는 옥황상제를 모시던 최고의 전사다. 그런 그가 사용하는 검술이 평범할 리 없었다.
동수자의 검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하늘처럼 청명했다. 그것이 선을 그리자 바람이 되었고 구름이 되었다.
검이 눈앞에 닥쳤을 때는 폭풍 속에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환상인지 모를 정도로 화려하고도 빠른 검.
칼날로 이루어진 벽이 다가오는 느낌이었지만 송진우는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타당탕탕탕!!
송진우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불똥이 튀었다.
보고 있는 랭커들조차 어떤 공방이 오가는지 모를 정도로 숨 막히는 혈전이었다.
하지만 역시 피해가 누적되는 쪽은 송진우였다.
이제까지 송진우는 혈마장을 거의 원거리 견제를 위해서만 썼기 때문에 동수자 정도의 존재와 싸우기 위해서는 낫이 아니면 힘들었다.
송진우가 점점 혈인으로 변하자 지켜보던 제이미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지겠는데?”
제이미의 말처럼 송진우의 몸은 성한 곳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난도질 되어 있었다.
하지만 쇼는 다른 의견이었다.
“상처는 단지 풍압에 의해서 찢어진 것에 불과하다. 보기에는 상처가 중해 보여도 치명적인 것은 없어.”
그의 말대로 상처가 느는 것은 송진우지만 점점 초조해지는 건 오히려 동수자 쪽이었다.
전투를 보는 눈썰미는 아무래도 제이미보다 쇼가 한 수 위인 듯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둘의 전투력 고하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역시 전투의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큭!”
점점 검세를 뚫고 다가오는 송진우의 기세에 밀려 동수자의 손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까지 톱니처럼 딱 들어맞던 움직임을 스스로 비트는 꼴이 되었다.
송진우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콰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