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39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39화
339화
보상이라는 말에 송진우를 비롯한 다른 헌터들도 귀가 솔깃했다.
반면 세레나자드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이번 퀘스트에 성공하시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드리겠습니다.]“아싸!”
모두가 벌써 보상을 받은 것처럼 좋아하고 있는데 소닉붐이 소심하게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럼 다른 헌터들은요? 같이 온 헌터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렸나요?”
무전이 안 되는 상태니 세레나자드가 상황에 대해 알린다면 힘을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레나자드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다른 플레이어님들은 이 퀘스트를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네? 그게 무슨 소리죠? 자격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사실만 알리면 되는 일이잖아요.”
그 말은 틀리지 않다.
단지 자격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말도 전하지 않는 것은 이상했다.
[자세한 것은 말해 드릴 수 없지만 그게 규칙입니다.]“규칙? 그게 무슨…….”
여기가 디멘션 월드 안도 아닌데 규칙을 운운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세레나자드는 의외로 강경했다.
[죄송합니다, 플레이어님들. 나중에 여러분들도 이유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은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감사하겠습니다.]납득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세레나자드가 안 된다고 하니 별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헌터들의 눈앞에 반투명한 메시지 판이 나타났다.
《에픽 퀘스트 발견》
《북극에 나타난 균열을 닫으십시오.》
레드존에서 받은 퀘스트다. 난이도 때문에 에픽 퀘스트가 되었다.
[그럼 행운을 빌겠습니다.]최르르르르-!
그렇게 말한 세레나자드는 다시 황금빛으로 사라졌다.
일행은 잠시 멍하게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머릿속 정리를 끝낸 송진우가 메카족을 보며 물었다.
“그럼 당장 출발해야겠군. 근데…… 다리가 잘린 자들은 어떻게 할 거지? 그대로 두고 갈 건가?”
[방법이 있다.]크라임이 말하자 갑자기 그의 가슴이 열리면서 빛나는 물체가 튀어나왔다.
돌과 비슷한 것에서 환한 빛이 나와 쓰러진 로봇을 비추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스멀스멀-
분명 송진우가 잘랐던 부위가 감쪽같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에는 흔적 하나 남지 않았다.
분명 이 돌이 그가 말한 아티펙트일 것이다.
“……대단한 물건이군. 차라리 그걸로 아군을 늘리면 어때?”
[우리 종족은 태어나는 순간 완벽한 자아를 갖게 된다. 그러니 새롭게 태어나는 자가 꼭 우리를 도우리라는 법은 없다.]“그렇군. 일단 수리용으로만 사용하자.”
크라임은 저 아티펙트를 여기 어디에 숨기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어차피 이 일행이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인 것은 마찬가지라 그냥 가지고 가기로 했다.
송진우 말대로 로봇을 수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송진우가 서두르자 홍승석 요원이 난감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렇게 바로 움직여야 합니까? 좀 더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게…….”
“그럼 너무 늦습니다. 적어도 다른 나라의 헌터들이 살아 있을 때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겁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죠? 다른 이들과 합류하는 것이 아닌가요?”
“잘 생각해 보세요. 여기 랭커들도 이 메카족과 제대로 싸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헌터들이 그들과 싸울 수 있을 거로 생각하십니까?”
다른 나라의 헌터들을 흘깃 본 것만으로도 그들의 능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들의 능력은 자신은 물론이고 같이 온 헌터들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른 적이었다면 많은 수가 도움이 되겠지만, 메카족 같이 방어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종족들과 싸울 때는 없는 것만 못 할 수 있다.
그 말을 듣자 소닉붐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포식귀 님은 그들을 살릴 생각이 없으시군요.”
“그래. 지금 상황은 심각해. 그들까지 살리려다가는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
본래 송진우는 영웅이 아니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을 뿐.
그러니 다른 헌터들을 위해 작전을 망칠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다른 데케이트들을 끌어내기 위한 미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
본래 정이 많은 소닉붐은 뭔가 말하려는 듯이 입술을 달싹이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서 다른 헌터들까지 구하려는 것은 사치다.
다른 랭커들은 이미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입술이 피가 나도록 깨문 소닉붐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식귀 님의 말이 맞네요. 우리가 빨리 포탈을 닫는 게 다른 헌터들을 하나라도 더 많이 살릴 방법이겠죠.”
“그 말도 맞아.”
소닉붐이 승낙하자 이제 더 지체할 시간도, 필요도 없었다.
“균열의 위치가 정확히 어디지?”
[저쪽이다. 너희들의 단위로 200km 가면 된다.]“알겠다. 홍승석 요원님.”
“네?”
“요원님은 여기 남아서 밖과 연락한 방법을 찾아주세요. 혹시 방법을 알아낼 수만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홍승석 요원도 강력한 헌터였지만, 이 파티에서는 발목을 잡을 뿐이었다.
그것을 알고 있는 홍승석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포식귀 님이 이 파티를 맡아주십시오. 다른 분들, 이의 있는 사람이 있나요?”
당연히 이의가 있을 리 없다.
송진우는 무력으로도 판단으로도 충분히 증명했다.
“그럼 저희는 출발하겠습니다.”
그렇게 일행에서 홍승석 요원이 빠지고 대신 메카족 열두 기가 늘었다.
메카족은 적이었을 대는 무서웠지만, 아군이 되자 이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그렇게 걷고 있는데 크라임이 송진우에게 물었다.
[당신 종족은 다들 이렇게 강한 것인가? 이 크라임. 우주에서 대적할 자가 없는 위대한 전사라고 생각했지만, 그대를 보고서 생각이 달라졌네.]“그렇지는 않다. 우리 종족은 개개인이 편차가 심하지. 하지만 나보다 강한 사람도 많다.”
[그렇군. 그대 같은 전사가 몇 명만 같은 편이었다면 우리는 지지 않았을 거야.]크라임에게서 오랜 전쟁의 피로가 느껴졌다.
말을 안 했지만 동료가 열두 기밖에 남지 않을 때까지 숱한 전쟁을 치렀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있으니 송진우도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그 아티펙트가 없어도 괜찮나? 그게 없으면 다른 메카족이 태어날 수 없잖아. 그러면…… 언젠가는 멸망한다는 소리 아닌가?”
메카족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그 아티펙트가 없으면 멸종이 확정이었다.
하지만 크라임은 담담하게 말했다.
[모든 종족은 결국 멸종한다. 다른 생명을 위협하면서까지 아등바등 살며 종족을 보존할 생각은 없다.]조금의 가식도 묻어 있지 않은 말이었다.
송진우도 감탄하며 말했다.
“그대는 진정한 전사군.”
[전사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아오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실수도 잦았고,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도 했지만 후회를 남길 일은 하지 않았다.]과연 열두 기가 남아서도 항전을 포기하지 않은 전사다운 대답이다.
뒤에 따르던 메카족도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금속 육체보다도 정신이 더 강인한 느낌이었다.
정의롭고 용감한 메카족과 일행은 금방 친해졌다.
특히, 소닉붐은 크라임의 말에 감명 받았다는 듯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을 계속 걸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송진우가 갑자기 멈춰서 일행에게 경고했다.
“뭔가가 있다.”
온 세상이 눈으로 덮여 발밑에 뭐가 있는지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고요하고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송진우는 느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바닥이 뒤집히더니 서른 명 정도의 메카족이 나타났다.
두두두두-!!
사람 팔뚝만 한 총알이 수도 없이 나타났다.
다행히 송진우의 경고 때문에 일행은 탑 뒤에 엄폐할 수 있었다.
[반격한다!]크라임의 신호에 옵져스 팀은 대응 사격을 시작했다.
송진우를 비롯한 헌터들은 메카들의 엄호 사격 덕분에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역시 소닉붐이 빠른 속도를 사용하여 데케이트들의 뒤를 잡았다.
그러자 데케이트 중 몇몇이 할 수 없이 뒤돌아 그를 견제해야 했다.
블랙 로즈와 비익조는 무기 상성이 메카족과 좋지 않았다.
채찍과 비도는 단단한 금속 피부에 생채기조차 입히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나름의 대응책을 세웠다.
“뿌리 박기!”
스킬을 사용하여 채찍을 휘두르니 채찍이 진짜 나무의 뿌리처럼 메카족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그 상태에서 다시 스킬을 쓰니…….
“거대화!”
채찍이 거대해지며 메카족의 몸이 폭발했다.
“좋았어!”
생각한 것이 먹힌다는 걸 확인하자 블랙 로즈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비익조가 생각한 방법은 좀 더 단순했다.
“피어스 샷!!”
여러 개의 비도를 동시에 던지는 것이 아닌 하나에만 힘을 집중해서 던지기 시작했다.
옵져스 팀의 거대한 총알에도 어느 정도 버티던 적이었지만, 비익조의 비도에는 허무할 정도로 관통되었다.
팔콘은 아까처럼 강력한 일격을 날렸고, 송진우는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상대의 목을 날렸다.
텅-!!
떨어진 데케이트의 목이 바닥을 굴렀고, 눈에서 나오던 붉은빛이 꺼졌다.
‘확실히 어렵지 않네.’
아까 옵져스 팀이 훨씬 더 강하고 조직적으로 행동했다.
몸이 금속이라 단단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목을 노리면 쉽게 자를 수 있었다.
옵져스 팀만 의식했던 데케이트들은 우습게봤던 헌터들이 맹활약하자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데케이트들도 사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에 이곳에 왔던 헌터들은 메카족의 몸에 상처를 낼 정도로 강력하지 못했다.
그런데 막상 전투가 일어나니 옵져스 팀보다 헌터들에게 더 큰 피해를 입고 있었다.
뎅강-!
송진우가 마지막 데케이트의 목을 베는 것으로 전투가 끝났다.
“다들 무사해?”
헌터 쪽에는 피해가 전혀 없었고 메카족은 적의 총에 맞아 팔다리가 날아간 자들은 있었지만, 죽지만 않으면 아티펙트로 치료가 가능했다.
그런데 전투가 끝나고 그들은 이상한 행동을 했다.
[이자는 훌륭한 부품을 가지고 있군.]쓰러진 다른 메카족의 몸을 수색하더니 그것을 뜯어 자신에게 이식(?)한 것이다.
이것만 보면 도저히 생명체 같지가 않았다.
어쨌든 메카족과의 전투가 익숙해진 헌터들과 적의 부품과 총알을 얻어 더 강화한 메카족은 자신감을 얻었다.
[생각보다 우리들 합이 잘 맞는군.]크라임이 모처럼 손실 없이 끝난 전투에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도 이렇게만 싸우면 승리할 수 있을 거다.”
만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송진우와 크라임은 금방 친해졌다.
크라임은 송진우를 두려움을 모르는 진정한 전사라고 생각했고, 송진우 또한 크라임을 고결한 용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한참을 가고 있는데 멀리서 폭발 소리가 들렸다.
“우리 쪽 전투원이 데케이트 군을 만났을 거다.”
다른 나라 헌터들이 데케이트 병사들과 마주한 것이 틀림없다.
이쪽은 운 좋게 옵져스 팀을 만났지만, 그들은 그런 행운을 얻지 못했다.
안색을 굳힌 소닉붐이 송진우에게 물었다.
“다른 팀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힘들어. 아까 저들의 힘을 봤잖아. 웬만한 공격으로는 데미지를 줄 수 없어.”
숫자가 아무리 많아도 공격이 통하면 소용이 없다.
결과적으로는 숫자가 적어도 랭커들로만 팀을 구성한 대한민국의 선택이 옳았다.
“차라리 잘 도망치기를 바라야 할 거다.”
황량한 북극이라 도망칠 곳은커녕 숨을 곳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뿔뿔이 도망친다면 살아남을 확률도 있다.
“어쨌든 그들이 몰살당하기 전에 우리가 도착하는 것이 좋겠어. 그들이 다 죽으면 시선 끌기도 안 될 테니까.”
시간이 조금 지나니 폭음이 점차 잦아들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지 못했다.
“조금 빨리 움직여야겠어.”
[우리에게 올라타라. 그편이 더 빠를 거다.]“그게 좋겠군. 그럼 실례하겠다.”
송진우는 크라임의 어깨에 올라갔다.
다른 헌터들도 옆에 있는 메카족의 몸에 올랐다.
그렇게 되니 이동 속도는 빨라지고 헌터들은 편하게 주변을 살필 수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저녁이 되고 하늘이 깜깜해졌을 때 크라임이 조용히 말했다.
[저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