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4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44화
344화
노혜미의 신호에 수많은 화살이 전장에 쏟아졌다.
본래 아군과 적군이 뒤섞여 싸우는 전장에서 함부로 활을 쏠 수 없다.
하지만 푸른 번개 부족의 화살에는 폭풍의 정령이 붙어 있어 날아가는 와중에도 방향을 틀 수 있었다.
푹! 푹! 푹!
그 결과 화살은 아군을 피해 적군만 맞췄다.
“괜찮네.”
조합이 갖춰지니 더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압살할 수 있었다.
각 클래스의 장점이 더해지고 단점은 보완됐다.
이 전투에서 송진우가 따로 할 건 없었다.
송진우가 이런 전장에서 활약할 방법은 특공대를 맡아 적의 수뇌부를 암살하거나, 공성추나 마법진 같은 전략 병기를 망가트리는 일이다.
본래는 혼자 활동했지만 요즘은 특공대를 몇 명 뽑아서 훈련하는 중이다.
그 특공대가 바로 혈교의 무인이었다.
그들에게 구극혈마보와 태허참공겸 이초식, 벽력일섬을 가르치니, 완벽한 특공대 겸 암살자가 되었다.
오늘은 그동안 가르쳤던 걸 실전에 응용하는 날이다.
잠시 후 검은 무복을 입은 자들이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명을 이행했습니다.”
그들이 들고 온 것은 적 마법사의 머리였다.
이런 대규모 전쟁에서 가장 위협적인 게 바로 마법사들이다.
“수고했다. 가서 쉬면서 오늘 전투를 복기해라.”
“존명!”
확실히 무림 쪽 애들이 말은 잘 듣는다.
이들은 송진우의 말이라면 정말 지옥불에도 뛰어들 것이다.
“좋네.”
오늘 송진우는 전투에 참여하지 않았다.
자신을 제외한 병력의 전투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었다.
병력은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싸우고 있지만, 단점도 뚜렷하게 보였다.
“역시 지휘관이 필요해.”
규모가 커질수록 전투는 복잡해지고, 작전의 신속성과 유연성은 잦아든다.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그에 맞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데, 이를 지휘할 수 없다면 거대한 오합지졸이 되는 것이다.
문제가 보이니 답도 명확했다.
“군사(軍師)가 필요해.”
무력이 아니라 지략이 좋은 사람이 필요하다.
단순히 머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전장을 꿰뚫어 보고, 그에 맞춰 빠르게 전략을 구상할 수 있는 자 말이다.
송진우가 지휘만 한다면 모를까? 전장에 참여하면서 병사들을 다루기란 쉽지 않았다.
병사의 수가 백 단위가 넘어가면 어지러울 지경이다.
수천, 수만의 병사를 한 몸처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게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디서 제갈량 같은 사람이 없나? 만약 그렇다면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도 해줄 텐데.”
애초에 병력을 크게 키울 생각이 아니었던 터라 지휘 문제는 생각하지 못했다.
송진우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정리가 다 끝났다.
“전투 종료까지 1시간 30분 정도. 나쁘지 않네.”
오늘은 던전 입구의 몬스터만 휩쓸었다.
여기에 도로를 깔고 정예병으로 던전을 돌파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푹 쉬어라.”
“와!”
예전이었다면 엄두도 못 낼 강력한 몬스터를 쉽게 쓸어버렸다.
그 성취감에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잠시 뒤.
부상자와 사망자는 사제들에게 맡기고, 송진우는 간부들과 공중 정원에 모였다.
공허 교단의 간부는 모리유, 노혜미, 아이리스, 이오시프, 레오다.
만찬이 준비된 거대한 식탁에서 송진우가 잔을 들어 올리며, 운을 띄웠다.
“다들 수고했어.”
모두가 우려했던 전투였다.
준비가 충분히 되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진행하다 가는 피해가 극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영지가 있다고 해도 하루에 살릴 수 있는 유닛의 수는 정해져 있으니.
다행히 죽은 자를 모두 살릴 수 있어 병력 손실은 전혀 없었다.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자, 이오시프가 음식을 입에 마구 집어넣으면서 말했다.
“오늘 전투 진짜 짱이었어요. 저희가 지저 세계에서 이렇게 대승을 거둘 줄 누가 알았겠어요? 얼마 전만 해도 한 마리 잡는 것도 버거웠는데.”
그 말에 모두 동조하는 분위기였지만, 모리유는 냉소적이었다.
“그냥 레벨만 오른 거지 아직도 잔 실수가 많아. 아까 너도 흥분하다가 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잖아.”
“윽! 그거 보셨어요?”
“말 위에서 그렇게 요란스럽게 움직이니까 못 볼 수가 없지. 아무리 생각해도 너는 기마에는 맞지 않아.”
모리유의 말대로 선천적으로 경박한 이오시프는 기마와는 맞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말을 타고 싶어서 이곳으로 온 이오시프가 기마병을 포기할 리 없다.
“헤헤! 앞으로 더 조심할게요.”
그의 말에 모리유는 한숨을 쉬었고 다른 이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송진우는 이번에 레오에게 물었다.
“비행 부대 운영은 어때?”
“열을 맞춰 날면서 정확한 사격을 하는 건 여전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계속 훈련하고 있으니 익숙해질 겁니다.”
“지상 병력을 상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비행 병력하고도 싸울 때도 많아질 거야. 비행 부대가 밀리면 전투가 힘들어지니 그런 것도 잘 연구해야 할 거다.”
“명심하겠습니다.”
마지막은 노혜미였다.
“푸른 번개 엘프를 영입한 건 진짜 행운이었어. 폭풍의 정령으로 화살을 유도하는 건 네 아이디어였지?”
“그럼. 내가 생각한 거지. 우리 병사는 금속 장비를 착용하지 않으니까 번개의 속성을 활용한 거지.”
“정령들은?”
“아직 말을 잘 안 들어. 폭풍의 정령이 원래 정령 중에서도 자유분방한 편이어서 다루기는 힘들지. 하지만 친화도가 높아지니까 확실히 전보다는 나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해도 노혜미가 궁수 부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엔 우리 전투력을 확인하는 거였고, 앞으로는 더 위험한 전투를 해야 할지 몰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서로 노력하자고.”
“그럼 이제 ‘그물 몬스터’는 졸업이야?”
“신병들은 여전히 그곳에 넣어야겠지. 나머지는 실전 감각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해. 곧 후계자 전쟁이 다시 시작할 거니까.”
한영 그룹의 첫째와 셋째의 싸움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그들의 전쟁이 끝나면 공허 교단의 병력도 본격적으로 투입될 것이다.
둘 중 누가 승자가 될지 모르지만 둘째, 한윤성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쟁이 될 게 틀림없다.
다행히 엘리샤 길드도 빠르게 발전했고, 그에 맞춰서 공허 교단도 강해질 필요가 있다.
실전 감각을 넓히는 겸, 중요 거점을 점령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것이다.
간략하게 일 이야기를 끝내고,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주변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아 정신이 없던 송진우도 오랜만에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메카족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니, 이오시프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얘기했다.
“우와! 진짜 그런 종족이 있어요? 살아 움직이는 거대 로봇이라니? 나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걸!”
“그런 말 하지 마. 엄청 위험한 일이었어. 대부분의 헌터가 거기서 몰살당했다니깐.”
“히익?! 진짜요?”
“뭐 나중에 세레나자드가 살리긴 했지만, 시간이 오래돼서 못 살아난 자가 대부분이지.”
그런 이야기를 들은 노혜미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아무리 보상도 좋다지만 너무 위험한 거 아냐? 퀘스트가 있다고 무턱대고 다 수락하는 건 미련한 짓이야.”
“물론 그렇긴 하지. 그래도…… 이번 것은 어쩔 수 없었어.”
사실 이들이 불안해할까 봐 하마터면 지구가 침략당하거나, 아예 통째로 날아갈 뻔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것을 빼도 충분히 위험한 일이라는 건 변함없지만…….
노혜미는 송진우의 옆구리를 꼬집으며 말했다.
“나한테는 맨날 안전, 안전거리면서 정작 너는 항상 외줄 타기 하잖아. 몸조심해. 그러다가 너 어떻게 되기라도 하면 하나가 얼마나 슬퍼하겠어.”
“……알고 있어.”
사실 송진우가 이렇게 무리하는 것도 다 동생을 위해서다.
몸을 사리면서 퀘스트를 골라 한다면 지금처럼 강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지금 살아 있는 게 기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미친 짓을 많이 한 것도 사실이었다.
‘무모하긴 했지.’
물론 지금 과거로 돌아간대도 몸을 사리거나 뒤로 뺄 생각은 없다.
단지 조금 더 신중하고 지혜롭게 사건에 접근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이오시프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
“아참! 이것 보세요.”
그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헌터들의 잡지인 ‘월간 헌터’였다.
“이번에 헌터들의 랭킹이 새롭게 바꿨어요. 당연히 형도 포함되었고요.”
주기적이지는 않지만 일 년에 한 번 정도 헌터들의 랭킹이 변한다.
송진우는 아직 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100위 안에 들 거로 다들 예상했었다.
“짜잔! 축하해요! 44위예요. 최고 기록 경신이라네요.”
랭킹 밖에 있던 헌터가 하루아침에 100위 안에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다들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형의 특집 기사까지 있어요.”
이오시프가 펼친 페이지에는 붉은 해골 가면을 쓴 송진우가 멋들어진 자세를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거 나 아닌데?”
송진우가 황당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실제로 한수정을 통해 요청은 많이 들어왔지만, 사진 촬영 같은 건 전부 거절했다.
분명 자신을 가장한 누군가가 카리스마 넘치는 자세로 수많은 사진을 찍은 것이다.
“당연히 대역이죠. 이 사람의 복근이 훨씬 더 진하네요.”
복근뿐만 아니라 팔뚝의 힘줄도 튀어나올 듯이 선명했다.
모델을 데려다가 촬영한 게 틀림없다.
“그러고 보니 수정 양에게 비슷한 내용을 듣긴 했는데…….”
직접 촬영이 곤란하면 대역을 준비하겠다고 들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긴 하지만,…… 셔츠까지 풀어헤치며 가슴팍을 드러낸 자세까지 취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반응은 엄청나요. 요즘 형 따라서 대형 낫을 들고 다니는 사람도 엄청나게 늘었어요. 심지어 가면도 쓰고요.”
“그건 나도 들었어.”
대형 낫은 절대로 아무나 휘두르는 무기가 아니다.
실제로 송진우도 모리유에게 전투술을 배우기 전에는 농부만도 못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단지 자신을 동경해서 대형 낫을 쓰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었다니…….
알다가도 모를 노릇이다.
“뭐, 헌터가 될 게 아니면 상관없겠지.”
다음 화제는 동생인 송하나였다.
이번에는 노혜미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정말 아이돌이 되는 거야?”
“어. 아마 내년, 늦어도 내후년에는 정식으로 데뷔할 거야.”
“양진만 사장이 운영하는 쥬얼 엔터테인먼트에서지?”
“맞아. 아무래도 인연이 있으니까.”
“정말 잘됐다! 바이올린도 좋지만 아이돌이 훨씬 낫지.”
“그런가?”
“그럼. 사실 바이올리니스트는 하나 말고는 아는 사람도 몇 없잖아? 그냥 하나가 유명한 거지.”
“유명하고 아니고는 별 상관없어. 하나가 좋아하는 게 중요한 거니까.”
“그래도 아이돌이 훨씬 낫지. 잘만 풀리면 바이올리니스트로 평생 벌 거 몇 년 만에 다 벌 수 있을 건데.”
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 건 송하나가 아니라 노혜미 같았다.
어쨌거나 송진우 입장에서는 이렇게 자기 일처럼 좋아해 주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때 이오시프가 아무렇지도 않게 질문했다.
“근데 형.”
“응?”
“길드장님하고 무슨 일 있어요?”
“푸!”
갑작스러운 질문에 송진우는 사레가 걸려 먹던 물을 뿜었다.
“콜록! 콜록! 무, 무슨 말이야 그게?”
“아니. 얼마 전에 둘이 만났을 때, 서로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데면데면했잖아요.”
“아, 아냐. 그런 거. 착각이겠지.”
“그런가?”
사춘기 소년 같은 고백을 한 후에 둘은 서로를 보면 어쩔 줄 몰랐다.
감정은 불처럼 달아올랐지만, 현실에 과제가 많아서 의식적으로 피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 사정을 모르는 노혜미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둘 다 너무 바쁘니 정말 오래간만에 만난 거잖아. 그러니까 그런 거지. 원래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이건 아닌가?”
왠지 목소리가 들뜬 노혜미다.
그녀는 둘이 너무 떨어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심지어 아이리스마저 송진우의 반응을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다.
둘의 마음을 모르는 송진우는 그냥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송진우의 말에 분위기가 조금 더 달아올랐다.
헌데 그레이프의 말에 좋은 분위가 깨지고 말았다.
[긴급 상황입니다. 제 분신이 위험을 감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