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4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48화
348화
순식간에 송진우의 정신을 잠식한 것은 살인에 대한 쾌락이나 두려움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깨달음 같은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
강력한 적도, 상황도, 그리고 세상마저도…….
눈빛도 공허해진 송진우는 손을 아무렇지 않게 휘둘렀다. 그러자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혈마장이 나타났다.
본래 혈마장은 멀리 있는 적도 가격할 수 있는 장풍 계열 무공이다.
일직선으로 나가는 것이 상식이며, 부단한 노력 끝에 날아가는 와중에 방향을 바꿀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혈마장은 그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혈마장이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한 지점에 갑자기 생성되어 나아갔다.
이른바 공간을 뛰어넘어 공격한다는 ‘격공장’의 경지다.
장풍이나 지풍, 권풍뿐 아니라 검기를 날리는 검사라면 누구나 도달하고 싶은 경지.
한평생 무만 바라보고 사는 무인들도 닿기 힘든 경지에 송진우가 단숨에 뛰어올랐다.
이건 무리(武理)를 통달하고 깨달음 얻어 새로운 경지에 오른 덕이 아니다.
신성을 얻고 우주의 이치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메카족의 유물을 통해 짧은 시간 지고한 존재가 된 영향이 지금에서야 나타나는 것이다.
이른바 탈각(脫殼)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지극한 도를 얻으면 신선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만물의 이치를 들어본 송진우는 그것에 못지않은, 오히려 그보다 더 큰 존재로 변화하는 것이다.
투두둑!
시간이 지날수록 송진우의 힘은 점점 더 커졌다.
송진우의 낫은 이미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다.
그 무엇이든 닿기만 하면 허무하게 갈라졌다.
아니, 자세히 보면 날이 닿기도 전에 스스로 갈라지는 모습이다.
혈마장은 형식도 모양도 일정하지 않았다.
이미 장풍이라고 불릴 수 없다.
송진우가 의도한 곳에 생긴 장풍은 마치 폭탄처럼 터져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그야말로 파괴신이 강림한 듯했다.
거대한 공장이 종잇장처럼 갈라졌고, 세상을 호령하던 헌터들의 생명이 폭우의 불씨처럼 꺼져가고 있었다.
이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법도, 질서도, 도덕도, 그 어떤 가치와 의미까지도…….
존재하는 것이라곤 오직 송진우의 의지뿐.
송진우의 표정은 조금씩 평온해졌다.
파리를 이만큼 죽여도 사람은 찡그릴 텐데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면서도 그 무엇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다.
‘공허하다.’
영원한 침묵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무의미했다.
후대까지 전해지는 절대 권력이나 세계가 예찬하는 아름다움도 시간 앞에서는 그저 신기루에 불과하다.
그 아득한 허무를 간접적이나마 경험한 송진우는 인생의 덧없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경악과 공포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아등바등 사는 걸까?’
송진우의 눈앞에 완전한 무장을 갖추고 나타난 다섯 명의 헌터가 보였다.
그들이 나타나자 죽음의 공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던 자들의 눈에서도 한 줄기 희망이 흐를 정도로 강력한 헌터들이었다.
본래의 송진우였다면 절대 경시할 수 없을 정도다.
이곳이 중요한 만큼 노배 레스가 특별히 신경 써서 배치한 인력이니 그럴 만도 했다.
송진우는 그런 자들을 향해 손바닥을 쭉 내밀었다가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파삭!
불안한 표정을 짓던 그들이 거짓말처럼 검은 물로 변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저들은 다섯 형제로 이루어진 헌터들로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듯한 완벽한 협공을 자랑으로 했다.
개개인은 강하지 않지만 다섯이 뭉치면 그 어떤 강자라도 맞서 싸울 수 있다고 자부하던 이들이다.
물론 그들이 무적은 아니었지만 이렇게나 허무하게 죽을 자들은 아니었다.
“히이익!”
마지막 보루였던 그들이 죽자, 남은 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들이 도망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퍼석!
송진우가 가볍게 손짓을 할 때마다 헌터들의 생명이 꺼졌다.
이미 송진우도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도 자각하지 못했다.
그냥 튀어나온 못을 망치로 박듯이 기계적으로 적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까득까득까득!
송진우가 지나간 곳에는 정체불명의 입들이 생겨나 시공간을 먹고 있었다.
이 단계가 지나면 송진우는 중급신이 될 것이다.
최하급신에서 하급신이 된 송진우지만, 중급신은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흔히 인간이 신으로 섬기는 초월적인 존재는 중급신부터다. 하급신은 그들의 대리인 정도로 여겨진다.
중급신이 되면 그 존재감이 너무 크기에 현세에 머물 수 없다.
지금 송진우가 보여주듯이 잠시 머무는 것으로도 세계가 망가질 수 있는 힘을 방출한다.
반신이라고 불리는 드래곤도 하급신의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런 그들도 자신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서 대부분의 감정을 죽이고, 생의 대부분을 수면으로 보내고 있다.
신이 세상에 직접 강림하는 것은 이처럼 위험하다.
까득까득까득!
신은 모든 것에 초월해야 한다.
감정도 인연도 불필요하며 그저 냉정한 관측자가 되어 현세를 다뤄야 했다.
그렇지 않고 감정이 들어가는 순간, 거대한 차원이 망가지는 건 어렵지 않다.
송진우는 그 경지가 바로 코앞까지 왔다.
곧 송진우는 시간과 공간, 생명과 존재마저 초월하는 우주의 일부가 될 것이다.
독존하게 되지만 그것은 외로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만물의 법칙을 깨닫고 영원한 행복을 거닐 수 있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그 경지가 앞에 보인다.
노배 레스니 세상의 멸망이니 하는 것은 지금의 송진우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수많은 별이 태어나고 파괴되는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조그만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은 힘없이 사그라지는 불똥만도 못한 일이다.
문을 열려는 순간 송진우의 발목을 잡아끄는 미련이 있었다.
[오빠.] [진우 씨.]가슴을 찌르는 듯한 무언가…….
허나 지금의 송진우는 그게 정확히 누구인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어차피 흘러가는 인연.’
그 무엇이든 눈앞에 있는 아득한 진실에 비하면 무의미하다.
이제 한걸음이다.
저 문만 열고 나가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 가슴 깊은 속에서 처절한 목소리가 울렸다.
‘그게 어쨌다는 건데?’
그건 아직 남아 있는 인간 송진우의 외침이었다.
‘맞아! 무한한 시간에 비해 나의 삶은 찰나에 지나지 않아. 세상을 관조하는 신들에게는 내 인생은 스쳐 지나가는 긴 역사의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것일 수 있어. 그래도…….’
송진우는 반쯤 열린 문 앞에서 주먹을 쥐었다.
‘나는 그 찰나를 위해서 살 거다.’
아등바등 산다고 비웃어도, 똥 밭을 뒹군다고 코를 틀어막아도 좋다.
후세에 이름 석 자를 남기지 못하는 한심한 인생이라도 그에겐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아무리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라고 해도, 그것은 결국 눈 깜빡이는 것보다 짧은 찰나의 시간이 이어진 것이다.
길고 짧고, 귀중하고 천하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좋건 싫건 이것이 송진우의 인생이다.
그리고 그곳에 송진우가 살아온 모든 것이 있었다.
인연, 만남, 사랑, 증오와 분노까지…….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며 앞으로도 이어 가야 할 것들이다.
‘성냥불 같은 인생이라도 나에겐 이 삶이, 이곳이 전부야!’
짧은 순간을 위해 영원한 걸 포기하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도 어리석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 앞으로 남은 영원보다 소중하다면…….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기에 남은 모든 것도 포기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외롭게 울린 외침이 송진우의 전신을 흔들었다.
끼이익!
결국 송진우는 그 어떤 미녀와 금은보화보다 강력한 유혹을 떨쳐내고 문을 닫았다.
쿵!!
그건 문이 아니라 영혼이 울리는 소리였다.
그 순간 몸을 감싸던 만물의 이해와 세계를 꿰뚫던 하나의 진리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다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절대적인 것.
그건 이제까지 겪어본 적 없던 거대한 상실감이었지만, 송진우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저 비틀거리며 투덜거렸다.
“사람을 죽이다가 등선할 뻔하다니……. 진짜 파괴신 같잖아.”
메카족의 유물을 통한 반쪽짜리 깨달음이었지만, 그것은 사람이 거부하기 힘든 유혹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미련을 갖지 않았다.
그에게는 자신의 행복보다 더 소중한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울릴 수는 없지.”
그게 송하나를 지칭하는지 아니면 한수정을 지칭하는지 자신도 모르겠다.
어쩌면 둘 모두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남은 것은 있네.”
거대한 깨달음은 사라졌어도 몸으로 펼쳤던 무공의 감각은 아련하게나마 남아 있었다.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순 없겠지만, 방향을 알았으니 다시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 폐공장에 남은 자들은 없다.
대부분이 죽었고 남은 자들도 송진우가 깨달음을 정리할 때 도망쳤다.
송진우는 아직도 벌벌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자문했다.
“그럼 중급신의 경지에는 오를 수 없는 건가?”
동생, 송하나를 구할 수 있는 힘은 중급신의 경지에 오르면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동생마저 포기한다는 의미라면 다르게 생각해야 할 거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도 신을 뛰어넘는 힘을 가질 수 있어. 그건 그 마법사가 증명했지.”
그렇다면 송진우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다.
“어서 레벨 1,000이 돼야겠네.”
레벨 1,000이 되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다. 고민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일단 지금의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그레이프! 무사해?”
송진우는 이곳을 습격하기 전에 그레이프를 포로들에게 보냈다.
혹시 송진우와 싸우기를 포기한 누군가가 그들을 데리고, 도망칠 것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공포에 질린 자들은 감옥에 갇힌 사람들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송진우가 감옥으로 가자, 어리둥절한 표정의 사람들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웬 거대한 개가 나타나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검은 가면을 쓴 송진우가 나타났을 때는 마치 소라게처럼 다시 감옥으로 쏙 들어갔다.
“저는 검은 사신입니다. 당신들을 구하러 왔습니다.”
송진우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다가 검은 사신의 전설을 떠올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정말 검은 사신이다!”
“우린 살았어!”
이들이 무슨 이유로 이곳에 갇힌 줄은 아직 모른다.
이곳에 오기 전에 데이브레이커 길드장인 신지후를 불렀으니, 뒷일은 그에게 맡기면 됐다.
그보다 송진우가 할 일이 있다.
“이 사람인가?”
[그렇습니다.]송진우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다가간 후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애잖아?”
[그렇습니다.]죽은 듯이 잠들어 있는 사람은 고작 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누군지 알 수 있어?”
[아직 지문이 등록되지 않아 신원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실종 신고는? 이런 어린아이가 납치당했다면 경찰에 신고했을 거 아냐?”
[경찰 기록을 살펴봤는데 이 아이와 일치하는 실종 기록은 없습니다.]“뭐, 그런 차차 알아보기로 하고. 깨울 수 있어?”
[약효가 아직 체내에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주인님이 가진 약이라면 해독할 수 있을 겁니다.]“그냥 해독 포션이면 되나?”
[그렇습니다.]“알겠어. 그러면…… 뿌리는 거로 사용해야겠네.”
이럴 때 만화에서 보면 입에서 입으로 약을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송진우에게는 그보다 더 효과적인 것이 있었다.
송진우가 약을 얼굴에 뿌리자,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아이가 깨어났다.
“으……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