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5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52화
352화
하지만 김강우가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거북이랑 닌자가 조합이 맞기나 하냐?”
그의 말에 모두가 수긍할 때, 스플린터가 구석에서 뭔가를 가지고 왔다.
그건 서로 다른 색의 띠였다.
“이것을 머리에 착용하게. 돌연변이들은 모습이 비슷해서 우리는 이렇게 다른 색의 띠를 착용해서 구분하네.”
그러고 보니 입을 열지 않으면 누가 누군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띠는 빨강, 파랑, 노랑, 보라 이렇게 있었는데 소용진이 노란색의 띠를 들고 이선경에게 내밀었다.
“노란색 할래?”
“으윽! 구려. 너나 해라. 난 빨간색이 더 좋아.”
그렇게 말하며 이선경이 빨간색을 골랐고, 김강우가 파란색을, 송진우는 보라색을 골랐다.
소용진은 할 수 없이 들고 있던 노란 띠를 착용해야 했다.
그렇게 띠를 착용하니 초록 거북이가 색색의 띠를 두르고 있었다.
이 모습에 이선경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거울이 없는 게 다행이네.”
그나마 자신의 모습을 못 봐서 다행이지 거울을 보면 밀려오는 자괴감을 견디지 못할 것만 같았다.
스플린터는 일행을 넓은 훈련실로 안내했다.
“내가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동작을 알려주겠네. 처음에는 어색해도 몸의 성능이 인간일 때보다 더 뛰어나다는 걸 곧 깨달을 수 있을 거야.”
확실히 레벨 300의 스탯이 아니다.
이 정도면 못해도 500은 넘을 것 같았다.
물론 랭커였던 송진우에게는 평소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스탯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의외로 이것이 도움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스탯은 오랜만이네.”
평소 송진우는 뛰어난 스탯을 지니고 있어 컨트롤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5톤 트럭이 들이받는 힘도 낼 수 있었기에….
하지만 스탯이 낮아지니 오히려 동작이 조심스러워지고 더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송진우는 봉으로 구석에 있는 더미를 가격해 보았다.
휘릭!
기병인 거대 낫보다는 확실히 다루기 쉬운 무기다.
천무지체까지 있으니 금방 배울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스플린터가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하자 그게 얼마나 안일한 생각인지 알 수 있었다.
“봉은 휘두를 수도 있고 찌를 수도 있는 무기네. 날카로운 날도 없고 파괴력이 특별히 강하지는 않지만 검, 창, 도끼의 모든 특징을 담고 있는 매력적인 무기지.”
어찌 보면 거대 낫도 형체를 보면 긴 봉에다가 거대한 날을 단 것이니….
기대하지 않았지만 스플린터의 수업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가르침 하나하나에 깊은 무리(武理)가 담겨 있어 송진우도 정신을 집중해서 수업에 집중해야 했다.
물론 스플린터의 입장에서 송진우의 학습능력은 경이로운 수준이었다.
“잘하는군.”
천무지체의 송진우는 스플린터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쭉쭉 받아들였다.
배우는 즐거움에 본래 몸으로 돌아가 사용하고 싶을 정도였다.
‘이 동작은 거대 낫에도 적용할 수 있겠어.’
태허참공겸을 배워 더 높은 경지의 무공은 배울 수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건 오만이었다.
과연 무공의 길은 끝이 없었다.
‘무공은 방대한 학문과 같다더니 그게 정말이었네.’
중급 신이 되지 못해 조바심이 났었는데 아직도 강해질 방법은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송진우가 집중하니 봉이 활처럼 휘며 더미를 깔끔하게 가격했다.
퍽!
얼마간 일행은 새로운 무기를 다루는 법에 집중했다.
걱정했던 소용진은 쌍절곤에 재능이 있는지 척척 잘해 냈고, 이선경도 제법 그럴듯한 동작을 펼쳤다.
의외로 김강우가 새 몸에 적응을 못 했다.
다른 둘과는 달리 완벽한 검술을 펼쳤던 원래의 감각을 놓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의외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스플린터의 조언으로 검을 하나 더 들어 쌍검을 사용하니 오히려 동작이 깔끔해졌다.
높은 신체 능력 덕분인지 짧은 시간에 넷은 뛰어난 거북이 전사로 탈바꿈했다.
일행을 가르치던 스플린터도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러곤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대들의 신체 능력은 다른 돌연변이들도 훌쩍 뛰어넘는군. 이렇게 되면 계획을 앞당길 수도 있겠어.”
심상치 않은 말에 소용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획이라뇨? 혹시 슈레더 일당을 물리칠 기발한 계획이라도 갖고 계신 겁니까?”
그 말에 스플린터는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적들의 취약점을 찾아냈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의 힘으로는 그것을 공략하는 것도 무리였다네.”
스플린터는 그간의 고생이 떠오르는 듯이 허탈한 한숨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일행을 한 명씩 보고는 미소를 띠었다.
“자네들의 힘이라면 우리의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 순간은 생각한 것보다 일찍 찾아왔다.
까마귀 돌연변이가 밖에서 허겁지겁 뛰어오며 소리친 것이다.
“스승님! 적이……! 슈레더 일당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동굴을 가득 메우고 있던 돌연변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이들의 힘으로는 슈레더 일당과 정면으로 싸울 수 없다.
하지만 스플린터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잡한 은신처가 이제까지 들키지 않은 것도 기적이지. 곧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 동굴 한편에 있는 어느 장치를 건드렸다.
그러자 동굴이 흔들리면서 출구 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르르!
이대로 있다가는 출구뿐만 아니라 다른 곳도 무너져 내릴 것이다.
다들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는데 스플린터가 차분하게 소리쳤다.
“때가 되었다! 위기는 곧 기회이니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돌연변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스플린터는 일행을 보고 손짓하며 말했다.
“그대들은 나를 따라오게.”
스플린터는 유유히 걸었고,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동굴에서 일행은 허겁지겁 뛰기 시작했다.
쿵! 쿵!! 쿵!!
연쇄작용으로 동굴이 무너지고 있었다.
다행히 일행은 늦지 않게 비상구로 통과했다.
길을 따라 나오니 또 다른 산 중턱이었다.
이상하게도 다른 돌연변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위기의 순간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플린터는 오히려 눈을 빛냈다.
“이건 기회네. 이 은신처를 습격하느라 많은 병력이 빠져나왔을 거야. 그사이에 우리는 원래 목표를 쳐야 하네.”
아까 말하던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네들을 가르친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쉽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없을 거야. 그러니 자네들도 부디 내 말을 잘 따라주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었다면 다들 두려워했겠지만 일행은 기뻐했다.
퀘스트가 빨리 일어나야 이 거북이 몸에서 빨리 해방될 수 있었다.
이번에도 소용진이 나서 활기차게 이야기했다.
“맡겨주세요!”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각오를 보이자, 스플린터도 흐뭇하게 웃었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다들 이렇게 흔쾌히 협조해줘서 고맙네.”
스플린터가 포권을 하며 감사를 표하자, 김강우가 황급히 그의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아니요. 이미 우리에게도 남 일이 아닌걸요.”
“허허!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다시 일행은 한참을 걸어 다른 산으로 갔다.
서둘렀다고 생각했는데 그곳에는 벌써 아지트에 있었던 돌연변이들이 빼곡하게 자리 잡았다.
이 역시 미리 계획한 대로였다.
스플린터는 단상에 올라 자신들의 제자이기도 한 돌연변이들을 보며 소리쳤다.
“드디어 때가 되었다! 우리는 반드시 슈레더의 광기를 멈출 것이다!”
슈레더는 돌연변이 군단을 만들기 위해서 세 도시의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이 모두 의식 없는 괴물이 되었다는 소리다.
그러니 단순히 슈레더를 멈추는 것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오늘 합류한 이 용사들과 함께라면 소중한 가족들을 돌려받을 것이다!”
“오오오오!!”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사기도 하늘을 찌를 듯했다.
방금 전에 은신처를 버리고 도망친 집단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다.
스플린터는 몇 분 더 연설하고 단상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김강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물어봤다.
“처음 우리가 만난 그 연구소로 가는 겁니까?”
“아닐세. 우리가 노리는 곳은 변형 가스와 해독제를 만드는 곳이네. 그곳을 장악할 수 있다면 모든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돌릴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슈레더의 병력도 무서울 것이 없을 걸세.”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작전만 성공하면 슈레더는 모든 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정상으로 돌아올 거고.”
작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던 이선경이 기분 나쁜 생각을 했다면서 말했다.
“근데 이번 임무에서 실패하면 우리 캐릭터는 영원히 거북이 캐릭터가 되는 건가?”
아무리 스탯이 높다고 해도 이런 모습으로 디멘션 월드를 활보하기는 힘들었다.
이선경의 눈이 불안으로 떨리자 김강우가 다독여 주었다.
“설마 그렇겠어? 아마 시간이 지나면 풀리겠지.”
말을 하는 김강우도 확신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김강우가 상냥하게 말하자, 이선경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물론 그게 거북이 얼굴이라서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계획은 거창했고 많은 병력이 투입된 일이지만, 결국 플레이어인 일행의 활약에 의해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그게 게임인 디멘션 월드의 법칙이다.
“그럼 출발하지 여기서 더 지체하면 기회가 없어질 걸세.”
은신처인 동굴을 무너트렸지만 병력 손실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진군한 병력이 회군하기 전에 이쪽이 먼저 움직여야 했다.
이동하면서 스플린터는 일행에게 대략적인 작전을 설명해 주었다.
“기본적으로 양동 작전이네. 다른 이들이 정문에서 시선을 끄는 사이에 우리는 하수구를 통해서 연구소 깊숙한 곳으로 들어갈 걸세.”
그간 부단한 노력과 희생을 통해 연구소의 설계도를 겨우 얻어낼 수 있었다.
그것을 조사하여 가스를 만드는 시설이 어디로 연결되는지 알 수 있었다.
스플린트의 말에 소용진이 궁금한 것을 물었다.
“가스만 찾으면 끝인가요? 그보다 해독제가 더 급하지 않나요?”
“가스의 원재료가 해독제 역할을 하네. 그러니 정제 장치만 부숴도 연구소 안에 있는 모든 돌연변이가 해독될걸세.”
이렇게 들으니 정말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선경이 조금 겁먹은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우리만으로도 충분할까요? 더 데리고 가야 안전하지 않아요?”
하지만 스플린터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가능했으면 병력을 반으로 나누었겠지. 우리가 가는 하수구는 그리 넓지 않고 낡았네. 많은 사람이 몰리면 쉽게 들키거나 부서질 수도 있어.”
스플린터가 이제까지 이 계획을 실행하지 않은 것도 결국 스플린터를 받혀줄 소수 정예병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플린터는 뛰어난 무사지만 혼자서 슈레더를 비롯한 그의 강화병들을 상대하기는 무리다.
그는 믿을 만한 제자에게 나머지를 맡기고 자신은 거북이 일행을 이끌고 은밀하게 움직였다.
연구소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요란한 전투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돌연변이 부대와 슈레더의 부대가 부딪힌 것이다.
“서둘러야 하네. 저들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거야.”
같은 돌연변이 병이고 훈련은 이쪽이 훨씬 더 잘되어 있었지만, 숫자는 저쪽이 압도적이다.
스플린터의 은신처로 돌입한 인원들을 제외해도 두 배는 훌쩍 넘을 것이다.
그러니 저들이 하는 것은 섬멸이 아니라 이쪽이 작전을 끝낼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뿐이다.
“우리도 움직이지.”
이제 거북이 특공대가 움직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