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5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57화
357화
빈 접시를 치우던 여성 중 한 명이 실수로 음식이 담긴 접시를 깨트린 것이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음식물이 사방으로 튀었고, 송진우의 옷에도 묻고 말았다.
“히이익!”
신의 대리인을 대접하는 자리에서 일어난 실수다.
그것도 신의 사자, 송진우의 몸에 음식물이 묻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 여성은 사색이 되어 어쩔 줄 몰랐다.
송진우가 괜찮다고 말하려는데 그보다 먼저 통구라가 노발대발하여 소리쳤다.
“네 이년! 이게 무슨 짓이냐!”
“죄, 죄송합니다!”
전사들이 중심이 되는 사회라 그런지 힘없는 여성들은 천하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신의 사자에게 불경스러운 짓을 저질렀으니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
“당장 이년을 산 채로 가죽을 벗기고 짐승의 밥으로 던져주어라!”
끔찍한 말이었지만 다들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요, 용서해 주세요!”
여자는 바들바들 떨면서 무릎을 꿇었지만,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장정이 다가와 그녀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그때 송진우가 나섰다.
“그만. 이 좋은 날에 피를 보기는 싫다.”
송진우의 말에 여자의 안색이 밝아졌지만, 통구라는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렇다면 포식귀 님. 저년을 나무작대기에 묶어 말라 죽게 하겠습니다.”
피를 보기 싫다는 말에 피만 보지 않으면 된다는 식으로 이해했나 보다.
어떻게 설득하면 좋을지 고심하다가 마침 좋은 생각이 난 송진우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녀를 내 시종으로 삼겠다.”
“네? 하지만 어찌 저런 천한 년을…….”
“속죄의 길을 여는 것도 신의 역할이니라. 더 이상 이 일에 대해 언급하지 마라.”
송진우가 강하게 말하니 통구라도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포식귀 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연회는 점점 가열되어 나중에는 그냥 술판이 되었다.
강인함을 중시하는 전사들답게 주량도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여겼다.
게다가 이곳은 자신이 신처럼 여기는 송진우 앞이다.
그래서 경쟁적으로 더 많은 술을 마셔 자신의 남자다움을 강조하려 했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반면 언데드라 알코올이 전혀 듣지 않는 송진우는 술을 음료수처럼 마셨다.
그 모습에 전사들은 감탄하며, 승부욕을 불태워 더 마시는 악순환을 낳았다.
결국, 평소 술고래처럼 술을 마셔도 끄떡없던 전사들도 인사불성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음냐! 음냐!”
‘바보들.’
송진우는 마찬가지로 정신을 못 차리는 통구라 대신에 뒷정리를 지시했다.
그리고 뒤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까 그 여 시종에게 말했다.
“넌 나를 따라와라.”
송진우의 말을 듣자 그녀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이제는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송진우는 일단 그녀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간 후, 의자에 앉히며 물었다.
“네 이름이 뭐지?”
의외로 부드러운 송진우의 말투에 여자는 움찔하면서도 순순히 말했다.
“다, 다르잔입니다, 포식귀 님.”
“그래, 다르잔. 나는 아직 여기가 낯설다. 그러니 네가 이곳 사정을 내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어야겠다.”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통구라와 전사들에게는 물을 수 없는 걸 그녀를 통해 알아내려는 것이다.
“신역에 대해 자세히 말해 보아라.”
“네, 네.”
송진우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 거란 생각에 흥분한 다르잔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약속된 땅으로 그곳을 차지한 부족은 마르지 않는 고기와 술로 영원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약속의 땅? 그럼 그곳은 현실에 있는 곳이냐?”
“네. 과거 신이 직접 지었다는 탑이 있는 신들의 땅입니다.”
“탑이라. 흥미롭네. 그것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겠는가?”
“네, 그러니까…….”
다르잔은 자신이 알고 있는 신역에 대한 모든 걸 송진우에게 말했다.
그런데 그녀의 말은 들으면 들을수록 어처구니가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황금의 탑이라고?”
“그렇습니다. 그 탑은 그 어떤 것으로도 더러워지지 않는 황금의 탑입니다.”
이제야 엘도라도에 어울리는 것이 나왔다.
하지만 그게 탑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순금으로 탑을 만들 수는 없을 텐데…… 도색한 건가?’
순금은 이빨로 물면 자국이 생길 정도로 무르다.
그러니 작은 양으로 귀금속을 만드는 곳에 사용한다.
금으로 탑을 만들다가는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질 것이다.
하지만 다르잔의 말로 유추한 탑의 크기는 적어도 500m가 넘었다.
“그렇게 크다고?”
500미터면 현대식 건물로 따져도 100층이 넘는 고층 빌딩 크기만 하다.
그런 거대한 탑이 이런 원시적인 부족이 사는 곳에 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어쨌든 그 탑을 놓고 다른 부족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거지?”
“그렇습니다. 영원한 명예를 얻기 위해서 근처에 있는 8개의 부족이 오래전부터 싸우고 있었습니다.”
“8개라…….”
일반적인 병사가 아닌 900레벨 전사로 이루어진 부족이다.
그런 자들이 한데 모여 싸우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아무리 송진우라도 낫 한 자루를 들고 뛰쳐나가서 될 일이 아니다.
‘이들을 이끌고 탑을 점령하는 것이 목표인가?’
송진우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다르잔의 말이 나왔다.
“근데…… 이미 다른 부족에 신의 사자들이 내려왔다는 소리를 듣고 부족장님이 초조해하셨습니다.”
“다른 부족에 신이 내려왔다고?”
“네!”
아마 한수정은 다른 부족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일은 간단했다.
‘둘이 힘을 합칠 수도 있겠네.’
송진우처럼 한수정도 신의 사자로 대우받고 있다면 분명 무사할 것이다.
게다가 둘이 힘을 모을 수만 있으면 엘도라도의 전설을 얻는 것도 한층 더 수월했다.
하지만 다르잔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우리 부족이 마지막이에요. 다른 부족들은 모두 신의 사자들이 내려오셨는데요.”
“다른 부족 모두? 어느 한 곳이 아니라?”
“네, 이미 다른 부족에서는 신의 사자들이 전사들의 훈련을 도와주시고 계세요.”
“……뭔가 잘못됐군.”
분명 이곳에 오는 조건은 영지 3개 이상을 지닌 영주라고 들었다.
그래서 한수정을 제외한 엘도라도로 향한 다른 자들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분명 다른 자들은 조건에 맞지 않았어. 그럼…… 엘도라도로 통하는 포탈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뜻이겠지.’
이런 형태의 퀘스트에 들어오는 포탈이 꼭 하나라는 보장은 없다.
“혹시 신의 사자 중에 여성이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느냐?”
“어…… 그런 소리는 못 들었습니다. 성별만이 아니라 그분들의 이야기는 금기시되어 있어 부족 밖으로 함부로 발설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가?”
하긴 자신 같아도 자기의 정보를 일부러 밖에 유출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정 씨가 다른 곳의 부족을 맡고 있다고 치면 난 뭘 해야 하지?’
당장 이 부족을 떠나 다른 부족을 샅샅이 뒤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하지만 한수정을 찾는다고 끝이 아니다.
이 퀘스트를 끝내고 나가려면 다른 헌터와도 대결해야 한다.
그럴 거면 이 부족을 잘 이끌어서 한수정의 부족과 합세하는 편이 낫다.
“혹시 다른 부족끼리 전쟁이 난 곳은 없느냐?”
“부족들은 늘 만나면 다툽니다. 하지만 전쟁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안심이다.
한수정이 이곳에 온 지도 아직 이틀밖에 안 되었으니 그사이에 사고가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송진우는 잠시 생각하고 행동 방향을 정했다.
‘일단 이 부족을 훈련한 다음에 수정 씨도 따로 찾아야겠네.’
부족이 8개밖에 없으면 그중 한수정을 찾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낮에는 이들과 함께하고, 밤에 부족을 돌아다니면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지금도 시간이 빈다.
‘빠를수록 좋겠지.’
그렇게 정한 송진우는 다소곳이 서 있는 다르잔에게 물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다른 부족은 어디에 있지?”
“그게 저…….”
다르잔은 영문도 모른 채 송진우에게 이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부족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
‘그레이프.’
[이미 그녀가 알려준 걸 토대로 미니맵을 만들었습니다.]‘잘했어.’
“나는 잠시 산책하러 나갔다 오겠다. 너는 들어가 쉬어라.”
“아, 알겠습니다.”
다르잔을 보내고 송진우는 몰래 도시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가는 걸 보면 부족 사람들이 막으려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다다다!
밖으로 나온 송진우는 다르잔이 알려준 곳으로 뛰어갔다.
물론 뛰면서도 이곳의 정보를 얻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몬스터의 레벨이 어마어마하네.’
주변에 보이는 정체 모를 몬스터의 레벨이 모두 1,000을 훌쩍 넘는다.
부족의 전사들도 힘을 모으지 않으면 싸워 이기기 힘들 정도다.
웬만한 헌터들도 혼자서 싸워 이길 몬스터가 아니다.
그러니 이 퀘스트에서 탑을 정복하고, 엘도라도의 전설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역량이 아닌 부족을 얼마나 잘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이래서 자격 조건이 일정 규모 이상의 길드를 가진 영주였군. 자격이 미달한 다른 자들은 어디 있는 거지? 다 죽었나?’
그 비밀도 시간이 지나면 밝힐 수 있으리라 믿었다.
지금은 그들보다 한수정의 안부가 더 중요하다.
다르잔이 알려준 방향이 조금 틀렸지만, 부락이 워낙 거대한 탓에 목적지였던 곳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전체적인 부락의 크기나 전사들의 수는 브바르족과 비슷했다.
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게 달랐다.
“이건 뭐지? 곰 수인?”
이들은 사람이 아닌 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진짜 곰이 아니라 얼굴만 곰이었고, 두 발로 걷거나 무기를 지니고 다니는 건 브바르족과 다르지 않았다.
‘부족마다 종족이 다른 거였나?’
모두 인간이라 생각했는데 곰 수인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게다가 언어도 달랐다.
“%@#&$.”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다.
“한국어가 아니네?”
디멘션 월드의 모든 NPC는 한국어를 사용한다.
그건 디멘션 월드를 창조한 10서클의 마법사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그럼 이곳에 배정된 플레이어는 어떻게 이들과 의사소통을 하는 거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곳에 배정된 플레이어를 확인하기 전에는 돌아설 수도 없다.
그러나 안에 잠입하기는 쉽지 않았다.
분명 안개의 화신 특성으로 어둠에 몸을 숨겼는데도 근처에 있는 곰 수인들이 귀신같이 알아채고 가까이 다가왔다.
물론 들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간 곰 수인들은 경계를 강화했다.
‘여차하면 다른 플레이어들을 다 암살하려 했는데 그것도 쉽지 않겠는데?’
편법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하지 말라고, 부족민들의 레벨이 그렇게 높은가 보다.
다행히 이곳에 배정된 플레이어는 안에 있지 않고 밖에서 산책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습도 송진우의 예상을 크게 상회했다.
‘그레이프 너한테는 어떻게 보여?’
[곰처럼 보입니다.]‘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지?’
부족민뿐 아니라 그곳에 소속된 플레이어마저 거대한 곰 수인처럼 보였다.
“#@%@#.”
그도 이상한 언어를 사용하며 부족민들과 능숙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걸 본 송진우는 몇 가지 가정을 추론할 수 있었다.
‘설마 이곳에 배정된 플레이어가 원래 곰 수인 종족이었던 건가?’
하지만 플레이어의 종족에 맞춰 부족민이 결정되는 거라면 브바르족은 언데드여야 한다.
게다가 언어가 다른 것도 설명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서로 협력을 할 수 없게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들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