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7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74화
374화
조용히 호감도나 올리고 가려고 했거늘, 시스템은 그것마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돌발 퀘스트라니!’
그렇다면 이 상황이 단순 해독으로 끝날 리 없다.
[확인했습니다. 학령초입니다.]‘학령초’는 식물성 독으로 당문에서 주로 사용하는 독이다. 배합 방법에 따라서 중독 증상과 해독 방법이 천차만별로 나뉜다.
다행히 그레이프는 정확한 재료와 배율도 파악할 수 있었다.
“해독제를 모두 가져와!”
송진우의 말에 따라왔던 당문의 무인이 부랴부랴 다가와서 들고 있던 해독제를 모조리 건넸다.
송진우는 그중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서 딱 맞는 해독제를 만들어냈다.
해독제를 입에 넣고 추궁과혈하자, 벽성자의 안색이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는 게 느껴졌다.
송진우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한고비는 넘겼습니다.”
신승은 그런 벽성자를 보다가 물었다.
“그런데 왜 일어나지 않느냐?”
“뇌에 큰 충격을 주는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그럼 이대로 영영 못 일어난다는 건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흐음!”
신승은 불편한 기색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중독 방법은?”
“학령초는 입으로 먹어야만 중독되는 독입니다. 냄새가 약하지만 역하니 향신료가 가득한 음식이나 술잔에 들어있었을 겁니다.”
아직 건배사 중이니 술은 마시지 않았다.
그것을 봤던 신승은 청성의 제자들에게 물었다.
“연회가 시작하기 전에 장문이 술을 마신 적이 있는가?”
그 말에 제자 중 하나가 주저하면서 말했다.
“그, 그렇습니다. 기분이 좋다며 방에서 딱 한 잔 마시셨습니다.”
“그게 언제지?”
“약 일각(15분) 전입니다.”
신승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송진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면 독이 퍼지기 충분한 시간입니다.”
이곳은 청성이지만, 벽성자가 쓰러졌으니 신승이 상황을 주도했다.
“술을 가져온 자는 누구인가?”
“제, 제가 술 창고에서 따라서 직접 가져왔습니다.”
그렇다면 술에 독을 넣을 수 있는 자는 이자밖에 없다는 소리다.
모든 걸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신승은 일단 다른 주제로 넘겼다.
“장문의 방은 어디 있느냐?”
“저쪽 건물의 꼭대기 층을 사용하십니다.”
“경운!”
신승의 말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승이 다가와 대답했다.
“네, 대사님!”
“청성과 당문 아이들을 데리고 벽성자 치료해라. 혹시 모르니 음식과 물을 조심해야 할 거다.”
그건 당문뿐 아니라 청성의 제자들도 감시하라는 의미였다.
그것을 알아들은 경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사님.”
청성의 제자들은 벽성자의 치료에 당문이 참여한다는 게 불안한 눈치지만, 신승의 뜻에 반하지는 않았다.
그들도 독을 치료하려면 당문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이다.
송진우도 중들을 따라가려는데 다시 신승이 말했다.
“그리고 너는 나와 같이 간다.”
신승은 청성과 소림의 인물이 아닌 송진우를 가리켰다.
“네? 어디를 가시겠다는 건가요?”
“정말 네놈들의 짓이 아니라면 흉수가 있다는 뜻이겠지. 나는 독에 대해서 잘 모르니 도와줄 놈이 필요하다.”
그러곤 송진우에게 경고하듯이 말했다.
“분명히 말해두는데 아직 너희의 혐의가 완전히 벗겨진 게 아니다. 당문이 했다기에는 너무 어설픈 일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로 가장 이득을 얻을 자는 너희밖에 없어.”
“오해이십니다. 저희가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굳이 네놈을 데려온 것은 그 눈빛이 진실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당문에서 이 일을 꾸미고 너의 단독 행동이라고 발뺌하려는지도 모르지.”
물론 현재 당문의 주인은 송진우다.
그러니 송진우를 미끼로 쓸 일은 없다.
하지만 아직 당문의 사정을 모르는 신승에게는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우린 장문인의 방으로 간다.”
“알겠습니다.”
송진우는 반강제적으로 신승과 함께했다.
그렇게 간 벽성자의 방에는 아까 제자들이 이야기했던 술잔이 놓여 있었다.
“살펴봐라.”
“알겠습니다.”
송진우는 아직 술이 반쯤 차 있는 술잔을 조사했다.
사실은 그레이프가 조사한 거지만.
[있습니다.]예상했던 것처럼 이 술잔에 학령초의 흔적이 있었다.
“학령초가 들어 있습니다.”
“그런가?”
독잔을 찾았지만 신승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송진우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너무 어설픕니다. 아직도 이 술잔이 남아 있다니요.”
“나도 안다.”
흉수가 누군지 몰라도 사건을 미궁에 빠지게 하려면 이 술잔을 치웠어야 했다.
그런데 보란 듯이 남아 있다니…….
‘도대체 범인이 누구지?’
송진우는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대로 범인을 찾을 수 없으면 내가 범인으로 몰린다.’
퀘스트의 내용이 그러하다.
송진우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지만, 이곳은 현대처럼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사회가 아니다.
범인이 없으면 가장 유력한 자를 범인으로 몰 거다.
‘그게 나지.’
송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대로 참회동에 갇히기라도 하면 디멘션 월드에서의 생활은 끝이다.
‘이곳에 뭔가 흔적이 있을 거야.’
직접 술을 가져왔다는 자의 말이 맞다면 흉수가 독을 술잔에 넣을 수 있는 장소는 여기뿐이다.
송진우는 방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어디에 숨어야 술잔에 독을 넣을 수 있지?’
장문인의 방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구는 소박했다.
병풍도 없으니 누가 숨어들기는 힘들 거다.
‘그럼 지붕?’
자연스럽게 송진우는 고개를 위로 올렸다.
이곳은 꼭대기 층이라 위는 지붕이다. 거기서 송진우는 뭔가의 흔적을 발견했다.
‘찾았다.’
송진우는 능숙하게 지붕으로 올라섰다.
신승은 송진우가 갑자기 위로 올라가자 눈살을 찌푸렸지만, 말리지는 않았다.
송진우가 발견한 것은 지붕에 뚫린 작은 구멍과 그 근처에 있는 누군가의 발자국이었다.
구멍의 위치는 정확히 장문인의 탁자 위였다.
“이곳에서 독을 떨어뜨린 것 같습니다.”
“여기서?”
송진우를 따라 올라선 신승은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떨어뜨린 독이라면 고작 한 방울 정도일 텐데?”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더 많으면 연회에 오기도 전에 쓰러질 겁니다.”
“그렇군.”
중독 방법은 찾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문의 혐의가 벗겨진 건 아니다.
당문도 얼마든지 이런 방식으로 장문인을 중독시킬 수 있다.
‘청성의 장문인을 독살해서 이득을 얻는 이가 누구지?’
아직도 사파 연합과 마교가 날뛰는 중원이다. 그들도 용의 선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하필 지금?’
청성은 이미 완전히 무너졌고, 재건한다고 해도 예전 성세를 되찾으려면 한참 걸릴 거다.
신승이 온 후로는 송진우도 포기한 ‘청성 죽이기’를 누가 시도하려는 걸까?
‘잠깐 신승?’
순간 송진우의 머릿속에 뭔가 걸리는 게 있었다.
‘나는 신승 때문에 포기했어. 하지만 오히려 신승이 있으니 할 수 있는 일은…….’
순간 소름이 허리를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목표는 벽성자나 내가 아니야. 신승이다!’
신승은 정파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상징과 같다.
그런 그가 모처럼 소림에서 나온 상황이다.
소림 안에 있는 신승은 마교의 무인이 모두 나서도 절대 잡을 수 없다.
하지만 이곳이라면 다르다.
아무리 홀로 떨어져 나왔어도 신승은 천하제일 고수다.
그를 그냥 잡으려면 엄청난 피해가 속출할 것이다.
‘만약 나라면…….’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함정!’
그리고 함정을 설치할 곳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이곳!’
이곳이 범행의 장소다.
신승은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프!’
송진우의 명령에 그레이프가 그림자에서 빠져나와 아래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우려하던 걸 찾았다.
[화약 냄새입니다! 엄청난 양입니다! 심지가 타는 소리도 들립니다.]이제는 더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대사님! 함정입니다!”
“뭐?!”
“폭약이 설치되었습니다! 어서 여기서 빠져나가야 합니다.”
다른 이었다면 둘러업고 뛰었겠지만, 신승은 그렇게 잡히지도 않을 거다.
심지가 타들어 가는 상황.
송진우는 더 설득하는 것보다 몸으로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그대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콰직!
송진우가 밖으로 뛰자 신승도 따라서 뛰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콰콰콰쾅!!!!
건물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폭음이 들렸다.
조금만 늦었어도 신승과 함께 폭사했을 거다.
《퀘스트 변경》
▷간신히 누명을 벗겨냈지만 이 배후에는 큰 음모가 있음을 알아냈다.
여기서 무사히 탈출하시오.
“퉤!!”
송진우는 먼지투성이가 된 침을 뱉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젠장! 애초에 퀘스트도 함정이었어!’
참회동이니 뭐니 해서 정신만 혼란했었다. 핵심은 신승이었다.
다행히 신승도 조금 그을린 것 빼고는 무사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이게 끝이 아님을 직감했다.
“이런 일을 벌인 놈들입니다. 반드시 다음에 준비한 게 있을 겁니다.”
송진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수많은 기척이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신승도 방심하지 않고 물었다.
“어느 고인이 이런 짓을 벌였는가? 이 노승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면 어서 나오시게.”
어디서 이런 인원이 등장한 건지 족히 수백이 넘는 자들이 나왔다.
그것도 일반 잡몹들이 아니다. 한 명 한 명이 엄청난 강자들이다.
곧이어 이 일을 꾸민 이들이 나섰다.
“오랜만이군, 땡중.”
◆구유사귀
(보스)
(LV 1,850)
◆혈뇌사야
(보스)
(LV 1,790)
◆포대화상
(보스)
(LV 1,750)
처음부터 어마어마한 자들이 나왔다.
신승도 그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나무아미타불. 끊이지 않은 악연이로고.”
신승의 말에 구유사귀가 클클 웃으며 말했다.
“그건 네놈한테 잡혀 30년간 참회동에 갇힌 내가 할 말이지.”
그들은 얼마 전에 참회동에서 탈옥한 마두들이었다.
소림에서 도망친 자들이 사파 연합을 만들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일을 꾸민 것은 사파 연합만이 아니었다.
뒤에서 나온 누군가를 보고 신승이 놀라 눈을 부릅떴다.
◆독혈마제
(보스)
(LV 1,955)
◆음산삼마
(보스)
(LV 1,900)
“독혈마제? 설마, 마교와도 손을 잡았는가?”
그 말은 즉 사파 연합과 마교가 손을 잡고 꾸민 일이라는 소리다.
정파에서 가정하던 최악의 상황.
이미 주변에는 수백의 마교와 사파 무인들이 가득했다.
오늘 신승을 놓치지 않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엿보였다.
그것을 깨달은 신승이 손에 쥔 염주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말했다.
“흐음! 오늘은 길보다 흉이 많겠군.”
아무리 무신이라고 불리는 천하제일 무인이라도 이 많은 이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게다가 수백 명 중에는 구유사귀와 독혈마제 등의 절대 고수들도 있었다.
오랜 시간 이 순간을 기다려온 구유사귀가 광기에 가득 찬 눈을 번뜩이며 소리쳤다.
“신승!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 네놈의 머리를 시작으로 정파 놈들을 모조리 부숴버릴 거다!”
구유사귀의 말에 신승이 침음을 삼켰다.
“정녕 정사마대전을 시작하려는가? 필시 많은 인명이 죽어나갈 게야.”
그 말에 이번에는 독혈마제가 입을 열었다.
“그게 싫다면 정파 네놈들의 모든 기득권을 버려라. 다른 놈들에게 그리 설득할 수 있는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정파인은 죽으면 죽었지 그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거다.
신승이 이를 악물자 독혈마제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비웃었다.
“네놈들은 자신을 정파라고 추켜세우고 우리를 사마로 비하하면서 누리는 것들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지. 이제는 우리가 그것을 두고 보고 있지 않겠다.”
그 말에 신승이 대노(大怒)하며 외쳤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면서 자신들의 부만 추구하는 게 어찌 사마가 아니더냐? 처음부터 의와 협을 추구했다면 배척당하지도 않았을 터!”
신승이 내공을 실어 쩌렁쩌렁하게 외치자, 수양이 부족한 자들은 벌써 무릎을 꿇고 피를 토했다.
하지만 구유사귀는 비릿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뒤로 호박씨 까는 너희의 악행을 우리가 모를 줄 아냐? 긴말 필요 없다. 이미 전쟁은 시작되었다. 네 목이 그 시작이다.”
구유사귀가 손짓하자 뒤에서 무인들이 거리를 좁혔다.
그것을 본 신승이 송진우에게 전음을 날렸다.
[내가 막을 테니 너는 여기를 빠져나가서 다른 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