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7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75화
375화
사파와 마교가 힘을 합쳤다는 소식은 빨리 전할수록 정파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거다.
그것을 위해 신승은 자신을 희생하고 송진우를 도망치게 할 생각이었다.
무려 신승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함정.
송진우도 여기 남았다가는 저 무리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의 선택은 의외였다.
“대사님을 혼자 내버려 줄 수는 없습니다.”
그 말에 신승은 이맛살을 찡그렸다.
“고집부리지 마라! 여기에 남아 있다가는 개죽음을 당할 뿐이다.”
신승은 이미 죽기를 각오했다.
이 사실을 밖에 알려야 할 텐데 장원에 남은 다른 이들에게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이토록 단단히 준비한 자들이 남은 자들을 그냥 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희망은 송진우뿐인데 그는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조금만 버티기만 하면 살 방도가 있을 겁니다.”
확신에 찬 그의 눈빛에 신승도 솔깃했다.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지금은 절 믿고 버텨주세요.”
“끙! 알겠네.”
신승은 대답과 함께 중후한 내공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갈!!!”
정심한 내공을 담은 사자후다.
불가 쪽의 내공이라 사이한 것들은 감히 대적할 수 없다.
역시 불완전한 내공을 쌓은 사파와 마공을 수련한 마인들은 몸을 떨었다.
“큭!”
하지만 그것을 이겨낸 이들도 많았다.
◆사파 연합 정예
(LV 1,100)
◆마교 정예
(LV 1,250)
만만한 상대라 부르기 힘든 레벨이다.
이런 자들이 수백이나 모여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다.
그들을 지휘하는 건 구유사귀와 독혈마제다.
“가서 저 땡중의 목을 잘라 와라!”
“와와와!!”
사방에서 적들이 몰려왔다.
목표는 신승이었지만 송진우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송진우도 힘을 감출 때가 아니었다.
송진우는 즉시 거대 낫을 꺼내서 대응했다.
쾅!!
과연 명성에 맞게 신승은 고렙의 적들을 일격에 격살하고 있었다.
“백보신권!”
무림 대륙에서 가장 유명한 스킬까지 나왔다.
주먹 모양으로 날아간 권풍은 불도저처럼 적들을 쓸어버렸다.
“크아악!!”
송진우도 거대 낫을 들고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녔다.
신승을 생각하면 힘을 숨겨야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송진우는 혈마장을 비롯한 모든 힘을 아낌없이 사용했다.
펑!
송진우는 다가오는 적을 단숨에 베려 했다.
하지만 상대는 그것을 어렵게나마 흘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지금 추격하면 목을 벨 수 있겠지만, 옆에 있던 자들이 몰려들어 방해했다.
송진우는 할 수 없이 혀를 차며 뒤로 물러섰다.
‘수준이 엄청나군. 모두 절정의 고수라고 생각해야겠네.’
멀리서는 혈마장으로 견제하고 가까이에 오면 거대 낫으로 단숨에 베어 버렸다.
최소한 신승이 등 뒤는 신경 쓰지 않게 하려는 생각이다.
송진우의 분전에 상대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원래 송진우는 운 없이 신승의 일이 끼어든 당가 애송이 정도로 여겼었다.
물론 당가의 독은 그들도 경계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이도 아닌 독혈마제 이곳에 온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송진우가 펼치는 건 당문의 독이 아니라 고강한 무공.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등을 붙이고 있던 신승이 웃으면서 말했다.
“꽤 하는군, 애송이.”
“이 정도는 기본이죠.”
“그 무공을 보니 떠오르는 게 있지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물론입니다.”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 적들을 격살했다.
퍽!!
적도 레벨 1,000이 넘은 절정의 무인들이었지만, 신승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자들은 없었다.
강력한 무인들이 갈대처럼 쓰러지고 있었지만, 뒤에서 지켜보는 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신승의 힘을 빼겠다는 건가?’
멀쩡한 상태에서도 다섯이 합공하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다.
하지만 저들은 정말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만큼 신승이 두렵다는 뜻이기도 했다.
여기서 송진우는 그들이 전혀 예상치 않았던 변수였다.
“소울 버스트!”
신중한 그들과는 달리 송진우는 처음부터 마나를 모두 소비해가며 신승을 보조하고 있었다.
송진우의 활약 덕분에 신승도 한숨 돌릴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적들이 이렇게 많아.’
초반에 몰아붙여 빠르게 50명 정도를 쓰러트렸지만, 속도는 점점 느려질 수밖에 없다.
백보신권도 강력한 스킬이지만, 기력과 마나가 크게 소비되는 스킬이다.
이런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난발할 스킬이 아니다.
하지만 적들의 공격도 거셌다.
“팔마붕진을 펼쳐라!”
적들은 검진을 펼쳐 둘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많은 수를 활용한 차륜전을 펼치기 위함이다.
여덟 명이 빙글빙글 돌다가 한 명이 갑자기 툭 튀어나와 공격했다.
차륜전보다도 폭발적인 공격력이 더 무서울 정도였다.
깡!
변칙적으로 둘이 동시에 튀어나온 걸 송진우가 낫을 돌려 막아냈다.
완벽하게 막아낸 송진우를 보고 적들이 분한 듯이 노려봤지만, 송진우도 속이 편치만은 않았다.
‘운이 좋아서 막아낸 거야. 방심하면 당한다.’
물론, 이건 송진우의 겸손한 생각이다. 비정상적인 힘으로 막아낸 것이다.
반면 적들은 송진우의 일격도 제대로 받기 힘들어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저놈은 뭐야? 뭐가 이렇게 강해?”
“분명 당가의 잡놈이라고 하지 않았나?”
“디재스터!”
“크악!”
백보신권을 사용해 싸우던 신승도 허리를 두들기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휴우! 역시 늙으니까 기력이 쇠하군.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닭고기나 실컷 먹고 올걸.”
신승답지 않은 약한 모습이었지만 엄살은 아니었다.
죽음을 도외시하고 덤비는 적들의 공격에 신승의 몸에 상처가 점점 늘어났다.
송진우는 말할 것도 없었다.
나중에는 신승처럼 많은 자가 몰려들어 난전을 펼쳐야 했다.
회복력 덕분에 상처는 보이지 않았지만, 이미 데미지를 꽤 입었다.
문제는 아직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슬슬 신승이 지치고 상처도 늘자, 드디어 지켜보던 이들이 나섰다.
“쓸모없는 것들! 모두 뒤로 빠져라!”
그 많던 인원이 신승과 송진우의 공격에 반 이상이 죽거나 중상을 입었다.
대부분은 신승의 백보신권에 의한 것이었다.
내공을 극심하게 소모한 신승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지켜보던 이들은 지금이 기회라 생각했다.
네 명이 신승에게 붙었고, 독혈마제는 송진우에게 다가왔다.
원래는 신승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생각이었지만, 송진우의 활약에 작전을 바꾼 것이다.
독혈마제는 클클거리며 송진우에게 말했다.
“당가의 애송이치고는 제법이더군. 무슨 독을 사용한 거지?”
독혈마제는 송진우가 선전한 이유를 은밀히 독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혈마장도 엄밀하게 따지만 독장의 분류에 들어갈 수 있다.
역시 독혈마제라는 별호답게 말을 하면서도 공중에 하독(?毒)했다.
독혈마제는 자신이 압도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치졸하게 나선 것이다.
원래 독을 사용하는 자들의 습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좋지 않았다.
《독 면역이 적의 독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사신의 가면으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송진우는 원래 언데드다.
산성이나 면역도 뚫는 강력한 독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다.
상성에서는 앞서지만 2,000레벨에 가까운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그래서 정면대결보다는 심리전을 택했다.
“마교의 조잡한 독은 대당문에는 통하지 않는다.”
송진우는 손가락을 비벼 뭔가를 털어내는 시늉을 했다.
독혈마제의 시점에서는 자신의 독을 해독해낸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것이 독혈마제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고작 한 수를 받아냈다고 기고만장하는구나! 이건 어떠냐!”
처음 건 기습을 위해 적은 양을 흘려보낸 것에 불과했다.
이제부터 펼치는 독술이 진짜였다.
하지만 송진우의 내성은 생각 이상이었다.
《독 면역이 적의 독 공격을 무효화합니다.》
독혈마제는 적이 독공에 당해 벌레처럼 기는 것을 보고 즐기는 변태다.
그래서 즉사보다는 무력화하는 독을 즐겨 사용했다.
허나 그런 독으로 송진우에게 아무 타격을 줄 수 없다.
“뻔한 배합이군!”
송진우는 계속 소매에서 가루를 꺼내 뿌리며, 독혈마제의 독을 해독하는 시늉을 했다.
자신의 공격이 자꾸 무위로 돌아가자, 독혈마제도 슬슬 열이 받기 시작했다.
“흥! 이제 장난은 끝이다. 이것으로 죽어라!”
이번에 독혈마제가 사용하는 독은 인간의 시체에서 추출한 시독이었다.
인간의 시체에서 얻어낸 것이기에 특히 인간에게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몸에 시독을 달고 사는 언데드에게는 무효했다.
“간지럽다!”
이번에야말로 쓰러질 거로 자신했건만, 송진우가 여전히 뻔뻔하게 웃자 독혈마제는 마침내 폭발했다.
“놈!!!”
독혈마제는 몸에 흐르는 피도 맹독인 독인이다.
그가 사용하는 장풍은 강력한 독이 담겨 있는 독장.
독도 강력하지만 거기에 담긴 물리력은 웬만한 강기보다 더 뛰어나다.
이것에 맞으면 아무리 언데드인 송진우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바로 이 순간을 노렸다.
독혈마제가 분노로 눈이 멀고 동작이 커졌을 때가 절호의 찬스다.
송진우는 피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빠르게 달렸다.
날아오는 독장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면서 스킬을 외쳤다.
“가츠 웨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지만, 독혈마제는 오히려 그건 송진우를 비웃었다.
“어리석은!”
그가 손바닥을 뒤집자 놀랍게도 앞으로 날아간 독장이 방향을 바꿔 송진우의 등으로 날아들었다.
등 뒤에서 강력한 기운을 느낀 송진우는 할 수 없이 뒤로 돌아 혈마장을 발사했다.
쾅!!!
강력한 두 장풍이 허공에서 만나 터졌다.
같은 경지라면 혈마장이 훨씬 강하겠지만, 독혈마제의 강력한 내공이 담긴 독장은 그런 혈마장을 부수고 송진우에게로 날아들었다.
“흠!”
날아오는 독장을 거내 낫으로 간신히 쳐냈지만, 독혈마제는 다시 독장을 날리려 했다.
“잡았다!”
그 말대로 절체절명의 위기였지만, 독혈마제는 승리에 눈이 멀어 머리 위에서 날아오는 무기를 뒤늦게 인지했다.
“응?!”
그건 송진우의 스킬, 갓츠 웨폰이었다.
신의 특성을 따라 생긴 다섯 개의 무기가 동시에 독혈마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기어검?!”
독혈마제가 오해할 만큼 이기어검과 닮은 스킬이다.
실제 이기어검만큼 강력하기도 하다.
독혈마제는 내공을 끌어올려 머리 위를 방어했다.
하지만 급히 독장을 회수했기 때문에 내공이 역류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타다다당!!
다섯 개의 무기는 독혈마제의 방어를 뚫지 못했지만, 송진우에게 시간을 벌어주기에는 충분했다.
태허참공겸 십초식, 부동환상겸.
독혈마제가 다가오는 송진우를 눈치챘을 때는 이미 거대 낫이 환상처럼 그를 베고 지나간 후였다.
송진우가 지나간 것보다 한 타임 늦게 독혈마제의 몸에 혈선이 생겼다.
파바밧!
“크아악!!”
독을 사용하는 자라서 레벨에 비해 방어력은 낮은 편이었다.
그래서 송진우의 공격력이 그대로 박혔다.
물론 그렇다고 한 방의 공격으로 고렙의 보스를 잡을 수 없다.
꽤 큰 타격임에는 분명했지만, 그를 쓰러트리려면 이런 공격을 수십 번 성공해야 할 거다.
“너 이 자식!!”
독혈마제는 귀기마저 느껴지는 살벌한 눈으로 송진우를 바라봤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를 보는 것 대신 신승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고 있었다.
‘좋지 않네.’
조금 전의 싸움으로 너무 많은 내력을 소비한 신승이다.
어쩔 수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쉴 시간도 갖지 않고 강력한 적을 상대하는 건 역시 무리였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것으로도 ‘과연 신승’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슬슬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그를 도우려면 독혈마제를 쓰러트리고 합류해야겠지만, 아무리 송진우라고 해도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독혈마제를 신승에게 가지 못하게 붙잡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몫을 하고 있다.
애초에 이 퀘스트는 이들과 싸워 이기라는 퀘스트가 아니다.
‘신승을 미끼로 도망가라는 것이 본래의 퀘스트겠지.’
송진우니까 잠시나마 이렇게 독혈마제와 싸울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었다면 그의 한 수도 버텨내지 못하고, 독수로 녹아내렸을 거다.
하지만 송진우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
두두두두!!!
땅이 울리면서 많은 수의 사람들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을 눈치챈 독혈마제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원인가? 하지만 누가?”
송진우는 겨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래도 늦지 않게 왔네.”
유유히 숨을 고르는 송진우를 보고 독혈마제가 비웃으며 말했다.
“그렇군. 당가의 지원인가? 허나 고작 당가의 오합지졸로 우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물론 당문의 병력이 모두 와도 이들을 막을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송진우가 부른 것은 당가가 아니었다.
“교주님을 도와라!”
구 혈교, 현 공허문의 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