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85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85화
385화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해골 가면이 없어서인지 적들은 송진우를 단번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송진우도 적들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서 더 경계하기 전에 끝내고 싶었다.
‘지휘관 둘만 제거한다.’
분신을 만들어 NPC 지휘관에게 보냈다.
아무리 송진우라도 이 병력을 다 막을 수는 없지만, 지휘관 둘만 제거하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다.
‘한 시간만 벌면 돼.’
근처까지 10톤의 마나석을 가져온 송진우다.
포위망에 막혀서 더 전진하지 못하고 있던 그가 마나석을 가져온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다.
‘꼭 한 번에 가져갈 필요가 없었잖아.’
짧은 거리만 남았으니 마나석을 포식이에 저장한 후 20번을 왕복해서 배달했다.
거대한 배낭 때문에 전전긍긍한 거지 짐만 없으면 아무도 몰래 성을 들락날락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제 마나석을 사용하면 전력이 끊기지 않고 발전소를 건설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이곳 사람들과 상의해서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건 바로 일부러 동력을 모두 소진한 후에 적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전력이 끊기자마자 바로 마나석을 채워 넣었다.
이제 앞으로 한 시간 정도의 예열을 기다리면 전력이 복구되고 방어 포탑이 다시 가동할 거다.
방어 포탑과 연락을 받고 오고 있는 쟈류자의 병력이 합류하면 어쩌면 전황을 뒤집을 절호의 찬스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그 한 시간.
성이 있으니 한 시간은 버틸 줄 알았건만, 저 아바타의 능력이 너무 강력했다.
‘저놈은 반드시 쓰러트려야 한다.’
그레이프에게서 저자가 브레이커라는 상위 랭커라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용병왕도 쓰러트린 자신이 이기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물론 변수도 있었다.
“죽여버려!”
“보통 놈이 아니다! 무턱대고 들어가면 당한다!”
주변에 브레이커의 수하들이 있고 뒤에는 수천이 넘는 라우둠의 병력이 대기하는 중이다.
물론 뒤에서 사수들이 총으로 견제하긴 했지만, 뒤엉켜 싸운다면 송진우가 총에 맞을 수도 있다.
그래서 수비병은 앞에 있는 브레이커의 병력이 아닌, 뒤에 있는 라우둠의 병력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견제만 했다.
슬금슬금 움직여 송진우의 뒤를 점한 마족 병사가 빈틈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죽어!”
이들은 모두 주황색의 거대한 건틀릿을 착용한 권사였다.
공격 범위는 얼마 되지 않지만, 일단 가까이 붙기만 하면 빠른 공속으로 상대에게 폭딜을 넣을 수 있다.
물론 송진우가 그걸 허용할 리 없다.
휙!
송진우가 낫을 휘두르니 다가오는 자들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다시 빠르게 달려들었다.
‘빨라!’
적들은 현란한 보법을 사용해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송진우의 낫이 아무리 길다고 해도 모든 방위에 휘두를 수는 없다.
뒤쪽은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적들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파바박!
송진우가 낫을 휘두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등 뒤에 있던 자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이 작은 빈틈을 노릴 수 있을 정도로 전투에 능숙한 자다.
단숨에 등 뒤로 바짝 붙은 그는 승리를 자신했다.
‘잡았다!’
아무리 송진우가 힘이 좋아도 힘껏 휘두른 낫의 궤적을 돌리기에는 늦었다.
이대로 정권을 지르기만 하면 끝이다.
휙!
그의 주먹이 송진우의 등을 강타하려는 바로 직전에…….
퍽!!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오히려 그의 머리가 돌아갔다.
낫을 휘두르는 반동을 이용해 송진우가 왼손으로 백스핀 블로를 펼친 것이다.
“컥!”
예상치 못한 공격이다.
누가 저 무거운 낫을 한 손으로 휘두르면서 또 다른 공격을 할 거라 예상할 수 있을까?
결국 상대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아직 송진우의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했다.
‘확실히 까다로운 자들이네.’
권각술에 적합한 팔다리가 긴 체형에 몸놀림도 재빠르다. 분명 현실에서도 명성 있는 무인들일 것이다.
송진우가 힘껏 낫을 휘둘러도 뒤로 훌쩍 뛰어서 피해버렸다.
‘이대로 몇 명 더 쓰러트리려 했는데…….’
정확한 타이밍에 휘둘렀는데 저들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브레이커만 문제가 아니었다.
“조심해! 보통 놈이 아니다!”
여전히 송진우의 정체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상대라는 건 느끼고 있었다.
그러자 특이한 짓을 하기 시작했다.
“다크 블릿!”
주황색 건틀릿에 힘을 모으자, 동그란 에너지 같은 게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 것이다.
‘에너지 탄?’
불길한 검은색의 에너지 덩어리가 건틀릿의 움직임을 따라서 움직였다.
휙!
스킬명처럼 총알처럼 날아와 송진우를 노렸다. 총알과 다른 점은 회수도 된다는 것이다.
‘권사 주제에 이런 원거리 스킬이 있다고?’
액티브가 아닌 ‘On/Off 스킬’이다. 마나가 떨어질 때까지 지속할 수 있다는 소리다.
역시 속도라면 지지 않은 송진우가 낫을 휘둘러 검은 에너지를 베었다.
거대한 낫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작은 구를 맞추는 건 신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저들은 오히려 환호를 질렀다.
“걸렸다!”
저것은 총알처럼 베면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폭발을 일으켜 주변의 모든 걸 날려버린다.
그들은 비웃으며 곧 터질 폭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닌가?
“어?”
“뭐지?”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많은 강적과 싸우고 패배도 겪어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들의 반응을 보며 송진우는 대충 어떤 사정인지 예상할 수 있었다.
‘무슨 장치 같은 게 있었나 보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지금 송진우가 든 낫에 담겨 있는 건 공허의 권능이다.
공허보다 더 높은 권능이 아니라면 모조리 잡아먹어 버린다.
‘이 틈에!’
송진우는 저들이 당황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파밧!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앞까지 간 송진우는 낫을 횡으로 길게 휘둘렀다.
“크악!”
낫에 휘말린 하나가 그대로 반으로 갈라졌다.
“한 방에 다밀이 쓰러졌어!”
“무슨 공격력이지?”
다시 한 명을 쓰러뜨렸지만, 송진우도 기쁜 기색이 아니었다.
‘셋을 한꺼번에 베려 했는데…….’
예상한 것보다 반응 속도가 빠르다. 게다가 아직 브레이커는 나서지 않은 상태다.
“멍청한 것들!”
수하들이 쓰러지자 브레이커가 앞으로 나왔다.
그러곤 성문을 부술 때처럼 손을 휘둘렀다.
드드드드!
송진우는 무형의 기운이 자신에게로 쏟아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뭔지 단순에 알아차렸다.
‘중력? 아니 인력과 척력인가?’
말 그대로 밀고 끌어당기는 힘이다.
단순한 이능이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서니 블랙홀처럼 파괴적인 기류를 생성했다.
두꺼운 성벽도 단숨에 우그러트린 힘이다. 저 사이에 들어가면 쥐포가 될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는 도망치지도 않고 차분히 기다렸다가 낫을 수직으로 휘둘렀다.
우직!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지만 손에 느낌이 왔다.
공허의 기운을 가득 담은 낫을 휘두르자, 브레이커의 권능이 안개처럼 빠르게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그것을 안 브레이커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뭐? 무슨 짓을 한 거냐?”
자신의 힘을 향해 낫을 휘둘렀을 때만 해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자신의 힘을 느낀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다.
그러면 도망을 쳐야지 미련하게 맞설 거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권능의 붕괴.
송진우는 그 틈을 타 주변에서 얼쩡거리던 마족 플레이어를 둘 쓰러뜨렸다.
그러면서 브레이커의 상태를 주시했다.
‘어떻게 되려나?’
맹신했던 자신의 힘이 무너진 상황.
그것을 목격한 자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현실을 납득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힘을 남발하거나, 아니면 상황을 인정하고 차분히 다음 수를 생각하거나.
송진우가 만난 대부분의 자는 전자였다. 그리고 브레이커도 다르지 않았다.
“운이 좋았구나!”
백번을 고쳐 생각해도 운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성이 마비된 브레이커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죽어!”
드드드드!!
아까보다 더 거대한 기운이 송진우를 향해 몰려왔다.
힘의 크기와 규모가 갑자기 몇 배로 커진 거로 봐서 아까는 힘을 조절한 듯하다.
이렇게 되니 당황한 건 송진우가 아니라 오히려 그의 수하들이었다.
“히익! 대, 대장!”
“도망쳐!”
과도하게 힘을 썼기 때문에 공격 범위에는 그의 수하들이 고스란히 들어가 있었다.
지금 뒤로 빠진다면 그의 부하들만 몰살당할 것이다.
하지만 송진우가 노리는 건 그 이상이었다.
송진우는 재해처럼 몰려오는 거대한 힘을 향해 달려갔다.
다다다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몸은 느끼고 있었다.
저것은 거대한 분쇄기와 같다.
저기에 말려드는 모든 건 갈가리 분해되어 흔적조차 남지 않을 거다.
범위가 넓다고 상대적으로 위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 저건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단면의 힘도 동시에 커지는 권능이다.
‘용병왕의 마지막 스킬보다 조금 못한 정도인가?’
송진우도 쉽게 볼 힘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가까이 다가가니 뇌가 찌릿찌릿 울리며 본능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었다.
[합체하겠습니다.]그레이프도 알아서 송진우에게 힘을 보태줬다.
마침내 거대한 기운이 송진우를 파묻어 버리려는 순간…….
송진우의 낫이 춤을 추었다.
태허참공겸 십일초식, 혈용팔해.
송진우의 낫이 순식간에 여덟 방위에 휘둘러지자, 거대한 혈용이 보이는 듯했다.
아니, 실제로 여덟 마리의 혈용의 뚜렷한 형상이 보였다.
[그아아아!]그것들은 크게 아가리를 벌리고 브레이커의 권능을 씹어 삼키기 시작했다.
우직우직우직!!
어디서 많이 보던 장면 같더니 포식이의 먹방이 생각나는 모습이다.
혈용은 마치 맛있는 케이크를 먹듯 다른 것에게 빼앗기기 싫은 것처럼 조급하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결국, 송진우를 갈기갈기 찢으려던 브레이커의 권능은 반대로 찢겨서 혈용의 먹이가 됐다.
“이거 반동이 심한데?”
아직 구극혈마공이 9성에 멈춘 송진우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었다.
기력과 마나가 반 토막 났고 신성력까지 바닥을 드러냈다.
전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쓸 기술이 아니다.
감상도 잠시, 송진우는 너무 놀라 입만 벌리고 있는 브레이커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브레이커는 지금 악몽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럴 수가?”
이것이 브레이커가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었다.
당연히 적을 찢어 죽일 거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적이 상상 이상의 기량을 가졌어도 최소 반죽음은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자신의 완전한 패배.
“어떻게 낫을 휘둘러서 내 권능을 무너트린 거지?”
거창한 기술이라면 납득이라도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언데드가 한 짓은 고작 거대 낫을 휘두르는 것에 불과했다.
“잠깐 거대 낫?”
브레이커는 그제야 상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이런 전투 장면은 전에 본 적이 있다.
“포식귀!”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거대 낫으로 자신을 이길 자는 포식귀밖에 없다.
지금 송진우의 모습은 죽음의 사신 그 자체였다.
“히익!”
도망쳐야 했지만 모든 힘을 방출했기에 브레이커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서 저놈을 죽…….”
브레이커는 수하들에게 지시하려 했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하들은 이미 그의 권능에 휩쓸려서 다진 고기가 된 후였다.
뒤에 있는 병력은 내성에서 결사 항쟁하는 수비병의 총알 때문에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는 상황.
이곳에 남은 건 그와 송진우 단둘이다.
삐질삐질 땀만 흘리던 브레이커는 송진우가 성큼성큼 다가오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사, 살려주세요!”
이제까지의 거만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비굴하게 엎드려 비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