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38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387화
387화
송진우와 스토이는 지근거리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무기를 휘둘렀다.
‘힘은 열세, 속도는 호각. 유리한 건 기교.’
최단 거리로 빠르게 날아오는 창을 낫으로 빙빙 돌려 막아냈다.
타다당!
빠르게 찌른 삼 연격이 낫의 잔영(殘影)에 막히자, 스토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한 기술을 쓰는군.”
“너만 할까?”
스토이의 창에는 산도 가를 수 있는 거력이 담겨 있었다.
그걸 정면으로 받아내는 건 미련한 짓이다.
거대한 낫으로 그 공격을 빗겨내는 것도 신기에 가까웠다.
쾅! 쾅쾅!!!
무기가 부딪칠 때마다 뒤에 있는 성이 울릴 정도다.
무기가 내보내는 풍압 때문에 한참 뒤에 있는 병력이 비틀거릴 정도였다.
“윈드밀!”
스토이가 찌르기를 멈추고 횡으로 창을 강하게 휘둘렀다. 원심력을 활용한 파괴적인 스윙이다.
“읏!”
도저히 막아낼 엄두가 안 난 송진우가 허리를 뒤로 젖혔다.
부웅!
창날이 허리를 거의 90도로 뒤로 젖힌 송진우의 머리카락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헛스윙을 한 스토이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살짝 무너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스프링처럼 일어선 송진우가 반동을 이용해 사선으로 낫을 그었다.
“흥!”
하지만 스토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창대로 옆을 막았다.
송진우의 공격이 막히기 바로 직전, 낫이 짧은 형태로 작아졌다.
휘릭!
송진우는 그대로 한 바퀴를 휙 돌았다.
큰 충격이 있을 거로 예상하고 대비한 스토이가 무안할 정도였다.
하지만 헛돈 송진우는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속도를 이용해 한 바퀴를 더 돌았다.
“데들리 스핀!”
다시 거대해진 낫이 눈앞까지 다가오자 스토이는 할 수 없이 철조를 이용해 그것을 막으려 했다.
그런데 또다시 마지막 순간에 낫이 줄어들었다.
다시 속임수에 속은 스토이는 머리끝까지 화가 솟았다.
“어디서 자꾸 잔재주를…….”
그때 다시 회전한 송진우의 거대 낫이 스토이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컥!!!”
연속적인 페인팅 동작이 먹힌 것이다.
이번 공격은 꽤 강력해서 스토이의 옆구리 갑옷을 박살 내버렸다.
“크아아악!!”
압도적인 스탯에도 자꾸 밀리자 스토이가 괴성을 질렀다.
그러더니 갑자기 창대의 가운데 부분을 부러트리는 게 아닌가?
뚝!
아니, 부러진 게 아니었다.
놀랍게도 긴 창이 단창 두 개로 나뉜 것이다.
그 모습에 송진우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쌍창?!”
쌍검술도 흔치 않은데 쌍창은 정말 들어본 것도 없는 기예다.
창의 가장 큰 장점인 길이를 잃어야 하는 데다가 검보다 더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토이는 그런 상식을 무시한다는 듯이 단창을 양손으로 잡고 능숙한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단창을 휘두르며 오른손으로는 비스듬히 찔렀다.
짧아진 창이었지만 긴 팔을 사용하니 순식간에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큭!”
송진우는 뒷걸음질을 치며 낫을 정신없이 돌려야 했다.
타다당!
한 손으로 하는 공격인데도 무게감이 엄청나다.
게다가 화려하면서도 빨라서 장창일 때와는 전혀 다른 무공이 되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딸깍!
거리가 조금이라도 벌어지면 다시 창을 하나로 합쳐서 공격했다.
능수능란하게 변화하는 공격에 송진우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큭!”
송진우가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낫을 휘둘러 방어를 해 치명상은 피했지만, 자잘한 데미지는 계속 쌓였다.
“갓츠 웨폰!”
다섯 개의 신기를 조종하는 스킬이다. 무림 대륙에서는 이것을 이기어검의 수법이라 착각했다.
강력하면서도 까다로운 수법이지만 스토이는 역시 기다렸다는 듯이 스킬을 사용했다.
“드래곤 브래스!!”
용의 숨결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의 최고 스킬이다.
예전에 이것을 피하려고 시간 정지 수법을 사용했었다.
지금 송진우의 속도라면 그런 기술 없이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다수에게 이보다 더 좋은 스킬을 찾을 수 없을 정도지만, 단일 타깃에 좋은 스킬은 아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 스토이가 이런 식으로 드래곤 브래스를 사용한 것이다.
드래곤 브래스를 맞은 신기들은 모두 소멸했다.
아직 입에 불꽃이 남은 스토이가 그르렁거리며 말했다.
“또 통하지 않는다고 했지 않았나?”
“……돌겠군.”
이것으로 예전에 사용했던 스킬이 모두 파훼됐다.
정말 이날을 위해 단단히 벼르고 벼렸다는 느낌.
송진우는 숨을 고르며 냉정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계속 밀려서는 안 돼.’
이미 주요 스킬이 모두 봉쇄당한 상황. 처음부터 분신과 같이 싸웠으면 모르겠으나 그것도 물 건너갔다.
‘이제 남은 카드는…….’
송진우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머릿속으로 순식간에 훑었다.
그러곤 입을 악물고 오히려 앞으로 뛰었다.
송진우가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자 스토이도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그래야지!”
오랜 시간 절치부심(切齒腐心)하며 이 시간만을 기다린 스토이다.
그도 둘의 대결이 허무하게 끝나는 걸 원치 않았다.
다시 치열하게 시작된 전투.
하지만 여전히 모든 스펙에서 앞선 스토이가 유리했다.
송진우는 혈마장까지 섞어가며 근접전에서 분투했으나, 스토이는 두 개의 단창을 절묘하게 사용하여 모든 공격을 봉쇄하고도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다.
팟!
초회복 능력이 아니었다면 송진우의 피부는 이미 걸레 조각이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데미지는 계속 누적되었다.
견디지 못한 송진우가 한 발 뒤로 빼며 뒷걸음질 치자, 스토이는 다시 단창을 하나로 합쳐서 길게 찔렀다.
창이 합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없었기에 공격 딜레이도 없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이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한 보 뒤로 빠지면 스토이는 어김없이 창을 합쳐서 찔러 넣었다.
물론 반격할 수 없는 긴 거리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스토이의 공격에서 송진우가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동작이기도 했다.
즉, 정확한 타이밍을 잴 수 있다는 뜻이다.
“받아넘기기!”
스킬을 사용하니 송진우의 손이 저절로 움직여 스토이의 창을 잡아당겼다.
“엇!”
살짝 끌어당긴 것 같은데 스토이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엉거주춤한 동작으로 끌려 들어왔다.
반면, 송진우는 창을 스치듯이 움직이며 다가가, 스토이의 바로 지근거리까지 오게 됐다.
“크윽!”
놀란 스토이가 급히 창을 회수하려 했지만, 송진우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퍽!!
일단 혈마장을 때려 거리를 벌린 후에…….
부우욱!!!
거대 낫을 가로로 휘둘러 스토이의 가슴을 갈랐다.
“커어억!!”
이번 공격은 제대로 통했다.
비록 전신 갑옷이 있었지만, 송진우의 공격은 방어구가 있다고 막을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강력한 공격에 당해 어지러운 스토이는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이대로 몰아붙여야 해!’
겨우 얻은 기회야.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완벽한 타이밍을 얻기 힘들 거다.
송진우는 거대 낫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태허참공겸 사초식, 혈화만개.
강력한 스윙으로 상대의 가슴을 폭발시키는 공격이다.
이때 솟아오르는 피분수는 거대한 혈화를 연상케 했다.
이것이면 상황을 반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때 등에서 강력한 충격이 느껴졌다.
펑!!!
“컥!!”
등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고, 송진우가 공격하는 도중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스토이가 수세에 몰리자 몰래 송진우의 등 뒤로 온 적이 강력한 스킬을 사용한 것이다.
그 때문에 간신히 얻은 기회가 날아가 버렸다.
‘제길! 너무 안일했나?’
스토이와 일대일 대결 선언을 해서 정말 다른 것들이 끼어들지 않을 거로 생각한 게 잘못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송진우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이대로 실패인가?’
아직 전원이 복구되려면 최소 30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저 스토이가 건재한 이상 송진우가 내성에 합류해도 방어할 수 없다.
물론 지금 송진우라면 자신의 한 몸 건사하는 건 가능하다.
하지만 이성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할 수 없지.’
안 되는 걸 붙잡고 있는 것도 미련한 일이다.
송진우는 자신을 둘러싼 자들을 살피며 도망칠 길을 모색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선 스토이가 이상한 짓을 했다.
“누가 내 싸움에 끼어들라 했는가!!!”
송진우에게 당했을 때도 보여주지 않던 사나운 모습이었다.
제대로 열이 오른 스토이가 한곳을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그건 송진우를 뒤에서 공격한 마법사 쪽이었다.
“스, 스토이 님…….”
놀란 그가 뒤로 물러서기도 전에 스토이가 창을 휘둘렀다.
“케에에엑!!”
그렇게 스토이는 단숨에 그것을 베어버렸지만,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것의 사체를 발로 밟아댔다.
“왜 끼어들었어! 왜!! 저건 내 온전히 내 몫인데!!”
스토이의 광기에 그의 병력이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전쟁 내내 냉철했던 스토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다.
“으아아아!!!”
결국, 사체를 가루가 되도록 짓이긴 스토이가 분하다는 얼굴로 송진우에게 왔다.
다시 전투가 시작될 거로 생각한 송진우가 자세를 취했는데……, 스토이가 정말 황당한 소리를 했다.
“이번에도 내가 졌다. 하지만 다음에는 다를 것이다!”
그러더니 정말로 뒤를 돌아 병력에게 소리쳤다.
“퇴각한다!”
당황한 건 송진우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당황한 병력이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감히 스토이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방금 자신의 동료가 어떤 꼴이 되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결국, 아직 전원이 복구되지 않은 도시를 놔두고 라우둠의 병력이 모두 후퇴했다.
“……뭐야?”
홀로 남은 송진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하다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잘된 건가?”
사실 마지막 공격이 성공했어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스토이의 힘도 막강했다.
“스토이가 아니라 스토커 아냐? 왜 이렇게 날 집착하는 거지?”
송진우의 입장에선 스토이와의 전투는 인상 깊은 전투 중의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스토이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진 게 그렇게 분했나?”
이번에는 다행히 넘어갔지만 좋아할 일만은 아니었다.
다 이긴 전투에서 병력을 뺄 정도로 스토이의 집념이 강력하다는 뜻이니.
“다음에는 더 강해져 있겠지?”
송진우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스토이는 그 이상이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또 얼마나 강해질지 예상도 되지 않았다.
“내 팔자야.”
저절로 한숨이 나왔지만 하소연할 데도 없다.
“결국, 더 강해지는 수밖에는 없네.”
송진우는 혹시 모르니 그대로 앉아서 기다렸다.
내성의 병력도 라우둠의 병력이 사라진 후에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게 전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기우로 판명됐다. 무사히 시간이 지나고 전력이 복구된 것이다.
위잉!
먼저 방어 포탑이 작동했고, 성과 마을에 불빛이 켜졌다.
이제는 라우둠의 병력이 다시 돌아와도 쉽게 덤비지 못했다.
“브레이커도 잡았으니…….”
송진우가 브레이커와 그의 수하의 시체를 성으로 나르게 시켰을 때, 쟈류자의 병력이 도착했다.
본래였다면 양동작전으로 라우둠의 병력의 허를 찌를 생각이었다.
“이만한 게 다행인가?”
이것으로 블랙 모터 도시는 안전해졌고 뺏겼던 협곡도 되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라우둠의 병력은 건재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네.”
낫을 지팡이 삼아 일어선 송진우는 아직 상황 파악을 못 하는 쟈류자에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