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1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11화
411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노혜미와 노엘이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마을 깊숙한 곳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엘프들은 당연히 그들이 자신들을 피해 마을 밖으로 나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혹시 모를 다수의 침입만 경계하고 있고 마을 안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나무 뒤에 숨은 노엘이 마을을 지켜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경비 수가 적습니다. 대부분이 밖으로 향한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는 좋은 소식이네요.”
노혜미와 노엘은 정해놓은 루트대로 정확하게 움직였다.
[서쪽에서 엘프 정찰대가 오고 있습니다.]새로 변신한 그레이프는 주변을 날아다니면서 엘프의 움직임을 둘에게 알렸다.
노엘에게 말로만 들었던 주변 지형지물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제 교대 시간입니다. 이 틈을 놓치면 이곳에서 3시간은 더 기다려야 해요.”
“빠르게 움직이죠.”
사전에 계획을 잘 짜놓았고 그레이프의 적절하게 도움을 줘서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장로의 집 앞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장로의 집 근처에서 문제가 생겼다.
“감시가 너무 촘촘해요.”
장로의 집 근처에는 많은 엘프가 모여, 그야말로 물샐틈없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이대로 몰래 안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강행돌파로는 답도 없을 테고.”
저들을 모두 따돌린다고 해도 안에는 엘프들을 합친 것보다 무서운 대악마가 있다.
가만히 상황을 주시하던 노엘이 말했다.
“제가 시선을 끌겠습니다. 그사이에 저 틈새로 지나가세요.”
촘촘한 틈 사이에도 약간의 사각지대는 존재했다.
거기까지만 도달할 수 있다면 장로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시게요?”
“이런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 준비한 게 있습니다.”
그 말에 노혜미는 작전 시간에 나왔던 기상천외한 작전을 상기했다.
손해가 막심하여 최후의 수단이라고 여겼던 작전인데 노엘은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으시겠어요? 엘프들이 크게 분노할 겁니다.”
“제 동료들입니다. 본래 선한 엘프들이니 제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여기서 기회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노엘은 몰래 움직여 근처에 있는 나무로 향했다. 그것은 엘프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신목이었다.
“……정말 이 방법밖에는 없나?”
노엘은 두 손을 꼭 잡고 기도했다.
엘프가 이 나무를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는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노엘도 지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신목에게 위로를 받기도 했으니.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어.”
아무리 신목이 중요해도 일족 전체를 잃는 것에 비할 수는 없다.
노엘은 떨리는 손으로 준비했던 기름과 부싯돌을 꺼냈다.
“정말 죄송합니다.”
노엘은 눈물지으며 신목을 쓰다듬으며 작전을 실행했다.
틱!
화르르르!
기름을 잔뜩 먹은 신목은 새까만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그 연기는 아주 멀리 있는 엘프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엇! 불?”
엘프 마을에서 일어나는 화재는 인간 마을과 같을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거대한 산불로 이어질 수 있으니.
게다가 이번에는 화제의 진원지가 엘프들이 신성시하는 신목이었다.
“신목에 불이 붙었다!”
“어서 불을 꺼!”
놀란 엘프들은 물의 정령을 소환해서 불을 끄려고 했다.
하지만 기름에 붙은 불을 끄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신목에 붙은 불은 엘프들의 시선을 돌리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경비의 본분을 잊고 물을 정령을 소환해 그쪽으로 보낸 자들도 많았다.
노혜미는 그 틈을 타서 무사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기회는 딱 한 번뿐이야.’
상대가 메피스토펠레스인 걸 생각하면 두 번의 기회는 없을 것이다.
아무리 메피스토펠레스 완벽하지 않은 상태라고 해도 둘의 격차는 엄청나다.
‘진우와 싸운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용병왕도 이긴 송진우다.
그를 이긴 메피스토펠레스니 아무리 노혜미가 강해졌어도 차이는 까마득하다고 볼 수 있다.
노혜미는 살금살금 걸어서 장로의 집 문 앞까지 다가갔다. 안쪽의 구조는 이미 봐서 알고 있다.
‘절대 망설이면 안 돼.’
이제까지 많은 퀘스트를 클리어한 노혜미지만, 이런 거물을 상대해 본 적은 없다.
자신보다 강력한 상대는 푸른 번개 일족들과 협력해서 싸웠다. 궁수라는 특성 때문에 앞에 나선 적도 없다.
푸른 번개 일족의 전설을 얻고 광속으로 경험치를 얻어서 무려 800레벨이 된 노혜미다.
하지만 이제까지 딱히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없었다.
‘이게 헌터의 삶이구나.’
헌터는 모험가이되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헌터 사회의 불문율이지만, 결국 헌터 중에 우뚝 서는 자들은 위험한 모험을 겪고 살아남은 자들이다.
마침내 노혜미도 물러설 수 없는 모험 앞에 마주 섰다.
쾅!!
노혜미는 방문을 힘껏 발로 걷어차고는 활시위를 당겼다
“멀티샷!!”
파파팟!!
아홉 개나 되는 화살이 한꺼번에 좁은 방에 쏟아졌다.
사방을 가득 메운 공격이라 안에 있다면 절대 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파지지직!!!
붉은 번개가 날아오는 화살을 소멸시키고 노혜미에게 명중했다.
“꺄아아악!”
충격을 받은 노혜미는 멀러 나가떨어졌다.
엘프 장로의 몸을 뒤집어쓰고 있는 메피스토펠레스는 여전히 한 손에 찻잔을 쥔 채로 유유히 걸어 나왔다.
“멍청이. 내가 그런 공격에 당할 거로 생각했나?”
메피스토펠레스는 노혜미가 집 근처에 왔을 때부터 이미 그녀의 움직임을 읽고 있었다.
사실 지금쯤이면 경비를 서던 엘프들이 놀라 달려와야 했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가 마법으로 환상 결계를 만들어 놓은 탓에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뭔 짓을 하는지 두고 보고 있었더니, 고작 화살 몇 발 날리는 게 전부였나? 어리석군.”
메피스토펠레스는 조롱했지만 노혜미는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시 활을 잡아당겼다.
“피어싱 샷!!”
노혜미가 화살을 날렸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여전히 차를 음미하며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퍽!
뭐든지 꿰뚫는 노혜미의 화살은 메피스토펠레스의 손에 막혀 허무하게 튕겼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자신을 손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손에서 느껴지는 충격이 생각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제법 쓸 만한 아이구나. 저 언데드가 아니었다면 내 몸으로 사용했을 거야.”
메피스토펠레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아쉽다는 표정을 했다.
자신이 실체화하기 위한 몸으로는 언데드보다는 엘프가 훨씬 좋기 때문이다.
애초에 씨앗을 엘프 마을에 보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송진우의 몸을 선택한 건 종족을 뛰어넘는 엄청난 힘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었다.
“씨앗을 피우기 위한 제물은 충분하다. 그냥 죽어라.”
메피스토펠레스가 하얀 공 같은 것을 던졌다.
마치 배구공처럼 보이지만 절대온도에 가까운 냉기 덩어리다. 저것에 닿은 생명체는 모든 세포가 파괴될 정도로 꽁꽁 언다.
하지만 노혜미도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만은 않았다.
“폭풍아!!”
최상급 폭풍의 정령을 불러내어 냉기의 방향을 바꿨다.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비껴간 냉기는 뒤에 있던 나무를 거대한 고드름처럼 만들었다.
‘마법사 타입인가?’
차라리 다행이다. 근접 전투를 선호하는 대악마라면 노혜미는 손쓸 수도 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둘의 차이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노혜미가 다시 활을 당겼지만, 그보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더 빨랐다.
“다크 파이어.”
화르르!
메피스토펠레스를 중심으로 거대한 불기둥이 솟았다. 빠르게 다가와서 뒤로 빠지기에는 이미 늦었다.
“번개 질주!”
파지직!
몸을 전류로 바꿔서 짧은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하는 푸른 번개 엘프의 비술이다.
마법사의 블링크와도 비슷하지만, 그보다 발동 시간이 더 빨랐다.
움직이는 동안은 무적이고 생성된 전류에 닿으면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도 있다.
순식간에 메피스토펠레스의 뒤를 점유한 노혜미는 쉬지 않고 공격했다.
“체인 라이트닝 샷!!”
강력한 뇌전이 사슬처럼 이어진 화살 세 개가 날아가는 비장의 스킬이다.
다수를 상대할 때도 좋고, 한 명에게 사용해도 몸을 칭칭 감아 속박 효과까지 줄 수 있다.
노혜미의 기술에 놀란 메피스토펠레스가 급히 몸을 돌렸지만, 너무 늦었다.
파지지직!!
세 개의 화살이 올가미처럼 메피스토펠레스의 몸을 칭칭 감기 시작했다.
쾅쾅쾅!!!
메피스토펠레스를 묶었던 화살이 터졌다.
검은 연기가 걷히니 그곳에는 엉망진창이 된 메피스토펠레스가 보였다.
“크으윽!!”
메피스토펠레스는 고통스러운 듯이 신음을 낸 후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성공했나?”
자신조차 성공할 거라 믿지 않았던 공격이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뿐이었다.
스르륵!
분명 스킬에 맞았다고 생각한 메피스토펠레스의 몸이 진흙처럼 흘러내린 것이다.
“더미?”
속았다는 걸 안 노혜미가 서둘러 메피스토펠레스를 찾았을 때, 서늘한 감각이 목 뒤에서 느껴졌다.
“엘프 벌레치고는 괜찮은 수법이었다.”
놀란 노혜미가 움직일 새도 없이 메피스토펠레스가 마법을 사용했다.
“인페르노.”
화르르르!!!
그 순간 강력한 불길이 노혜미의 몸에서 일어났다.
“꺄아아악!!!”
이곳은 게임 안이 아니다. 게임이었다면 화상 효과만 표시되고 끝났겠지만, 지금은 살갗이 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피부만 타는 게 아니라 내장까지 구워지는 기분이다.
“커어억.”
쿵!
결국, 전신에 화상을 입은 노혜미가 바닥에 쓰러졌다.
사실 메피스토펠레스라면 단순히 힘싸움만 해도 노혜미를 쉽게 이길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굳이 마법으로 더미를 만들어 노혜미를 희롱한 건 ‘교활한 파괴자’인 그의 습성 때문이었다.
어려운 순간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했을 때, 그것을 짓밟는 게 무엇보다도 즐거운 일이었다.
모든 게 뜻대로 흘러갔지만, 뜻밖에도 메피스토펠레스는 처음으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이 벌레가…….”
메피스토펠레스의 복부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꽂혀 있었다.
마지막 순간, 노혜미는 도망치는 걸 포기하고 대신 단검을 뒤로 찌른 것이다.
“큭! 조금만 더 옆을 찔렀다면…… 위험했어.”
메피스토펠레스는 아직 완전히 현세한 것이 아니라 ‘악마의 씨앗’을 통해 간접적으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다.
뱃속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씨앗이 있었는데 하마터면 그것이 잘릴 뻔했다.
사실 돌기 몇 개는 잘려 나갔지만 그것으로는 별 피해는 없다.
하지만 무사한 것과는 별개로 이런 잡스러운 것이 자신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열등한 지상의 벌레 따위가!”
퍽! 퍽!
메피스토펠레스는 새까만 숯이 된 노혜미의 시신을 발로 걷어찼다.
아무리 발로 차도 분이 풀리지 않아 아예 먼지로 만들려고, 손을 들어 올리는 찰나.
“거기까지다. 이 더러운 악마 새끼야!”
“……?!”
잔뜩 성난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속박에 풀린 송진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송진우를 본 메피스토펠레스가 잔뜩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어떻게 내 주문을 푼 거지?”
메피스토펠레스의 주문은 고위 마법사가 붙어도 몇 날 며칠은 꼬박 밤을 새워야 겨우 해체할 수 있다.
자력으로 그것을 푸는 걸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노혜미와의 전투로 한눈팔았다고 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혜미 덕분이지.”
사실 모든 건 노혜미의 계획대로였다.
처음 방문을 열고 쏜 멀티 샷에는 딱 하나, 화살이 아닌 게 포함돼 있었다.
바로 화살로 몸을 바꾼 그레이프였다.
그레이프는 노혜미가 메피스토펠레스를 상대하는 사이에 송진우를 봉인한 주문을 풀기 시작했다.
신화급 마도서인 이드레브가 아니었다면 제시간에 푸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니 실패인지 알았던 첫 기습은 사실상 대성공이었다.
대략의 사정을 파악한 메피스토펠레스는 불쾌한 심정으로 노혜미의 시체를 흘낏 보며 말했다.
“그렇군. 시간 벌기였던 건가?”
메피스토펠레스의 불쾌함은 지금 송진우가 느끼는 분노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노혜미의 비명에 송진우가 눈을 뜰 수 있었다.
“이 빚은 반드시 갚아주마. 데스사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