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12화
412화
겨우 봉인에서 풀려났지만, 송진우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강력한 봉인을 풀기 위해서 송진우도 막대한 힘을 소비해야 했다.
알껍데기를 깨고 나오는 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봉인당했을 때처럼 방심하지 않고, 모든 버프를 둘렀기에 전보다 상태는 오히려 좋았다.
물론 그렇다고 무서워할 메피스토펠레스가 아니었다.
“발악하는군.”
메피스토펠레스가 손가락만 까딱하고 움직였을 뿐인데 송진우의 발밑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생겼다.
7서클 주문인 데몬 파이어 주문이 순식간에 완성된 것이다.
화르르!!
영혼마저 불태운다는 강력한 화염이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쳤다.
다행히 송진우는 간발의 차이로 마법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번엔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는다.”
메피스토펠레스가 본신의 힘을 모두 갖고 이곳에 강림했다면 아무리 송진우라도 절대 맞서 싸울 수 없다.
아르콘을 잡았을 때처럼 모든 랭커가 힘을 합쳐야 대항할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메피스토펠레스는 아직 씨앗을 형태로 현실에 간접적으로 간섭할 수 있는 정도다.
‘어쩌면 완전히 강림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르지.’
만약 신급 존재가 마음대로 현실에 강림할 수 있다면, 이미 이곳은 신들의 전쟁으로 파괴됐을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니 신급 존재들은 아바타를 내세워서 간접적으로만 영향력을 행사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파멸의 선고!”
“프로스트 노바!”
대악마답게 메피스토펠레스는 여러 원소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그중 가장 강력하다는 화염과 냉기, 뇌전의 힘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서 송진우는 압박했다.
“라이트닝!”
파지직!!
송진우는 하늘에서 떨어진 뇌전을 피하지 못하고, 어깨를 적중당하고 말았다.
“큭!!”
순식간에 어깨가 타서 가루가 되었다.
용병왕과의 싸움을 대비해서 뇌 속성 저항을 올려놓았는 데도 이 모양이다.
빠르게 재생하고 있지만 기력 소모가 심했다.
‘강력한 것이 문제가 아니야. 마법을 적재적소로 사용해서 상대하기 까다로워.’
본신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없어도 전술은 대악마답게 엄청났다.
단지 마법의 조합만으로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안 사실이다.
‘역시 메피스토펠레스. 이름값을 하는군.’
메피스토펠레스는 단지 강력한 마법만 무차별적으로 난발하는 게 아니었다.
때에 따라서는 하급 주문도 사용했다.
“그리드.”
송진우가 구극혈마보를 사용해서 빠르게 다가가려는 순간에 바닥의 마찰계수를 0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송진우가 빙판에 미끄러지는 것처럼 휘청이고 말았다.
그 틈을 메피스토펠레스가 놓칠 리 없었다.
“아이스 니들.”
송곳처럼 날아오는 얼음 창을 막아내려 낫을 정신없이 휘둘렀지만…….
콰직!
바닥에서 솟구치는 얼음 송곳에 발바닥부터 발등이 관통됐다.
이렇게 메피스토펠레스는 상대의 심리를 가지고 놀았다.
“교활한 악마!”
“칭찬 고맙군. 인페르노!”
송진우는 갑자기 생겨난 불기둥을 필사적으로 피했다.
이것이 노혜미를 숯으로 만든 그 마법이다.
“친구와 사이좋게 숯덩어리로 만들어주마.”
“내 몸은 힘을 되찾는 데 써먹으려 한 게 아니었나?”
“너 정도의 상대를 생포하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지. 생각해보니까 천천히 엘프와 인간들을 말려 죽이면서 힘을 찾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더군.”
메피스토펠레스는 키득키득 웃으면서 말했다. 과연 대악마다운 사악함이다.
“그렇게 안 되지!”
송진우는 혈마장을 난사하며 어떻게든 빈틈을 찾으려 했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역시 마법을 사용해서 그런 송진우의 수법을 모조리 파훼했다.
“가츠 웨폰!”
“파이어 스트라이크!”
신의 무기가 메피스토펠레스가 만들어낸 불덩어리와 충돌했다.
여전히 무기들은 남아 있었지만, 힘과 스피드가 확연히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것도 안 되나?”
“꽤 발버둥 치는구나.”
송진우의 주 무기는 혈마장이 아니라 낫을 이용한 근접전이다.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효율적으로 송진우가 가까이에 붙는 걸 완벽히 차단했다.
“데스 그랩!”
“마이티 가드.”
항상 손해를 보는 쪽은 송진우였다.
강력한 마법을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메피스토펠레스는 마나 소비 말고는 피해가 전혀 없었다.
송진우는 메피스토펠레스의 안색으로 마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그는 계속 웃는 얼굴이었다.
‘포커페이스네.’
분명 마나가 무한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되지만, 그 타이밍을 잴 수 없다.
‘교활한 악마이니 기회라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이겠지.’
이제 송진우도 상대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했다.
하지만 심리전에 계속 끌려다닐 수밖에는 없었다.
‘시간이 없는데…….’
문제는 노혜미였다.
목숨을 바쳐 송진우를 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녀가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녀를 살릴 기회는 겨우 두 시간.
제시간에 맞추려면 메피스토펠레스를 이긴 후에 그녀의 시체를 들고 도시까지 달려야 한다.
결코 시간이 넉넉한 건 아니었다.
‘이렇게 계속 시간이 지나면 불리해.’
결국, 송진우는 승부수를 띄워야 했다.
“데들리 스핀!!”
송진우는 낫을 휘두르며 회오리처럼 돌았다. 사방을 모두 공격하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스킬이다.
송진우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메피스토펠레스도 강력한 마법을 사용했다.
“프로스트 오브!”
둥그런 얼음 구가 이동하면서 날카로운 얼음 가시를 사방으로 발사하는 7서클의 마법이다.
촤르르르르!!
구에서 생성된 수백 개의 얼음 가시가 송진우의 전신을 노렸다.
하지만 송진우는 물러서지 않았다.
“크아아아악!!”
빠르게 낫을 회전하면서 날아오는 얼음 가시를 부수며 날아갔다.
물론 부수는 수보다 몸에 박히는 게 더 많았다.
파지직!
얼음 가시가 박힌 부분이 순식간에 얼기 시작했고, 송진우의 입에서도 하얀 입김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언데드가 아니었다면 몸의 피가 순식간에 얼어붙었을 것이다.
물론 고통은 그대로였고, 몸이 둔화되어 움직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멈추지는 않았다.
“죽어!!”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라지만 무리한 공격이다.
메피스토펠레스가 이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딱!
그는 손가락을 튕기면서 비장의 스킬을 외쳤다.
“헬파이어.”
그 순간 송진우가 서 있던 바닥이 갈라지면서 지옥의 불길이 소환됐다.
화르르르!!
단일 개체 최고 파괴력을 지닌 마법을 말하라고 하면, 먼저 거론되는 게 바로 헬파이어다.
물론 8서클 이상의 마법에는 그보다 더 강력한 마법이 있지만, 그 정도로 파괴적인 마법이라는 소리다.
메피스토펠레스는 이번 공격으로 송진우가 숯덩어리로 변했을 것이라 확신했다.
헬파이어 마법은 드래곤을 구워 먹을 정도의 위력이었으니.
그런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 메피스토펠레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걸렸다!”
콰직!!
어느새 다가온 송진우가 메피스토펠레스의 배에 거대 낫을 꽂아버렸다.
놀랍게도 송진우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헬파이어에도 무사했다.
“이렇게 다가오면 가장 파괴적인 화염 마법을 구사할 거라 생각했지.”
“커어억! 너……?!”
말을 하던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복부에 있던 악마의 씨앗이 파괴되었으니 메피스토펠레스가 현세에 간섭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송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이 맞아서 다행이네.”
송진우가 헬파이어 마법에도 무사할 수 있었던 건 그가 착용한 에픽 아이템인 ‘피닉스 포스’ 덕분이었다.
무려 화염 면역 옵션이 붙어 있는 최상급 아이템.
지명도가 없어 에픽에 불과하지만, 성능으로는 레전드급 아이템에도 뒤지지 않는다.
송진우는 메피스토펠레스와 싸우면서 화염 마법에 일부러 당하면서 간을 봤다.
간혹 면역도 뚫어버리는 사기적인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도 아니고 메피스토펠레스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다행히도 메피스토펠레스는 다재다능한 속성 마법을 사용하는 대신에 면역을 뚫는 능력은 없었다.
이건 송진우에게도 위험한 도박이었다.
생각한 것과는 달리 냉기나 뇌전 마법을 사용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냉기 마법에 적중한 후에 달려든 것도 있었다.
“냉기 마법을 명중한 후에 어김없이 화염 마법을 사용하더군.”
냉기에는 둔화 속성이 있는 대신에 파괴력은 화염보다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메피스토펠레스는 냉기로 둔화시킨 후에는 버릇처럼 화염 마법을 사용했었다.
짧은 시간에 메피스토펠레스의 습성을 파악한 송진우의 승리였다.
“징글징글한 놈! 배 안에서 나와.”
송진우는 낫을 빼고 그 안에 있는 악마의 씨앗을 빼내려 했다.
악마의 씨앗은 둥근 몸체에 수많은 촉수가 달려 이동할 수 있는 형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뚫린 배에서는 악마의 알에 대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배에 거대한 구멍이 생겼는데 말이다.
“뭐야? 어디로 갔어? 설마 죽으면 마계로 되돌아가는 놈인가?”
그때 죽은 듯이 서 있던 엘프 장로의 눈이 번쩍 떠졌다.
“걸렸구나.”
그리고 입을 쩌억 벌리니 그 안에서 벌레 같은 악마의 씨앗이 튀어나왔다.
어느새 복부에서 이동해 입까지 올라온 상황이었다.
“크윽!”
송진우는 거부하려 했지만 악마의 씨앗은 그보다 더 빠르게 송진우의 얼굴에 달라붙었다.
“컥컥!!”
실은 메피스토펠레스는 여전히 송진우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송진우의 능력을 가늠하던 메피스토펠레스는 그라면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자신을 공격할 거로 예상했었다.
물론, 헬파이어에 정통으로 맞고도 무사한 건 메피스토펠레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어쨌든 계략대로 송진우는 무사히 자신에게 다가왔고, 복부에 무기를 꽂았다.
이제 생각하면 처음에 송진우의 몸을 포기했다고, 말한 것도 계략의 일부였던 것이다.
실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철그덕!
악마의 씨앗에 당한 송진우는 몸에 모든 힘이 빠져 낫도 놓치고 말았다.
이것은 악마의 씨앗에 담긴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이다.
꾸물꾸물!
악마의 씨앗은 천천히 송진우의 입을 벌리고, 그 안으로 파고들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송진우의 저항이 거셌다.
[큭큭큭! 아직도 버티려는 것이냐? 이제 포기해라.]놀랍게도 말은 하는 것은 악마의 씨앗이었다.
발성 기관은 보이지 않는 둥그런 형태인데 어떻게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큭!”
송진우는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리고 그레이프를 움직여 악마의 씨앗을 공격하라 명했다.
[어림없다!]기회를 노렸던 그레이프는 거대한 칼로 변해서 송진우의 몸에 반쯤 들어간 악마의 씨앗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때 죽은 줄 알았던 엘프 장로의 몸이 움직였다.
턱!
[크윽! 아직도 이런 힘이?!]아직 엘프 장로도 메피스토펠레스의 조종 아래에 놓여 있었다.
이렇게 되니 송진우와 악마의 씨앗, 그레이프와 엘프 장로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큭!”
[포기해라!]송진우는 자신의 목구멍으로 악마의 씨앗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이대로라면 자신도 메피스토펠레스의 숙주로 전락할 것이다.
다행히 송진우에게는 남은 비장의 패가 하나 더 있었다.
‘포식아!’
날름!
그 순간 배에 거대한 입이 생기더니 기다란 혓바닥으로 악마의 씨앗을 감쌌다.
[뭐, 뭐야 이건?!]산전수전 다 겪은 대악마도 이런 상황은 생각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포식이의 혀에 둘둘 감긴 악마의 씨앗은 점점 송진우의 입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어림없다!]메피스토펠레스가 힘을 주면 악마의 씨앗이 안으로 들어갔고, 포식이가 힘을 주면 다시 조금씩 밖으로 빠져나왔다.
이런 줄다리기가 몇 분이나 계속됐다.
[이거 놔라! 이 더러운 혓바닥 괴물아!]“너나 내 몸에서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