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13화
413화
메피스토펠레스도 이런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는지 힘을 냈지만, 결국 점점 밀려 나갔다.
[이, 이놈!!]원래 메피스토펠레스 권능을 온전히 담은 악마의 씨앗이라면 포식이와의 줄다리기에서 밀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속절없이 밀리는 건 작은 결손 때문이었다.
[그 엘프 년 때문에……!]노혜미가 죽기 직전에 찔러넣은 회심의 일격.
그것에 당한 작은 상처 때문에 출력이 줄었다.
파지직!
힘을 내면 낼수록 작은 상처가 벌어지며, 새어 나가는 권능이 많아졌다.
남의 몸을 빌려 강림하는 형식에서는 100%의 힘과 99% 힘은 천지 차이였다.
결국 메피스토펠레스의 출력은 점점 떨어졌고, 반대로 송진우의 힘은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
결국 마비가 풀린 송진우가 자신의 입에 반쯤 들어간 악마의 씨앗을 손으로 잡았다.
“퉤퉤! 잡았다, 이놈!”
[큭! 열등한 언데드 놈이!]“더러운 악마 새끼! 이걸로 끝이다.”
송진우의 힘이라면 악력으로도 쥐어 터트릴 수도 있다.
메피스토펠레스가 아닌 악마의 씨앗 상태였으니.
하지만 송진우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놈을 보낼 생각은 없었다.
“이대로 죽여 봤자. 네 본체에는 별 타격이 없겠지?”
이것이 기생 방식으로 하는 강림의 최대 장점이다.
일정한 힘을 얻기까지는 조건이 많이 필요해 시간이 걸리지만, 실패한다고 해도 타격이 별로 없다.
[크크크! 그렇다. 네놈이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도 나에게는 무용지물이다.]메피스토펠레스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어차피 이것은 그에게는 유희에 불과하다.
지금은 실패했어도 다음에 또 이런 다른 방법으로 세상에 나올 계략을 꾸밀 것이다.
그 과정에서 괴로워하는 지상 생물들을 지켜보는 게 그의 취미다.
하지만 송진우에게는 ‘갓이터’ 권능이 있었다.
“포식아!”
아구!
“먹어 치워!”
그렇게 말하며 송진우는 악마의 씨앗을 포식이의 입 쪽으로 갖다댔다.
송진우의 속셈도 모르고 메피스토펠레스는 끝까지 비아냥거렸다.
[지금은 이렇게 돌아가지만, 내가 진정으로 지상에 강림하면 너부터 없애주겠다. 더러운 시체 놈.]그렇게 말하며 메피스토펠레스는 악마의 씨앗과 연결된 자신의 의식과 힘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꽈아악!
악마의 씨앗을 둘러싸고 있는 포식이의 혀가 그의 퇴로를 막았다.
[엇?!]그제야 메피스토펠레스도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이놈! 무슨 짓을 벌이는 거냐?]파지직!
메피스토펠레스가 발버둥을 쳤지만, 오히려 더 많은 그의 힘이 악마의 씨앗에 모였다.
[이것 놔라!]이 상태로 악마의 씨앗이 파괴되면 그의 본체에도 영향이 있게 된다.
하지만 송진우의 갓이터는 고작 그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먹어 버려!”
아구!
포식이가 악마의 씨앗을 삼키자, 악마의 씨앗과 연결되어 있던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이 그대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내 권능이?!]마계를 다스리는 대악마 중 하나인 메피스토펠레스다.
본래라면 송진우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그의 힘을 빼앗을 수는 없었을 터.
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는 운이 나빴다.
악마의 씨앗에 모아둔 그의 힘은 포식이에게 있어서는 도시락과 같았다.
자신의 권능 중 일부를 악마의 씨앗에 넣었기에 포식이가 흡수하기 좋은 상태가 된 것이다.
아그작! 아그작!
[네놈! 그만두어라!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개소리 집어치워! 네 힘은 이제 내 것이다!”
포식이가 그것을 씹어먹기 시작하자, 메피스토펠레스의 권능이 송진우에게로 흐르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으로 마계에 있는 메피스토펠레스를 죽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가 수백 년간 쌓아왔던 권능을 한 움큼 뜯어낼 수 있다.
[안 돼!!]우직!!
포식이는 악마의 씨앗을 하나도 남김없이 씹어 삼켰다.
꿀꺽!
《갓이터 권능이 발동됩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힘을 흡수합니다.》
보너스 스탯 +3,000
《디멘션 특성 획득》
▲엘리멘탈 마스터
▷속성 공격력 +150%
▲타락
▷상대를 조종한다.
대악마를 잡아서 그런지 보너스 스탯이 3,000이나 오르고 디멘션 특성도 두 개나 얻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것을 확인할 시간도 없었다.
“혜미야!”
이미 노혜미는 메피스토펠레스의 화염 마법에 당해서 새까만 숯이 됐다.
어서 노혜미의 시신을 들고 마을로 돌아가야 한다.
하지만 방해자가 있었다.
“이 더러운 언데드! 감히 장로님을!!”
메피스토펠레스가 쓰러지면서 그가 만들었던 환상 결계가 무너졌다.
장로의 집과 주변 나무들이 부서진 걸 보고 서둘러 뛰어온 것이다.
“지금 내 앞을 막으면 죽이겠다.”
되도록 엘프를 죽이기 싫었지만 지금은 사정을 봐줄 때가 아니었다.
방해한다면 모두 베고 지나갈 생각이다.
“모두 저것을 죽여라!”
급히 모인 엘프 경비병이 송진우에게 화살을 날리려는 찰나였다.
“모두, 제발…… 멈추세…요.”
죽은 줄만 알았던 엘프 장로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도 아직 살아 있는 것이다.
생긴 건 여려 보여도 엘프의 생명력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다.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우리가 저 악적을 반드시 죽이고 구해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모두 오해입니다. 모두 무기를 집어넣으세요.”
“네?! 하지만…….”
“저는 무서운 악마에 조종당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설명할 테니, 지금은 저분을 막지 마세요.”
장로는 힘겹게 말을 잇고 있었다.
질긴 생명력 덕분에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지만, 그것도 오래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시간이 없는 송진우는 엘프에게 두 개의 약병을 던졌다.
“받아.”
“엇!”
“하얀 것은 상처에 뿌리고 노란 건 먹여라. 잘하면 장로도 살 수 있을 거야.”
하나에 수십억 원이 넘는 비싼 포션이다. 거기에 엘프들이 치료하면 정말 장로도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장로를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다다다다!
송진우는 조심스럽게 노혜미의 시신을 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없어! 아이리스에게 연락해!”
[알겠습니다!]전투가 너무 길어졌고 도시까지 가는 시간도 제법 걸린다. 그래서 아이리스와 중간에서 만나기로 했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전투 때문에 정상은 아니었고, 사방에서 몬스터도 방해했다.
그래도 송진우는 발을 절대 멈추지 않았다.
‘시간이 모자라.’
아이리스의 속도를 계산하면 송진우가 아무리 빠르게 달려도 10분 정도가 모자랐다.
그렇게 되면 노혜미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더 빨리!’
간만에 숨이 헐떡일 정도로 뛰고 있다.
이미 모든 버프를 몸에 두른 참이다. 그래도 계산상, 몇 분이 모자랐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니 앞에서 뿌연 먼지구름이 피어오는 게 보였다.
‘설마 몬스터인가?’
가뜩이나 시간이 모자라는데 몬스터 웨이브를 만나는 건 최악의 상황이었다.
긴장된 분위기 속에 구름 먼지의 정체가 드러났다. 다행히 그 정체는 몬스터 웨이브가 아니었다.
공허 교단의 자랑 바이콘 기마 부대였다.
“진우 형!!”
선두에 선 자는 바이콘의 등 위에는 이오시프와 아이리스가 있었다.
시간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서 바이콘 부대를 모두 투입한 것이다.
노혜미가 죽기 불과 20분 전의 일이었다.
“살았어!!”
송진우는 환호하며 뛰었다.
* * *
노혜미는 다행히 무사히 부활했다.
송진우가 아이리스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죽기 직전의 기억은 사라진 상태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는지 노혜미는 방에서 나오지 못했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일이 조금이라도 어긋났다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을 거라는 소리를 듣고도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이어 나가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똑똑!
송진우가 노혜미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들겼다.
안에서 노혜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들어와.”
딸깍!
노혜미는 여전히 침대 위에서 이불을 두르고 있었다.
며칠간 밖에도 나가지 않아 초췌한 모습니다.
원래 디자인을 전공하여 항상 패션러블한 모습을 유지하던 노혜미다.
이렇게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건 처음 봤다.
상태가 좋지 않음을 짐작한 송진우가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괜찮아?”
“아, 뭐. 그냥 조금 피곤해. 잠이 부족한가 봐.”
삼 일 내내 누워 있던 그녀가 잠이 부족할 리가 없다. 당연히 정신적인 충격 때문이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노혜미가 근황에 대해서 물었다.
“엘프 도시는 어떻게 되었어?”
“다행히 잘됐어. 장로가 살아서 증언한 것이 컸지.”
송진우가 준 포션 덕분에 엘프 장로는 죽지 않았다.
그쪽에서도 유능한 치료사가 사흘 밤낮으로 치료해서 지금은 걷기까지 할 정도다.
“지금은 엘리샤 길드와 정식으로 동맹을 맺고 거래도 시작했어. 지금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퍼주는 단계지만, 시간이 지나면 엄청난 이득이 되겠지.”
물욕이 없는 엘프라서 상업적으로 크게 기대할 건 없어 보이지만,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엘프가 만드는 마법 용품이나 약재를 가져다가 팔면 큰 이윤을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엘프의 숲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것도 큰 수확이다.
새로운 사냥터도 생겼고, 함흥과 낭림의 경로가 숲을 빙 돌아갔을 때보다 반 정도로 짧아졌다.
“잘됐네.”
송진우의 긴 설명에도 노혜미의 대답은 지나칠 정도로 간단했다.
송진우는 그런 그녀를 위로해 주려고 애써 밝게 말했다.
“엘프들이 너에게 감사 인사를 꼭 하고 싶대. 몸이 나으면 마을에 들러달래. 어쩌면 좋은 아이템을 줄지도 모르지.”
“알았어. 간다고 전해.”
여전히 노혜미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송진우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목덜미만 긁다가 결국 한숨을 푹 쉬면서 말했다.
“고마워. 목숨 걸고 도와줘서.”
이번 퀘스트는 송진우에게도 일생일대의 위기였다.
무려 대악마의 숙주가 되어 살지도 죽지도 못한 채로 끌려다닐 뻔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으로 세상을 파멸할 수도 있었다.
“기억은 나지 않겠지만, 네가 마지막에 메피스토펠레스를 공격해서 겨우 이길 수 있었어.”
죽기 바로 직전에 엘프 장로의 배를 단검으로 찔러 악마의 열매에 상처를 입힌 건 송진우도 해내지 못한 일이었다.
결국, 이번 퀘스트는 송진우와 노혜미의 합작인 셈이다.
그 말에 노혜미는 고개를 저으며 얘기했다.
“아니야. 우리가 도망칠 시간을 벌려고 하지 않았다면 너는 혼자 도망갈 수 있었잖아.”
“그렇지 않아. 이번에는 내가 너무 안일했어. 최근에 얻은 힘을 너무 과신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어. 네가 없었더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었을 거야.”
“그래 좋아. 저로 돕고 도운 거라 치자.”
“그렇다니까.”
노혜미는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헌터 일이 힘들고 위험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죽었다니까 느낌이 이상해. 죽음에 직면한 정도가 아니잖아.”
“이해해. 그래서 처음에는 네가 헌터가 되는 걸 반대한 거야. 물론 지금은 우리 길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원이 되었지만.”
“……중요한 거 확실해?”
“당연하지. 너 없었다면 엘프 궁수들의 활용도가 반으로 떨어졌을 거야.”
“바보야. 그런 거 말고.”
“응?”
노혜미는 촉촉한 눈으로 송진우에게 몸을 내밀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중요한 사람이냐고.”
많은 뜻이 함축된 말이다.
죽음을 경험한 노혜미는 그간 애매하게 이어 갔던 관계를 확실히 하려는 듯이 돌직구를 날렸다.
“어? 어?”
깜짝 놀란 송진우는 뒤로 주춤 물러섰다.
이런 쪽으로는 둔한 송진우였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다가오는 노혜미의 의도를 모르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노혜미는 얼굴이 벌게진 송진우에게 몸을 바짝 밀착했다.
“바보야. 내가 헌터가 된 이유가 뭔지 진짜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