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6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16화
416화
남궁운경에게 끌려가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상황은 이해가 됐다.
‘이 과격한 젊은 무인들은 눌러놓지 않으면 사고 치겠네.’
행동파인 젊은 무인들은 자신들의 힘을 과신하고 있다.
그러니 고작 광신도에 불과한 압호스 교단에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송진우가 상대해본 그들은 단지 자신감만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일반인들을 몬스터로 만드는 그들의 권능이라면 지금쯤 엄청난 대군이 되어 있을 거다.
시간이 흐르면 더 강력해지겠지만 그렇다고 감정적으로만 공격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송진우도 신중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더는 이들을 만류하기도 힘든 노릇이다.
그렇다면 하늘 높은지 모르고 자신감이 솟아오른 이들을 눌러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를 데려온 거겠지.’
물론 남궁운경도 강력한 무인이고 무림맹에도 강한 무인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이미 환갑도 훨씬 넘은 자들.
그런 이들이 나선다고 이들이 납득할 리 없다.
나이도 비슷한 송진우가 이런 역할에는 제격이다.
송진우는 한숨을 쉬면서 생각했다.
‘결국 악역을 맡아야겠군.’
이미 이곳에 있는 무인들은 송진우를 째려보고 있었다.
다음 대의 천하제일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게 믿기 어려운 것이다.
불난 집에 불을 붙이려는 듯이 남궁운경이 태연하게 물었다.
“포식귀 자네, 지금이 몇 살이지?”
“……스물다섯 살.”
“허허! 고작 약관에 불과한 나이인데 그렇게 강하다니. 동년배에서는 적수를 찾을 수 없겠구만. 자네 같은 이가 중국에 한 명만 있었더라도 무림맹이 이런 수모는 겪지 않았을 텐데…….”
뒷말은 흘렸지만, 이곳에서 듣지 못한 자는 없었다.
당연히 그중 가장 단순무식한 자가 버럭대며 소리쳤다.
“검성님! 그 말은 이 오랑캐가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말씀입니까?”
그 말에 남궁운경은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식으로 말했다.
“허허~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는 44위의 랭커네. 세계에서 알아주는 강자지. 나조차도 그에게는 한 수 접어줘야 해.”
“하지만 그는 비겁하게 디멘션 월드의 힘을 이용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검성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물론 송진우가 디멘션 월드의 힘을 이용하긴 했지만, 그건 남궁운경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송진우만 힘을 사용한 불공평한 싸움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맞습니다! 디멘션 월드의 힘은 온전한 자신의 힘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분수에 맞지 않은 기연을 얻어서 강해진 것일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런 오랑캐가 대 중국의 무인과 싸워 이길 리가 없습니다.”
점점 수위는 올라갔다.
아무리 중국어라서 송진우가 알아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당사자를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런 그들의 말을 두고 볼 수 없다는 듯이 송진우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웃기는군.”
놀랍게도 송진우의 입에서는 완벽한 중국어가 나왔다.
지금까지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물론 그레이프가 번역한 것이다.
“50년 전에 일어난 한·중 전쟁에서는 중국은 군사가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았지. 그런데 승리한 쪽이 누구지?”
약 50년 전에 일어난 한·중 전쟁에서 승리해서 한국은 영토를 비롯한 많은 걸 얻어냈다.
그중 하나가 세계 최강이라는 칭호다.
당시만 해도 한국이 거대한 중국과 싸워 이길 수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몇십 년이 흘러 두 국가 간의 국교는 정상화되었지만, 그때 벌어진 차이는 줄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벌어졌다.
하지만 자신들이 최고라는 중화사상에 빠진 중국인은 줄곧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들처럼.
“헛소리 마라! 무공으로만 싸우면 우리가 질 리가 없다!”
“맞아!”
하지만 이런 시대에 디멘션 월드의 힘없이 온전한 무공으로만 대결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 리 없다.
……라고 생각했는데 남궁운경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럼 한번 해볼 텐가? 우리에게 시합용 홀로그램 머신이 있지?”
“시합용 홀로그램 머신? 여기에 그런 것도 있어?”
“당연하지. 이곳에는 없는 것이 없다네.”
시합용 홀로그램 머신은 직접 싸우다가 선수가 다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기계다.
홀로그램을 소환해서 싸우면 크게 다치거나 죽어도 본래 몸에는 아무런 타격이 없다.
소환한 홀로그램은 디멘션 월드의 효과를 받지 않아 본신의 힘으로만 싸울 수 있다.
송진우가 놀란 듯이 보이자 검성의 제자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때 포식귀! 네놈이 디멘션 월드의 힘 없이도 랭커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나?”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검을 들었던 정통 무인이다. 디멘션 월드의 힘이 없었더라면 누구한테도 지지 않는다.”
그들은 열심히 도발했다.
어떤 이는 송진우가 겁먹고 도망칠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냥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거 심심하지는 않겠군. 어디 중국 무인들의 수준이 어디까지 올라왔는지 볼까?”
“뭐?!”
“착각하지 마라. 도전자는 내가 아니라 너희 중국인들이야.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다.”
송진우의 말에 중국 무인들의 표정이 다시 사나워졌다.
이렇게 주제는 압호스 교단 처단에서 무인 간의 대련으로 넘어갔다.
모든 건 남궁운경의 노림수대로였다.
“흐흐흐!”
송진우는 옆에서 웃고 있는 남궁운경을 한 대 치고 싶은 심정을 참느라 이를 악물어야 했다.
* * *
대련용 홀로그램 머신은 근처에 있는 경기장에 있었다.
기계가 각 사이드에 있고 중앙에는 거대한 무대가 설치돼 있었다.
출전자가 기계 안에 들어가면 그와 똑같은 모습과 능력을 가진 홀로그램이 경기장에 소환되는 형식이다.
헌터의 시대가 되고 나서는 많이 쓰이지 않았지만, 예전에는 이것을 사용한 대회가 빈번하게 벌어졌다.
송진우가 신기한 표정으로 그것을 보고 있자,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서 있던 중국 무인들이 송진우에게 말했다.
“상대를 고를 선택권을 주겠다. 우리에 대해 말하자면…….”
그들은 자신들의 내력에 대해서 일일이 말했다.
주로 자신이 명문 가문에 속했다거나 어떤 귀재를 사부로 두고 있다는 것과 같은 시답잖은 말뿐이었다.
잠시 듣고 있다가 늘어지게 하품을 한 송진우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다 필요 없다. 한 놈씩 차례대로 덤벼. 다 상대해 줄 테니까.”
그 말에 중국의 무인들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 네놈이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고?”
“우리가 누군 줄은 알고 하는 말이냐?”
이곳 무인들은 원래 무림맹의 주인이었던 거대 가문의 후손들이다.
그러니 어려서부터 영재 교육을 받고 자랐고, 다수의 영약까지 먹으면서 자랐다.
지금도 충분히 강자지만 헌터의 시대가 아니었다면 훨씬 더 위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송진우는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너희야말로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송진우가 열 받았다는 듯이 기세를 올리자 건물 전체가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트리니티를 얻은 송진우는 자연재해를 방불케 했다.
실제로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자연재해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송진우의 기세에 입을 나불거리던 젊은 무인들은 바짝 엎드려야 했다.
“크윽!”
“그, 그만…….”
마치 전자레인지에 튀겨지는 기분이었다.
피가 들끓고 거인이 위에서 밟는 것 같았다.
남궁운경이 말리지 않았더라면 혼절하는 자도 나왔을 것이다.
송진우가 기세를 멈추자 겨우 정신을 차린 무인들은 여전히 사나운 눈빛이었지만, 아까처럼 입을 놀리지는 않았다.
“크윽!”
“이게 포식귀…….”
송진우는 더 떠들어봤자 입만 아플 거로 생각하며, 가장 독하게 자신을 째려보던 이를 지목해서 말했다.
“너. 너부터 하지.”
그 말에 그들이 또 뭐라 뭐라 하는 게 느껴졌지만, 송진우는 무시하고 홀로그램 기계에 들어갔다.
그러자 기계가 송진우의 몸과 의복 등을 스캔하는 게 느껴졌다.
“이런 구조로군.”
기계는 송진우의 근육과 뼈, 장비, 그리고 온몸에 퍼져 있는 마나까지 스캔하여 홀로그램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기계로는 디멘션 월드의 권능을 스캔할 수 없다.
그러니 디멘션의 힘을 배제한 승부가 가능한 것이었다.
모든 스캔이 끝나자 송진우의 의식은 홀로그램으로 이동했다.
“신기하네.”
송진우는 가볍게 몸을 움직였다.
디멘션 월드의 스탯이 모두 빠지니 완전히 감각이 달라졌다.
“왼다리가 아직 조금 약한가?”
디멘션 월드의 힘이 없어도 소아마비의 후유증은 깔끔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근육의 비대칭은 남아 있었다.
평소에는 근육보다 포식의 힘이 훨씬 강해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송진우는 거대 낫을 들고 빙빙 돌려 보았다.
소울칼리버의 능력이 없으니 무기의 형태를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구극혈공을 운용하면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난다.
예전과 같이 거대 낫을 수수깡처럼 다루는 건 무리겠지만, 그 밖의 모든 것은 지금도 가능했다.
송진우가 몸의 감각에 적응하고 있을 때, 역시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무인이 걸어왔다.
“난 대 검왕가의 차남 ‘금성호’다! 내 직접 너희 오만방자한 태도를 고쳐주겠다.”
그는 넓적한 검을 휘두르며 제법 위풍당당한 풍채를 뽐냈다.
밑에서 지켜보던 자들은 그런 그를 추켜세우기에 바빴다.
“역시 금성호 대협. 날이 갈수록 무공이 날카로워지는군.”
“검왕가는 예전부터 검술의 일절로 유명했지. 저 포식귀는 금 대협의 검을 당해내지 못할 거야.”
금성호에 대한 칭찬은 곧 송진우의 험담으로 변했다.
“흥! 저런 기형 병기가 현실에서 통할 거로 생각한 건가? 우리를 너무 우습게 보았군.”
“오랑캐가 생각하는 수준이 고작 저 정도지.”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금성호는 자신 있는 태도로 송진우에게 말했다.
“오라! 너무 금방 끝나면 자신의 패배를 인지하지도 못할 테니, 내 특별히 한 수는 양보하겠다.”
첫 번째 공격을 양보하겠다는 의미다. 이건 고수가 명백한 하수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당연히 송진우의 자존심을 긁으려는 뜻이었지만, 송진우는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퉁명스럽게 말한 송진우는 구극혈마보로 가볍게 안으로 파고들어…….
“엇?!”
놀란 금성호가 검을 뽑기도 전에 낫을 휘둘렀다.
스앗!
결국, 놀란 금성호는 반으로 갈라졌다.
쿵!
진짜가 아니라 홀로그램이라, 떨어진 몸통은 바로 흩어져 깔끔하게 사라졌다.
무대에 남은 이는 지루한지 하품을 하는 송진우뿐이었다.
“다음.”
송진우는 빠르게 다음 상대를 상대하려 했지만, 기계에서 자동으로 튕겨 나온 금성호는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이, 이건 무효다! 포식귀가 비겁한 짓을 했어! 갑자기 기습이라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패배자의 추한 변명뿐이었다.
송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비겁? 기습? 한 수를 양보한다는 것은 너 아니었나?”
그 말에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벌게진 금성호였지만,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한 수를 양보할 생각이었지만 시작이라고 하지 않았잖아!”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하지만 더 떠들어봤자 입만 아플 거라 생각한 송진우는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알겠다. 얼마든지 해줄 테니까 다시 들어와.”
“크윽!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다!”
이를 악문 금성호는 기계 안으로 들어와 다시 경기장에 섰다.
“금성호 대협! 이번에는 저 비겁한 놈에게 정의의 일격을 날려 주시오!”
“사악한 놈이니 절대 방심은 금물이요!”
이제는 사악하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송진우는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금성호에게 말했다.
“또 변명할 생각하지 말고 이번에는 네가 덤벼!”
“크윽! 이번에는 네 뜻대로 안 될 것이다!”
송진우가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이제야 깨달은 금성호는 초반부터 모든 힘을 짜냈다.
“운문검!”
그가 사용한 것은 지독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환검이었다.
사방으로 퍼지는 검기 때문에 송진우는 마치 구름 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구름 같은 검기로 상대의 눈을 현혹시키고, 순간 강력한 일격을 날렸다.
스앗!
사방으로 퍼지는 구름 사이로 눈이 시릴 정도로 아름다운 달빛 같은 일격이다.
‘이래서 운문검법인가?’
비겁하고 건방졌지만 확실히 실력은 있는 자였다.
화려하고도 강렬한 검법도 심도 있는 무리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송진우였다.
태허참공겸 이초식, 반월참.
스앗!
부드럽게 시작한 미풍이 강풍이 되고, 칼바람이 되었다.
날카롭게 날아오른 그 바람은 구름을 헤치고 달을 갈랐으며, 결국, 금성호를 꿰뚫었다.
금성호의 입장에서는 선선한 바람이 자신을 관통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죽음을 깨달았다.
“어, 어떻게…….”
결국 금성호는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몸통이 사선으로 잘려 쓰러졌다.
파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