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1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18화
418화
검성의 출전은 중국 무인에게도 의외인 일이었다. 그야말로 아이 싸움에 어른이 끼어든 격이었으니.
“왜 검성님이 저곳에 가신 거지?”
“무례한 자에게 따끔하게 교육하기 위함이 아니겠어?”
“하지만 그러다가 검성님이 지기라도 하면…….”
“야! 멍청아! 그게 말이 되냐? 아무리 포식귀가 강력한 신예라고는 하지만 검성님에게는 상대가 안 되지.”
“하지만 이제까지의 포식귀를 생각하면…….”
무인은 차마 말을 끝내지 못했다.
정말 검성이 포식귀에게 지는 날에는 중국의 자존심이 완전히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다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손에 땀을 흘려야 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검성은 태평하게 송진우에게 말을 걸었다.
“내 아둔한 제자를 교육시켜 줘서 고맙군. 저 아이는 훨씬 더 강해질 거야.”
“설마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 올라온 것은 아니지?”
“허허! 그럴 리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는 하나 이 재미있는 일에 빠질 수는 없지.”
그렇게 말하면 남궁운경은 검으로 자신의 발바닥을 툭툭 쳤다.
나이가 먹어 몸이 앙상하게 말랐지만, 그 안에 내재된 힘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그의 의도가 뭔지는 모르지만 송진우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죽어도 별 타격도 입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검성의 무공을 다시 한번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했다.
수많은 싸움을 통해 자신보다 강력한 자도 많이 만났던 송진우지만, 단지 무공의 경지로만 따졌을 때 검성 이상인 이는 없었다.
‘기껏해야 섬광혈풍과 신승 정도?’
하지만 그들은 게임 안에 있는 이들이라 지금처럼 디멘션 월드의 힘 없이 싸울 수는 없다.
앞의 젊은 무인들과 싸웠을 때처럼 본연의 힘으로만 싸우는 건 송진우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상대가 검성이라면.
“조심해, 영감. 봐주지 않을 테니까.”
“허허! 이제라도 존댓말로 부르면 살살 대해주겠네.”
“그런 대우는 손자 재롱 잔치에 가서 실컷 받으라고. 데스 사이드.”
송진우는 버릇처럼 스킬을 외웠지만 당연히 발동되지 않았다. 송진우도 긴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송진우 안에서 들끓는 파괴적인 공허기는 아무리 검성이라도 쉽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본 남궁운경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검을 내밀었다.
“흐음. 역시 제대로 해야겠군.”
남궁운경은 검을 빼 들고 송진우를 겨눴다.
허허로워 보이는 간단한 자세다.
언뜻 보면 오히려 제자인 소연진보다도 빈틈이 많아 보였다.
‘그럴 리가 없지.’
빈틈이라고 여겨지는 곳이 오히려 함정이었다. 저곳을 파고들려다가는 온몸이 꿰뚫려 쓰러지고 말 것이다.
‘어설프게 기교로 상대하려면 안 돼.’
초식 싸움으로는 검성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검성 같은 강자와 싸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을 알고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송진우에게 그것은 강력한 힘과 공허기의 강력한 파괴력이었다.
“간다!”
쾅!!
처음으로 송진우의 거대 낫과 남궁운경의 검이 부딪쳤다.
보통이었다면 주변을 초토화시키는 충격파가 나올 테지만, 어쩐 일인지 지금은 조용했다.
그 이유를 깨달은 송진우는 경악했다.
‘이 힘을 흡수했다고?
비록 디멘션 월드의 강력한 힘은 없지만, 공허기의 강력한 기운은 송진우조차 쉽게 다스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남궁운경은 그것을 부드럽게 흘려낸 것이다.
그런 송진우의 표정을 보고 남궁운경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뭘 이 정도로 놀라나? 나 검성이야.”
“잘났수다.”
송진우는 비꼬며 다시 낫을 움직였다.
‘한 번으로 안 되면 여러 번 하면 되지.’
힘 말고도 또 다른 우위라면, 역시 지치지 않는 체력이다.
나이를 먹으면 내공은 심후해지지만, 역시 육체적인 능력은 떨어지게 되어 있다.
힘은 내공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폐활량은 그러기 힘들었다.
송진우는 낫을 계속 회전하며 미친 듯이 남궁운경을 몰아붙였다.
쾅! 쾅! 쾅!
남궁운경은 그 공격을 모두 흘렸지만, 역시 처음처럼 완벽하진 않았다.
결국 지친 남궁운경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지금 젊은 거 자랑하는 건가?”
“가진 걸 활용하는 것뿐이야. 억울하면 영감도 매일 운동장을 뛰시던지.”
“늙으면 무릎이 쑤셔서 이불 밖도 나가기 싫다네.”
“그럼 영원히 눕게 해주지!”
쾅!!
전투는 송진우가 밀어붙이면 남궁운경이 막거나 흘려내는 것이 반복이었다.
송진우가 일방적으로 공격을 하니 지켜보는 중국인들은 죽을 맛이었다.
“검성님이 밀리는 거 아냐?”
“아니야 멍청아! 봐주시는 걸 거야.”
실제로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남궁운경은 송진우의 공격을 여유 있게 받아치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강한 힘에 비해서 공격 패턴이 너무 단조롭구먼. 무기가 가진 한계인가?”
“왼쪽 다리가 너무 부실해. 운동을 한쪽으로만 하나 보지?”
“힘이 너무 들어갔어. 어깨에 힘을 조금만 더 빼면 훨씬 더 강력한 공격이 가능할 거야.”
단지 말만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남궁운경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모두 송진우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송진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나를 제자로 삼기라도 할 생각인가?”
“그랬으면 좋겠지만 나도 가문에 얽매인 몸이라…….”
“그럼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해.”
“클클! 미안하지만 나도 자네에게 쌓인 것이 많으니 조금 더 놀아야겠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남궁운경이 주는 가르침은 천금을 주어도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송진우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기에 최선을 다해 그를 상대했다.
쾅!
“보면 볼수록 놀라운 무공이야. 남궁의 무공에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군. 그런 건 어디서 구했는가?”
“혈마한테 배웠지.”
“뭐?”
“말하자면 길어.”
“흠! 하여간 자네의 무공은 너무 많은 힘을 필요로 해. 그래서 지금 그 상태에서는 본연의 힘을 제대로 끌어올릴 수 없을 테고.”
“알고 있어. 하지만 현재에서 이런 상태가 되는 경우는 이 기계를 사용할 때 말고는 없지 않나?”
“그건 알 수 없는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니.”
“그건…… 그렇긴 하지.”
“힘이 없다면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은 아직 무공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네.”
“……알고 있어.”
구극혈공의 성취도는 9성에서 멈췄다.
아무리 천무지체의 재능을 지녔어도 10성을 달성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깨달음이 모자란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볼 때, 그처럼 파괴적인 무공은 오히려 기교에서 답을 찾아야 할 때가 많지. 그러니 적은 힘으로도 무공을 완벽하게 다룰 방법을 찾아야 할 걸세.”
“충고 고맙군.”
“그렇다면 진심을 다해 검성님이라고 불러보든지.”
“……그건 역겨운데.”
“흠! 그런 못된 망아지에게 손찌검을 해줄 수밖에!”
쾅!!
다시 둘은 무기를 맞대고 싸우기 시작했다.
이번에 남궁운경은 수비적으로만 움직이지 않고, 주도적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날렸다.
“검성님이 몰아붙인다!!”
“역시 검성님!”
“포식귀가 지쳤다!”
남궁운경의 활약에 젊은 무인 쪽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홈그라운드의 일방적인 응원 같았다.
“쳇!”
송진우도 이쯤 되니 자신의 패배를 직감해야 했다.
애초에 디멘션 월드의 힘 없이 수십 년간 강호를 호령한 검성과 맞서는 건 무리였다.
“그렇다고 그냥 질 수는 없지.”
송진우는 최후의 발악을 하기로 했다.
“태허참공겸 십일초식, 혈용팔해!”
송진우가 입으로 초식을 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집중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송진우의 단전에 엄청난 기운이 모이는 걸 직감한 남궁운경은 검을 고쳐줬다.
“재미있는 수법이군. 그럼 나도 그에 걸맞은 것을 보여주지.”
남궁운경은 자세를 낮추고 검을 쥐었다.
“섬전십삼검뢰(閃電十三劍雷).”
남궁세가의 시조가 13번을 내리 떨어지는 번개를 보고 만들었다는 전설적인 무공이다.
중검으로는 펼치기 힘든 쾌검이지만 남궁세가의 패도적이고, 자유로운 기운과 섞여서 약점이 없는 무시무시한 절기가 되었다.
하지만 너무 난해해서 실전(失傳)되었다는 소리도 있었는데 검성의 손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간다!”
송진우가 먼저 초식을 펼쳤다.
그러자 여덟 마리의 혈용이 남궁운경의 사방을 점유하며 날아갔다.
지켜보는 무인조차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파괴적인 무공이다.
거대한 용 앞에서 남궁운경의 존재는 너무나도 초라해 보일 따름이었다.
지켜보는 무인조차도 남궁운경이 당할 거라고 생각할 때.
파바바박!!
남궁운경의 검이 허공을 수놓았다.
콰과과과광!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달려들던 혈용들이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재앙 같았던 괴수들이 한낱 검막을 뚫지 못해서 그대로 분쇄되는 모습이다.
그것을 본 무인들은 다시 환호하기 시작했다.
“와!!!”
“역시 검성님!!”
검성이 손을 멈췄을 때는 이미 모든 혈용들이 붉은 안개로 변해서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송진우의 공격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혈뢰파천!!”
어느새 뛰어든 송진우가 공중에 높이 도약해 거대 낫을 내리찍고 있었다.
애초에 송진우는 혈용으로도 검성을 쓰러트릴 수 없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아아압!!”
이것은 송진우가 가진 모든 내공을 쥐어짜서 한 공격이다.
이것이 막히든 성공하든, 송진우는 움직일 수도 없게 될 거다.
하지만 바닥으로 빠르게 떨어지는 송진우의 눈에는 이미 자세를 잡고 있는 검성의 모습이 들어왔다.
‘망했군.’
기습이 아니라면 실패할 공격이다.
쾅!!!
엄청난 소리가 경기장에 울렸고, 송진우는 결국 거대 낫을 손에서 놓쳤다.
쿵!
그러고는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남궁운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왜…….”
송진우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이미 그의 심장이 남궁운경의 검에 의해서 뚫렸기 때문이다.
즈즈즈즈.
송진우는 그렇게 로그아웃되었다.
“검성님이 승리했다!”
마침내 검성이 승리하자 중국인들은 축제라도 벌인 듯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 들뜬 목소리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큭!”
남궁운경도 가슴을 부여잡고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의 가슴에는 사선으로 긴 자상이 그어져 있었다.
“지독한…… 기운이군.”
쿵!!
결국 남궁운경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즈즈즈즈.
남궁운경까지 로그아웃되자 중국인들은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비긴 거야?”
“아니지! 검성님이 늦게 로그아웃되었으니 이긴 거지. 전의 규칙도 그랬어.”
“그게 뭐가 중요해?! 중요한 것은 포식귀가 검성님과 동귀어진할 정도로 강력하다는 거지.”
“어떻게…… 저 나이에.”
그제야 그들은 차대 천하제일은 포식귀가 될 수도 있다는 검성의 말을 기억했다.
검성과도 비긴 실력에 강력한 디멘션 특성까지 더해지면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또다시 한국에서…….”
“제길! 이럴 수는 없어!”
중국인들이 허탈해하고 있는 사이에 송진우는 기계에서 빠져나와 아직도 가슴을 만지고 있는 검성에게 가 말했다.
“왜지?”
“응? 뭐가 말인가?”
“능청 떨지 말고 말해. 왜 봐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