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2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24화
424화
한대운의 말에 노배 레스 기사는 고심했다.
“사망자를 모두 버린다라…….”
예상보다 사망자가 너무 컸다.
충분한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살릴 수 있는 자는 반의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일반 병력이 아니라 모두 강력한 헌터들이다.
반의반만 살려도 훗날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세 시간을 그냥 날려야 한다.
‘절대로 오늘 일에 실패할 수는 없어.’
오늘 전쟁은 그분께서 하달한 신성한 임무다.
어떤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차질을 빚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상자는 확실하게 치유할 수 있나?”
“물론입니다. 부상자뿐 아니라 다른 자들도 전투하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좋다. 시행하라.”
현재 사용 가능한 부활 마법으로 노배 레스의 기사를 먼저 살린 상태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 말에 한대운은 비릿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 * *
“놈들이 옵니다!”
함흥에서 농성전을 준비하고 있던 북쪽 연합은 몰려드는 적들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벌써 이곳에 왔다고?”
“예상보다 너무 빠른데?”
송진우와 마루치의 활약으로 많은 수를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적들의 수는 많았다.
하지만 허무하게 무너졌던 예지 때와는 달리 이곳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엘리샤 길드뿐만이 아니라 다른 연합이 지원을 위해 왔고, 배신자도 미리 색출해서 성문이 쉽게 열릴 일도 없다.
한수정은 새까맣게 밀려드는 적들을 보면서 김홍택 실장에게 물었다.
“동맹군은 어떻게 되었나요?”
“대부분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조금 필요합니다.”
“시간을 벌어야겠군요.”
이런 전투에서는 몇 분으로 승패가 갈릴 수도 있다.
동맹이 왔다고 해도 수비진이 와해된 상태라면 돌이킬 수 없다.
대치한 두 진영 사이에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먼저 움직인 건 당연히 쳐들어온 남쪽 연합이었다.
“놈들은 모두 처단한다!”
“반역자들을 모조리 죽여라!”
만 명에 가까운 강력한 헌터들이 진형을 갖추고 쳐들어왔다.
북쪽 연합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는 않았다.
“공격! 저들이 이곳에 오지 못하게 해라!”
성벽에 설치된 대포가 불을 뿜었다. 이날을 위해서 급히 수백 개를 더 배치했다.
“포탄이 날아온다! 막아!”
“실드!”
펑!! 펑!!
마법사 부대가 날아오는 포탄을 모조리 막았다.
광역으로 터지는 포탄을 막느라 많은 마나가 소비되었지만, 그 덕분에 피해가 거의 없었다.
마법사 부대가 다시 마나를 채우려면 시간이 걸릴 테지만, 공성을 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 손해는 당연히 감수해야 할 것이다.
“계속 쏴라!! 포신이 휘어질 때까지 쏴!!”
계속되는 발사로 벌겋게 달아오른 포대는 결국 수명을 다하고 망가졌다.
하지만 덕분에 단단하게 유지되던 마나 실드가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이다! 사격 개시!!”
두두두두!!!
마나 실드가 사라진 후에 사수 부대의 총알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선두에 선 자들이 방패를 들어 피해를 최소화했지만, 마나 실드처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크악!!”
“힐러! 힐러, 어디 있어?!”
단, 500m를 오는 데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결국 남쪽 연합도 반격할 거리까지 도달했다.
“이때다! 돌격!”
“우와와와!!!”
남쪽 연합도 오래 합을 맞춰본 건 아니지만, 따로 움직이지 않고 제법 손발이 척척 맞았다.
노배 레스 기사단을 중심으로 메인 오더와 서브 오더를 명확하게 나누어 혼선을 최소한으로 줄였기 때문이었다.
그에 비해 북쪽 연합은 명확한 총지휘관 없이 길드별로 따로 움직였다.
전쟁 준비 기간이 삼 일밖에 안 되어 이것저것 대비할 시간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본래 활동하는 길드끼리 움직이니 익숙했지만, 돌발 변수에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데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전쟁이 시작되고 몇 분 후에 하늘을 뒤덮은 그림자가 보였다.
그것은 익룡처럼 생긴 파충류 새였다.
“적들의 비행 부대다!!”
“와이번이다! 모두 공중을 조심해!”
[끼이이익!!]와이번은 가죽이 단단하고 두꺼워서 웬만한 총알은 쉽게 튕겨낸다.
그렇다고 마법으로 저격하기에는 빨라서 맞추기 힘들었다.
탕! 탕!
역시나 사수 부대가 소총을 아무리 쏴도 와이번은 무시하고 유유히 하늘을 날았다.
“제길! 소용없어!”
와이번 부대의 무서운 점은 와이번이 아니라 그들을 타고 있는 헌터들이었다.
“받아라!!”
와이번 라이더는 손에서 일렁이는 액체 같은 것을 던졌다.
그것이 땅에 떨어지자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콰과광!!
“크악!!”
와이번 부대의 활약으로 성벽에 있던 수십 명의 사수가 성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한수정이 급히 소리쳤다.
“파워 아머 부대 출동하겠습니다.”
비행 유닛은 희귀하기 때문에 다른 연합에서는 오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비행 부대는 파워 아머 부대와 아누나키 부대뿐이었다.
“저희도 출동하겠습니다.”
레오가 이끄는 아누나키 부대도 날개를 펼쳤다.
이걸로 와이번 부대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었지만, 병력의 공백이 생겼다.
“서쪽이 밀립니다!”
“이대로 두면 성벽이 뚫릴 겁니다!”
수만이 엉켜서 싸우는 거대한 전쟁이다.
본래라면 개인의 능력은 다수의 힘 앞에 무용지물이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이제는 독보적인 능력을 지닌 자로 인해 전쟁의 승패가 좌우될 수 있는 시대다.
붕!!
노배 레스의 특급 기사인 드라이는 데빌족 전사다. 강력한 힘과 몸에 두른 화염을 이용해서 전장을 제집처럼 활보했다.
“비켜라! 이 오합지졸들아!”
그가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자, 상대는 갈대처럼 쓰러졌다.
타당!
“괴, 괴물이다!”
드라이가 선두에 서자 북쪽 연합의 진형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일단 진형이 와해되면 꼭 그가 아니더라도 다른 병사들이 쉽게 파고들 수 있다.
“이대로 성벽까지 밀고 간다!”
엘리샤 길드의 사수 부대가 중심인 북쪽 연합이다.
적들과 거리를 벌릴 성벽이 없어진다면 속절없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드라이의 공격력은 웬만한 공성 병기 못지않다.
아무리 마법진으로 보호되는 성벽이라도 몇 대만 때리면 금방 부술 수 있다.
“저놈을 막아!”
위기를 직감한 헌터들은 그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지만 웬일인지 공격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 돌고 있는 악마의 불이 날아오는 총알을 모조리 집어삼키고 있었던 것이다.
악마의 불은 그가 가진 패시브 스킬로 일정한 위력 이하의 공격은 모조리 방어하는 방패였다.
레벨 1,000이 넘어 초월자가 된 후에는 방어 가능한 공격의 수준이 극도로 높아져, 랭커 급이 공격하지 않으면 저 방어막을 뚫지 못했다.
“간지럽다!”
드라이는 날아오는 총알을 무시하고 거침없이 다가갔다. 이대로라면 성벽이 속절없이 뚫릴 위기였다.
그때 하늘에서 거대한 물체가 떨어졌다.
휘이이잉~
뭔가 심상치 않은 소리에 드라이가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한 돌덩어리가 자신을 향해 곧바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메테오?!”
놀란 드라이가 서둘러 뒤로 점프해 그것을 피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그의 동료들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
쾅!!!
“크아아악!!”
돌덩이가 부딪친 충격으로 지반이 내려앉고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해 주변을 날렸다.
하지만 드라이는 손을 앞으로 내밀어 얼굴만 가렸을 뿐, 뒤로 날아가지는 않았다.
“크으윽! 누가 이런 마법을…….”
메테오 마법은 시전 주문 시간이 너무 길어 성벽처럼 멈춰 있는 대상이 아니라면 맞추기 힘들다.
떨어지는 지점이 표시되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으면 피하기 어렵지 않은데, 이번 건 그럴 시간도 없었다.
파괴력은 일반 메테오 마법보다 떨어졌지만, 드라이조차 서둘러 피해야 했을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떨어진 거대한 돌덩이가 흔들리는 것처럼 보이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다.
완전히 일어난 돌덩어리는 사람의 형상을 갖추고 있었다.
“골렘?”
신비로운 푸른빛의 골렘이다.
드라이는 골렘 하면 떠오르는 인물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마왕!”
그는 전쟁 전에 받았던 주요 인물 리스트의 랭커 중 한 명이었다.
역시나 마왕 황덕철은 또 다른 골렘을 타고 전장에 나타났다.
“그렇게 쉽게 성벽을 내줄 수는 없지.”
마왕의 골렘은 성벽보다 더 단단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드라이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건방진 놈! 고작 골렘 따위로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초월급 헌터에다가 공격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드라이다.
마족이라 스탯도 높고, 거대한 도끼는 골렘을 부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하아아압!!”
드라이는 크게 기합을 넣으며 골렘을 공격했다.
그런데 골렘이 그의 공격에 반응하여 움직였다.
쾅!!!
뜻밖에도 골렘이 방망이를 들고 그의 도끼를 막은 것이었다.
“이게 뭐야?”
드라이는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다.
본래 골렘은 단단하지만 느려서 탱커로 사용된다.
하지만 마왕의 골렘은 무려 초월자인 드라이의 공격을 받을 정도로 날렵했다.
“재료가 워낙 좋아서 말이지.”
마왕의 골렘은 데마세아 수호 골렘의 잔해로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골렘은 단지 방어만 뛰어난 게 아니라 속도까지 대단했다.
마왕이 비웃자 드라이가 분노하며 전신에서 불을 뿜었다.
“크아아아!! 웃기지 마라!”
분노한 드라이가 다시 도끼를 들고 골렘을 공격했다.
아무리 강화한 골렘이더라도 전력을 다한 그의 공격에는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마왕도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스톤 샤워!!”
마왕, 황덕철의 활약 덕분에 서쪽 성벽은 버틸 수 있었다.
* * *
한편, 동쪽 성벽도 사정은 좋지 않았다.
동쪽을 공격하는 자는 역시 노배 레스의 특급 기사였다.
그는 강력한 네크로멘서로 수천의 강력한 언데드 부대를 부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일인 군단이다. 일회용으로 소비되는 언데드 부대지만 결코 약한 것도 아니었다.
모두 2차 승급자와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스켈레톤 워리어들.
게다가 아군이 죽어도 그 시체를 조종할 수 있어서,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죽이고 죽여도 다시 살아나는 악몽과 같았다.
“크하하하하! 모두 죽어라!”
동쪽을 방어하는 자는 노혜미가 이끄는 엘프 부대였다.
푸른 번개 부족만 있는 게 아니라 엘프의 숲에서 지원 부대까지 받았다.
“정령이여!”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엘프 부대의 힘은 사악하고 일그러진 힘을 사용하는 언데드에게 상성이 좋았다.
하지만 아무리 상성이 좋아도 절대적인 격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결국 쏟아지는 화살 비를 뚫고 언데드가 성벽까지 바짝 붙었다.
“바람의 정령을 이용해서 저들을 떨쳐야 합니다!”
이를 따각따각 부딪치며 성벽을 기어 오는 언데드들은 엘프들을 죽음으로 인도하는 사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강인한 엘프들도 점점 사기를 잃어갔다.
절망적인 상황이 연출되려는 그때, 가뭄에 단비 같은 지원병이 도착했다.
[#@%@#%!!}알 수 없는 음성이 들리고 강력한 화염이 적진 한가운데서 터졌다.
콰콰쾅!!!
성의 안쪽에서 온 지원병을 보고 노혜미가 환호했다!
“모두 와줬군요!”
그들은 함흥 지역과 연결된 포탈에서 온 데마세아의 지원 부대였다.
현실로 넘어오면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지만, 지금은 눈빛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마탑의 일원은 열심히 마법을 날렸고, 데마세아의 전사들은 기어코 성벽을 넘어오는 언데드 부대를 쓰러트렸다.
곧이어 언데드 출몰 소식에 서둘러 달려온, 아이리스가 이끄는 성직자 부대도 합류했다.
“턴 언데드!!”
하지만 아무리 적들을 쓰러트려도 적 언데드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게다가 언데드가 아닌 적 헌터들도 섞여 있기 때문에 더 까다로웠다.
힘든 상황에서도 노혜미는 전의를 잃지 않고 소리쳤다.
“우리가 밀리면 안 됩니다! 버티세요!! 버티면 이길 수 있습니다!”
“오오오오!!!”
* * *
남쪽에서는 전면전이 아닌 숨바꼭질 같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을 잡아!!”
남쪽을 공격하는 자는 역시 노배 레스 기사가 이끄는 철갑 부대였다.
그들은 공성 병기까지 착실히 준비해서 성벽을 차근차근 부수려고 했다.
하지만 미꾸라지 같은 놈들이 자꾸 나타나서 공성 병기만 부수고 도망쳤다.
남쪽은 건물이 거의 없는 평야 지대 같은 곳이다.
그래서 이오 시프가 이끄는 바이콘 부대가 활약하기 유리했다.
바이콘 부대는 특유의 빠른 속도를 이용하여 전면전을 피하고 있었다.
대신 공성 병기만 부수며 수비적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굼벵이들! 나 잡아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