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3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38화
438화
헌터들이 균열 혹은 디멘션 게이트에 들어가 그 세계를 구하는 건 단순히 의협심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를 멸망에서 지켜내고 운명을 뒤틀면 막대한 엔트로피 에너지가 쏟아진다.
그 에너지를 변환하여 보상이라는 형태로 바꾸면서 헌터들이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운명을 비트는 방법은 단지, 세계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반대로 본래 멀쩡하게 돌아갈 세계를 파멸시키는 것으로도 운명을 바꾸고, 막대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바스페우스의 화신이 말한 것이 그 방법이다.
세계를 지키는 게 아닌, 완전히 멸망시키려는 것.
“어째서입니까? 아직 살아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서 세계를 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이미 이 세계는 버려졌다네. 지금 속죄할 방법을 찾아낸다고 해도 너무 늦었어.]“그런…….”
[그대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세계가 아닌,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을 구원하는 것이겠지.]“우리 세계로 보내라는 것인가요?”
[그렇다네. 만약 그렇게 해준다면 내게 남은 마지막 힘을 더해서 그대에게 보상을 주지.]화신이라고는 하지만 신의 힘을 간직한 자다.
그가 주는 보상이라면 적지 않을 거다.
“근데 왜 하필 저입니까? 이곳에 온 헌터는 저 말고도 많이 있습니다.”
보상이라면 송진우뿐만 아니라 압호스 교단의 사람들도 눈이 뒤집혀서 달려들 것이다.
굳이 나중에 온 송진우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게 이상했다.
[먼저 온 그들은 사악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 괴물을 쓰러트린다면 이 세계를 지배하려 할 걸세.]“이곳을 지배한다고요? 하지만 이곳에는 남은 것이 없지 않습니까?”
이곳은 모든 것이 죽었고, 남은 사람들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남은 인구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고작해야 몇 만이 끝일 거다.
이곳에 보이는 거라고는 새까맣게 보이는 언데드뿐…….
그런 생각을 하던 송진우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설마…….”
송진우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표정을 하자, 바스페우스의 화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그렇다네. 그들은 이곳에 있는 망자들을 자신들의 군단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어.]이곳에 있는 언데드는 송진우가 본 것만 해도 거의 수천만, 천 년 동안 죽은 사람들이 모두 망자가 되었다고 하면 못해도 수억 명은 망자가 되었을 거다.
이제야 압호스 교단이 이곳에 목을 매는 이유를 알았다.
“수억 마리의 망자들. 그들의 레벨이 700 정도라고 하면 엄청난 군대가 되겠군요.”
[그들은 신에게 버림받고 수백 년 동안 지상을 떠돌아다녀야 하는 불쌍한 자들이네. 더 이상 그들이 고통받는 것은 원치 않네.]그 말에 송진우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꼭 막겠습니다.”
단지 측은지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이 아니다.
저 언데드들이 압호스의 병기가 되어 지구로 돌진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하지만 제가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송진우는 그가 이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말은 전혀 뜻밖의 것이었다.
[그 괴물을 죽이면 되네.]검성과 싸우던 또 다른 바스페우스의 화신을 죽이라는 것이다.
헌터 수십 명의 공격에도 상처 하나 없던 그 괴물을 말이다.
“……그것을 죽일 방법이 따로 있나요?”
[그것은 나는 답해줄 수 없네.]“네?”
죽이지 못하는 괴물을 죽여 달라면서 방법은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송진우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봤지만 바스페우스의 화신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건 그 괴물은 받으면 받는 대로 돌려준다는 사실이라네.]“받으면 받는 대로 돌려준다…….”
그렇다면 괴물이 처음에는 가만히 있다가 검성 일행이 공격을 하니 그제야 반격한 이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하지 않고, 그것을 죽일 방법은 생각나지 않았다.
‘결국 공허의 힘뿐인가?’
이것이 그가 요구한 정답은 아닌 것 같지만, 결과만 제대로 나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 후로도 송진우는 그에게 여러 질문을 하며 힌트를 얻어내려 했지만, 결국 소득이 없었다.
“어쨌든 그들이 성공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괴물을 죽여야 한다는 거네.”
송진우는 인간들의 도시로 돌아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어쩌면 송진우가 이 언데드 군단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억 명의 망자가 한꺼번에 지구로 들이닥쳤을 때의 파장은 감당할 수 없다.
“일단 그 괴물을 잡고 나서 생각하자.”
송진우는 이곳에 올 때보다 훨씬 빠르게 인간들의 도시로 복귀했다.
* * *
하지만 다시 돌아온 도시는 왠지 시끄러운 모습이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축 처져 있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송진우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구의겸이네.”
이곳 병력을 이끄는 구의겸이 도시에 등장한 것이다.
다시 만난 구의겸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히 강력해 보였다.
성장 속도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송진우인데 그보다 더 빠른 것 같았다.
기감을 높여 살펴보니 그의 안에 여러 가지의 다양한 에너지가 얽혀 있는 게 보였다.
인간뿐 아니라, 오크, 오우거, 트롤 등….
송진우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도 수천 가지가 넘게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구의겸이 그 많은 몬스터를 흡수한 것이다.
“저것이 압호스의 권능인가?”
문득 내전 당시에 생겨났던 마법진이 생각났다.
전쟁이 끝났다고 여겼을 때 갑자기 생겨 죽은 자들의 기운을 모조리 흡수했던 미지의 마법진.
그것이라면 지금의 구의겸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설마 그것이 구의겸의 짓이었나?”
꼭 구의겸이 아니라도 압호스의 힘을 지닌 자가 사용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 엄청난 마법진을 갑자기 생성한 비결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얼마나 갈아넣은 거지?”
그에게서 느껴지는 단순한 힘만으로는 송진우와 비슷할 정도다.
달리 말하자면 그런 힘으로도 바스페우스의 화신을 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검성의 힘이라면 뭔가 다를 수 있다고 판단해서 잡아 온 것 같은데, 그것마저도 무용지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런데 구의겸의 옆에는 초췌한 모습으로 무릎을 꿇은 자들이 있었다.
그건 무림맹의 무인들이었다.
‘또 어디서 잡혀 온 거야?’
송진우도 본 기억이 있는 무림맹의 젊은 고수들이다.
아마 검성을 구한다고 무모하게 나섰다가 잡힌 듯했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검성도 곧 끌려 나왔다.
먼 거리에서 보는 것이라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정확히 들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구의겸이 검성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건 알 수 있었다.
곧 구의겸이 손을 휘두르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크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송진우가 있는 곳까지 퍼지고 이내, 잡혀 온 무인들은 털썩 쓰러졌다.
구의겸의 힘이 전보다 증가한 게 확실시 되는 순간이다.
‘흡수했어?’
무슨 짓을 했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잡아 온 무인들의 힘을 모조리 뽑아냈다.
단전이 텅텅 비다 못해 메마른 자들은 결국 즉사했다.
털썩!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으으윽!”
분명 죽었던 자들이 신음을 내며 일어난 것이다.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니다. 즉시 언데드로 변해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검성은 이를 악물고 분노했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멀리서 구의겸이 검성을 향해 비릿하게 웃는 게 보였다.
그가 돌아서자 다른 이들이 검성과 이제는 언데드가 된 무인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협박하는 건인가?’
아마 남궁운경을 협박해서 빨리 바스페우스의 화신을 잡으라고 재촉하는 듯했다.
그것으로 봐서 구의겸 측도 괴물 공략에 필사적인 듯했다.
‘괴물만 잡을 수 있다면 중국 정도는 손쉽게 정복할 수 있겠지.’
아무리 포탈 안의 보상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이것만큼 유용한 건 없을 것이다.
그때 그레이프가 말을 걸었다.
[지금 어수선할 때 검성과 접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가능하겠어?’
[지금이라면 높은 확률로 들키지 않을 겁니다. 여러 장치로 도배된 감옥에 들어가면 확률은 극도로 낮아집니다.]‘그럼 시도해 봐.’
[네.]그레이프는 그림자로 화하여 도시로 들어갔다.
잠시 후, 송진우는 검성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큰 소리 내지 마. 입으로 소리 내지 않아도 마음속으로 이야기하면 들을 수 있어.’
[포식귀, 자네인가?]‘그래. 구하러 왔다.’
[여기까지 와 준 건가? 면목 없게 되었군.]‘대충 사정을 들었으니까, 그런 말 하지 마. 제자 놈이 멍청한 짓을 했다며?’
[그 나이대의 아이라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 제자의 호승심을 간파하지 못한 내 잘못이네.]‘지금에 와서 잘잘못을 따질 생각은 없어. 이쪽 상황도 대충 파악했어.’
송진우는 또 다른 바스페우스의 화신에게 들은 말을 전했다.
[역시 그랬던 건가?]‘알고 있었나?’
[괴물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 하지만 이곳의 언데드들을 모두 부릴 계획일 줄이야…….]검성도 만약 그렇게 되면 중국에 어떤 화가 미치게 될지 잘 알고 있다.
‘절대 그것을 잡으면 안 돼.’
[그러려고 해도 그럴 수 없었다네. 나뿐만이 아니라 압호스의 병력이 밤낮으로 공격했음에도 녀석을 잡을 수 없었어.]‘……그것과 싸워야 하는데, 그동안 무슨 힌트 같은 것은 못 얻었어?’
[힌트라…… 그러고 보니.]정말 뭘 찾아낸 것 같은 말에 송진우가 기대를 품고 물었다.
‘진짜 건진 게 있는 거야?’
[파티원 중 하나가 실수로 회복 마법을 녀석에게 사용한 적이 있었지. 그러자 놀랍게도…….]‘놀랍게도 뭐? 질질 끌지 말고 말해.’
[녀석의 몸이 줄어들었네. 아주 조금이었지만,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지.]‘아무리 공격해도 죽지 않고 오히려 강해졌던 놈이 회복 마법을 사용하자 오히려 줄어들었다?’
[바로 그것이네.]‘이건 정말 중요한 정보로군.’
바스페우스의 화신도 그 괴물은 받으면 받은 대로 돌려준다고 했다.
단순히 반격을 말한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고를 전환해, 공격이 아닌 회복 마법을 사용해 물리칠 수도 있었다.
‘일단 뭐든지 시험을 해봐야겠군.’
[부탁이네. 그 괴물을 끝장내고 망자들을 평화롭게 잠들게 해주게.]‘알겠어. 하지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
[내 도움? 그게 뭔가?]‘괴물과 싸우려면 소음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러니까 당신이 시선을 끌어줬으면 좋겠어.’
[흠. 그거라면 얼마든지 가능하지.]‘방법을 고심하고 있어 봐.’
다행히 구의겸은 도시를 둘러보고 저택으로 향했다. 그간 있었던 일을 보고 받고 쉬려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구의겸이 갈 때까지 기다릴까도 생각했지만, 더 시간을 끌면 좋지 않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다른 이들이 열심히 분석한 것보다 송진우의 초직감이 더 잘 들어맞는다.
절대 무시할 수는 없다.
‘오늘을 넘기면 안 돼.’
송진우는 은밀하게 숨어들어 괴물이 있는 곳까지 왔다.
다행히 이 주변에는 경계를 서는 자는 없다.
설마 이곳까지 누군가가 침입할 거라고는 생각지 않은 모양이다.
[…….]시체로 빚은 경단과도 같은 괴물의 몸.
녀석은 그곳에 나 있는 수많은 눈으로 송진우를 보고 있었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검성에게 듣기로도 녀석은 먼저 공격하기 전에는 공격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휴!”
심호흡한 송진우는 조금씩, 신중하게 녀석에게 다가갔다.
바로 가까이에 붙었음에도 괴물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공격의사가 전혀 없음을 안 송진우는 포식이에게서 몇 가지 물품을 꺼냈다.
그것은 회복 포션과 힐링 스크롤이었다.
“정말 효과가 있는지 볼까?”
송진우는 우선 포션을 그것에게 부었다.
치이익!
그러자 정말 효과가 있었다.
뿌연 연기가 나면서 괴물이 조금씩 줄어든 것이다.
“진짜네?”
방법을 찾은 것 같은 송진우는 가지고 있는 포션을 모두 꺼내서 붇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크기가 줄어들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역시 이것만으로는 안 되는 건가?”
뒤이어서 힐링 스크롤을 사용했지만 약간 더 줄었을 뿐, 녀석이 죽지는 않았다.
“흠. 이게 정답이 아닌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건 확인이 됐다.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여기서 더 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할 수 없군.”
이제 다음에 시험할 것은 공허의 힘이다.
송진우는 낫을 단단히 쥔 후에 세차게 휘둘렀다.
콰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