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5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50화
450화
밀튼의 종족은 미래 대륙의 강화병이었는데 고주파 메이스를 든 전형적인 전사 타입이었다.
밀튼은 메이스로 손바닥을 툭툭 치며 송진우를 바라보았다.
“감정은 없지만 여기서 쓰러져 줘야겠어.”
“그건 내가 할 말인 거 같군요.”
송진우는 정체를 숨기기 위해서 낫 대신 맨손으로 상대하기로 했다.
이 정도 상대는 맨손으로도 충분하다.
‘살살.’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처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들에게 경각심을 주지 않기 위해서 적당한 수준으로 상대하기로 했다.
팟!
먼저 움직인 건 송진우였다.
순식간에 밀튼의 앞까지 움직인 붉은 손을 뻗어 다리 관절을 노렸다.
하지만 밀튼 역시 혼자 여기까지 온 실력자다.
급히 옆으로 이동한 후에 오히려 반격을 가했다.
부우웅!
고주파 메이스가 송진우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졌다.
메이스 머리에 부착된 고주파 생성기 때문에 공격을 당하면 해당 부위가 폭파된다.
메이스 자체의 데미지보다 방어력 관통 특성이 더 무서운 무기다.
대 탱커용 무기지만 안 맞으면 소용이 없었다.
송진우는 부드럽게 옆으로 이동해서 손을 뻗었다.
지지직!
송진우의 손이 밀튼의 피부를 덮고 있는 강화 플라스틱을 찢었다.
“허! 대단하군.”
송진우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다른 일행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그들은 송진우의 빠른 움직임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현재 송진우가 실력의 반도 내보이지 않았다는 걸 알면 입이 쩍 벌어질 것이다.
송진우는 비틀거리는 밀튼에게 다가가 손바닥으로 복부를 쳤다.
펑!
“쿨럭!”
강화 병사라서 혈마장의 디버프는 받지 않지만, 물리적인 데미지로도 그를 쓰러트리기에 충분했다.
생명력이 반 이하로 줄어든 그는 결국 무릎을 꿇어야 했다.
“헉헉~”
더 싸우는 게 의미 없다고 생각한 송진우가 조용히 그에게 물었다.
“그만할까요?”
“……내가 졌다.”
누구나 인정하는 압도적인 승리다.
그를 죽일 필요도 없었기에 송진우도 몸을 돌렸다.
그때였다.
“어어?”
주저앉아 있던 밀튼이 갑자기 송진우의 돌아선 등을 향해 무기를 휘둘렀다.
비겁한 기습이었다.
푹!!!
억 하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송진우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어느새 송진우의 손이 밀튼의 가슴에 박혀 있었다.
“큭~”
결국 눈을 감은 밀튼은 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토마스가 쯧쯧 하고 혀를 차며 밀튼에게 다가갔다.
“이 친구 매너가 꽝이군. 하긴 그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여기까지 오기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
기습이 성공했더라면 밀튼이 송진우 대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리라.
“이 친구한테 나온 아이템은 그쪽 친구가 먹는 거…….”
토마스가 밀튼에게서 떨어져 나온 아이템을 보려 했을 때다.
갑자기 쓰러진 밀튼에게서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뭐?!”
콰과과광!!!!
그리고 순식간에 밀튼의 몸이 폭발해 버렸다.
후드둑.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토마스가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강화 병사에 자폭 기능도 있었나?”
가끔 플레이어 중에도 시체 폭발 특성을 지닌 자가 있지만, 그들은 모두 언데드 종족이었다.
강화 병사가 폭발한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다들 황당해하고 있을 때 무언가를 발견한 송진우가 이미 폭발한 밀튼에게 다가갔다.
“이건…….”
폭발로 반이 날아간 밀튼의 시체를 뒤집자, 놀랍게도 기계 부품으로 가득한 단면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게 뭐야? 이 친구 강화 병사가 아니라 안드로이드였나?”
과학 대륙의 안드로이드 종족도 반은 인간이고, 반은 사람이었기에 이렇게 상처 입은 단면이 기계 부품으로 가득했다.
그래도 이처럼 모든 곳이 기계로 되어 있지는 않았다.
송진우는 밀튼의 몸에서 떨어져 나간 어떤 물체를 들어 올렸다.
“이게 뭐지.”
송진우가 집은 물체는 폭발에도 깨끗하게 남아 있는 어떤 동판이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라틴어로 숫자가 쓰여 있었다.
Ⅱ
“그게 무슨 표식이야?”
다들 송진우가 들고 있는 동판의 정체를 알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던 송진우가 갑자기 손뼉을 쳤다.
“설마?!”
송진우는 밀튼에게 다가가 그의 시체를 다시 한번 손바닥으로 때렸다.
퍽!!
“뭐, 뭐야? 무섭게! 아직 앙금이 남아 있었어?”
“그게 아닙니다. 이것 보세요. 온몸이 기계로 되어 있어요.”
“나도 보고 있다고 그게 왜?”
“어떤 종족도 이렇게 전체가 기계로 되어 있지 않습니다.”
송진우의 말을 듣던 이들도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설마…….”
“밀튼은 도중에 바뀐 겁니다. 이 기계인간으로요.”
그 순간 모두의 팔에 소름이 돋았다.
“뭐? 언제? 어떻게?”
“분명히 우리가 나누어서 들어갔던 방에서 그런 짓이겠죠.”
송진우는 한두 명은 기계 로봇에게 질 거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모두가 멀쩡히 살아남아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것이 아니었다.
모두 통과한 게 아니라 통과하지 못한 이들이 로봇으로 바뀌어 나타난 것이다.
“문제는 이 동판이죠.”
그 말에 모두 침을 꿀꺽 삼켰다.
송진우가 들고 있는 동판이 나타내는 문양은 숫자 2다.
그렇다면 최소한 숫자 1도 있는 것이다.
“설마 문이 네 개밖에 열리지 않은 이유도?”
“제 추측이 맞는다면 이건 단순히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죽어서 뒤바뀐 두 명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었어요.”
그 말에 모두 심각해졌을 때다.
푸슉!
갑자기 토마스의 라이트 세이버가 빛을 발하더니, 조지의 심장을 관통했다.
조지는 이미 싸움에 져서 나가기로 되어 있는 사람이다.
“커억!”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밀튼의 시신을 보던 조지가 대응도 못 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털썩!
“무슨!”
갑자기 일어난 사건에 다들 무기를 꺼내 들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모두 바짝 긴장했지만 정작 공격 당사자인 토마스는 라이트 세이버의 불빛을 꺼버리고 두 손을 들어 적의가 없음을 알렸다.
“워~ 워~ 진정해요.”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
“잠깐 진정하고 저 친구가 터지는지, 안 터지는지 구경이나 하자고요.”
토마스는 쓰러진 조지를 가리켰고, 다른 사람들도 그제야 조지의 시체에서 물러섰다.
“…….”
“…….”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조지의 시체는 터질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시 한번 토마스에게 시선을 돌렸으나, 그는 단지 어깨만 으쓱하고 움직일 뿐이었다.
“저 친구는 사람이었네요.”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혹시 네가 로봇 아니야?”
자신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가 모이자, 토마스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 그럴 이유가 없죠. 잘 생각해보세요. 어차피 저 친구는 다음 문으로 나아갈 수 없었어요.”
“어차피 나갈 수 없는데 근데 왜 죽인 건데?”
“생각해 봐요. 만약 저 친구가 그냥 밖으로 가면 인간인지 로봇인지 알 방법이 없잖아요? 만약 저 친구가 로봇이었으면 우리는 모두 사람이라는 소리라고요.”
그 말에 다른 이들도 무기를 내렸다.
방법은 과격했지만 토마스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물론 그 때문에 애꿎은 목숨이 날아갔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이런 곳에서 생명 존중 사상 같은 게 먹힐 리가 없다.
“저 조지라는 자가 로봇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히 밝혀졌으니, 여기 로봇이 껴 있다는 것도 확실한 거지?”
하지만 그런 생각은 한 명이 꺼낸 말 때문에 더 복잡해졌다.
“하나만 있다는 보장이 있나? 어쩌면 두 명 이상일 수도 있잖아.”
“그것도 그러네. 네 명만 통과할 수 있다고 네 명이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지.”
“…….”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때 다시 토마스가 나섰다.
“자자~ 어차피 문은 열렸어요. 지금 와서 우리끼리 의심하는 것도 불필요하죠. 다음 일은 일단 다음 방에 도착한 후에 고민하자고요. 어쩌면 이것이 끝일 수도 있으니까요.”
토마스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 명씩 문 앞에 섰다.
“한꺼번에 들어가지. 둘이 남았다가 로봇이 덮치는 일이 없도록.”
“좋아. 그럼 들어간다.”
그렇게 한꺼번에 문으로 들어갔다.
* * *
위잉~
역시 이번에도 문이 굳게 닫혔다.
송진우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움직였다.
통로의 끝에 가자 성인 남자의 허리 정도 오는 귀여운 깡통 로봇이 나왔다.
◆프로미
(LV 1,100)
아까는 1,000레벨이었는데 레벨이 100이나 뛰었다.
아무리 게임의 시대가 되고 헌터들의 평균 레벨이 폭발적으로 올랐다지만, 절대 쉽게 상대할 적이 아니다.
프로미라는 로봇은 원통형의 몸체에 하체는 탱크 바퀴처럼 구동륜으로 되어 있었고, 옆에는 아기자기한 팔이 달려 있다.
겉모습만으로는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일반적인 장난감 같다.
그때 몸 뚜껑이 열리더니 작은 막대기 튀어나왔고, 두 손으로 그 막대기를 쥐었다.
지잉~
그 막대기는 평범한 막대기가 아니라 아까 토마스가 사용하던 라이트 세이버였다.
프로미는 양손으로 라이트 세이버를 쥐었다.
“이도류?”
그 귀중한 라이트 세이버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들고 있는 로봇이다.
귀엽다고 만만하게 보다가는 큰코다칠 거다.
붕~ 붕~ 붕~
로봇의 팔은 사람과 다르게 관절이 없어서 움직임이 훨씬 자유로웠다.
그러다 보니 라이트 세이버가 휘둘려지는 게 아니라 공중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
공격력과 방어 관통력이 최고인 무기다.
로봇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몸에 가까이 가져대면 안 된다는 페널티도 존재하지 않았다.
송진우도 낫을 꺼내서 그것을 받아냈다.
쿵!!
“라이트 세이버라고 해도 이 낫에는 안 되지.”
패턴이 까다로워도 지금의 송진우에게는 장난감 같은 상대다.
신기한 공격 방식이라 잠시 상대해 보기로 했다.
고무줄 같은 로봇의 팔에 들린 라이트 세이버가 사람은 흉내 낼 수 없는 각도로 공격해왔다.
“이기어검을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편하겠네.”
관절이 아무리 유연하다고 한들.
허공에 검이 날아다니는 이기어검보다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이기어검과도 싸워본 적 있는 송진우이었기에 상대의 공격 패턴에 금세 익숙해졌다.
“결국 잡기술인가?”
로봇의 전투 방식이 자신에게는 쓸모없다고 판단한 송진우는 끝을 보기로 했다.
써걱!
단단한 강화 합금 몸체가 송진우의 참격에 그대로 썰려 나갔다.
위이잉~
컴퓨터 전원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프로미가 움직임을 멈췄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것도 쉽지 않겠네.”
적이 강하니까 일행이 걱정됐다.
그들이 죽었을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었다.
다음에 그들의 모습을 뒤집어쓴 로봇이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됐다.
위잉~
다시 문을 통해 들어가니, 거대한 공터가 있었는데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송진우가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이다.
송진우는 몸을 풀며 다른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4명 남았으니 여차하면 남은 3명을 혼자 상대할까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또 달라졌다.
위잉~
이번에 문은 열고 나온 건 최첨단 장비를 입고 있는 어떤 흑인 여성이었다.
그 여성이 송진우를 경계하며 말을 걸었다.
“너 누구지? 다른 이들은 어디로 갔고?”
“제가 처음에 도착했습니다. 당신이 두 번째고요.”
“흠… 그런가?”
여자는 아직 경계를 풀지 않고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곧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는데 전에 함께했던 3명과 처음 보는 이들 4명이 합쳐져 모두 8명이 모였다.
이번에도 토마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또 이렇게 꼬아놓네요. 역시 쉽지 않네. 그럼 일단 통성명부터 나눌까요? 이렇게 네 명은 저번 방에서 함께했었습니다. 그쪽 네 명도 이전 방에서 같이 온 사람들인가요?”
그러자 아까 그 흑인 여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을 받았다.
“아니. 우리 세 명이 같은 방에서 왔다. 저쪽에 있는 자는 처음 보는군.”
여자는 혼자 떨어진 누군가를 가리켰는데 그는 두려운 눈빛으로 일행을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