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5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57화
457화
애초에 송진우도 그렇게 쉽게 한서준을 데려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포탈 안에서 그 무엇도 쉽게 이룬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갈 길이 머니까 천천히 가지. 날 따라오게.”
“이대로 걸어갈 셈입니까? 어디로 가는데요?”
“놈은 이곳에서 30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네. 마지막 남은 날 잡기 위해서 이곳으로 왔지. 너무 빨리 가다가 다른 놈들이 몰리면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천천히 걸어야 할 거야.”
한서준은 유유히 걸으며 말했다.
이상하게도 아까까지만 해도 송진우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던 몬스터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가다가 몇 마리 보이긴 했는데 일행을 보고, 정확히는 한서준의 모습을 보고 기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확실히 지능이 높은 놈들이라서 그런지 덤비면 안 되는 상대를 정확히 아는 모습이다.
2,000레벨이 넘는 엘리트 몬스터라고는 절대 생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그보다 레벨이 낮은 몬스터가 간혹 덤볐다.
물론 그런 것들은 한서준의 마법 한 방에 사르르 녹아내렸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강한 마법에 송진우는 입을 쩍 벌렸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한서준은 송진우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마법은 사용하지 않는 건가?”
“네. 제가 잡다한 능력을 사용하긴 하지만 무공을 주로 사용합니다. 마법은 이 그레이프를 통해서 약간만 사용하고요.”
“그런가? 그런 좋은 마법서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쉽군.”
“그래서 이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넘겨줄 생각입니다.”
그레이프가 마법서를 사용해서 위기를 넘긴 적도 있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건 사실이다.
지금 정도의 활용이라면 굳이 신화급 아이템이 아닌 유니크 정도의 마법서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렇군.”
“원하신다면 가지셔도 됩니다. 말했다시피 제게는 필요 없는 물건이니까요.”
“아니다. 이미 볼 건 충분히 봤다. 그 이상은 필요 없어. 그보다 자네 세상에 대해 더 말해주겠나?”
“좋죠.”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라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았다.
송진우도 몇십 년간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미 미쳐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어차피 갈 길이 머니 송진우는 헌터의 시대와 얼마 전에 시작한 게임의 시대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게임이라…… 정말 독특한 방식을 선택했군.”
“생각보다 유용한 방식입니다. 현실과 다름없는 완벽한 가상현실 세계는 평범한 사람들은 백전노장으로 만들어주니까요.”
“그렇군. 게다가 자연스럽게 강해질 수 있고.”
“저는 당신이 더 놀랍습니다. 디멘션 월드의 권능 없이 어떻게 그렇게 강할 수 있습니까?”
“열심히 수련했지. 그밖에 다른 방법이 또 있는가?”
“물론 그렇긴 하죠.”
헌터의 시대가 시작되기 전에 일신(一神), 이제(二帝), 오왕(五王)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힘을 사용했다는 말은 들었었다.
하지만 그것도 디멘션 월드의 권능을 지닌 헌터들에게는 비교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한데 한서준을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현 최강자로 불리는 뇌호도 본래 강력한 무인이라고 들었다.
지금은 화경을 넘어 현경에 달했다는 말도 들었다.
‘레벨업도 좋지만 구극혈공 연마도 게을리하면 안 되겠네.’
훈련광인 송진우가 또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 후에도 한서준과 송진우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한서준은 10서클 마법사에게 유독 관심을 가졌다.
같은 마법사라서 아무래도 호기심이 생긴 모습이다.
세계를 지키기 위해 조바심이 난 10서클 마법사는 결국 빛과 어둠으로 분열했으며, 어둠이 이끌고 있는 세력이 노배 레스라는 악당이라는 말에는 실소를 뿜었다.
“그놈들이 싫은 모양이군.”
“당연하잖아요. 세계를 제 맘대로 바꾸려는 자들이니까요.”
“하지만 효율적이긴 하지. 세계가 멸망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크게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의 가죽을 뒤집어쓴 괴물에게 사육될 테니까요.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세상을 지킬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군.”
한서준은 별다른 대꾸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하지만 가끔 폐허가 된 세상을 보며 한숨을 짓는 게 보였다.
서울에서 멀어지니 몬스터의 레벨은 조금씩 떨어졌다. 2,000 중반대였던 레벨이 1,80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어느 구간을 지나니, 몬스터들의 레벨이 다시 솟구쳤다.
한서준이 말한 파괴신의 파편이 점점 가까워진다는 징조다.
몬스터들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송진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그것을 이길 자신이 있습니까?”
파편이라고는 하지만 무려 신의 조각이다.
그것에 영향을 받은 자들의 레벨이 이 정도로 높고, 신성력까지 가진 걸 보면 보통 강한 게 아닐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 본 한서준의 능력도 놀라울 정도지만, 한낱 인간의 몸으로 신에게 대적하는 건 아무리 봐도 무모해 보였다.
“아니면 저와 같이 우리 세계로 간 후에 힘을 기르는 게 어떻습니까? 당신도 분명 디멘션 월드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레벨 100만 되도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육성하는 방향에 따라서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싸울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한서준은 고집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지금으로도 충분해.”
오랫동안 이날을 위해서 갈고 닦은 마법이다.
한서준은 자신이 실패할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 듯했다.
“뭐, 그렇다면야…….”
하지만 송진우는 여전히 걱정이 컸다.
그냥 혼자의 힘으로도 그 괴물을 물리칠 수 있다면 포탈이 열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포탈은 안에 들어간 헌터가 뭔가를 해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래야 운명을 비틀고 거기서 생기는 막대한 에너지를 보상이라는 형태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구경만 하는 일은 없겠지.’
송진우는 이 사실을 최대한 돌려서 설명했지만, 한서준은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더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렇다면 잘됐군. 네가 날 도우면 결국 이번 일이 잘 풀릴 테니.”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나도 간단하게 생각하는 게 아니야. 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지금이 아니면 녀석을 무찌르지 못할 수도 있어.”
“네? 그것이 더 강해진다고요? 하지만 아까 말하기를 그것은 사람들을 오염시켜야 강해진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아까 나눈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송진우는 그 말을 듣고 차라리 안심했다.
이 세계에는 더 오염시킬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놈이 오염시키는 건 인간만이 아니야.”
“……그럼 뭐죠? 동물들? 하지만 동물들은 그것에 오염되지 않은 모습이었는데요?”
“그런 것이 아니다. 애초의 그것이 이곳에 온 목적은 인간을 타락시키기 위한 게 아니었어.”
“그럼 뭔데요?”
“그것의 최종 목적은 지구다.”
“……지구요?”
송진우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자, 한서준은 크게 한숨을 내쉰 다음에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가이아 이론이라고 들어본 적 있나?”
“……대충은요. 지구가 단순한 땅덩어리가 아니라 별개의 생명이라는 이론이죠?”
가이아는 본래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을 가리키는 말이다. 학자들은 그것의 이름을 따 ‘가이아 이론’을 정립했다.
“정확히는 지구가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 즉 스스로 조절하는 하나의 생명체라는 이론이지. 허무맹랑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은 그것이 맞다.”
“정말 지구가 살아있다고요? 정말 지구가 목적이었다면 왜 사람들은 오염시킨 건가요?”
“인간도 지구에서 태어난 가이아의 일부니까.”
“네?”
“가이아란 본래 땅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 대기권, 대양, 토양까지를 포함하는 하나의 범지구적 실체로서,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말이야.”
“좀 더 쉽게 말해 주실래요?”
“쉽게 말하면 인간은 지구의 유산균 같은 존재라는 말이지. 자연환경은 피와 살이고.”
그제 송진우도 한서준의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인간을 모두 오염시키면 가이아의 힘도 약해질 거라는 소리군요. 그럼 그놈은 암세포 같은 존재겠네요.”
“그런 뜻이지. 아무리 그놈이라도 건강한 가이아를 오염시킬 수는 없어. 그래서 먼저 사람들을 오염시킨 거다.”
오염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같은 사람을 죽인 것이고, 다음은 초목을 없애버린 일이다.
그렇게 가이아의 면역 체계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본래는 더 빨리 나와야 했지만 최근에 깨달은 것을 정리하기 위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지. 그러니 너를 따라서 시간을 더 보낼 수는 없어.”
“그럼 만약 그것이 가이아를 집어삼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그냥 파편이 아닌 또 하나의 파괴신으로 거듭나게 되겠지. 그럼 그것은 또 다른 세상을 파괴하려 할 거야. 어쩌면 차원을 넘어 네가 사는 곳까지 갈 수도 있어.”
그의 말에 송진우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송진우가 봤던 그 어떤 곳보다 더 끔찍한 곳이다.
자신이 사는 세계가 이렇게 되는 건 사양이다.
“……그건 정말 끔찍한 말이네요.”
차원을 넘을 필요도 없이 이곳은 이미 송진우의 세계와 연결된 포탈이 만들어져 있다.
만약 파괴신의 파편이 그 사실을 알아낸다면 정말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
“무조건 그것을 죽여야 하겠군요.”
“내 말이 그것이다. 네가 돕는다면 조금 더 수월해지겠지.”
“알겠습니다.”
한서준의 말을 들은 송진우는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오히려 밖의 다른 헌터들을 이곳으로 불러오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조차 시간이 허락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얌전히 한서준을 따르기로 했다.
“그럼 작전이나 짤까요? 그놈의 능력이 정확히 뭐죠?”
도망쳤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한 번 맞서 본 적이 있는 한서준이다.
그는 괴로운 표정으로 오래된 기억을 꺼냈다.
“그것은 일단 정신을 침식하려 할 거야. 아까 네가 느낀 것과는 차원이 다른 힘으로 공격할 테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아까의 힘은 강력했지만 제게는 통하지 않을 겁니다.”
한차례 당한 공격으로 대응하는 법을 깨달았다.
공허의 힘으로 정신을 감싸면 그 어떤 힘으로도 송진우를 침식할 수는 없다.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걸 느낀다면 그제야 공격을 할 거다. 몸을 가시처럼 변형해서 공격하는 것도 무섭지만 그보다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마법, 아니 파괴신의 힘이다.”
그렇게 말한 한서준은 손을 들어 홀로그램을 만들었다.
거기에는 기다란 나무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검은 덩어리를 사방으로 쏟아내는 게 보였다.
“이게 그놈인가요?”
“그래. 모습은 이래도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놈이다. 게다가 이 힘에 당하면 사지가 녹아내린다.”
과연 영상에서는 정신 공격에 당해 괴로워하던 사람들이 검은 덩어리에 당해 녹아내리는 장면이 보였다.
이들은 모두 한서준의 옛 동료일 것이다.
그 장면을 보는 한서준도 눈꺼풀이 얇게 떨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송진우가 손을 내리면서 말했다.
“이제 충분합니다.”
“……그렇군.”
강철 멘탈처럼 보였던 한서준도 동료들의 죽음 앞에서는 의연하지 못했다.
송진우도 마찬가지다.
만약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죽는다면 그 광경이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천천히 걷는다고 생각했는데 불과 몇 시간 만에 그놈이 있는 곳에 가까이 왔다.
송진우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실은 아까부터 피부가 저릿할 정도로 사악한 악의가 송진우를 침범하려 하고 있었으니.
“그놈이 날 부르고 있어. 내가 가이아를 막는 마지막 수호자라는 걸 아는 거야.”
아까 한서준은 사람들을 유산균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한서준은 보통 유산균 정도가 아니다.
지금의 한서준은 가이아를 마지막까지 지탱하고 있는 산소 호흡기와 같다.
그가 쓰러진다면 파괴신의 파편이 가이아를 잠식하는 것은 일도 아닐 것이다.
한서준은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
얼마 후면 그의 산소 호흡기 역할도 무용지물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스스스스!!
주변 몬스터들의 동태도 심상치 않았다.
그것들은 한서준과 송진우의 존재를 경계하면서도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게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제 정말 파괴신의 파편이 있는 곳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한서준이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귀찮은 것들은 미리 처리해야겠지.”
그렇게 말하며 한서준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러자 강력한 에너지 탄이 마치 분수처럼 뿜어지며 사방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송진우와 한서준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키이이익!!”
뭔가가 날아오는 것을 느낀 몬스터들을 급히 도망치려 했지만, 유도탄처럼 날아오는 한서준의 마법을 피할 수 없었다.
퍼버버벅!!
결국 몬스터들은 몸이 완전히 박살 나서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다.
송진우조차 보고도 믿을 수 없는 파괴력이었다.
“이제 진짜 마지막이다.”
마침내 눈앞에 영상보다 몇 배는 더 커진 파괴신의 파편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