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6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63화
463화
연회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원표국이 갑자기 커질 수 있었던 건 운 좋게 실력 있는 표두와 표사들을 영입할 수 있어서다.
그들의 힘을 바탕으로 도적 떼로부터 표물을 지켜내 의뢰주의 신뢰를 얻었고, 다른 표국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연정권은 그것이 자신의 복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실은 그것은 복이 아니라 흉이었다.
그들은 연오란이 돌아올 걸 대비해 마교가 심어놓은 세작이었기 때문이다.
절기를 숨기고도 마교인들의 무공은 일반 표두를 압도할 정도였다.
그들의 힘으로 표국은 전성기를 맞았지만, 결국 절정에 다다랐을 때 마각을 드러냈다.
“신녀를 빼고 모두 죽여라!”
어느새 연회장을 포위한 마교인들은 살기 어린 표정으로 다가왔다.
독에 중독되어 표국 사람들은 물론이고, 당문의 무인들도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정권이 검을 들고 일어서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큭! 비겁한 놈들!”
“후후! 연 국주, 과분한 딸을 둔 벌이라고 생각하시오.”
“네 이놈!”
연정권이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철저히 준비하고 싸워도 이기기 힘든 마교의 고수들이다.
지금의 상태로 싸워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당문의 무인과 표국 사람들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그런데 그 순간 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컥!”
이번에도 역시 누군가가 피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그전과는 달리 이번에 쓰러진 사람은 마교의 무인이었다.
“헛?! 중독이다!”
독을 사용한 측에서 중독자가 나왔다.
독을 다루다가 실수할 수도 있지만, 마교는 그렇게 허술하게 일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게다가 피해자는 하나로 그치지 않았다.
“커어억! 이, 이럴 수가. 내가 언제…….”
“이, 이건 무형지독. 당문 이놈들…….
쿵! 쿵!
마치 서로 짠 것처럼 이번에는 마교의 인물들이 끈이 떨어진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완전히 독에 중독된 줄로만 알았던 당문의 인물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툭툭 털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당문의 무인들은 처음부터 중독되지 않았다. 모두 연극이었던 것이다.
그걸 깨달은 총관, 실은 마교의 고수인 ‘철면염라’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불쾌함을 표시했다.
“설마…… 알고 있었던 거냐?”
그 말에 안색을 바꾼 송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역시 오늘 밤에 본색을 드러낼 줄 예상하고 있었지.”
저들이 촉박하게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내일 간다고 말한 것이다.
마교의 입장에서는 겨우 돌아온 연오란이 당문으로 가 버리면 곤란해진다.
그곳에 가면 이곳에서 연오란을 납치하는 것보다 수백 배는 힘들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근처에 대기하고 있는 마교의 무인들을 최대한 끌어들이고 독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모든 걸 알고 있는 송진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연오란이 사라지고 새로 들어온 표두와 표사들을 조사하니까 답은 금방 나오더군.”
큰 위기를 맞은 표국에 비정상적으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그것도 거대 문파도 탐낼 정도로 유능한 사람들로 말이다.
가장 눈에 띈 건 역시 총관이었다.
“산서성 출신의 진양청이라고 속였지? 그의 고향부터 추적했더니 이미 오래전에 죽었더군.”
“쿨럭! 제길!”
철면염라는 기침과 함께 선홍색 피를 뱉었다.
그도 어김없이 중독된 상태였다.
당가 무인들에게 독을 탄 술을 먹이려고 같이 술을 마셔야 했는데, 역으로 당한 것이다.
물론 표국 사람들은 정말로 독에 당한 상태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소량의 해독제를 먹여 죽지는 않게 했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 아군까지 속인 것이었다.
“잠시 쉬고 계시죠.”
송진우는 연정권의 수혈을 짚어 그를 기절시켰다. 그리고 수하들에게 외쳤다.
“모두 죽여!”
“네!”
이제 상황은 정반대가 되었다.
독에 중독된 마교의 무인들을 당문의, 정확히는 공허교의 무인들이 몰아붙였다.
차자장!!
“크악!”
철면염라는 특별히 송진우가 직접 상대했다.
독에 당했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방심할 수 없는 고수였다.
“네 이놈 당자기!”
“누가 보면 우리가 쳐들어온 줄 알겠네.”
송진우는 여유롭게 혈마장을 사용해 그를 상대했다.
철면염라는 총관으로 위장하느라 그의 독문무기인 세검도 가져오지 못했다.
모두 당문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함이었지만, 결국 그게 자신의 발목을 붙잡았다.
송진우가 완벽하게 몰아붙이니, 철면염라는 도망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완벽하게 당한 상황이지만 갑자기 철면염라가 실실 웃기 시작했다.
“핫핫핫!”
“뭐가 웃기지? 설마 실성한 건가?”
“네놈은 자신이 승리했다고 생각하겠지? 허나 그건 큰 착각이다. 우리가 죽어도 작전은 실패하지 않을 거다.”
“설마 지원병을 기대하고 있는 건가? 우리가 그것도 파악하지 못했을 거 같아?”
이미 저들의 함정을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던 송진우다.
급히 달려올 마교의 지원병에 대한 대책도 이미 마련하고 있었다.
바로 섬광혈풍과 잔월대마 같은 공허교의 초특급 고수들을 주변에 대기해 놓은 것이다.
“이곳에 오는 마교 놈들은 한 놈도 살아나가지 못할 거다.”
이번 작전으로 간자를 잡아내는 건 물론이고, 마교의 힘을 대폭 줄일 생각이었다.
이곳에 오는 마교인은 물론이고 그 병력의 빈틈을 노린 작전도 무림맹 주도로 펼치고 있을 것이다.
생각한 대로만 진행된다면 사마연합 쪽으로 기울던 전세를 단숨에 역전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철면염라는 송진우를 비웃으면서 말했다.
“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는군. 네놈은 무극천녀가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 건지 모르고 있어.”
“뭐?”
철면염라는 광기 어린 표정을 하며 소리쳤다.
“무림맹을 처단하거나 강호를 접수하는 것 따위는 우리에게는 아무 의미 없다. 애초에 우리가 더러운 사파연합과 손을 잡은 건 모두 무극천녀를 잡기 위함이었어.”
그제야 송진우도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정도의 함정으로는 많이 부족했다.
“무극천녀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 네놈의 실수다!”
그 말과 함께 발악적으로 달려드는 철면염라에게 혈마장을 날렸다.
퍽!
“커억!!”
이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철면염라는 혈마장을 맞고는 그대로 절명했다.
철면염라를 끝으로 모든 마교 무인들이 정리되었지만, 아직 승전보를 울리기에는 너무 일렀다.
철면염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엄청난 적군이 이곳에 몰려들 것이다.
“모두에게 알려! 마교가…….”
송진우는 부랴부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콰과과광!!!
도시 저편에서 엄청난 폭음이 들이더니, 강한 기운을 가진 자들이 몰려드는 게 느껴졌다.
그중 하나는 독보적인 기운을 품고 있었다.
‘신급?’
한서준과 상대했던 파괴신의 파편 이상의 힘을 가진 무언가다.
최소한 이런 곳에서 마주쳐서는 안 되는 존재다.
‘어떡하지?’
당장 연오란을 안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러면 이곳에 남겨둔 병력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공허교의 무인들이 피해를 입으면 무림맹도 같이 몰락할 거다.
그 순간 다시 거대한 폭음과 함께 무언가가 이쪽으로 빠르게 날아왔다.
콰과광!!!
처음에는 무너진 건물 파편이 날아온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놀랍게도 그건 두 명의 사람이었다.
“섬광혈풍! 잔월대마!”
놀랍게도 공허교의 최고수 둘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이곳까지 날아온 것이다.
“쿨럭! 교주님, 죄송합니다.”
“섬광혈풍 괜찮아?!”
“전, 아직 괜찮습니다.”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지만, 큰 내상을 입은 듯이 입에서 계속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잔월대마 쪽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신승이라고 해도 이 둘을 이렇게 만들 수는 없다.
이런 힘을 가진 자는 무림 대륙에서 딱 한 사람밖에는 없다.
마침 그가 유유히 허공을 날아서 이쪽으로 오는 게 보였다.
◆마교 교주, 혁무군
(보스)
(LV 2,750)
‘2,750레벨?’
순간 눈을 의심했다.
인간의 모습을 한 신급 존재!
‘마경의 경지에 올랐는가?’
마공을 수련하고도 일정 단계에 오르면 마선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공을 수련하면 처음에는 급격하게 성장하지만, 나중이 되면 그 속도가 현저하기 느려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화경급 고수는 마교가 더 많아도 현경이나, 생사경에 도달하는 자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저 마교주는 그런 상식을 무시하고 마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것도 우화등선도 하지 않은 채로.
그렇다는 건 그가 아직 이승에 강한 미련을 남겨두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송진우에게는 불행하게도 그 미련이라는 것이 무극천년, 연오란과 관련된 일임이 확실했다.
“마침내! 무극천녀를 만나게 되었군.”
혁무군은 연오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했다.
섬광혈풍과 잔월대마, 그리고 송진우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태도다.
실제로 셋은 그의 기세에 짓눌려 제대로 숨쉬기도 힘들었다.
“제길! 이게 이렇게 되다니!”
마교주가 여기 나타났다는 건 마교의 장로들도 총출동했다는 소리다.
마교가 연오란을 중히 여기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총단을 버리고 이곳으로 모두 몰려올 정도로 집착할 거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도대체 무극천녀의 힘이 뭐기에!’
그 질문에 답하려는 것처럼 혁무군은 두 손을 치켜든 후에 크게 소리쳤다.
“오랜 세월을 뛰어넘어, 마침내 천마님이 다시 이 땅에 강림할 때가 되었도다!”
예전 혈교도 혈마의 재림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쳤을 때가 있었다.
마교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천마를 불러오기 위해서 수천 년이 지난 아직도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정체를 숨기는 것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천마가 등장하면 무림 대륙은 완전히 뒤집어지고 말 것이다.
송진우는 거대 낫을 들고 연오란의 앞을 막아섰다.
그것을 본 혁무군은 눈에서 이체를 발하며 말했다.
“새로운 혈마인가? 아스러질 하찮은 망령이 날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가?”
혁무군은 송진우의 상태를 단숨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아 하는 눈치였다.
“내 앞에서 사라져라!”
혁무군이 손을 휘두르자 강력한 마기가 담긴 장풍이 날아왔다.
이건 마교의 교주만 익힐 수 있다는 파천수라장이다.
“큭!”
같은 장법이라도 혈마장으로는 저것을 맞상대할 수 없다.
송진우는 공허의 기운을 잔뜩 불어넣은 낫을 휘둘러 그것을 막았다.
파지지직!!
무엇이든 무로 돌려보내는 공허의 힘이었지만, 파천수라장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느새 악귀의 형상을 한 그것은 급기야 송진우의 낫과 힘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악귀의 머리를 한 파천수라장이 오히려 공허의 힘을 잡아먹으려 하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다.
아무리 마기라도 공허의 세상에서는 허무로 돌아간다.
그런데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건 그만큼 힘의 차이가 크다는 뜻이다.
“치잇!”
송진우가 힘을 더 불어넣어 파천수라장을 결국 소멸시켰지만, 거기에 들어간 힘의 소모가 너무 컸다.
아직 혈무군은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은 상황이다.
“재미있군. 그것이 새로운 혈마의 힘인가?”
공허의 힘을 혈마의 힘으로 착각한 듯하다.
그는 허공에서 내려와 지상에 사뿐히 착지했다.
그리고 단 한 걸음을 내디뎠을 때였다.
우지직!!
“커어억!”
송진우는 몸이 너무 무거워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마치 거대한 거인이 발로 짓밟고 있는 느낌이었다.
움직이는 동시에 이렇게 강력한 중압진을 형성할 수 있는 보법을 알고 있다.
그건 전설에서나 나오는 최고의 무공 중의 하나다.
‘천마군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