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7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72화
472화
블러드미르의 권능은 ‘피의 지배’.
그 자체로도 강력하지만, 생명체에게는 절대적이다.
정확히는 피를 가진 존재를 조종하거나 파멸시킬 수 있는 권능을 지니고 있다.
공허의 힘이 있으니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알겠지만, 본래의 송진우였다면 최소한 고전을 면치 못했을 거다.
하지만 억제기가 없는 이곳에서는 인간 송진우가 아니라, 디멘션 월드의 캐릭터로 활동한다.
사신의 가면으로 가린 본 모습은 생명체가 아니었다.
“어, 언데드?!”
송진우의 본모습을 본 블러드미르는 크게 당황했다.
콘크리트색 피부를 한 시체의 모습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언데드가 되면서 잃어버리는 것 중에는 생명력과 그것을 대표하는 피가 있었다.
예전 사람들이 블러드미르를 봉인했었을 때도, 아이언 골렘을 앞세웠었다.
피가 없는 아이언 골렘을 앞세우니 블러드미르의 힘도 반감되었다.
언데드도 마찬가지다.
“언데드라고 해서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셨나요?”
시체를 조종하는 것은 흑마법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러니 블러드미르는 즉시 마법을 사용해 송진우의 의지를 조종하려 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보통 언데드가 아니다.
종족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려 하급신의 신성을 얻은 공허의 포식귀.
고작 흑마법 따위로 송진우를 어찌할 수는 없다.
와장창!
송진우를 속박하려던 마법의 기운이 산산이 부서져서 사라졌다.
“큭!”
그제야 블러드미르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송진우를 바라봤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언데드는 망자의 미련으로 빚은 꼭두각시다. 그것을 되살린 술자의 도구에 불과하다.
간혹 특이하게 강력한 사념으로 데스나이트라는 강력한 개체가 탄생하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송진우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송진우는 붉게 빛나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내가 무엇인지는 직접 느껴봐라.”
송진우는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주변에서 용솟음쳤던 피의 소용돌이가 힘없이 무너졌다.
자신의 힘이 사라진 것을 느낀 블러드미르는 두 눈을 부릅떴다.
“아니?!”
송진우가 공허의 기운을 스프레이처럼 뿌린 것이다. 그것으로 물질인 피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블러드미르의 권능을 없앨 수 있었다.
예전의 송진우는 낫에 기운을 담거나 포식이로 삼키는 것으로만 공허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만큼 성장하니 공허의 권능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속성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언데드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공허의 속성까지, 블러드미르에게 송진우는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어쩌면 송진우가 있었기에 함흥에 이곳과 연결되는 포탈이 열렸을 수도 있다.
세상과 연결된 포탈은 헌터들을 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련을 통해 성장시키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니.
송진우가 손에 기운을 모으니 엄청난 양의 공허의 권능이 모였다.
쿠구구구구!
그것을 날리자 피의 파도가 펑! 하고 터지면서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크윽!”
블러드미르는 마치 가슴에 일격을 맞은 것처럼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실제로 주변의 모든 피가 블러드미르의 본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블러드미르는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제 예상을 훌쩍 벗어난 존재로군요. 어디 그 힘을 제게 보여주시겠습니까?”
그러게 말하며 블러드미르는 다시 피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다시 용솟음친 핏물들은 이번에는 물줄기가 아니라 창처럼 뾰족하게 변했다.
“이대로 흡수할 수 없다면 잘게 부수면 그만이겠죠.”
즉, 권능의 힘이 아닌 물리적인 힘으로 송진우를 해치우겠다는 뜻이었다.
과연 몇만 년을 산 괴물답게 단순히 전투력만 높은 것이 아니라 전략의 수정도 빠르고 정확했다.
확실히 그 방법이라면 송진우도 흡수당할 수 있다.
“내가 두 손 놓고 기다릴 거라고 생각한 거냐?”
송진우은 낫을 휘둘러 사방에서 날아오는 피의 창을 잘랐다.
촤아아아!
힘의 중심을 무너트린 것만으로도 피의 창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무너진 피의 창은 그냥 무너진 것이 아니라 펑하고 폭발했다.
퍼버버벙!!
터져 버린 핏물은 다시 수십 가닥으로 나뉘어 송진우의 전신에 쏟아졌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송진우는 침착하게 방어막을 만들어 그것을 막았다.
“혈천강막.”
잘게 나뉜 핏줄기로는 송진우의 방어막을 뚫을 수는 없다. 하지만 거대한 피의 창은 그렇게 쉽게 막힐 것 같지 않았다.
송진우도 방어만 할 생각은 없었다.
‘혈마장에 공허의 기운을 담으면…….’
펑!!!
그냥 공허의 기운을 날릴 때보다 훨씬 더 많은 피가 무너졌다.
마치 댐이 무너지는 듯한 모습이다.
“좋습니다! 진정한 포식자가 누구인지 가려봅시다!”
송진우와 블러드미르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블러드미르는 피의 창을 제외하더라도 다양한 수법을 사용해서 송진우를 압박했다.
펑! 펑!
속성이 아니더라도 강력한 공격이다. 실제로 핏물에 스치기만 해도 건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그 어떤 공격도 공허의 벽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지배’의 속성이 사라진 핏물은 그대로 흘러내렸으니.
바닥에는 블러드미르의 지배에서 벗어난 핏물이 흥건하게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블러드미르의 핏물은 아직도 산더미만큼이나 남았다.
수십만 명 분의 피니 송진우가 아무리 줄여도 별로 티가 나지 않는 것이다.
“그 정도로는 절 막지 못합니다.”
“피 돼지 같은 게…….”
싸움은 의외로 지구전(持久戰)이 되었다.
블러드미르의 끊임없는 생명과 송진우의 공허의 신성력.
둘 중 힘이 먼저 바닥나는 쪽이 패배할 것이다.
“블러드 드래곤!”
블러드미르는 피로 거대한 용을 만들어서 송진우를 덮쳤다.
진짜 드래곤이 아니라 단지 모양만 만들어졌을 뿐인데, 그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혈용팔해!”
드래곤에는 드래곤이다.
송진우가 만들어낸 용이 블러드미르가 만들어낸 블러드 드래곤을 뜯어먹었다.
“저랑 미적 감각이 비슷하시군요!”
“시끄러워! 너에게 그런 소리 듣기 싫어.”
핏물이 줄어들수록 블러드미르의 힘도 약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아직 많은 피가 남아 있었지만, 힘이 확연히 줄어들었음에도 블러드미르는 별로 초조한 기색이 아니었다.
‘더 숨긴 힘이 있는 건가?’
숨긴 힘이 있는 것은 송진우도 마찬가지다. 정말 급하면 ‘폭발하는 광기’를 사용해서 엠블럼이나 칭호를 사용하면 그만이다.
지금은 아직도 많은 저 핏물을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벽력일섬!”
지금 송진우의 낫에는 공허의 기운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예전처럼 단지 날에만 발린 것이 아니라 가득 충전한 공허의 힘을 널리 퍼트리는 중이다. 그 때문에 마치 산탄총처럼 주변의 모든 핏물에 영향을 끼쳤다.
퍼버버벙!!
낫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최소 10L의 피가 날아갔다.
주변을 빠르게 돌아다니면서 휘두르니 영원히 줄 것 같지 않던 핏물도 점차 줄어드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하지만 여전히 블러드미르는 여유롭게 말했다.
“날 죽이려면 좀 더 노력해야 할 겁니다!”
그 순간 핏물에서 수많은 블러드미르가 만들어졌다.
긴 롱소드를 든 블러드미르 떼가 송진우를 향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피로 창이나 화살을 만들어 공격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공격이다.
차자장!!
송진우는 공중을 날아다니면서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며 반격했다.
그 모든 블러드미르가 본체였기에 녹티스 제국의 챔피언보다 훨씬 더 강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혼자의 몸으로도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가볍게 그들을 쓰러트렸다.
수십 명으로 불어났던 블러드미르였지만 줄어드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숫자가 줄어 공격이 느슨해졌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갑자기 남아 있는 피가 사방으로 펼쳐지더니 이내 송진우를 둥그렇게 감쌌다.
시야도 모두 막히고 사방에 새빨간 피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이내 붉은 피가 블러드미르의 얼굴로 변하더니 심지어 말까지 했다.
[모든 것은 이 함정을 만들기 위한 준비 동작이었습니다. 이제 정말로 끝입니다.]단지 사방을 가둔 것만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그 누구도 본 적이 없는 블러드미르의 최종 비기다.
[블러드 문.]그 순간 엄청난 압력이 송진우에게 닥쳤다.
주변을 둘러싼 피에서 강력한 척력이 일어나 송진우를 압박하는 듯했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이 으스러질 듯한 강력한 압력이다.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츠츠츠츠!
핏물에서 잡초가 자라는 것처럼 날카로운 피의 가시가 빠르게 자라나기 시작했다.
강력한 압력으로 꼼짝 못 하게 만든 후에 가시로 사방에서 찌를 작정인 듯했다.
가시가 자라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더니 결국에는 총알보다 빨라졌다.
샤샤샤샤!!
이곳에는 도망치거나 숨을 곳도 없다. 거기에 압력 때문에 몸을 쉽게 가눌 수도 없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다가오는 공격을 차분하게 보며 입을 열었다.
“핵융합.”
그 순간 송진우의 몸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콰과과광!!!
끔찍한 열기와 함께 강력한 핵폭풍이 사방을 휩쓸었다.
사방에서 압박하며 다가오던 가시가 산산이 조각나고 송진우를 압박하던 피의 구슬도 완전히 부서졌다.
이건 단순한 핵폭발이 아니다. 폭발 때 생긴 폭풍, 열기, 방사능, 전자파 등 모든 것에 공허의 권능이 담겨 있었다.
낫에 공허의 기운을 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고도의 기술과 많은 힘이 필요한 일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방법이었지만, 한층 더 강해진 지금의 송진우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 폭발은 지금까지 송진우를 괴롭히던 방대한 핏물을 모조리 증발시켜 버렸다.
“커어억!”
마지막 남은 힘의 조각으로 블러드미르는 자신의 형체를 간신히 유지했다.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공허의 기운이 끈질기게 남아 블러드미르의 전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송진우는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끝이다, 흡혈귀.”
그 말에도 블러드미르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과연……. 공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었군요.”
츠츠츠츠!
그는 발부터 타들어 가고 있었다. 분명 끔찍한 고통이 느껴질 게 뻔한데도 블러드미르는 후련하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마침내, 모든 갈증이 사라졌습니다.”
모두가 두려워하던 전설의 괴물이었지만, 그는 늘 타오르는 듯한 갈증에 괴로워해야 했다.
그것을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의 신선한 피를 마시는 것뿐.
하지만 피를 마셔도 해갈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다시 참을 수 없을 갈증을 느껴야 했고 그럴 때마다 블러드미르는 다음 희생자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런 삶이 수백 년을 지나 수천 년, 만 년을 넘겼다.
“나는 이 갈증을 없앨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세계 각지에 있는 고문을 모두 뒤진 후에야 겨우 그 방법을 찾았죠. 현세 하는 모든 힘을 뛰어넘어 신이 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은 죽지 않았다.
성검을 심장에 박아도, 수백 년 동안 피를 마시지 않고 버텨도 마찬가지였다.
용사들에 의해 봉인 당했었지만, 그동안에도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인 건가?”
“내 마지막 도박이었습니다. 세계에 있는 모든 인간의 피를 마시면 어쩌면 신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결국 난 성공했습니다.”
츠츠츠츠!
이미 블러드미르는 목 위를 제외하고는 모두 잿더미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블러드미르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을 더는 해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블러드미르는 완전히 잿더미로 변했다.
만 년이 넘게 갈증의 노예로 살았던 괴물의 마지막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