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77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77화
477화
다음날.
악바르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자신의 막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전쟁이 한창인데 술을 마시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금기다. 하지만 악바르가 아무리 술에 취해도 그것을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악바르를 무서워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악바르를 무시하고 있었다.
“캘캘! 저 주정뱅이 오늘도 술독에 빠져 사는군.”
“내버려 둬, 여동생에게 밀려난 머저리가 달리 뭘 할 게 있겠어?”
막사 뒤에서 병사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악바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차라리 지하 감옥 안이 좋았다.
그곳은 말이 지하 감옥이지 온갖 편의를 다 봐주어서 값비싼 음식과 술이 끊이지 않았다.
하루에 한두 번 산책도 가능했고 자신의 처첩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갑옷도 없이 최전선에 서서 눈먼 총알에 죽을 수도 있다.
사나운 코끼리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목을 자르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
“내가 너무 멍청했지.”
저들이 자신을 구하고 왕으로 추대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얼른 여동생을 몰아내고 자신이 왕좌에 오를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빌어먹을! 이딴 싸구려 술이나 먹고 있어야 한다니!”
악바르에게 지급되는 술은 최말단 병사들이나 먹는 독하고 비린 술이다. 술기운은 금방 돌지만 다음날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숙취가 몰려온다.
게다가 안주라고는 쉰내 풍기는 콩 요리가 전부다.
먹고 게워내고, 다시 먹고 게워내고.
이런 생활을 반복하나 보니, 얼굴이 누렇게 뜨고 입에서 쓴 내가 계속 올라온다.
“우엑! 이 개자식들아!”
악바르가 아무리 발악을 해도 누구도 그를 돌보는 이 없었다.
“빌어먹을!”
결국, 그날 밤도 빈속을 달래며 억지로 잠을 청해야 했다. 이러다 내일 아침엔 또 가장 위험한 최전선에서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그날 밤은 평소와는 달랐다. 특별한 방문자가 온 거다.
“으으음.”
잔뜩 마신 술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었는데, 누군가 막사 안에 들어온 게 느껴졌다.
“누구야! 벌써 아침이야?”
악바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주섬주섬 일어서려는데,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군.”
몇 년이 지났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다.
악바르를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트린 자였으니.
단숨에 술이 확 깬 악바르가 얼굴을 올려보니 역시나 붉은 가면을 쓴 송진우가 보였다.
“포, 포식귀?!”
처음에는 너무 놀라서 이게 꿈인지 생신지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이놈!!”
자신이 이런 시궁창 같은 곳에서 구르고 있는 것은 모두 포식귀 탓이라고 생각하는 악바르다.
송진우가 한 일을 생각하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네놈만 없었다면……!!”
하지만 그런 악바르를 보는 송진우는 어처구니없어서 코웃음만 쳤다.
“인도를 이 꼴로 만든 건 네 욕심이다!”
애초에 그가 왕위에 오를 욕심으로 전 국왕인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을 다 죽여서 시작된 일이다.
그런 일이 없었다면 인도가 이렇게 쪼개질 일도 없었고 바니슈가 여왕이 될 일도 없었을 거다.
송진우는 달려드는 악바르를 발로 걷어찼다.
퍽!
“컥!”
얻어맞은 악바르는 고통으로 바닥을 굴렀지만, 송진우는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한 짓을 생각하면 수십 번 때려죽여도 부족하지.”
죽이지 않기 위해서 힘 조절을 해야 했다. 그만큼 악바르는 완전히 망가져 있었다.
“이놈! 밖에 뭐하느냐! 포식귀! 포식귀가 나타났다! 어서 이놈을 죽여라!”
악바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어찌 된 일인지 밖에서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것을 깨달은 악바르는 이제야 긴장한 표정으로 송진우에게 물었다.
“서, 설마…… 다 죽인 거냐?”
송진우의 강함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들려오는 말로는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송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소리만 차단한 거다.”
송진우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이곳에 몰래 잠입했다. 그리고 기감으로 공기의 흐름을 차단한 상태다.
아무리 소리 질러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악바르가 하얗게 질려서 말했다.
“나, 날 죽이러 왔구나!”
포식귀가 이곳에 몰래 잠입할 이유는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꼭두각시가 되느니 죽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신이 눈앞에 나타나자 두려움에 사지가 덜덜 떨렸다.
“젠장! 젠장! 죽어서도 널 원망할 거다!”
“그러니까 네가 먼저 시작한 일이래도.”
이런 놈들은 왜 자신의 잘못은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
고작 이런 놈을 위해서 목숨을 걸고 이곳에 왔다니,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송진우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한 놈에게 말했다.
“들어라. 난 너를 죽이러 온 것이 아니다.”
“……날 우롱하는 거냐? 나는 바보가 아니다!”
악바르는 포식귀가 단지 자신의 얼굴을 보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죽이는 것 이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송진우가 뜻밖의 말을 했다.
“널 구하기 위해서 왔다.”
“뭐, 뭐?!”
자신이 죽인 부모님이 다시 살아와도 이보다 더 놀라지는 않을 거다.
악바르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 거짓말 마라. 네가 왜 날 구한다는 말이냐?”
그 말에 송진우는 내키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인도를 구하기 위해서 네가 필요하다.”
“내가? 그게 뭔 소리냐?”
“멍청아! 잘 생각해봐라. 어찌 되었든 넌 옛 인도 왕실의 상징이다. 그게 지금 둘로 나뉜 상황이지.”
만약 바니슈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이곳이 여성 인권이 낮은 인도가 아니라 영국 같은 곳이었다면, 악바르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다.
하지만 여러 요인이 겹쳐 악바르 또한 인도의 옛 향수를 기억하는 국민들에게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인도의 다른 국만들은 악바르가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오히려 모든 병권과 권한을 악바르가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네가 죽으면 곤란해.”
만약 악바르가 죽으면 그는 순교자가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둘로 나뉜 영국 왕실은 영원히 합쳐지지 않을 것이었다.
그것을 알기에 노배 레스도 악바르의 생사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거다.
살면 사는 대로, 죽으면 죽은 대로 악바르는 쓸모가 있을 테니.
송진우의 말을 들은 악바르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했지만, 반박하지는 않았다.
본래 악바르는 왕족들 가운데서도 가장 똑똑하고 능력 있는 인물이었다.
자신의 처지는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 좋은 재능을 반역에 쓴 게 문제지만.’
다행히 말뜻은 알아듣는 것 같으니 이제 잘 구슬리면 된다.
“네겐 좋은 기회다. 왕실로 돌아와 바니슈 여왕님을 평생 모시며 살겠다고 천명하라. 그럼 네 죄를 모조리 사면해 주겠다.”
“뭐?!”
본래 악바르는 반역이라는 가장 큰 죄를 짓고 평생 지하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데 사면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말했잖아. 이건 좋은 기회라고. 네가 왕실을 지지하면 저들은 중요한 명문 중 하나를 잃는다.”
그건 바로 악바르로 대표되는 옛 왕가다.
지금은 그 상징이 바니슈 여왕과 악바르로 쪼개져 있지만 그가 여왕을 지지하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다.
다시 돌아서는 이유는 아무렇게나 붙여도 그만이다.
노배 레스의 악행을 발견했다든지, 외적으로부터 왕가를 지키기 위함이라고 하면 그만이다.
그럼 노배 레스의 편을 들던 귀족들도 다시 이쪽에 합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시바의 아바타가 움직여야만 하겠지.’
결국 인도가 안전해지기 위해서는 시바의 아바타를 물리칠 필요가 있다.
조금 돌아가게 되었지만, 이렇게 하는 게 더 깔끔하고 병력의 손실도 적을 거다.
“어쩔 거냐? 이런 곳에서 싸구려 화주만 들이키다가 허무하게 세상을 뜰 거냐? 아니면 왕가의 충실한 지지자가 되어 다시 부귀영화를 누릴 기회를 잡겠느냐?”
그 말에 악바르는 놀란 눈으로 송진우를 보며 말했다.
“나, 날 정말로 사면하겠다는 거냐? 내 재산도 돌려주고?”
여전히 자신밖에는 생각하지 않는 놈이다.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여왕님께 감사해라. 바니슈 여왕님은 늘 널 걱정했어. 이런 좋은 계기가 생겨 널 꺼낼 수 있다는 말에 오히려 좋아하셨다고.”
“그, 그러냐?”
아주 염치가 없지는 않은지 악바르는 민망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에게 송진우가 단단히 경고했다.
“하지만 명심해라. 네 재산과 왕족으로서의 지위를 돌려받게 되겠지만, 또다시 다른 생각을 품는다면, 또 반역을 꿈꾼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용서하지 않을 거다.”
송진우는 거대 낫에 기운을 잔뜩 불어넣으며 악바르를 위협했다.
그 기운을 온몸으로 받은 악바르는 사색이 되어서 소리쳤다.
“저,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거다. 이제 나도 왕위 따위는 어찌 되어도 좋아. 할 수만 있다면 반역을 저지르기 전으로 돌아가 편안하게 살고 싶다고!”
그 말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하긴 그가 이제까지 겪었을 고생을 생각하면 다시는 반역을 꿈꾸지 않을 거다.
그 의지를 확인한 송진우는 심호흡을 하고 낫을 거두었다.
“좋다. 마지막으로 믿겠다.”
악바르와 떠드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다. 적들이 아직 상황을 눈치챈 것은 아니지만, 더 늦으면 악바르를 깨우러 올 거다.
“탈출할 거다. 그러니 꽉 잡아라.”
송진우는 악바르를 데리고 무사히 탈출했다.
* * *
악바르는 송진우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해주었다.
본래 이런 정치 노름에는 뛰어난 자다.
악바르는 왕가의 정복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서서 일장연설을 펼쳤다.
[나 악바르는 노배 레스의 흉계를 깨닫고 다시 왕실로 돌아왔노라! 그들은 온 나라를 시바의 먹잇감으로 줄 생각으로…….]힌두교의 3대 주신 중에서 시바라는 것도 다행인 일이었다.
시바는 다른 온화한 신과는 달리 파괴를 담당하는 신이었다. 그래서 존경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 점을 잘 파고들어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준 것이다.
[오직 왕가의 힘만이 파괴신을 막아낼 수 있노라. 위대한 여왕 바니슈 님을 받들어, 반드시 나라를 지켜낼 것이다!]그동안 고생한 탓인지 신들린 듯한 연기다.
악바르의 진면목을 알고 있는 왕실 사람들조차 감동의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어쨌든 악바르의 합류로 다시 전황은 180도 뒤바꿨다.
악바르를 지원해 노배 레스에 가담한 자들이 등을 돌리거나 주저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배 레스는 서둘러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미 웬만한 대처로는 소용없을 정도로 일이 진행되었다.
설마 왕실에서 반역을 저지른 악바르를 포섭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거기다가 적 기지 한복판에 있었던 악바르를 무사히 데려갈 능력이 있는 송진우의 존재도 몰랐던 것이 컸다.
결국 송진우의 예상대로 시바의 아바타인 블루 핸드가 나타났다.
그것도 가장 화려한 형태로
TV 영상에서 블루 핸드의 손짓 한 번에 도시 하나가 깔끔하게 소멸하는 것이 보였다.
파지지지직!!!
그곳은 악바르의 선언으로 같이 돌아선 귀족의 영지였다.
그의 저택을 포함한 약 지름 3km 정도 되는 구역이 마치 도려낸 듯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보라! 시바의 뜻을 거역하는 자는 이렇게 될 것이다!]그건 악바르의 합류로 과열된 연합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기에 충분했다.
마른 침을 삼킨 브라하드가 송진우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괴물을 이길 수 있겠는가?”
막상 적을 불러내는 데 성공했지만, 송진우가 지면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영상으로 봤을 때, 블루 핸드는 예상보다 훨씬 강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