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8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83화
483화
송진우는 김택현 기자가 준 정보에 따라서 중앙 대륙 곳곳에 숨어 있는 빌런들을 처리했다.
“검은 사신이다!”
“도, 도망쳐야 해!”
“멍청아. 저놈도 사람이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죽일 수 있어!”
이들은 도시를 돌아다니는 행상인들을 습격하는 도적단이다.
단지 돈과 물건만 뺏는 것이 아니라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
사람들의 의심을 피해서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고 일정 시기마다 거처를 옮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그들에게 죽은 사람이 200명 정도나 된다. 희생자들에게 얻은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이어나갔다.
만약 그중 하나가 술 취해서 자신들의 범행을 영웅담처럼 떠들지 않았다면 김택현 기자도 알아내지 못했을 거다.
결국, 그들은 송진우의 낫에 모두 쓰러졌다.
《영혼을 수확했습니다.》
“역시 모두 영혼을 수확할 수 있네.”
눈앞에 보인 투명한 메시지 판이 그들이 용서받지 못할 인간쓰레기라는 증거다.
다시 검은 사신 활동을 시작하고 얻은 영혼이 300개가 넘었다. 그만큼 많은 빌런들이 날뛰고 있다는 증거다.
“이걸로 잔챙이들은 모두 처리한 건가?”
물론, 세계 곳곳에는 아직 이런 빌런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김택현과 송진우라도 그 모든 이들을 파악하고 처치할 수는 없다.
게다가 아직 남은 자들이 있다.
그들은 지금까지 잡은 빌런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와 힘을 지닌 자들이다.
물론, 송진우가 그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것은 있었다.
검은 사신은 정의의 화신이어야 한다.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난폭한 수단과 방법은 눈부신 결과에 묻혀서 느껴지지도 않아야 한다.
송진우가 아무나 쉽게 죽이는 것 같아도 실은 정해진 타깃 이외에는 절대 건드리지 않는다.
김택현 기자와 송진우는 검은 사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했다.
대부분의 권력자는 검은 사신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검은 사신의 활동에 꼬투리를 잡고 일개 범죄자로 끌어내리려 했다.
애꿎은 사람을 해쳤다가는 권력자들의 의해서 검은 사신 활동이 모조리 부정당할 거다.
모든 활동에는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니 검은 사신 활동에서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강한 자들이 아니라, 겉으로는 선한 얼굴을 내밀고 뒤로는 악행을 저지르는 위선자들이다.
지금 송진우가 잡으려는 자들이 그런 자들이다.
‘골드 서클’
레이어트 도시를 소유한 이탈리아의 거대 길드다.
게임의 시대가 시작되고 나서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먹을 것까지 나눠 주었다.
도시 내부만이 아니라 도시 근처에도 거주지를 만들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도우려 했다.
그 덕분에 레이어트 도시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렸다.
[수많은 사람이 사라져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김택현 기자는 오랜 조사 끝에 레이어트 도시에서 많은 실종자가 발생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대기자 번호가 있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이 몰렸기에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워낙 혼란한 시기니 몬스터에 의해 죽었거나 다른 장소를 찾아 떠났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누군가가 아주 우연히 사람이 납치당하는 장면을 봤다. 처음에는 도시 내 범죄 조직이라고 생각해서 경비병에 알렸지만, 다음날 그도 감쪽같이 실종되었다.
다행히 납치 장면을 본 자는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다.
남은 자는 경비대에 사건을 알린 자가 다음날부터 보이지 않는다는 게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이름은 카를로 로시. 예전에 제가 이탈리아로 취재 갔을 때, 알게 된 기자입니다.]그도 김택현 기자처럼 기자였다. 그래서 그 나름대로 조사를 하다가 자신의 친구 말고도 실종자가 엄청나게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김택현 기자에게 도움을 청한 거다.
송진우는 일단 레이어트 도시로 가서 카를로를 만났다. 그는 도시 외곽의 간이건축물에서 지내는 중이었다.
“김 기자가 보낸 사람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설마 혼자 오신 건가요?”
“그렇습니다. 저는 혼자 움직입니다.”
“어……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이건 매우 위험한 사건입니다.”
카를로는 송진우가 검은 사신인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김택현 기자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렇게 염려하는 것이다. 일개 헌터 혼자서 처리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고작 일개 헌터가 아니다.
“제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보다 당신이 얻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도시 경비병이 개입되었다는 것과 실종자들의 패턴이 있다는 것은 알아냈죠.”
“패턴이요? 그게 뭐죠?”
“그러니까……, 그게 어디 있더라.”
카를로는 옷가지를 뒤지더니 꼬깃꼬깃한 종이쪽지를 찾아냈다.
“여기 제가 조사한 희생자와 그들이 사는 곳입니다.”
쪽지에는 간략한 도시의 그림과 희생자들이 살았던 곳이 표시되어 있었다.
송진우는 그것을 유심히 살폈다.
“모두 도시 외곽에 사는 이들이군요.”
그들은 모두, 도시 내에 거주지를 갖지 못하고 도시 외곽 간이건물에서 생활하는 이들이었다.
“이 시대의 새로운 하층민들이죠. 몇 명이 사라져도 사람들이 관심을 두거나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도시 외곽에 사는 사람들이 이 도시에 몇 명이나 있습니까?”
“수백만 명은 있죠.”
“……그렇게나 많습니까?”
“최소한 이곳에 있으면 몬스터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일자리와 먹을 것을 구할 수도 있으니까요.”
골드 서클 길드는 도시 외곽의 사람들에게도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물자를 제공했다.
간이 건물이 낡고 화장실이 붐빈다는 것을 제외하면 못 살 정도는 아니었다.
최소한 몬스터들에게서는 안전할 수 있으니.
“그래도 이웃은 있지 않습니까? 옆에 살던 사람이 없어졌는데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까?”
“사람들이 점점 늘어서 건물을 계속 지어야 했습니다. 쓸모 있는 자들은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고요.”
“사는 곳이 계속 바뀌어서 이웃에 신경 쓸 수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그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것마저도 저들의 계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사는 곳과 먹을 것을 제공하니, 이곳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하지만 카를로는 유입되는 사람만큼이나 실종자가 많이 생길 거라 예상했다.
“이런 일들이 2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동안 실종된 자들은 수십만 명은 될 겁니다.”
“수십만이요? 끔찍하네요. 그들의 목적이 뭘까요?”
“제물로 바치거나, 실험체로 쓰거나, 좀비로 만들거나, 아니면 잡아먹는다든지……. 저도 모르죠. 하지만 그들이 아직 살아 있을 가능성은 없을 겁니다.”
“2년에 수십만 명이면 빠르게 소모할 필요가 있는 일이겠군요.”
“그렇겠죠.”
이번 상대는 강한 헌터들이 많이 소속된 거대 길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에게 신망받고 있다는 것이다. 갈 곳 없이 쫓겨난 이들에게는 구원자로 여겨질 정도다.
아무런 증거 없이 골드 서클 공격하면 검은 사신은 테러리스트로 전락할 게 뻔하다.
‘여차하면 다른 인물로 변장하면 되겠지만…….’
뭔가 예감이 좋지 않다.
골드 서클 길드원들을 모두 죽인다고 끝날 일 같지가 않다.
그냥 예감이 아닌 초직감이다.
이 일이 생각보다 훨씬 크고 복잡하리라는 것을 뜻했다.
“실종자들은 주로 도시 내에서 사라졌다고요?”
“그렇습니다. 도시 외곽에 있는 주점은 열어두거든요.”
골드 서클은 사람들에게 간단한 일자리를 주고 봉급도 준다.
사람들은 그것으로 생필품을 구하기도 하고 여유가 있으면 술집에도 가 술을 마신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술집에 갔다가 사라졌다. 이게 카를로가 그간 얻은 정보다.
“확실히 술에 취한 자들이면 납치하기도 어렵지 않겠군요.”
“힘들게 사는 이들에게 술만큼 위안을 주는 것이 없죠.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술독에 빠져서 삽니다.”
“그렇군요…….”
“아! 실종자들의 또 다른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게 뭐죠?”
“대부분의 실종자는 남들과 어울리지 않고 홀로 지내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그게 이렇게 오랫동안 들키지 않은 이유군요. 그렇다는 건 저들도 납치할 대상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는 뜻이군요.”
아마 외곽에서 생활하는 자 중에서 희생자를 물색하는 자들이 있을 거다.
그자를 찾아낸 다음, 추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다. 하지만 송진우는 그보다 더 직접적인 방법을 택했다.
“카를로 씨.”
“네?”
“보통 혼자 지내시죠?”
“그, 그렇죠. 특히 최근에는 사건을 조사해야 했으니까요.”
그의 말에 송진우는 흡족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좋습니다. 그럼 얼굴 좀 빌리겠습니다.”
“네?!”
놀란 카를로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잡았다.
* * *
“꺼억!”
카를로는 한동안 금욕적인 생활을 하더니 언제부턴가 매일 주점에 들려 과도하게 술을 마셨다.
낮에는 노동하고, 번 돈의 대부분을 밤에 주점에서 모두 사용했다.
내일이 없는 방탕한 생활이었지만,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와 친하거나 그에게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철저하게 혼자 지냈고 밤에 술에 취하는 것이 목표라도 되는 듯이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사실, 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이 몇 명 있긴 했다. 한 사람은 작업장의 관리자였고 다른 이는 주거지에서 반장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 신망을 받던 자였다.
그들이 카를로가 엉망진창으로 생활하자 근황을 물으며 걱정했었다.
그리고 그날 밤도 주점에서 하루 번 돈을 모두 다 쓰고 만취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날따라 더 많이 마신 그는 건물 벽을 잡고 토를 했다.
“우에엑!”
그러고도 정신이 차려지지 않았는지 몇 걸음 더 가다가 길에 자리를 잡고 잠자기 시작했다.
이런 술주정뱅이를 처리하는 것은 도시 경비병의 일이다. 역시나 순찰을 돌던 그들은 카를로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완전히 뻗었군.”
“확인해 봐. 전처럼 약이 안 듣는 자가 있을 수도 있어. 전처럼 또 정강이를 얻어맞기 싫어.”
“이놈은 완전히 뻗었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좋아. 그러면 가자.”
거주지와 작업장에서 희생자를 선별하는 이가 정보를 보내면 주점에서 약을 탄 술을 먹여서 곯아떨어지게 한다.
그다음은 쉽다. 몸도 주체하지 못하는 자를 경비병이 데려가기만 하면 끝이다.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봐도 술에 심하게 취한 자를 연행하는 것으로만 보일 거다.
이런 방식으로 그동안 수십만 명을 아무런 의심 없이 끌고 갈 수 있었다.
“끄윽! 끄윽!”
카를로는 경비병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전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가는 곳이 구치소가 아니라 성의 지하라는 것도 알 수 없었다.
경비병들은 카를로를 데리고 지하에 있는 어떤 방 앞으로 갔다.
그곳에는 경비가 삼엄한 장소가 있었는데, 경비들은 카를로를 끌고 온 경비병을 보고는 익숙하다는 듯이 길을 열어주었다.
“여, 밤늦게 수고하네.”
“까불지 말고 문이나 열어. 이놈 냄새 때문에 내가 기절할 것 같단 말이다.”
“큭큭!”
카를로가 들어간 곳은 거대한 지하 감옥이었다. 그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갇혀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야. 나 좀 꺼내줘.”
카를로처럼 막 들어온 사람부터 며칠은 이곳에서 더 지낸 것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 모두는 약에 취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아마 술집에서 먹인 약이 생각보다 훨씬 독한 듯했다.
“시끄럽다, 이것들아!”
“그렇게 소리쳐 봤자 듣지도 못하는 놈들이야. 빨리 이놈이나 가두고 나가자고.”
경비병들은 카를로를 방에다가 던져놓고는 코를 막고 나갔다.
쿵!
경비병들이 나가자 죽은 듯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카를로가 서서히 일어섰다.
“정확히 생각했던 대로의 장소네.”
카를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약물의 기운은커녕 술기운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카를로로 변신했던 송진우는 언데드라 술기운이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감시자는 없었다. 독한 약을 사용했고 단단한 철창도 있어 안심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나야 다행이지.”
워낙 많은 자가 갇혀 있고 들어올 때 따로 체크도 하지 않은 것을 보아, 송진우가 사라져도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감옥 밖에는 경비가 있었지만, 송진우를 발견할 정도로 뛰어난 헌터는 아니었다.
‘저긴가?’
송진우는 지하 시설 중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이동했다.
일단 사람들을 이곳에 가두는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어둠 속에 스며들어 조금 이동하니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렸다. 그중에는 랭커급의 강력한 기운을 지닌 자도 있었다.
송진우가 몰래 살펴보니 그중에 낯익은 복장을 한 자가 보였다.
‘룩스 교단?’
그건 마나의 시대가 시작되고 3대 교단이 된 룩스 교단의 성복이었다.
룩스 교단은 과거 네크로폴리스 도시를 탐내 쳐들어왔었으며, 레오의 가문인 메디치가의 원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