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84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84화
484화
룩스 교단의 사제가 이곳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단 전체가 관련되어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개인의 일탈일 수도 있고 그는 이곳 사정에 대해 정확히 모를 수도 있다.
‘……라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송진우의 초직감은 룩스 교단의 사제가 이 일의 주범이라 말하고 있었다.
‘이럴 때에 룩스 교단이라니…….’
3대 교단으로 꼽히는 룩스 교단은 엄청난 세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 예전 그들이 쳐들어온다는 말을 듣고는 네크로폴리스를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으니.
그 강력한 압호스 교단조차 룩스 교단에 비하면 신생 교단이나 다름없다.
랭크가 전부는 아니지만, 룩스 교단에는 송진우보다 랭크가 높은 헌터가 셋이나 있다.
물론, 송진우가 지금 이렇게 걱정하는 것은 그들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송진우가 걱정하는 것은 곧 다가올 월드 스톰이다.
지금 세계는 데이브레이커 연합과 노배 레스의 강력한 헌터를 잃은 상황이다.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 모든 길드, 단체, 국가가 동맹을 맺고 다툼을 피하고 있다.
송진우가 검은 사신 활동을 하는 것은 이 병력의 공백을 틈타 활동하는 빌런들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룩스 교단은 단순한 빌런 무리가 아니다.
‘저들을 잘못 건드리면 전면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저들은 단순한 단체가 아니라 종교다.
교단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도 기꺼이 내놓을 광신도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검은 사신의 위명도 저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방법은 있다.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확실한 증거만 있으면 저들도 어쩔 수 없겠지.’
세계를 누비면서 활동한 결과, 사람들의 검은 사신에 대한 지지는 극에 달했다.
헌터들로부터 외면당하거나 무시당한 사람들, 나라에서조차 구제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검은 사신이 구원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일반적인 경우라면 대략적인 증거만으로도 검은 사신의 행보는 충분히 정당성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룩스 교단의 신도를 설득시키려면 빼도 박도 못하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일단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야지.’
압호스 교단은 사람들을 납치해 몬스터로 만들었다.
설마 빛의 신을 섬긴다는 룩스 교단이 그런 짓을 하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헛된 기대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사람들을 제물로 바치는 건가? 아니면 압호스 교단과 손을 잡았다거나…….’
온갖 상상을 하며 청력을 올리니 방 안에 있던 자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분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시지?”
“식사를 끝내시고 지금 막 잠드시었습니다.”
“불편한 점은 없으시겠지?”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최고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래야 할 거다.”
그들의 대화는 주로 ‘그분’이라는 인물에 관한 거였다.
‘그분이 누구지? 룩스 교단의 추기경이라도 되나? 아니면 교황?’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 룩스 교단의 사제조차 ‘그분’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극진한 공경을 표했다. 그가 이곳에 없음에도 말이다.
“신도 유입은 어떻게 되고 있지?”
“최근 전쟁이 멈춤에 따라 이곳으로 오는 자들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서둘러야 한다. 속도를 두 배로 올려라.”
“예? 하지만 지금도 빠른 편입니다. 그렇게 하면 분명, 눈치채는 자들이 있을 겁니다.”
“흥! 밖에 쓰레기 같은 놈들 수백만 명이 돌아다닌다. 그런 놈들 좀 없어진다고 누가 의심하겠느냐? 이곳은 우리가 모두 통제하고 있으니 그런 건 신경 쓸 필요 없다.”
“아, 알겠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사람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룩스 교단과 관련되어 있었다. 관련된 정도가 아니라, 룩스 교단이 주도해서 사건이 진행되는 듯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화에서는 정확한 내용이 나오지 않고 ‘그분’, ‘그것’처럼 두루뭉술하게 표현했다.
‘여기에서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겠군.’
송진우는 저들이 움직이기 전에 몰래 빠져나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가야 하는 방향은 분명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경비가 삼엄했기 때문이다.
경비의 눈을 피해서 다시 계단을 통해 내려가니, 한 층이 전부 뻥 뚫려 하나의 방으로 되어 있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이게 뭐야?’
가운데 거대한 기둥이 세워져 있고, 그것을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송진우의 눈에 보이는 자들만 족히 수만 명은 되어 보인다.
환자복과 같은 흰옷을 입고 눈동자는 초점이 잡혀 있지 않으며 기계적으로 기둥을 향해서 절을 하고 있었다.
“메시아시여. 부디 우리를 가엽게 여겨 이 혼탁한 세상을 구원해 주소서.”
수만 명이 한몸이라도 되는 듯이 입을 맞춰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당연히 정상적인 종교 활동이 아니다. 게다가 고문과도 같은 큰절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자도 속출했다.
풀썩!
자신의 옆에서 신도가 입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것이 보이는데도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사람이 쓰러진 것도 모르는 눈치였다.
밖에서 경계를 서던 경비병들은 사람이 쓰러지면 익숙하게 그자를 끌고 나왔다. 마치 쓰레기봉투를 치우는 듯이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새로운 자를 데려와 그 자리를 채웠다.
‘이게 도대체 뭔 미친 짓이지?’
룩스 교단이 3대 교단 중에서 가장 사교스럽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잔혹한 짓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차라리 압호스 교단이 낫다. 사람들에게 지쳐 쓰러져 죽을 때까지 큰절을 강요하다니…….
황당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는데, 가운데에 서 있던 기둥에서 이상한 반응이 왔었다.
우우웅!!
기둥이 밝게 빛나더니 강력한 신성력을 발휘했다. 마치 사람들의 기도에 반응하는 듯했다.
잠시 빛을 내며 강력한 빛을 뿜어내던 신성력은 기둥을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그 모습을 본 송진우는 이 기이한 행위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설마, 신성력을 추출하고 있는 건가?’
사람들의 믿음이 커질수록 종교의 힘도 강력해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송진우의 공허 교단도 신도의 수와 신전의 활동에 따라서 신성력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건 디멘션 월드 안에서나 통용되는 이야기이다.
현실의 종교는 그렇게 수치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추상적이다.
이렇게 강압적으로 기도를 반복한다고 신성력이 변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신성력이 생기는 걸 두 눈으로 확인했으니, 부정할 수도 없다.
‘무슨 특별한 아이템을 이용한 건가? 아니면 이것도 게임의 시대의 변화일수도…….’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사람들의 목숨을 제물로 해서 신성력을 얻는 방법은 용납할 수 없는 방법이다.
‘모두 녹화했지?’
[그렇습니다. 여기서 일어난 일은 모두 생생하게 녹화했습니다.]송진우가 납치되는 순간부터, 사람들의 대화와 이 기이한 행위를 모두 녹화해 두었다.
이것만 공개해도 세상은 발칵 뒤집힐 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지.’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이것을 공개한다고 해도 룩스 교단은 조작된 거라고 말하며 행위를 인정하지 않을 거다.
‘기둥에서 만들어진 신성력이 어디로 향했지?’
[이 건물 꼭대기 층으로 이동했습니다.]‘거기에 뭘 숨기고 있는지 확인하자.’
송진우는 신성력의 이동 경로를 따라서 건물의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갔다.
이곳은 원래 도시의 영주가 거주하는 곳이다. 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손님이 온 것으로 보였다.
그는 반백발의 노인이었다.
평범해 보이는 얼굴이지만, 사실 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의 한 명이었다.
그가 바로 룩스 교단의 교황이었다.
“드레지스 님. 식사할 시간입니다.”
영주마저 교황에게는 극진하게 저자세로 말했다.
“껄껄! 난 괜찮아. 요즘은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네.”
드레지스 교황은 나이답지 않게 온몸에 활력이 넘쳐흘렀다. 그도 그럴 것이 기둥을 타고 올라온 신성력이 교황의 몸에 활력을 가득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교황에게 힘을 주기 위해서 이런 일을 벌인 건가?’
자세히 보니 드레지스 교황은 송진우가 알던 모습과 조금 달랐다.
분명, 몇 년 전 사진에서는 얼굴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탱탱하게 모두 펴진 모습이다.
90살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지금 모습은 50대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였다.
‘불로불사라도 연구하는 건가?’
송진우는 완전히 달라진 그의 모습도 모두 녹화했다.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해 젊음을 얻은 교황이라면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교황의 모습을 충분히 녹화한 다음에 꼭대기 층을 마저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게 여기로 이어진다고?’
신성력을 나르는 기둥은 꼭대기 층에 있는 작은 방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곳은 영주의 방도 아니고 교황의 거처도 아니었다.
‘아이들?’
방 안에서 본 것은 얌전히 앉아 있는 작은 소년 소녀들이었다. 그들은 신성력이 가득찬 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귀를 기울여봤는데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자기 자랑과 부모님에 대한 자랑이 반반이었다.
‘뭐 잡히는 거 있어?’
[방에 특별한 장치는 없습니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온 신성력은 어딘가로 사라지고 있습니다.]‘그게 무슨 소리야?’
[이 방에는 기둥을 통해서 엄청난 양의 신성력이 지속적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양은 변하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어딘가로 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밖으로 나가는 건 아니고?’
[아닙니다. 분명, 방 안에서 없어지고 있습니다.]수많은 사람을 희생해서 뽑아내는 신성력이다. 그것을 이 방으로 보냈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이상한 것은 이곳이 교황을 위한 방이 아니라 아이들을 머물게 하기 위한 방이라는 점이다.
가구나 기구들이 모두 아이들 사이즈에 맞춰져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도대체 무슨 수작이지?’
[저는 신성력을 정확히 감지할 수 없습니다. 세세한 것은 주인님이 직접 알아내셔야 합니다.]‘알겠어.’
송진우는 기척을 죽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개의 화신으로 몸을 숨긴 송진우의 모습은 아이들이 알아챌 수 없었다.
……없었어야 했는데, 방 안에 있던 한 소녀가 송진우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세요?”
그 소녀의 말에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돌려 송진우가 있는 곳을 쳐다봤다. 하지만 소녀를 제외한 아이들의 눈에는 송진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뭐야? 세실, 무섭게 왜 그래? 아무도 없잖아.”
“응? 무슨 소리야? 저기 이상한 가면 쓴 아저씨가 서 있잖아.”
세실이라고 불린 그 소녀는 송진우가 사신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차렸다.
‘지금 나 아직 카를로로 변신한 모습이지?’
[그렇습니다.]그렇다는 것은 세실이라는 소녀가 사신의 가면의 권능까지 무시하고 본 모습을 뚫어 봤다는 뜻이다.
놀란 송진우가 눈을 부릅뜨고 소녀를 자세히 보니, 기둥을 통해 나오던 신성력이 그녀에게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아직 상황 파악은 제대로 되지 않지만, 이 아이가 열쇠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때였다.
세실과 같이 놀고 있던 아이들이 한목소리로 소리쳤다.
“침입자다!! 이곳에 침입자가 나타났다!”
“아차! 감시자들이었나?”
아까까지만 해도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던 아이들은 눈에 초점이 흐려지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며 소리쳤다.
지하에서 봤던 신도들과 같은 모습. 이들은 세실의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이곳에 배치된 거다.
그들이 소리치자 바로 반응이 왔다.
“세실 님의 방에 침입자가 있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바로 움직였다. 그리고 옆방에 있던 영주와 교황도 마찬가지였다.
우지직!!
벽을 뚫고 나타난 교황이 사나운 얼굴로 소리쳤다.
“누구냐?! 감히 이곳에 쳐들어오다니, 신벌이 두렵지 않으냐?”
사람들을 제물로 바쳤으면서 신벌을 운운하는 것이 우스웠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도시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되면…….’
교황이 바로 공격하지 않은 것은 송진우 뒤에서 멀뚱멀뚱 이 상황을 보고 있는 세실 때문이다.
그것을 안 송진우가 그녀를 껴안았다.
“미안!”
송진우는 교황이 그랬던 것처럼 건물 벽을 부수고 그곳으로 뛰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