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96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96화
496화
“라우둠이라고?”
그 말을 듣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내 수긍했다.
“하긴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건 라우둠 정도의 존재밖에 없겠지. 하지만 아무리 라우둠이라고 해도 너무 이상해. 오히려 라우둠이라서 더 이상하지.”
에이션트 드래곤이나 되는 존재가 특정한 목적도 없이 이런 방대한 힘을 낭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목적이 있었던 건가?”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쟈류자를 만나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가겠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 *
“어서 오시오, 포식귀 공.”
다시 만난 쟈류자는 전보다 왠지 홀쭉해진 느낌이었다.
“기운이 불규칙하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쟈류자는 천생 전사로 어느 때라도 전투를 할 수 있게 항상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호흡도 거칠고 기운도 불안정하여 평소의 실력을 제대로 낼 수 없는 상태였다.
전혀 쟈류자답지 않다.
역시 지저 세상을 덮은 기이한 기운 때문일 거다.
“이해해주시오. 최근 있었던 일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소.”
“도대체 그 괴현상은 왜 일어난 것이지?”
그 말에 쟈류자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오.”
심상치 않은 쟈류자의 말에 송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단 그를 따라갔다.
쟈류자가 향한 곳은 도시 중심에 있는 작은 건물이었다.
“이곳이요.”
“이곳은…… 우왓?!”
밖에서는 몰랐는데, 안에 들어가니 엄청난 기운이 폭주하듯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중심에는 몸이 구속된 푸른 머리의 엘프가 있었다. 그런데 상태가 조금 이상했다.
“으으으으!”
백치처럼 입을 쩍 벌리고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눈을 반쯤 뜨고 있지만 눈동자에 초점도 잡히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야?!”
이자가 일반적인 엘프였으면 송진우가 이렇게 놀라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 자는 평범한 엘프가 아니었다.
겉모습은 엘프지만, 안은 전혀 다른 존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라우둠이었다.
정확히는 둘로 나누어진 라우둠의 선한 부분이었다.
“으으으…….”
예전에도 이 상태의 라우둠을 만난 적이 있었다. 태도는 조금 차가워도 드래곤에 걸맞은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폭주한 괴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확인한 송진우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예전에는 멀쩡했잖아.”
“문제가 생겼소. 거대한 기운이 세상을 할퀴기 전에 들린 비명을 기억하시오?”
“그래. 분명 끔찍한 소리였지.”
“그건 라우둠 님의 비명이었습니다.”
“라우둠이? 그럼 비명을 질러서 모든 힘을 쏟고 이 상태가 된 거야?”
“아니오. 비명을 지른 건 라우둠 님의 본체오.”
라우둠의 의지는 둘로 갈라졌지만, 몸을 차지한 것은 악한 쪽의 의지였다. 그렇기에 쟈류자가 속한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거다.
하지만 에이션트 드래곤의 육체가 있었음에도 단숨에 몰아치지 못한 것은 처음 의지가 충돌할 때, 육체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드래곤의 육신이라도 동면기를 가지며 휴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쟈류자는 동면에서 깨기 전에 드래곤의 육체가 있는 곳까지 가서 다시 의지 간의 전투를 해 승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런데 육체에 문제가 생겼소.”
“문제라고?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지?”
“그건 우리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소. 하지만 라우둠 님이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워하는 것은 본체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요.”
“설마,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라우둠을 공격한 건가?”
악한 라우둠의 세력은 노배 레스와 손을 잡았었다. 하지만 노배 레스가 붕괴하고 나서는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누가 그 틈을 노리고 공격한 것일 수도 있다.
송진우의 말에 쟈류자는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가능성도 있소. 하지만 그들의 세력은 강하오. 그대의 힘을 빌린 우리 연합도 해내지 못한 일을 도대체 누가 해냈는지 상상도 할 수 없소.”
“흠. 그런가?”
송진우가 생각해도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사고가 일어나기 전, 노배 레스나 데이브레이커 연합 정도밖에는 없다.
지금 가장 강력한 군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새로운 신을 중심으로 모인 연합이지만, 그들도 예전 데이브레이커 등과 비교하면 한참 모자라다.
“그래서 이게 우리한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적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딱히 나쁠 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쟈류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악한 라우둠의 정신이 흐려지는 것이 느껴지오. 만약 이대로 의지가 점점 사라진다면 드래곤이 육체가 깨어나고 말 거요.”
“드래곤이…… 깨어난다고?”
“그렇소. 지금까지 라우둠 님의 육신이 동면 상태인 것은 악한 라우둠의 의지가 육체를 완전히 지배하기 위한 거였소.”
“그래, 나도 그렇게 들었어. 그러니 의지가 약해지면 드래곤의 육체를 움직일 힘도 없는 게 아니야?”
“물론 그렇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라우둠 님의 육체는 의지가 아닌 본능에 의해서 움직이게 될 거요. 완전히 폭주하게 된다는 뜻이지.”
“본능… 이라고?”
쟈류자의 말을 듣는 순간, 송진우는 백사족 마을에서 들었던 비명을 떠올렸다.
그건 세상 모든 것을 부수려는 악의였다.
“확실히…… 그런 것이 세상에 풀려나며 큰일이겠지.”
웜 드래곤만 해도 레벨이 3,000 가까이 된다. 전에 만났던 드래곤 로드가 4,000이었으니 에이션트 드래곤은 못해도 3,500가까이 될 거다.
아무리 송진우가 성장하고 또 성장하더라도 최소한 혼자서 잡을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가능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드래곤과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지.”
사실, 노배 레스가 망하고 나서 지저 세계의 일은 급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신들의 전쟁이 끝나고 천천히 할 생각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 어쩔 수 없다.
‘한 달 후면 이곳에 쓸 정신이 없을 테니, 더 늦기 전에 이곳의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해.’
송진우는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럼 지금이 적의 소굴에 쳐들어갈 절호의 기회라는 뜻이겠지.”
그전에는 라우둠의 부하들이 철저하게 방어하고 있어서 송진우도 함부로 쳐들어갈 수 없었다.
라우둠의 육체에 문제가 생긴 지금이라면 몰래 들어갈 틈이 있을 수도 있다.
송진우의 말에 쟈류자는 복잡한 표정으로 답했다.
“확신할 수는 없소. 하지만 지금은 움직일 수밖에는 없지.”
“그럼 같이 움직이지. 정말 늦기 전에 최소한 라우둠의 몸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확인해야 해.”
“동의하오.”
라우둠의 본진은 이곳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게다가 그곳으로 가려면 라우둠의 부하들이 철통처럼 지키는 여러 거점을 지나야 할 필요가 있다.
“좋은 수가 있어. 쟈류자 당신이 부대를 이끌고 놈들의 거점을 공격해. 라우둠의 육체에 문제가 생겼다면 적의 방어선도 흔들리고 있을 거야. 그사이에 내가 본진에 침투하지.”
이 기회를 잘 살리면 일거양득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쟈류자는 우려를 표했다.
“그건 너무 위험하오. 그대의 능력은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본진에는 라우둠 님의 권능을 받은 강력한 자들이 많소.”
“알고 있어.”
그러니까 지금 라우둠의 거처에는 쟈류자와 같이 강한 자들이 수두룩하게 많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 송진우는 쟈류자와 같은 자들로 막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다.
전제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정보만 캐기 위함이라면 얼마든지 치고 빠질 수 있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어.”
송진우의 자신감에 쟈류자는 잠시 불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소. 그럼 그렇게 준비하겠소.”
“병력을 준비하는 데 얼마나 걸리지? 나 말고 우리 병력도 투입될 거야.”
“우리는 항상 준비하고 있소. 그대의 병력만 준비되면 바로 움직이면 되오.”
“그건 반가운 말이군.”
송진우 병력의 지휘관도 이미 생각해 두었다. 그 누구보다 한가한 자가 있었다.
“이오시프를 불러.”
[알겠습니다.]그렇게 이오시프의 휴가도 끝났다.
* * *
라우둠의 폭주로 영향을 받은 것은 상대만이 아니다. 쟈류자 측도 선한 라우둠과의 연결이 끊겨서 정신적인 지주를 잃었다.
그 강인한 쟈류자마저 라우둠이 정신을 잃자 상황 판단이 느려졌고 눈에 띄게 피로한 기색을 보였다. 다른 이들은 말할 것도 없는 상태다.
다행히 송진우의 도움으로 다음에 할 일을 빠르게 정했다. 일단 목적이 생기자 다른 생각 할 필요 없이 미션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쟈류자의 병력과 이오시프가 이끄는 공허교의 병력이 협력해서 라우둠 부대가 점령한 곳을 쳐들어갔다.
“돌격하라! 놈들을 모조리 쳐부숴라!”
쟈류자의 병력과는 다르게 라우둠의 병력은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병사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굼떴고 다른 곳에 있는 지원 병력도 움직이지 않았다.
반면, 꿀맛 같던 휴가를 뺏긴 이오시프는 그 분노를 적에게 쏟았다.
“모두 짓밟아 버리겠다!”
오버하다가 말에서 굴러떨어져서 모든 걸 망칠 뻔했지만, 결국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편, 그들이 시선을 빼앗은 사이에 송진우는 무사히 적의 본진에 다다랐다.
누가 드래곤의 본진 아니랄까 봐 그곳은 거대한 동굴이었다.
하지만 자연 동굴이 아닌 드래곤이 인위적으로 만든 동굴답게 이제까지 송진우가 봤던 그 어떤 던전보다도 깊고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그레이프. 가는 길을 파악할 수 있겠어?’
[이곳은 드래곤의 권능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한 번 지나간 길을 지도로 기록하는 것뿐입니다.]‘알겠어. 할 수 없지.’
드래곤 레어에는 많은 유사 용족이 지키고 있었다. 그중에는 쟈류자 정도로 강한 드래고니안도 수두룩했다.
‘용케 이런 자들에게 대항하고 있었군.’
새삼 쟈류자의 능력이 실감 나는 순간이다.
쟈류자는 단지 무력만 강한 것이 아니라 병력의 운용과 편성에도 뛰어났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약한 군대를 가지고도 라우둠의 군대와 이제껏 싸울 수 있었던 거다.
물론, 나중에는 엘리샤 길드의 도움이 컸지만, 송진우와 동맹을 맺은 것도 따지고 보면 쟈류자의 공이었다.
‘역시 이상하군.’
개미굴 같은 레어를 돌아다니던 송진우는 이상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수많은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싸울 강력한 전사들이 무슨 이유에선지 흔들리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라우둠의 비명과 관련이 있겠지.’
잘 자던(?) 라우둠이 비명을 지르며 괴로워한 이유를 알아내야 한다.
그것을 위해 송진우는 드래곤 레어를 샅샅이 돌아다녔다.
하지만 원하던 라우둠의 본체 대신 다른 것을 먼저 찾아냈다. 그곳은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인 거대한 방이었다.
‘여긴…….’
[드래곤의 보물고입니다.]드래곤의 유일한 취미는 보물 수집이다. 단순한 금은보화가 아닌,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은 문화재나 예술적인 작품들, 아니면 강력한 마법이 잠재된 무구들이 그것이다.
예로부터 드래곤의 보물을 찾으면 나라를 살 수 있을 정도의 부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평범한(?) 드래곤이 아니라 에이션트 드래곤의 보물이라면 그 가치는 훨씬 더 클 거다.
다행히 평소라면 빈틈없이 지켰을 보물고지만, 지금은 경비의 움직임이 이상했다.
‘좋은 기회이긴 한데…….’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곳에 들어오기는 힘들 거다. 만약 쟈류자를 도와 전투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이곳의 보물은 선한 라우둠의 몫일 거다.
하지만 만약 보물을 훔치다가 걸리면 라우둠의 상태를 확인하기도 전에 도망쳐야 할 거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라우둠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에이션트 드래곤의 보물고를 털 수 있는 기회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송진우는 마침내 결단을 내렸다.
‘그래! 결심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