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498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498화
498화
드래곤은 세상에서 가장 자존심이 강하고 오만한 종족이다. 아무리 목숨이 위험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부탁할 자들이 아니다.
게다가 이 라우둠은 악한 본성을 모아 둔 드래곤이다. 농담이라도 송진우에게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급박하다는 뜻이다.
“내게 무슨 볼일이지?”
[네게 내 반편의 힘이 느껴지는군. 분명 그것이 널 내게 보낸 거겠지?]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손을 잡은 것은 분명하지만, 선한 라우둠은 누굴 보내고 할 정신도 없다.
이 라우둠은 선한 쪽이 자신과 비슷한 상태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은 그보다 훨씬 안 좋은 상태임에도.
물론 송진우가 굳이 그 사실을 밝힐 이유는 없다. 그래서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그는 너의 상태를 짐작했지. 하지만 이유는 도통 알 수 없다고 했다.”
그 말에 라우둠은 눈을 질끈 감았다. 뭔가 자존심이 상한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배신당했다.]“배신이라고? 누구한테?”
[내 권속 중의 하나가 날 배신하고 내 심장을 탈취했다.]“뭐?!”
유사 용족이 드래곤의 권속이 되면 그 힘에 감화되어 몸과 마음을 바쳐 드래곤을 섬기게 된다.
인간들의 주종 관계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관계다. 피를 나눈 혈연보다도 훨씬 더 끈끈하고 유대 깊다.
권속이 그의 주인인 드래곤을 배신했다는 것은 평생 들어본 적도 없다.
아마 라우둠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동면 중일지라도 심장을 뺏길 리가 없다.
[날 도와서 배신자를 막아다오. 그렇게만 해주면 네게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하겠다.]천하의 라우둠이 이런 제안을 하다니, 급하긴 급했나 보다.
하지만 송진우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왜 네 부탁을 들어줘야 하지? 넌 우리 세상을 파멸하려 했는데?”
적의 고통은 자신의 행복이다. 즉, 라우둠의 고난은 송진우와 동맹에 기회다.
라우둠이 배신당한 게 송진우의 입장에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날뛰면 날뛸수록 더 좋다.
라우둠이 심장을 되찾고 날아오르는 것이 훨씬 더 안 좋다.
라우둠도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송진우의 대담한 발언에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다가 끙, 하고 앓는 소리를 내고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내 생각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인간을 비롯한 썩어빠진 종족들을 모조리 숙청하고 말 것이다.]라우둠의 말에 송진우가 ‘거 봐’라는 듯이 눈썹을 찡그렸다.
잠시 분노를 쏟아내던 라우둠은 그새 지친 듯이 숨을 헐떡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놈은 다르다. 곧 내 힘을 얻고 폭주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곧 온 세상을 파괴하려 할 거다.]“뭐?!”
라우둠은 드래곤과 몇몇 유사 용족만 제외하고 다른 종족을 멸종시키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라우둠의 심장을 빼앗은 자는 그보다 한술 더 떠서 모든 종족을 죽이려 했다.
“그게 가능한 건가? 아무리 네 심장을 가졌다고는 해도 그것은 드래곤이 아니잖아?”
송진우도 많은 몬스터의 부위를 빼앗았지만, 그것들이 생전에 소유했던 능력의 일부분을 얻었을 뿐이다.
드래곤 하트를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드래곤 뿐이다. 간혹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불리는 전설 속 용사들이 용을 사냥하고 드래곤 하트를 얻었어도 그것의 10분의 1도 활용하지 못했다.
송진우 같은 헌터가 몇 명 더 있다면, 에이션트 드래곤까지는 무리더라도 웜급 드래곤은 처치할 수 있다.
그러니 라우둠의 걱정은 기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우둠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것은 내 권능을 받았다. 그러니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반 정도는 활용할 수 있을 거다.]반이라면 웬만한 웜급 드래곤 이상의 마력을 지니게 될 거다. 하지만 여전히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하지만 그것의 육체는 드래곤이 아니야. 일정 이상의 마력을 사용하면 몸이 터질 거다.”
권총으로 대전차용 포탄을 사용하는 격이다. 아무리 강력한 용족 전사라도 결코 버텨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라우둠은 송진우가 정답을 맞혔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가장 큰 문제다.]“뭐?”
[만약 놈이 일정 이상의 힘을 쓰면 과열된 내 심장이 폭발하고 말 거다. 그럼 대륙 전체가 지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행성까지 붕괴할 수 있다.]“……!!”
라우둠의 심장을 가진 자가 어설프게 그 힘을 다룰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불안정한 드래곤 하트가 자극을 받는다면 본래의 마력보다 몇십 배는 강력한 파워로 폭발하게 될 것이다.
즉 살아 있어도 전 종족에게 위협이 되고 폭주하면 행성 자체가 날아갈 위기라는 뜻이다.
“외통수네.”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라는 거지?”
아무리 송진우라도 특별한 수를 낼 수 없을 것 같았다. 만약 송진우가 할 수 있을 정도라면 라우둠을 지키는 자들도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라우둠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놈이 폭주하기 전에 원하는 것을 넘겨야지.]“그게 뭐지?”
[바로 너다.]“뭐?”
라우둠의 황당한 소리에 송진우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했다. 하지만 라우둠은 진지했다.
[네가 포식귀가 아닌가? 우리 반대편에 선 강력한 언데드. 그 자류자 다음으로 우리를 방해하는 자.]“날 알고 있나?”
[드래곤은 몸이 잠들어 있는 와중에도 약하게나마 정신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너에 관한 정보를 모를 수가 없지.]그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얌전히 동면 중이라서 걱정할 게 없을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자신을 향해 계속 이를 갈고 있었던 거다.
만약 그가 완전한 모습으로 깨어났다면 송진우가 라우둠 처단 명단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혔을 거다.
[놈이 원하는 것은 너다. 나를 공격하면서까지 너와 싸우고 싶어 했다.]“뭐?!”
그것이 라우둠을 공격한 것이 자신 때문이란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지만, 곧 누군가가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설마…… 스토이?!”
용족 최강의 전사, 드래곤이 직접 자신의 이를 뽑아 만든 용아병, 스토이.
처음 만날 때부터 악연으로 얽힌 스토이가 라우둠을 배신한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분명, 근신 중이라고 들었는데?”
송진우와 일기토 중에 패배를 인정하고 병사들과 함께 물러섰다. 그 죄를 물어 근신 중이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그때도 송진우가 이긴 것이 아니라 스토이의 부하 중 하나가 멋대로 전투에 끼어들어서 실격패했다고 본인이 판단했었다.
그래서 송진우의 마음속에서 스토이와의 전적은 1:1이다.
자신에게 집착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까지 벌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들만 있어도 스토이를 막을 수 있을 거 같은데?”
송진우는 주변에 있는 강력한 가디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정도 인원이라면 웬만한 드래곤은 물론이고 신도 사냥할 수 있다. 아무리 드래곤 하트를 얻은 스토이라도 이겨낼 수 없을 거다.
[이들은 스토이와 싸울 수 없어. 그가 내 힘을 얻었기 때문이지.]스토이와는 달리 이들은 라우둠을 거역할 수 없다. 그러니 라우둠의 드래곤 하트를 얻은 스토이와도 싸울 수 없는 거다.
라우둠이 직접 나서면 되겠지만, 이런 몸으로는 그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해했다.”
송진우 본인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파악했다. 하지만 아직 논의해야 할 문제가 있다.
“난 네놈이 다시 우리를 위협하도록 놔둘 수 없어. 그러니 약속해라.”
[……원하는 바를 말하라.]“내가 스토이를 저지하면 모든 세력을 철수하라. 이 동굴 안으로!”
[크르르!!]그 말에 라우둠이 이를 드러내며 분노를 표했다.
하지만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단, 그건 내가 모두 회복할 때까지다! 내 심장만 복원하면 그때는 다시 행동에 나설 거다.]“그러면 아무 의미 없잖아?”
결국, 문제는 라우둠이다. 그가 움직이면 모든 전략이 소용없을 거다.
“차라리 스토이를 돕는 게 낫지.”
[걱정하지 마라. 내 심장이 재생되려면 최소 백 년은 걸릴 거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은가?]“백 년… 이라.”
백 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게다가 심장이 재생된다고 해도 이미 큰 타격을 입었으니 전처럼 강력한 힘은 발휘할 수 없다.
‘백 년이 지나면 그동안 헌터들은 더 강력해지겠지.’
그때까지 송진우가 살아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나, 인류가 살아만 있다면 헌터들은 지금보다 훨씬 강해져 있을 거다.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이 일 말고도 생각해야 할 것이 산더미처럼 많다. 송진우도 이 사건을 길게 끌 생각은 없었다.
“……좋다. 그럼 네 영혼을 걸고 맹세해라.”
[드래곤은 약속을 깨지 않는다.]“난 그딴 것 모르니까 맹세나 해라.”
[……내 영혼을 걸고 맹세하겠다.]“좋아.”
본래 생각했던 방법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이것으로 백 년의 시간을 번다면 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스토이는 어디에 있지?”
[그는 북쪽 산꼭대기에 있다. 네 능력이라면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거다.]“좋다. 약속은 지켜질 거다.”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그놈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본래도 강한 스토이였다. 드래곤 하트를 반쯤 흡수했다면 송진우도 절대 방심할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더 묻겠다. 우리의 약속은 절대적인 거다. 과거는 모두 묻어둔다. 알겠나?”
[이미 끝난 이야기다. 백 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나와 내 권속은 세상에 나서지 않을 거다.]“좋아.”
라우둠과 협정을 맺은 송진우는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당당하게 나섰다.
“이것으로 완벽하군.”
마지막에 송진우가 약속을 강조한 이유가 있었다. 허언을 할 수 없는 드래곤은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자신의 보물고가 털린 사실을 뒤늦게 알았어도 말이다.
[크아아아악!!!]그 덕분에 송진우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라우둠의 사무친 비명이 들려도 송진우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다.
“이래서 조항이 중요한 거야.”
주인의 허락이 떨어졌으니 송진우가 꿀꺽한 아이템들은 더 이상 장물이 아니다.
이제 스토이만 처치하면 만사 오케이다.
[지원군을 부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그레이프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라우둠의 권속은 불가능해도 엘리샤 길드를 비롯한 다른 자들은 스토이와 싸울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송진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놈은 나와의 일대일을 원하고 있어. 괜히 자극했다가는 라우둠의 말처럼 폭주할 수도 있지.”
자존심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번 싸움으로 승패를 결정짓겠다.
이번 싸움이 스토이와의 3차전이자 마지막이 될 것이다.
* * *
라우둠의 말대로 스토이는 북쪽 산 정상에 있었다.
그곳은 강력한 냉기가 흐르고 있는 설산과 같은 곳이었다. 지저 세계라서 높이는 높지 않았지만, 온도만큼은 지상의 그 어느 산보다도 낮았다.
스토이가 이곳을 찾은 것은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다스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했는지, 스토이의 얼굴은 터질 것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스토이는 송진우를 보며 웃었다.
“크크크!! 내가 헛것을 보는 것인가? 꿈에서만 그리던 네놈이 내 눈에 선명하게 보이는군.”
“징그러운 소리 하지 마라. 네 꿈 따위에 나오기 싫다.”
“하지만 넌 이곳에 왔군.”
“어떤 멍청한 주인이 자신의 것을 뺏겼다고 하도 징징거려서 말이지.”
“그렇군. 그 비명이 너에게도 닿았군. 이거 생각지도 못한 성과인데?”
스토이는 송진우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진심으로 즐거운 듯이 웃었다.
“크흐흐! 역시 내 예상대로군.”
“또 뭐가?”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어. 이 강력한 힘이 우리의 대결에 오히려 방해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군.”
스토이가 드래곤 하트를 얻은 것처럼 송진우도 신화급 아이템을 비롯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만약 스토이가 드래곤 하트를 얻지 못했더라면 송진우와 감히 대적할 수 없었을 거다.
‘어쩌면 내가 강해져서 이런 이벤트가 생긴 것일 수도 있겠지.’
디멘션 월드의 퀘스트는 과하거나 모자라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정 이벤트가 생겼다면 플레이어가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반드시 있다는 뜻이다.
스토이는 창을 빙빙 돌렸다. 그러자 라우둠의 마력이 폭발하듯이 뿜어졌다.
저것도 드래곤 하트가 가진 힘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그럼 시작하지.”
스토이는 진하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