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50화
50화
“일단은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아직 그들은 유적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들의 행보를 생각하면 그것도 얼마 가지 못할 거야. 요즘 우리 영지를 침범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물론 그렇습니다만 지금은 방도가 없습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어떤 이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건 우리한테도 좋은 기회입니다. 바르샤 후작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유적이라면 전설이 사실일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은 모두 하고 있었다. 아무리 힘이 약해졌다고 하지만 신은 신이다.
“내가 여왕이 되는 것도 가능할까?”
영애가 중얼거리자 신하 중 한 명이 냉정하게 말했다.
“과거의 나라와는 상황이 다릅니다. 체제가 정비된 지금 상황에서 왕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신의 힘도 약화되었을 테니 더 그럴 테지요.”
“그렇겠지. 그럼 바르샤 후작은 어떤 이유로 이 유적을 노리는 걸까?”
“정말로 왕위를 노릴 수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많은 재물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그 뒤로도 많은 추측들이 나왔지만 후작 본인 입에서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정확한 목적을 알 수는 없었다.
“어쨌든 그 유적을 바르샤 후작에게는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군. 후작은 이 유적 때문에 계속 우리 영지를 건드렸던 거고.”
“이 유적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 많은 귀족들이 관심을 가질 겁니다. 어쩌면 국왕의 명령이 떨어질 수도 있죠. 그래서 바르샤 후작도 대놓고 도발하지 않았던 겁니다.”
“여우 같은 늙은이!”
쾅!
영애가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분노를 표했다.
이 유적 때문에 많은 것들을 잃어야 했다. 그러니 더더욱 유적을 뺏길 수 없다.
“이제 어떻게 하지?”
“유적 안에 들어갈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정보를 철저히 통제해야 합니다.”
“병력은? 그쪽으로 옮기는 것은 안 될 거 같은데?”
이제 와서 많은 병력을 옮기면 뭔가를 알아냈다고 광고하는 꼴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숫자는 비슷하게 유지하되 구성원들을 정예병들로 교체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놈들이 자꾸 여기를 침범하니 조금은 수를 늘려도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지.”
방향은 정해졌다. 이제는 시간을 벌기 위한 약간의 연극이 필요할 때다.
* * *
송진우는 정보를 철저히 통제하고 몰래 유적의 입구에 가서 여러 가지 실험을 했다.
마법사와 성직자들을 투입해서 안을 조사하려 했지만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다. 스켈레톤 몇 마리를 내려보냈으나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저…… 대장님. 괜찮으신가요?”
“뭔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스켈레톤이 희생될 때마다 사람들이 자꾸 송진우를 의식해서 물었다.
송진우는 오히려 그게 더 짜증났다.
“나는 괜찮다고!”
송진우가 크게 소리치고 나서야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온갖 방법을 다 써봤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이 속절없이 흘렀고 모두가 지쳐갈 때쯤 뜻밖의 곳에서 해답이 나왔다.
문헌을 연구하던 학자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했다.
“혹시 이거 파르테논 신앙 아닌가요?”
“파르테논 신앙? 그게 뭔데?”
“동요로 구전되어 내려온 이야기가 있습니다. 파르테논이라는 신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지요.”
“파르테논? 그런 노래가 있었나?”
“제가 살던 곳에서는 유명한 노래입니다. 그러니까…….”
동요의 내용은 단순했는데 그중에서 신의 은총을 받고 싶으면 아카시아 나무를 지녀야 한다는 가사가 있었다.
송진우는 혹시나 해서 스켈레톤에게 아카시아 나무를 주고 내려 보냈다. 그런데 정말로 멀쩡했다.
“좋았어! 드디어 방법을 찾았다.”
유적에 들어갈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 병력을 꾸려서 본격적인 유적 탐험을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게 순탄하게 흐르지 않았다.
“큰일 났습니다! 바르샤 후작이 대규모의 병력을 데리고 쳐들어 왔습니다.”
“뭐? 왜 하필 지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애는 뭔가 집히는 구석이 있어서 유적의 존재를 안 사람들을 모았는데 역시나 그중의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학자 중 한 명이 배신한 것이다. 그 소식에 영애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빌어먹을! 다 됐는데!”
“이제 어떻게 하죠?”
“할 수 없지. 이제 와서 유적을 포기할 수는 없어. 우리도 병력을 움직인다.”
몇 년 동안 신경전만 하던 두 가문이 유적 소유권을 두고 정면으로 붙었다.
전투가 중요했기 때문에 영주의 대리를 맡은 영애도 직접 참전했다.
번쩍이는 갑옷을 입은 영애의 모습은 병사들의 사기를 고양하기에 충분했다.
“모두 돌격!”
와와와!!
험준한 산맥에서의 전투다. 바르샤 후작이 자랑하는 기병대가 활약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에드워드 백작가가 더 유리했다.
하지만 그래도 병력의 차이는 여전했다.
왕국 내에서도 유명한 후작의 군대이다.
레오나르드의 지도로 강해진 에드워드 백작가라고 해도 정면으로 붙으면 승산이 없다.
하지만 에드워드 가문의 병력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구도는 오랜만이네요, 스승님.”
“그리웠습니다.”
맨 앞에 송진우가 서고 그 뒤에 그롬과 잭이 그의 날개가 되어서 보조했다.
단순한 진영이지만 이것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항상 이겨낼 수 있었다.
“그럼 간다.”
“맡겨만 주세요.”
예전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력이지만 근래에 사기를 많이 흡수해서 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는 된다.
사기가 채워짐에 따라 기억도 조금씩 돌아오고 있어 레오나르드의 고명한 무술도 상당 부분 회복했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함을 느꼈다.
‘베나자르.’
예전 송진우와 마주했던 기사의 이름이다.
그의 말이 맞았다. 기억이 조금만 돌아왔으면 그가 복면이 아니라 변장을 했더라도 알아봤을 것이다.
그는 후작가의 기사단장으로 레오나르드가 오기 전까지 최강이라는 수식을 달고 있던 자였다.
비록 한 번의 전투에서 레오나르드에게 져서 그 칭호를 레오나르드에게 빼앗겼지만, 그 싸움은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었다.
지금 상태로 만나면 필패다.
‘그래도 물러설 수는 없어.’
유적을 빼앗기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고 영원히 이 균열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수도 있다.
송진우는 검을 들고 앞으로 나갔다.
“모두 대장님을 따르라!!”
“레오나르드 단장님의 부활이다!”
레오나르드의 합류는 단지 강한 기사가 늘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평민에서 백작가의 기사단장이 되고 어떤 전투에서도 패하지 않은 그의 이력은 차라리 전설에 가까웠다.
레오나르드가 있기에 바르샤 후작가의 강군이 와도 떨지 않을 수 있었다.
쿵!!
드디어 병사들이 맞붙었다. 가장 먼저 상대의 목숨을 거둔 사람은 역시나 송진우이었다.
“5년 동안 게으름 피지 않았는지 볼까?”
“하핫! 내기할까요, 대장?”
송진우는 무아지경으로 적들을 베었다. 적들을 죽일 때마다 사기가 들어왔기 때문에 싸우는 순간에도 강해질 수 있었다.
아군의 피해도 컸지만 웬일인지 밀고 나가는 것은 아군이었다.
한참을 싸우던 송진우는 그 사실을 깨달았으나 기분이 마냥 좋지 않았다.
‘베나자르가 없어.’
적의 기사단장과 주요 기사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이곳에 있었으면 이렇게 일방적인 공격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설마?!’
송진우는 유적의 입구를 쳐다봤다.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기사가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필시 그들의 몸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있을 것이다.
“전투보다 유적이 중요하다는 건가?”
정면으로 붙으면 후작가가 유리하다고 생각해서 이쪽은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후작은 전투 따위는 어떻게 돼도 상관이 없었나 보다. 그들은 가장 중요한 병력인 기사단을 데리고 유적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전투하던 송진우가 알아낸 사실을 총명한 영애가 못 알아차릴 리 없었다. 그녀도 사라져가는 후작의 모습을 보고 이를 갈았다.
“이렇게 뺏길 순 없어.”
다급해진 영애는 전황을 살폈다. 지금은 이기고 있지만 이쪽은 후작처럼 병력의 여유가 없다.
아직 숫자는 저쪽이 더 많으니 너무 많은 병력을 데려가면 순식간에 밀릴 것이다.
“나를 호위하는 자는 나를 따르라! 그리고 레오나르드!”
영애가 레오나르드를 불렀다.
“그대도 따라와라.”
처음에는 퉁명하게 대했던 영애지만, 사실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을 이겨낼 변수는 레오나르드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레오나르드라면 무슨 일이 벌어져도 어떻게든 해결해 줄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아직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믿음이고, 레오나르드는 한 번도 그녀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영애와 그녀의 호위기사와 레오나르드가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고 유적 안으로 들어갔다.
신전으로 한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졌다.
예전 전성기를 구가했던 신전답게 화려한 장식들과 성물들이 즐비했지만, 신성이 빠지고 모두 빛이 바래 오히려 더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입구에는 말라비틀어진 시체들이 가득했는데 그중에서는 에드워드 가문에서 내려보냈던 스켈레톤들도 있었다.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지 않은 자는 이곳에서 모두 죽었던 것이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송진우가 자청해서 앞으로 나섰다. 아카시아 나무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다.
이제는 신성보다는 저주로 가득한 사원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같이 왔던 이들이 모두 알 수 없는 한기에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스켈레톤이라서 영향이 없는 건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송진우는 움직이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었다. 오히려 더 기운이 나는 거 같았다.
‘사방이 사기로 가득해.’
이제 보니 이 사원에는 죽은 자만 가질 수 있다는 사기가 가득했다. 그래서 생자(生者)는 고통받고 사자(死者)는 힘을 얻는 것이다.
영애를 지키는 수호기사들은 기사 중에 가장 특출 난 자들을 추려서 뽑았다.
그롬과 잭을 제외한 기사 중에서는 가장 강한 축에 속하는 자들이었으나, 이 막대한 사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니 영애는 말할 것도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이곳은 저한테 맡기고 나가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레오나르드가 행방불명되고 영애도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기사들도 혀를 내두르는 훈련을 받았다. 그래도 건강한 기사들에 비할 수 없다.
하지만 영애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버틸 수 있어. 나는 걱정하지 말고 계속 진행해.”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하지만 영애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더는 만류할 수 없는 송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앞으로 나갔다.
“이런 곳에 이렇게 거대한 신전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
영애의 말대로 신전은 산을 깎아서 그 안에 만들어졌는데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 옛날 이런 신전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들어갔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내부는 어둡고 갈림길도 많았기 때문에 바르샤 후작의 일행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부지런히 걸어가면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 문제가 생겼다.
스르륵.
신전의 벽을 뚫고 투명한 형체가 나타난 것이다.
“유령이다!”
그들은 해골의 형태의 유령이었는데 벽화에 그려진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예전에 살해된 파르테논의 성직자들이다!”
모든 파르테논의 사제와 신도들이 살해되었지만, 이곳에 머물던 사람들의 최후가 가장 끔찍했다.
이들은 이곳에 산 채로 묻어진 것이다.
빛도 없는 곳에서 공포에 떨면서 굶어 죽어갔다. 그 원한 때문에 이렇게 유령이 된 것이다.
당연히 이곳에 들어온 침입자를 좋게 볼 리 없었다.
[끼이이이악!!]가만히 있어도 무서운 해골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다가왔다.
“전투 준비! 영애님을 지켜!”
환경은 최악이었지만 유령을 보고 뒤로 나자빠질 정도로 약하게 훈련받은 이들이 아니다.
송진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무기를 잡고 진형을 갖추었다.
[끄으윽!]“더 온다!”
유령들은 벽을 뚫고 오기 때문에 어디서 오는지도 보이지 않았고, 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중앙으로 모여!”
벽에 붙어 있다가 기습당하는 것보다 중앙에서 적들을 상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벽은 바닥에도 있었다.
[키이익!]유령들이 바닥에서 나와서 다리를 붙잡았는데 그럴 때마다 병사들의 생기가 급속하게 빨렸다.
“손을 잘라!”
병사들은 검을 농기구처럼 사용해 바닥에서 빠져나오는 손을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