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10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510화
510화
송진우의 의식이 들어온 제이제이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세이렌, 그중에서도 그들을 다스리는 왕이었다.
40년 전 지옥에서 올라온 폴네우스를 막기 위해서 인간뿐 아니라 많은 종족이 연합했다.
수많은 생명이 죽었으며 몇 개의 종족은 멸종했다. 그리고 세이렌 종족은 마력에 지배되어 폴네우스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노예가 되었다.
결국에는 폴네우스를 봉인하는 데 성공했지만, 세이렌은 세뇌에서 풀리지 않았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세이렌은 세계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세이렌의 왕인 제이제이가 나타난 것이다.
다들 놀란 눈치였지만, 세이렌으로 변한 몸을 보고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제이제이의 기억을 지닌 송진우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나는 폴네우스가 머지않아 부활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
대륙에는 끔찍한 일이지만, 제이제이에게는 기회였다. 폴네우스를 물리쳐야만 종족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종족을 모두 잃고 지금까지 구출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했지. 그러던 중, 예전에 폴네우스의 등장을 예지하고 물리칠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한 자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왜 이전에 폴네우스가 나타났을 때, 레이센 왕국의 사람들이 이곳을 활용하지 않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그런 것은 아무 의미 없었다.
제이제이는 유적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위치도 찾아냈다. 그날부터 유적 옆에 살면서 이곳에 들어갈 연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이 안에는 수많은 몬스터가 살고 있으며 함정까지 즐비했다. 그래서 제이제이도 안에 들어가기까지 수없이 많은 고비를 넘겨야 했다.
“함정은 대강 파악했지만, 끊임없이 몰려오는 몬스터는 나 혼자의 힘으로는 무리더군. 그래서 도움을 받아야 했지.”
그 말에 하만은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이곳에 보물이 잠들어 있다는 허황된 소문은 자네가 낸 것이었군.”
“그래.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어.”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많은 난관을 뚫고 안에 도착했지만, 더 큰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가장 안쪽에 있는 문이 무슨 수를 써도 열릴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문을 열 방법을 연구하다가 레이센 왕가의 피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냈지.”
단지 피 한두 방울을 떨어트린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왕가의 사람이 직접 그 문 앞에 당도해야만 열리게 된다.
하지만 세이렌인 제이제이가 가장 강력한 나라인 레이센 왕가의 사람을 이곳에 데려올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때부터는 유적 탐색을 멈추고 레이센 왕가 사람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방법에 대해 고심했다.
왕족 중에서 나라 외각에 사는 자를 납치해서 데려올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그곳에서 왕족을 산 채로 납치하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할 리 없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최대한 돈을 벌어 사람을 고용하려 했다.
“그러던 중에 그대들이 이곳에 온 거다.”
처음에는 돈에 더 관심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레이센 왕국의 고위기사들이 이곳에 괜히 올 리가 없었다.
한가운데에서 보호받는 위치에 있는 미카일을 보고는 그들도 유적을 찾아왔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송진우의 말이 끝나자 하만은 이제 어찌하겠냐는 표정으로 미카일을 보았다.
하만은 어디까지나 왕자를 수행하는 몸. 중요한 결정은 미카일이 직접 내려야 한다.
미카엘은 꽤 오랫동안 고심한 후에 조심스럽게 말했다.
“원하는 게 정확히 뭐지?”
처음에는 돈과 보물만 밝히는 한량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눈빛이 신념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내 목표는 단 하나, 폴네우스를 죽이는 거다.”
제이제이가 돈을 모으려 한 건, 왕족을 이곳으로 데려오기 위함이다. 미카일이 이곳에 온 시점에서 돈 같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정말 그것뿐이냐?”
“이봐. 내가 너희보다 훨씬 더 간절해. 내 백성은 괴물이 되었다고.”
그러자 뒤에 있던 기사가 소리쳤다.
“세이렌은 믿을 수 없습니다. 조금 전에도 우리 동료 중 둘이나 그 괴물에게 죽었습니다. 함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에 다른 기사들도 동조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송진우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함정이라고? 내가 아니었으면 너흰 이미 수장되었을 거다.”
실제로 송진우가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세이렌의 노래에 이끌려 바다에 뛰어들었을 거다.
“큭!”
기사들이 송진우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자 미카일이 나섰다.
“그만! 나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 이제부터 제이제이는 우리와 함께한다.”
미카일을 수행하는 하만은 걱정스러운 눈치였지만, 명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하만마저 침묵하자 다른 기사들도 더는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정리되자 송진우가 동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말했지만, 이제 시간이 없어. 세이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폴네우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
이들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세이렌이 사람들을 데려간 것은 그냥 잡아먹기 위함이 아니다. 그들의 생명력을 이용해 폴네우스의 봉인을 깨기 위함이다.
“우린 여기 있어서 알지 못하지만 이미 다른 몬스터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을 거다.”
그 말에 모두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애초에 이들이 여기 온 이유가 그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다시 대륙이 파괴되기 전에 빨리 유적 안에서 폴네우스를 막을 방법을 찾아야 해. 그러니까, 지금 당장.”
송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다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은 그냥 놀라기만 할 뿐이었지만, 세이렌인 송진우는 느낄 수 있었다.
저 바다 아래에서 무시무시한 괴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제길! 크라켄이다! 모두 여기서 움직여야 해!”
폴네우스가 이들을 막기 위해서 크라켄을 보낸 것이다. 이곳에 모인 기사들은 모두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바다에서는 절대로 크라켄을 이길 수 없다.
“빨리 동굴로 움직여!”
콰콰콰콰!!
거대한 크라켄이 다가오니 엄청난 해일이 발생했다. 저기에 휩쓸리면 뼈도 추리지 못할 거다.
“도망쳐!”
“사, 살려줘!”
사람들은 혼비백산하며 동굴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서! 움직여!”
움직임이 날랜 기사들은 빠르게 움직여 동굴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느린 선원들은 운이 좋지 못했다.
그들이 미처 움직이기 전에 파도가 그들을 덮쳤다. 그리고 뒤이어 통나무 같은 오징어 다리가 날아와 선원들을 몸을 감았다.
휘리릭!
“도, 도와줘! 크아아아!!”
거대한 다리에 붙들린 선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바닷속으로 끌려들어 갔다.
남은 일행들은 서둘러 동굴 안으로 들어갔지만, 오징어 다리가 집요하게 쫓았다.
추르르륵!
눈이라도 달렸는지, 오징어 다리는 정확히 미카일을 쫓았다. 깜짝 놀란 하만이 검을 휘둘렀다.
“숙이십시오!”
땅!!
오징어 다리와 검이 부딪쳤는데, 잘리기는커녕 쇳소리가 났다. 오히려 검을 휘두른 하만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쿵!!
“컥!!”
오징어 다리는 하만을 튕겨나고도 여전히 미카일을 향해 나아갔다.
놀란 하만이 뭐라고 외치기도 전에 송진우가 뛰어들어 미하일을 앞을 막았다.
“제길!”
송진우는 등에 멘 창을 꺼내서 앞으로 강하게 찔렀다.
푹!
하만의 검에는 생채기도 나지 않은 다리였지만, 송진우의 창은 너무나도 쉽게 그것을 파고들었다.
손목과 팔을 비틀어 엄청난 회전력을 만드니 오징어 다리가 폭발하듯이 터졌다.
파바바밧!!
다리가 터지니 크라켄이 고통스러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본래 상처 입은 짐승이 가장 무서운 법.
열 받은 크라켄은 촉수를 마구잡이로 휘둘러왔다.
“모두 안으로!!”
시간을 벌기 위해서 송진우가 창을 휘두르며 견제했다. 그동안 다른 이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송진우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였다. 가장 중요한 미카일은 지켜냈지만, 운 나쁜 다른 기사들은 다리에 그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한스! 다니엘!”
이들은 모두 수십 마리의 몬스터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강력한 기사들이다. 군대를 정비한 후에 싸웠다면 크라켄도 이들을 쉽게 죽일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이곳에는 크라켄을 잡기 위한 제대로 된 장비도 없었고 지리적 위치도 좋지 않았다.
결국, 순식간에 세 명의 기사가 크라켄의 먹이가 되었다.
하지만 크라켄은 너무 서둘렀고 요령도 부족했다. 좁은 동굴에 너무 많은 다리를 집어넣어서 입구를 무너트려 버렸다.
쿵! 쿵! 쿵!
거대한 바위에 오징어 다리가 깔려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다. 더 이상 크라켄의 공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출입구도 완전히 막혔다.
게다가 타고 왔던 배도 침몰한 상태다.
“최악이군. 어쨌든 더 이상의 공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
송진우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주변을 둘러봤다. 동굴은 어두웠지만, 세이렌인 송진우는 대낮처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이었다.
“여기가 어디야?”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기사단들은 최대한 침착하려 노력했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주변을 더듬으며 상황을 파악하려 했지만 차가운 돌밖에는 만져지지 않았다.
송진우는 당황해하며 우왕좌왕하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움직이지 마! 너무 위험해!”
이 동굴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즐비하다. 하지만 제이제이는 예전에 이곳을 몇 번이나 왔었기에 지형지물에 대해 모두 꿰뚫고 있었다.
틱틱!
송진우가 무언가를 건드리자 동굴이 환하게 밝아지기 시작했다.
이곳이 자연 동굴인 줄 알고 있었던 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광경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공적으로 잘 정비된 평탄한 길이 나타났기 때문에다.
“이럴 수가!”
일행이 놀라자 송진우는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이곳이 이런 곳인지 몰랐나? 다른 곳은 몰라도 레이센 왕가에는 자료가 남아 있을 줄 알았는데?”
그 말에 하만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대꾸했다.
“자료는 있었지만, 추상적인 글귀들뿐이었어. 이런 곳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네.”
“그럼 이곳에 어떤 함정이 있는지도 모르겠네?”
“그렇다네. 이곳에 정말 함정이 있는가?”
“그래.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것들만 있어. 길도 미로 같아서 조금만 잘못 들면 바로 황천행이야.”
실제로 제이제이는 마지막 문까지 가기 위해서 숱하게 사선을 넘나들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제이제이가 꼬드겨 데려온 다른 인간들은 모두 죽었다.
불이 밝혀졌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소리다.
“잘 들어. 여기서는 내가 말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밟지 말고 만지지도 마. 길도 내가 밟은 곳만 따라서 밟아야 한다. 아니면 목숨을 보장할 수 없어.”
그렇게 말하고는 하만에게 말했다.
“여기부터 왕자는 내가 맡지. 노인네는 자기 몸을 챙겨.”
“뭐?!”
자신을 뒷방 늙은이 취급하는 송진우에 하만이 길길이 화를 냈다.
“이 하만, 아직 현역이다. 게다가 어떻게 믿고 자네에게 왕자님을 맡기겠나?”
“말했지만, 이곳에는 엄청난 양의 함정이 있어. 게다가 이 동굴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여.”
“동굴이…… 움직인다고?”
“그래. 이 동굴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변화하기 때문에 함정의 위치도 수시로 변해.”
“그럼 자네의 경험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거 아닌가? 매번 올 때마다 이곳이 다르다면 말일세.”
“변하지 않는 것도 있어. 그것들이 가장 위험한 것들이지. 물론 그렇다고 다른 함정들이 위험하지 않다는 건 아니야.”
그 말에 하만이 잠시 고심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네가 맡으면 정말 왕자님을 지킬 수 있는 건가?”
“물론이지. 여러 명은 몰라도 한 명은 확실하게 지킬 수 있어.”
하만은 송진우와 미카일을 번갈아 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알았네. 그럼 왕자님은 자네에게 맡기지.”
기사가 아닌 다른 누구에게 왕자를 맡기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본래였다면 다른 기사들이 반발했겠지만, 이번에는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크라켄의 다리를 한 방으로 날려 보낸 실력자다. 세이렌인 것은 여전히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
다들 암묵적으로 허락하자 송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근데 언제까지 숨길 거지? 이제 밝힐 때가 되었잖아?”
“뭐? 그게 무슨 소리인가?”
하만의 되물음에 송진우는 미카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왕자님이 아닌 공주님이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