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1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512화
512화
당연히 평범한 보석은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크고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겉모습은 아쿠아마린과 비슷해 보였다.
“이게 도대체 뭐야?”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이곳에 폴네우스를 물리칠 방법이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이런 게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송진우는 앞으로 가 아쿠아마린처럼 보이는 보석을 살펴봤다.
“이게 도대체 뭐야?”
송진우는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보석을 손으로 건드렸다.
송진우가 상당한 힘을 끌어냈음에도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흐음…….”
송진우가 턱을 만지면서 고심하고 있는 사이에 다이애나가 다가와 아쿠아마린을 만졌다.
분명 송진우가 만졌을 때는 아무 반응 없던 보석이 다이애나의 손에 닿자 엄청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반투명한 보석이 환한 빛을 뿜어 방안을 가득 메웠다.
“뭐, 뭐야?”
송진우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무기를 빼 들고 경계했다.
반면 다이애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눈도 깜짝이지 않고 허공을 응시했다.
“고, 공주님?”
하만이 조심스럽게 건들자 다이애나가가 크게 숨을 몰아쉬면서 다시 몸을 움직였다.
“헉! 헉!”
정신을 차린 다이애나의 손에는 허공에 떠 있던 아쿠아마린이 얌전히 잡혀 있었다.
“뭐, 뭐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다들 한마음으로 다이애나의 말을 기다렸다.
한참을 숨을 고르던 다이애나가 여전히 멍한 눈빛으로 마침내 말을 했다.
“이건…… 천사가 우리에게 준 차원의 봉인석이야.”
“차원의 봉인?”
“그래. 폴네우스는 옛날에 이 땅에 강림한 다섯 대악마 중의 하나였어. 그 때문에 대륙의 모든 생명이 멸종할 위기였지.”
“다섯? 그럼 폴네우스 같은 놈들이 더 있었다는 거야?”
“그래. 정확히 말하면 폴네우스가 그중에서 가장 약한 개체였어.”
“말도 안 돼.”
폴네우스 한 명과 싸워 수많은 종족이 멸종했다.
그런 악마가 다섯이나 있으면 행성이 붕괴할 수도 있었을 거다.
“대악마들은 강하고 교활했어. 게다가 신중해서 허투루 움직이지 않았지. 결국, 수많은 종족들이 사라졌고 인간 또한 멸종할 위기에 놓였어.”
다이애나는 참혹한 과거를 생생하게 보고 느꼈다. 참지 못한 그녀의 눈에는 슬픔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주르륵.
다이애나가 우니, 하만이 옆에서 허둥지둥하며 어쩔 줄 몰라 했지만, 다이애나는 그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모두가 절망에 빠졌을 그때, 아름다운 빛의 천사가 나타났어. 그리고 천계의 문이 열리더니 영웅들이 나타나 그들과 싸우기 시작했어.”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들은 믿을 수 없이 강했다.
악몽과 같은 대악마와 그의 하수인 악마까지 모조리 쓰러트릴 정도로.
“하지만 모두 쓰러트린 건 아니었지. 대악마 중에서 가장 겁이 많고 교활한 자는 위기가 닥치자 바다 깊숙한 곳으로 몸을 숨겼거든.”
그 악마가 바로 폴네우스다.
다른 흉포한 악마들은 천상의 영웅과 맞서다가 끝내 쓰러졌지만, 폴네우스는 비굴하게도 자신 스스로를 바다에 봉인한 것이다.
폴네우스를 찾을 수 없었던 천사는 훗날 큰 위험이 닥칠 것을 알고 이 유적을 남긴 것이다.
훗날 폴네우스가 다시 등장할 때까지 유적을 지키기 위해서 함정을 만들고 레이센 왕가의 피에만 반응하는 문도 설치했다.
다이애나의 말을 모두 들은 송진우가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래서. 폴네우스를 무찌를 방법도 알아낸 거야?”
그 말에 다이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폴네우스를 봉인하는 방법을 알아냈어. 이 차원의 봉인석은 레이센 왕가의 피와 결합하면 본연의 힘을 낼 수 있어.”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반신반의하며 왔었는데, 정말 이곳에서 폴네우스를 막을 방법을 찾은 것이다.
송진우는 그것을 사방으로 둘러보며 말했다.
“이걸로 뭘 어쩌라는 거야? 그냥 던지면 끝이야?”
“아니야, 그러니까…….”
다이애나가 봉인석의 사용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려 할 때였다.
이제까지 얌전히 다이애나의 이야기를 듣던 기사 중 하나가 슬쩍 다가왔다.
그러더니…….
푹!!
난데없이 검을 다이애나의 옆구리에 박아넣었다.
“컥!”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송진우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모두가 상황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봉인석이 그 기사의 손에 넘어간 후였다.
“다이애나!”
“공주님!”
놀란 하만이 허겁지겁 달려와 다이애나의 상처를 살폈다.
그 사이에 송진우는 창을 봉인석을 탈취한 기사에게 겨누며 소리쳤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분노에 찬 송진우의 말에도 그 기사는 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그야… 감히 폴네우스에 대항하려 하니까 그러지.”
이미 엄숙했던 기사의 어투가 아니었다. 눈도 뭐에 홀린 듯이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이미 폴네우스의 마력에 잠식당한 것이다.
“하하하! 이제 이 세상은 폴네우스 님의 것이다!”
그렇게 소리친 그는 봉인석을 들어 바닥에 내리치려 했다.
“안 돼!!”
송진우가 놀라 창을 던졌다.
쉐에에엑!!
날아간 창은 정확히 기사의 복부에 꽂혔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창이 닿기 전에 이미 봉인석이 던져진 것이다.
쾅!!!
엄청난 소리를 내며 봉인석은 땅에 부딪혔지만, 다행히 흠집 하나 없이 깨끗했다.
애초에 그런 강력한 힘을 담은 봉인석이 사람이 내리친다고 부서질 리가 없었다.
“휴!”
송진우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창에 꼬치가 된 기사가 상관없다는 듯이 입에서 피를 토하며 말했다.
“쿨럭! 소용… 없다. 바깥세상은… 이미 모두 파멸… 했을 거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송진우가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흔들며 말했지만, 기사는 이미 다 죽어가고 있었다.
“…레이센 왕가는… 쿨럭!!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거다. 쿨럭!”
“설마…….”
그의 정신은 폴네우스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 말은 즉, 여기서 일어난 일을 모두 폴네우스가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봉인석의 존재를 알았고 그것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레이센 왕가의 일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봉인석을 파괴할 수 없으니 왕족만 모두 죽이면 된다.
“크하하하! 쿨럭! 이제 폴네우스 님의 세상이다. 커억!”
말을 마친 기사는 고개를 떨궜다.
“이런!”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송진우는 급히 다이애나에게 달려갔다.
“상태는 어때?”
송진우의 말에 하만이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내장이… 모두 잘렸어. 이 상태로는 5분도 살 수 없어.”
비록 폴네우스에게 정신이 잠식되었지만, 기사는 확실하게 일 처리를 했다.
다이애나에게 치명상을 입힘으로써 왕족 하나를 확실하게 줄인 거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굉음이 들더니 동굴이 무너질 듯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쾅!!! 쾅!!!!
우르르르르!!!
송진우는 그것을 듣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단숨에 파악했다.
“크라켄이다! 이 동굴째로 우리를 수장시킬 셈이야!”
이 거대한 동굴을 무너트릴 정도의 힘을 지닌 건 폴네우스가 아니면 크라켄 정도밖에 없다.
아직 폴네우스는 봉인에서 깨기 전이니 크라켄의 짓이 분명하다.
송진우는 일단 봉인석을 챙긴 후에 다시 다이애나에게 갔다.
이미 혈색이 빠르게 창백해지는 중이었다. 이대로라면 동굴에 깔리기 전에 과다출혈로 죽을 거다.
이대로 다이애나가 죽게 놔둘 수는 없다. 송진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방법을 모색했다.
그리고 기가 막힌 방법을 찾아냈다.
“……방법이 있다.”
“뭐?”
“그녀를 살릴 방법이 있어.”
송진우의 말에 하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었다.
“그게 뭔가?”
“그녀를 세이렌으로 만드는 거다.”
“뭐?!”
처음 송진우가 세이렌의 왕궁에 들어왔을 때, 왕으로 뽑힌 자는 세이렌이 될 수 있다고 들었다.
그건 세이렌의 피를 다른 종족에게 수혈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남성이 아닌 여성도 세이렌의 피를 수혈받으면 세이렌이 될 수 있다.
“인간이라면 버틸 수 없는 상처다. 하지만 세이렌이 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세이렌은 인간보다 재생력이 훨씬 높다. 단순히(?) 내장만 잘릴 상태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거다.
그 말을 들은 하만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물론, 다이애나 공주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설마 인간을 버리는 일일 줄은 몰랐다.
하만이 멈칫하자 송진우가 재촉하듯이 말했다.
“세이렌이 되어도 왕가의 피는 사라지지 않을 거다. 그러면 저 봉인석도 작동할 수 있어! 고민할 때가 아니다.”
다이애나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고 크라켄은 지금도 열심히 동굴을 부수는 중이다.
상황을 생각하면 하만의 허락을 받을 여유도 없었지만, 자칫 독단적으로 일을 진행했다가는 기사들과 먼저 싸우게 될 수가 있다.
송진우의 말을 들은 하만은 눈을 꼭 감았다.
평생을 모신 공주가 인간이 아니게 되겠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알겠네.”
“그래야지.”
송진우는 급히 창날로 자신의 손을 그었다. 그러자 상처에서 피가 쏟아졌다.
그것을 다이애나의 입에 넣기 시작했다.
주르륵!
의식이 없는 다이애나이니, 피가 잔뜩 들어와도 목구멍으로 삼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꿀꺽! 꿀꺽!
마치 며칠을 사막에서 지낸 사람처럼 송진우의 피를 삼키기 시작했다.
한참을 피를 마시니 다이애나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드드득.
피부가 단단해지는 것처럼 보이더니 이내 갈라져서 비늘이 생겼다. 목 부분도 길게 갈라지더니 아가미가 생겼다.
“휴~ 휴~.”
아직 배에 상처는 그대로였지만, 호흡은 차츰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상처도 곧 나을 거다.
그것을 본 모두는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
“휴!”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다이애나는 살아났어도 동굴은 여전히 무너지기 직전이었다.
만약 무너지는 동굴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이곳은 바다 한가운데다.
타고 갈 배도 없는 상황에서 이 험준한 해협을 빠져나갈 방법은 없었다.
쿵!!!
우지지직!!
크라켄이 다시 공격하니 옆벽이 무너지면서 바다가 보였다. 이곳이 동굴의 끝 부분인 탓이다.
그것을 본 송진우가 말했다.
“난 세이렌이니까 바다로 갈 수 있다. 너희도 세이렌이 되겠나?”
현재 살아남은 기사는 하만을 포함해 모두 여섯.
조금 어지럽겠지만 피는 충분하다.
하지만 하만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리가 세이렌이 되어 모두 도망가면 폴네우스가 알아챌 걸세. 우린 여기 남겠네.”
하만은 이 임무를 위해서 목숨을 기꺼이 바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만만이 아니다. 뒤에 있던 기사들도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송진우가 얼굴을 찡그리며 말리려 했지만, 하만은 송진우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부디, 우리 공주님을 잘 부탁하네. 어려서부터 지혜롭고 착한 분이네.”
그렇게까지 말하니 송진우는 더는 말릴 수 없었다.
저들의 목숨이 아깝지만, 지금은 더 중요하고 급한 것이 있다.
바로 폴네우스다.
“하아~ 그럼 뒤는 맡기지.”
“물론이네.”
그렇게 말한 하만은 검을 빼 들고 기사들을 향해 외쳤다.
“레이센 왕실 기사단! 조국과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는 되어 있는가?!”
“넷! 대장님!”
“우리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크라켄과 싸울 거다! 오늘의 전투와 그대들의 이름은 전설이 될 거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두려움보다 더 강력한 신념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사이 송진우는 봉인석을 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고 다이애나를 안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풍덩!
이윽고 동굴이 무너지고 기사들이 크라켄과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영광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