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13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513화
513화
다이애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다.
그녀를 안은 송진우는 물속에서 수영하며 가야 할 곳을 생각했다.
‘도시는 위험해. 일단 동굴로 가는 게 낫겠네.’
폴네우스가 또 어떤 이를 장악했을지 모른다.
일단은 아무도 없는 곳에 가 다이애나를 살피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 주변에는 사람이 드나들 수 없는 무인도가 많이 있다. 그곳에 가 다이애나를 살폈다.
아까까지만 해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는데 벌써 호흡이 안정되어 있었고 상처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세이렌이 되어 바닷물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회복이 된 것이다.
조금 있자 다이애나가 눈을 떴다.
“으음…….”
“정신이 드나?”
송진우의 말에 다이애나는 머리에 손을 짚고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내가… 어떻게 된 거지?”
기절한 상태였지만, 자신의 몸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숨을 쉬는 것조차 완전히 새로운 감각이다.
물 위에 있는데도 바다 안의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것이 또렷이 느껴졌다.
“해줄 이야기가 많다.”
송진우는 다이애나에게 그녀가 기절한 동안 벌어졌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자신이 세이렌이 되었다는 말에는 놀라고 하만과 기사들이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말에는 눈물지었다.
그래도 다이애나는 절망하지 않고 결연한 태도를 보였다.
“반드시 폴네우스를 막아야 해. 봉인석은 어디에 있지?”
“아. 그거라면 내가 챙겨놓았다.”
그 말에 송진우는 주머니에 넣어놓았던 봉인석을 꺼내 그녀에게 주며 물었다.
“이걸 사용하면 폴네우스를 막을 수 있나?”
“내가 본 영상대로라면 가능해.”
“그럼 다행이네. 널 살린 보람이 있었어. 다른 왕족들은 아마 모두 죽었을 거다.”
“뭐?!”
“아, 내가 말 안 했나? 폴네우스가 우리 대화를 모두 엿듣고 있었던 거?”
어쩌면 죽은 기사 중에 다이애나가 없는 것을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최대한 빠르게 행동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말을 들은 다이애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왕족이 모두 죽었을 거라고?”
“죽은 기사의 말이야. 뭐, 왕을 지키는 기사들이 있으니 쉽게 당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도 시간문제일 거다.
아직 봉인당한 상태에서 크라켄을 부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왕실 걱정을 할 때가 아니다. 폴네우스를 막지 않으면 전 대륙에 악몽이 닥칠 거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그럼 뭐가 문제인데?”
“이 봉인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왕족이 더 있어야 해.”
“뭐?”
“봉인석의 힘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혼자의 힘만으로는 부족해. 세 명이 힘을 합쳐야 폴네우스를 봉인할 정도의 파워가 생겨. 왕가의 피가 옅으면 다섯은 필요하겠지.”
“이런…….”
두 명도 아니라 세 명이다. 그럼 문제가 커진다.
“그럼 다른 이들이 살아 있기를 바라야겠군.”
“모두에게 위험을 알려줘야 해. 어쩌면 아직 늦지 않았을 수도 있어.”
“……방법이 없군.”
다이애나를 구한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일이 복잡해진 것을 느꼈지만,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다이애나는 세찬 해류가 몰아치는 주변의 바다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나가지?”
다이애나는 왕족이었지만 수영을 제대로 배운 적은 없었다.
물론, 이제는 그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새로운 몸에 적응하는 방법을 알려주지.”
* * *
레이센으로 갔는데 예상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몬스터 떼가 출몰하지도 않았고 왕실은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왕족 중에 죽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봉인석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이애나가 왕궁으로 달려가려 했지만, 송진우가 그녀를 막았다.
“잠깐.”
“왜?”
“이미 늦었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송진우는 제이제이의 기억을 통해서 왕족들 사이에 흐르고 있는 기운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건 제이제이의 동료인 세이렌을 지배한 기운과 같았다.
“……머리를 썼군. 왕족을 죽이지 않고 전부 지배했어.”
왕족들을 전부 죽인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아니, 훨씬 더 좋지 않았다.
은밀한 방법으로 왕국을 잠식했으니 사람들은 폴네우스의 강림을 눈치채지 못할 거다.
송진우의 말에 다이애나가 놀라 외쳤다.
“그럼 국왕이신 아바마마는?”
“가장 먼저 지배당했겠지. 젠장! 폴네우스가 더 강해졌어.”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예전에는 사람은 지배할 수 없었어! 그래서 싸워야만 했지. 하지만 이제는 쉽게 지배도 하잖아.”
세이렌은 육체적으로는 인간보다 훨씬 강하지만, 마력이 부족하여 폴네우스에게 지배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간까지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아직 봉인이 완벽하게 풀리지도 않은 상황인데.
아직 방식은 알 수 없지만, 그동안 봉인되었던 폴네우스가 더 강해진 것이 확실하다.
“그래도 세이렌처럼 모든 이를 지배하지는 못했어. 소수의 사람만 지배할 수 있는 거야.”
그건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이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다.
인간의 특성상, 소수의 몇 명이 모든 이들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문제는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왔다.
순찰을 하던 기사가 다이애나를 보고는 소리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이애나 공주를 찾았다! 어서 잡아라!”
이미 다이애나 공주는 왕국 전역에 수배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죄명은 무려 반역 도모였다.
왕과 왕자를 독살하려다가 들켜서 왕국을 빠져나갔다고 했다.
왕과 왕자가 모두 증언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제길! 도망쳐!”
송진우는 다이애나의 손을 잡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세이렌인 송진우와 새롭게 세이렌이 된 다이애나는 일반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르게 뛸 수 있었다.
하지만 기사들은 전투마를 타고 쫓아왔다.
두두두두!!
수십 기의 말이 쫓아오자 평지로는 도망칠 수 없었다.
다행히 왕국의 중심에는 거대한 강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 속도라면 강에 도착하기 전에 전투마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송진우는 창을 잡고 다이애나에게 소리쳤다.
“먼저 가!”
“너무 위험해!”
“멍청아! 빨리 가!”
송진우가 재촉하니 다이애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강을 향해 달려 나갔다.
송진우는 결연한 자세로 창을 집고 다가오는 기마 부대를 똑바로 응시했다.
‘좋아, 할 수 있어.’
기마 부대는 디멘션 월드에서도 가장 강력한 부대다.
지형에 따라 힘이 줄긴 하지만, 평지라면 무엇도 막을 수 없는 돌파력을 지닌다.
송진우도 기마 부대에 대비해 훈련을 수없이 많이 했다.
물론, 나중에는 그것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해졌지만, 훈련 내용은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마침 들고 있는 무기도 창으로 기마 부대와 싸우기 딱 좋다.
송진우가 앞에서 버티고 서 있자, 기마병들이 소리쳤다.
“공주와 내통한 자다! 즉각 처형해!”
“밟고 지나간다!”
빠르게 뛰어가는 군마는 탱크와 같다. 무기를 휘두르지 않아도 달려오는 군마에 밟히면 온 내장이 터져서 죽을 거다.
두두두두!!
군마는 길을 가득 메우며 달려왔다.
이미 옆으로 피하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이다.
게다가 피한다고 해도 기마는 그대로 달려가 다이애나를 공격할 거다.
송진우는 땅에 창을 박고 그대로 뛰어올랐다.
팟!
다리 힘과 팔 힘이 더해지니 10m도 넘게 뛰어오를 수 있었다.
말을 탄 기사들이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것이 송진우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곧 송진우의 발이 선두에 선 기사의 시야를 강타했다.
쾅!!
하나가 무너지니 뒤에 따라오던 기마도 도미노처럼 우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몇 명은 운 좋게 빠져나갔지만, 놀라 말을 멈춘 상태였다.
그 덕분에 다이애나는 무사히 강에 도착할 시간을 벌었다.
‘쉽네.’
지구의 기사였다면 발차기 한 방으로는 이렇게 쉽게 기마대가 무력화되지 않았을 거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곳의 기사들은 상식적인 적들과 싸워왔을 테니.
이들은 송진우가 창으로 점프한 것만으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랏!”
송진우는 주인을 떨어트리고 길을 잃은 말 하나를 잡고 강으로 돌진했다.
그렇게 모두를 따돌린 말의 등에서 점프해서 강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강으로 들어간 시점에서 병사들이 송진우를 쫓을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들에게서 도망쳤다고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이미 모든 레이센의 모든 왕족은 폴네우스의 노예가 되었을 거야.’
다이애나도 전역에 수배되었다.
이제 곧 현상금 사냥꾼도 나타날 거다.
크라켄을 부리는 것을 봐서는 물밑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안심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이 엉망이다.
송진우와 다이애나는 결국 다시 아무도 없는 무인도로 돌아왔다.
“좋아. 이제 어쩌지?”
그 말은 다이애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필요한 왕족은 모두 폴네우스의 하수인이 되었고 사방이 적이다.
세이렌이 된 장점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레이프가 있다면 유용한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오로지 송진우 혼자다.
물론, 송진우는 제이제이보다 훨씬 강력한 무술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는 한 국가의 기사단도 이길 수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을 타파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역시 무언가를 열심히 생각하던 다이애나가 입을 열었다.
“폴네우스가 작전을 바꿨어. 그는 예전처럼 정면으로 나서서 위험을 자초하지 않을 거야.”
다섯 대악마가 전부 있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유적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인간과 다른 종족이 힘을 합치면 폴네우스와 싸울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 방법을 바꿔 지배하려는 거다.
인간 몇 명만 조종해도 나머지 전부를 좌지우지할 수 있으니.
“목표는 결국 모든 것들의 몰살이겠지만, 이 방식이라면 시간이 조금 필요할 거야.”
“그래도 폴네우스는 최소 1년 안에는 깨어날 거야. 10년, 늦어도 20년 안에는 폴네우스가 이 대륙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수 있겠지.”
송진우의 말에 다이애나는 잠시 멈칫한 후에 무언가를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5년, 5년 안에 왕족을 다섯으로 늘릴 거야.”
“뭐? 어떻게?”
다이애나는 송진우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방법을 말했다.
“내가 낳을 거야.”
“……응?!”
다이애나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송진우에게 말했다.
“너와 내가…… 최대한 많은 아이를 낳는다.”
다이애나의 계획은 굉장히 획기적이면서도 단순했다.
자신이 아이를 낳아 왕족을 늘리겠다는 뜻이었다.
“진심이야?”
“그럼 이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물론 없다. 그리고 송진우도 다이애나가 고안한 방법이 꽤 좋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다이애나는 서둘렀다.
“시간이 없다. 당장 만들자.”
“그, 그래.”
다이애나의 박력에 송진우는 압도되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자, 어서 누워.”
“여, 여기서?”
“시간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
다이애나는 송진우를 바닥에 눕히고 자신도 그 옆에 따라 누웠다.
그러고는 송진우의 손을 꼭 잡았다.
“…….”
“…….”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다이애나는 별다른 짓(?)은 하지 않고 손만 잡고 눈을 감았다.
“뭐…… 하자는 거야?”
“아이를 만들어야지.”
“이렇게?”
그 말에 다이애나가 왜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이 말했다.
“남녀가 손을 잡고 자야 아이가 생기지.”
“하아~.”
똑똑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남녀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아니, 그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잠시 이마를 잡고 고민하던 송진우는 결심했다는 듯이 말했다.
“이리 와. 내가 확실하게 알려주지.”
* * *
결과적으로 계획은 실패했다.
약 일 년 후에 세이렌 부대를 앞세운 폴네우스에 의해서 제이제이와 다이애나가 궁지에 몰린 것이다.
수없이 몰려오는 세이렌 부대에 제이제이는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어떻게든 세이렌 부대를 물리친다고 해도 폴네우스와는 싸워 이길 수 없다.
[안 돼!]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이애나는 봉인석을 사용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것이 정말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화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