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tiny Usurper, Hunter Who Sees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52
운명찬탈자 미래를 보는 헌터 052화
52화
베나자르의 검이 더 빠르고 더 강했다. 레오나르드의 기술로는 그의 마지막 한 수를 받아낼 수 없었다.
“그래. 자네가 이겼어. 내가 졌다.”
“큭큭! 내가 최강이야.”
“……그래. 자네가 최강이야.”
패배한 사람은 송진우인데 베나자르의 몸이 흔들렸다.
베나자르보다 한발 늦게 휘둘렀는데도 송진우의 검이 베나자르의 심장에 박혀 있었다.
털썩!
베나자르의 무릎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신전을 울렸다. 그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조금 아쉽군. 한 번 더 싸우면 더 신명 나게 싸울 수 있을 거 같은데.”
송진우는 베나자르에게 다가가 그를 땅에 눕혔다.
천하제일의 검수가 꼴사납게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없었다.
“나도 우리의 싸움이 일승일패, 무승부로 남는 것이 아쉽군.”
“큭큭! 못다 한 승부는 저세상에서 하지. 내가 먼저 가 있을 테니. 천천히 따라오라고.”
“……알겠네.”
강한 눈빛으로 송진우를 응시하던 베나자르의 손이 툭 하고 떨어졌다.
마지막까지 흔들리지 않던 위대한 기사가 그렇게 송진우 앞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송진우는 그의 눈을 감겨주고는, 대기하고 있던 바르샤 후작의 기사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정중히 모셔가라. 그리고 그가 승리했고, 다시 천하제일의 칭호를 획득했음을 만천하에 알려라.”
베나자르의 죽음을 믿을 수 없는 기사들은 송진우의 말이 끝나고 난 후에야 그의 시체를 수습했다.
에드워드 기사단이 송진우를 믿었던 것처럼 바르샤 기사들도 베나자르를 믿었다. 그랬기에 굳게 닫힌 입술을 열지 않았다.
“내가 스켈레톤이 아니었다면 여기 쓰러져 있는 것은 분명 나였을 거야.”
보통 사람이라면 가슴이 베인 순간 모든 힘을 잃고 검을 놓쳤을 거다.
하지만 송진우를 움직이는 것은 뼈도 아니고 근육도 아니다. 주변에 떠돌고 있는 사기, 죽음의 에너지다.
덕분에 송진우는 가슴뼈가 동강 나도 검을 휘두를 수 있었다.
이 신전에 사기가 충만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그를 쓰러트릴 수 없었을 거다. 그만큼 그의 마지막 수법은 놀라웠다.
하지만 상황은 송진우가 한숨 돌릴 틈조차 주지 않았다.
“이거~ 이거~ 놀랍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곳에 바르샤 후작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분명 바르샤 후작이 맞는데 그에게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응? 뭐지?’
바르샤 후작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지만 송진우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영애의 안전이.
“영애님은 어떻게 됐지?”
“그건 나도 궁금하군.”
베나자르가 송진우에게 쓰러진 상황이다.
송진우 역시 가슴뼈가 모두 부서지는 부상을 입었다 하나 이곳에서 송진우를 위협할 인물은 없었다.
하지만 바르샤 후작은 묘하게 침착했다.
허세 같은 것이 아니다. 저 후작이 그런 뻔한 수작을 벌일 리 없다.
“무슨 소원을 빌었지? 이 나라의 왕이라도 되려 한 거냐?”
“왕? 큭큭큭! 순진하군. 파르테논 신은 원하는 것은 뭐든지 이루어주지. 그런데 고작 왕이 된다고?”
바르샤 후작은 손을 들어서 송진우를 가리켰다.
“내가 무엇을 빌었는지 궁금하다고?”
그 순간이었다. 보이지 않은 어떤 힘이 송진우의 전신을 옭매기 시작했다.
“크윽!”
송진우는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가공할 힘이 그를 공중으로 띄웠다.
“하하하!! 보아라. 이것이 내가 얻은 힘이다!”
“큭!!!”
송진우는 가진 모든 사기를 사용해서 그 미지의 힘을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덕분에 대부분의 사기를 잃었다.
“흐음~ 역시 아직은 힘을 다루는데 미숙하군. 좀 더 연습할 필요가 있겠어.”
바르샤 후작은 콧노래까지 부르며 새로 얻은 힘에 만족해했다.
“힘? 힘을 얻었다고? 하지만 당신이 더 힘을 얻어서 무엇을 할 생각이지?”
바르샤 후작은 비록 지금은 후작이지만 왕국 내에서는 공작보다 더 강한 힘과 권력을 지니고 있다.
그가 공작이 되지 못한 것은 그의 힘을 두려워하는 왕과 귀족들 탓이었다.
그런 바르샤 후작이 더 많은 힘을 탐한다는 것이 이해 가지 않았다.
“멍청이. 내가 고작 강한 힘을 얻고자 이런 일을 벌인 줄 아나?”
“그럼?”
그 말에 바르샤 후작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난…… 신이 되었다.”
충격적인 발언에 송진우는 한순간 말을 잃었다.
“신? 인간이 신이 되었단 말인가?”
“세월과 권력은 무상하지. 처음에는 불로불사를 원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더군. 바로 내가 신이 되어 모든 것을 통치하는 거지. 이제 모든 것들은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큭큭! 난 지금 신도가 하나도 없는 하급 신이다. 그런데 봐라.”
다시 바르샤 후작이 손짓하자 송진우가 형편없이 뒤로 물러났다.
“최강이라는 불리는 자를 손 하나로 쥐고 흔들 수 있지 않은가?”
신이라는 존재는 그들을 믿고 떠받드는 신도가 없으면 현세에 미치는 영향이 약화된다.
그런 후작이 지금도 이 정도인데 유적 밖으로 나가서 자신을 따르는 신도를 만들면 얼마나 더 강해질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이거였군. 이자가 이 퀘스트의 최종 보스였어.’
인간의 몸으로 신의 힘을 얻은 사내다. 그는 이 세계를 멸망시킬 힘을 지녔다.
“너의 뜻대로 되지 않을 거다, 바르샤 후작!”
“크크크! 내가 아직도 후작으로 보이나? 보아라! 내 힘을!”
그가 손짓하자 이번에는 산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며 신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일행이 있는 이곳의 천장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엄청나게 거대한 거인이 산을 반으로 가르는 듯했다.
우지직!!
이내 파란 하늘이 나타나더니, 송진우와 일행들이 서 있는 땅이 허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어?”
밖에서 싸우던 병사들까지 그 기괴한 광경을 보고 싸움을 멈췄다.
“와하하하!!! 드디어 내가 신이 되었다! 이제 만물이 내 손안에 들어왔어!”
바르샤 후작이 손을 흔들자 송진우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밖으로 떨어졌다.
“네가 첫 번째 제물이다. 처음으로 벌하는 이가 천하제일이라면 나쁘지 않지.”
바르샤 후작은 여유 있는 모습으로 다시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우지직!!
거대한 압력이 송진우를 짓눌렀다. 사기로 급히 몸을 보호하지 않았으면 온몸이 으깨져 버렸을 것이다.
“네가 시작이다!”
한편, 바르샤 후작과 같이 들어갔던 영애는 아직도 파르테논 신과 대면하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투명한 영상이 띄워져 있었는데, 그곳을 통해서 후작과 송진우가 싸우는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어서 저놈을 죽여주세요!!”
영애는 아까부터 계속 파르테논 신에게 바르샤 후작을 죽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르테논 신은 계속 고개를 저었다.
[내가 들어주는 것은 간절히 원하는 소원이다. 네가 가장 바라는 소원이 아니면 들어줄 수 없다.]“그러면 저도 후작처럼 신으로 만들어주세요. 그래야 저놈을 해치워버릴 수 있을 거 아닙니까?”
그 말에도 파르테논 신은 무심히 고개를 저었다.
[불가하다. 그건 너의 진실한 소원이 아니다.]“도대체 제가 바라는 소원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그것을 알려주세요.”
[그건 네가 깨달아야 한다.]그 순간에도 송진우의 몸은 점점 부서지고 있었다.
막대한 사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강림한 신의 신력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영애는 절규했다.
“제발!!”
쿵!!!
“커억!”
공중으로 띄워진 거대한 땅덩어리가 송진우와 후작이 싸우는 링이 되었다.
아니, 일방적인 싸움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처형장이 옳은 표현이리라.
“단단하니까 좋군. 나도 연습 상대가 필요했는데 말이지.”
후작이 다시 손을 흔드니 송진우가 멀리 나가떨어졌다.
강력한 힘을 아무런 소비 없이 사용하고 있다. 과연 신의 힘다웠다.
하지만 송진우는 꼼짝없이 당하는 와중에서도 후작의 힘을 가늠하고 있었다.
‘대충 원리는 알 것 같아.’
후작이 휘두르는 손 모양대로 압력이 가해진다. 그리고 그 압력은 정확히 후작의 손 모양과 똑같았다. 바닥에 찍힌 손도장으로 보면 알 수 있었다.
‘염력이나 조작 계열은 아니야. 필시 자신의 아바타를 순간적으로 형성해서 공격하는 거겠지.’
보이지는 않아도 기운은 느낄 수 있다. 다만 그 크기가 어마어마해서 보고도 피하기가 힘든 것일 뿐.
문제는 또 있었다.
베나자르의 검에 베어진 자리에서 사기가 자꾸만 빠져나가고 있었다. 신전도 없어졌기에 사기를 보충할 곳도 사라진 상태거늘.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이길 수 없어.’
지금은 최하급 신이다. 하지만 후작의 능력이라면 곧 더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은 나의 뜻대로 움직일 거다. 일단, 기념으로 눈엣가시 같았던 에드워드 백작가부터 지워주지.”
“명색이 신인데, 관용을 베풀지?”
“미안하지만, 내 성서에는 그런 나약한 단어는 없다.”
다시 후작이 손을 휘둘렀고, 송진우는 간발의 차이로 그것을 피했다.
처음으로 직격을 피해낸 것이다.
“흠? 그걸 피했나? 과연 습득이 빠르군. 좀 더 괴롭히는 것도 괜찮겠지만 신으로서는 처음 등장했으니 위엄을 보이는 것도 좋겠지.”
후작이 힘을 모으자 거대한 몸체가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스스스.
키가 족히 2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거인이었다.
시퍼런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어 명확한 형태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후작과 닮은 듯했다.
그것은 후작의 아바타로 조금 전까지 송진우를 두들기던 그 힘의 정체였다.
“역시 구현 계열이었나?”
에스퍼 능력 중에서 특정한 어떤 것을 구현하는 능력이 있는데, 지금 후작이 보이는 힘은 구현 계열의 초능력이다.
“천박하군. 신의 힘을 고작 그런 틀 안에 넣을 생각인가?”
“난 무교라서.”
“그럼 몸소 전도해주지. 신이 직접 전하는 것이니 영광으로 알아라.”
쿵!!!
다시 아바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모습을 드러내서 아까와 같은 은밀함은 없었지만 대신 더 빠르고 강해졌다.
“큭!!”
다시 송진우가 구석으로 밀렸다.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보고 있던 영애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제발 내 소원도 들어주세요. 제게 저놈을 없앨 힘을 주세요.”
계속 소원을 들어달라고 외치고 있으나 파르테논의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후작이 죽는 것이 영애가 바라는 진정한 소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불가하다. 그것은 너의 진실한 소원이 아니다.]파르테논 신이 다시 강경하게 말하자, 영애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럼 부탁입니다. 제가 바라는 소원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그건 알려줄 수 있잖아요.”
[……알겠다. 그 정도는 들어줄 수 있지.]파르테논 신이 권능을 발휘하자 영애는 풀썩 쓰러졌다. 그녀의 정신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곳에서 너의 진실한 소원을 보게 될 것이다.]쿵!!!!
바르샤 후작과 맞서고 있는 송진우는 죽을 맛이었다. 실제로도 죽기 일보 직전이다.
구현 계열이지만 일반적이 에스퍼들과는 격이 다른 힘이다. 신도를 얻어 이 힘이 강화되면 정말로 왕국도 부술 수 있을 듯했다.
후두둑!
움직일 때마다 부서진 뼛조각이 떨어져 나갔다.
가슴에서 사기가 점점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 이제는 시간만 지나도 송진우는 무너질 것이다.
“힘들겠네.”
말과는 달리 송진우는 아직 무기를 꽉 쥐고 있었다.
* * *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영애는 백작의 첫 번째 딸이자 마지막 자식이었다. 어머니가 어렸을 때 병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재혼해야 한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작은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며 혼자 지냈다.
그만큼 부인을 사랑했었고, 다시 누군가를 잃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영지민에게는 자상한 백작이었지만 강한 리더쉽이 부족했다. 그래서 주변 영주들의 위협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바람에 주변 영주들의 계략으로 백작가의 군사력은 점점 쇠락해졌고, 위협은 더더욱 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왔다.